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살짝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가끔 현금을 사용한 후 현금영수증 내역을 확인하는데 '씨제이 인터넷(주)' 라는
업체가 보이는 거다. 내가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아서 (사실 지갑에 현찰이 별로 없다 --;)
사용내역이 워낙 뻔한데 듣보잡 업체를 보니 의혹(?)이 일어나는 거다.
여러가지 경로를 거쳐 확인해 본 내용은
'넷마블'이란 게임사이트에 내가 가입되어 있고, 거기서 누군가가 현금으로 아이템을 산 것이
현금영수증으로 발행된 것이라 한다. 아마도 상품권처럼 '틴캐쉬'라는 카드를 사서 온라인에서
등록하면 되는 모양이다. 더구나 사용한 게임은 '서든 어텍'이고 사용자 아이디는 둘째놈이
사용하는 아이디....순간 내 머리는 팽팽 돌기 시작했고...결론은...
이 어린 것이 용돈을 가지고 문방구에 가서 카드를 구매하고 그것으로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넷마블에 가입한 나에게 현금영수증 발급이 이루진 것이라는 결론이...
문제는 보이지 않았던 업체가 작년부터 나에게 현금 영수증을 발급해 왔고, 대략 작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20만원이 넘는 금액이 결제되었다는 것. 이번 9월에 결제된 금액만 3만원이고,
이 금액은 둘째놈 용돈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이건 첫째와 공범으로 한 것이라는 추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아~ 이것들을 어찌할꼬...패고 시작할까...살살 달래서 이실직고 하고 나서 팰까? 고민했다 --;
퇴근 후 두 놈을 불러다 놓고 일단 협박(?)한 후 자초지종을 캐어보니....
넷마블에서 게임은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하는 게임은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이고 카드구입은
예전에 한 번 했지만, 엄마한테 작살이 난 후 다시 구입할 엄두를 내지 않았으며, 절대 그런일이
없다고 꿋꿋하게 항변하는 것이다.
작은 녀석은 친구가 자기집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니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줘서 친구가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카드 구입을 했으면 친구가 했을 거란 변명을....
아직까지 진실이 뭔지 몰라서 토욜에 그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 일단 정리했다.
이번 사건으로 반성하게 된 것이 몇가지 있다.
첫째, 게임을 좋아하는 애들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 나는 사실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면서 방치한 것.
둘째, 아이디나 비밀번호는 개인에게 부여된 고유의 것이라 남들과 공유하거나 하는게 아니
라는 것을 사전에 교육시키지 못한 것.
세째, 학교주변에서 성인용 게임에 사용되는 카드를 초등학생들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점 등.
일단 둘째 녀석 친구하는 애를 만나보고, 그 부모한테 연락해서 죄송하다고 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그 쪽 부모는 아예 게임을 못하게 한 건데, 우리 애 때문에 게임도 하고 돈도 버리
고, 거기다 18세 이상이 하는 게임을 하게 되었으니...참 인터넷을 어디까지 규제하면서 올바로
사용하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게임에는 정말 취미없지만, 애들이 하는 게임에는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 하는건 아닌지
더구나 어린시절 게임에 중독되면 절제하지 못하고 산만해 진다는데....
애들이 하는 게임도 같이 해보고 해야겠다.
이러다 나도 게임 중독 되는거 아냐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