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와 김대중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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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욜에 봉하로 가면서 차안에서 무엇을 읽을까를 고민하다, 들고 간 책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고 싶었고, 그래도 무언가 시대상이 투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이 책을
고르게 만들었다. 최근 기아타이거스의 선전으로 인해 해태타이거스가 사라진 후 관심이
뚝 끊어진 프로야구를 간간히 보던 것이 이 책 선택을 부채질 했고,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해태타이거스와 김대중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형식적으로야 해태타이거스는 광주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이고,김대중은 전라남도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는 점...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서 저자가 느끼는
내밀한 관계를 지목한다.

그 둘의 공통점은 '최강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가장 약한 자들의영웅'이라는 점이다.  

나도 어릴 적 해태타이거스 팬이었다. 프로야구 출범은 청소년인 내게 훌륭한 오락거리와 소일
거리를 던져 주었고 어느새 부모님의 연고지를 따라 나는 해태팬이 되었다. 프로야구 초기의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해태타이거스 팬들은 야구의 즐거움을 만끽하였으니, 타이거스의 선수들은
그야말로 용맹하고 투지에 넘치며 잘 던지고 잘 때리는 최강의 팀이었던 것이다.
어느 팀하고  맞붙건  타이거스는 두럽지 않았고, 그들의 경기는 시원시원 했다. (최근 한국
시리즈를 석권한 SK의 플레이는 승리하는 것 말고 야구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프로야구의 출범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도당들의 국민달래기용 선물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 때 김대중은 광주민주화항쟁의 배후로 사형선고를 당했고, 광주의 억울한 죽음은
간첩의 사주로 인한 폭력난동 이었을 뿐인 시절이었다.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에도 이런 역사적
이면은 숨어있는 것이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매년 5월 18일 경기는 광주에서 열리지 않고 타이
거스는 원정을 가서 싸워야 했으며, 그 날 만큼은 결코 패배하지 않고 광주 시민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 그들에게 야구는 단순한 야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 한 일은 IMF위기가 고난의 정치인 김대중을 대톨령으로 만들었지만, 해태 타이거스는
모기업의 부도로 인하여 몰락햇던 것이다. 당시 해태타이거스의 몰락을 두고 김대중이 경상도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음모론이 돌 정도로 사람들은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실 해태타이거스는 프로야구 최강의 팀이자 최고의 팀이면서도 가장 연봉이 적고 가장 열악한
전라도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팀이다. 이들은 연봉협상 시 "니들이 받아가는 돈이 어린 여공들이
아이스크림 만들어서 판 돈이라는 걸 알라"는 구단의 협박아닌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김대중에 관련한 책은 아니다. 온전하게 이 책은 프로야구 팀인 해태 타이거스에 대한
찬가이다. 그들의 치열한 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아름다운 야구이야기다. 박민규의 '삼미수퍼스타
스 마지막 팬클럽'이 패배한 자들의 애상을 담아냇다면, 이 책은 승자들의 당당함과 그칠지
모르는 도전을 담아냇다. 그리고 거기에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김대중이라는 인간을 투영하고
그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것이다.  

해태타이거스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절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신 분들께는 강추
해태타이거스를 저주하며, 타이거스의 패배가 자신의 오르가슴이었던 분들은 피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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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수 장채근이 홈런을 치고 느릿느릿 베이스러닝을 하면서 전타선이 한회에 돌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아 아련해라..

머큐리 2009-09-04 09:3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야구 좋아하나보다...언제 야구장 번개 함 할까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9-04 11:02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태평양돌핀스 어린이 팬이었던 라주미힌님이랑 우리 번개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