오랫만에 추석이라고 안부 전화하는 친구
잘 지내냐고... 교회 좀 나오라고....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아픈데 없이 잘 살고 있다고...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날 위해서 기도는 그만 하라고...다시는 교회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친구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여전히 자신만만하구나 하나님 뜻이지 니 뜻이 아니야...그러니 조만간 교회에서 보자" 

인간적으로도 별 흠이 없는 친구다. 열성 신도라는 점만 빼고는.. 
어린시절 교회에서 만나서 청년이 될 때까지 같이 자란 친구다. 여전히 그 친구의 신앙은
흔들림이 없었고, 교회를 떠나 잘 살고 있는 나를 집 떠난 탕자 취급을 한다.
언젠가 회개하고 돌아와서 눈물 흘릴 것으로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다.
난 솔직히 탕자가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죄를 고백하는 모습이 맘에 안든다.
떠났으면 거기서 끝을 냈어야지 비루하게 돌아와서 다시 품 속에 파고드는 모습은 정말
굴욕적이다. (성경에 대해서 난 여전히 삐딱하다) 

한 때 정말 난 구원받고 싶었다. 무엇으로부터 구원인지 몰라도 난 마음과 몸이 깨끗하게
정화되었으면 하고 소망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교회에 봉사
했다. 그리나 하나님으로 부터의 구원은 오지 않았고, 어느새 난 뱀의 유혹에 빠진 이브 
처럼 선악과를 따서 먹고야 말았다. 그리고 교회 전도사로 부터 교만한 자라 칭함받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하지 말고 떠나라 해서 교회를 떠났다.
에덴에서 추방된 것이다.  

그 후로 기독교는 나의 영원한 수수께끼가 되었다. 알면 알 수록 혐오스럽지만, 그 속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매혹당한다는 사실이 의문이었던 것이다.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의 말에 따라 세상 끝까지 전도하는 그 열성과
죽은 후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삶을 버리는 순교의 힘까지.... 사랑의 종교라는 말이 무색
하게 인종말살적인 피의 역사까지 기독교는 정말 알 수 없는 종교다.
나는 이성의 전능함을 믿지 않는다. 다만, 한계가 있더라도 이성의 능력에 대해 다른 것
보다는 신뢰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초 현실적 실체에 대한 믿음은 없으며, 더구나 우리들
삶에 간섭하는 인격신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이게 내 교만의 실체다) 

내 친구는 나의 구원을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구원은 교회에 나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건 그 친구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선의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그 친구의 또 다른 교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난 그 친구가 믿는 신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기독교를 정말 인정할 수 있는 길은, 독점적 구원을 폐기하고 모든 종교의 구원에
대해 기독교가 인정하는 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길은 보이지 않는다. 성서의 일점
일획도 진리가 믿는 그들이 어떻게 다른 종교를 인정할 수 있을까?
오늘도 밤하늘엔 별보다 많은 십자가가 떠있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선정적 구호가
난무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보다 신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한 종교는 결국 온기없는
냉혹한 독재자와 다를 바 없음을 그 친구는 알고 있을까?  

그저 이제 기도하길 그만두길...친구여 지옥에 가도 내가 가는 거 아닌가?
정말 지옥이 있다면...나 같은 인간들이 많이 올텐데...결코 심심하진 않을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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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0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심심하지 않다면 그건 지옥이 아니겠네요;;; ㅋㅋ(웃으면 좀 그런가;; 왠지 상상하니 재밌어서^^;;)

전 그 무엇보다 '열성'기독교인에 대한 제 편견부터 버려야겠는데요. 이게 참 쉽지도 않고, 굳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서. 평생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할 아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