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 인터뷰 특강 시리즈 2
한겨레출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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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 전망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죄에 대한 고통인 것이지.... 사실 더 나아간 미래를 상상하지도 못했지만, 이렇게 뒤로 후퇴하는 현실을 상상하지 못한 것도 죄라면 죄겠다. 이런 후퇴는 결국 나아가야할 때 나아가지 못한 책임이 아니겠는가?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은 이미 2005년에 한겨레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펼친 것이다. 얼마전에 '화'에 대한 특강까지 발간되었으니 2004년 부터 시작된 특강이 꾸준하게 사랑받아 오고 있나보다. 사실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특정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이 특강은 강사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꽤 매력있는 특강임에 틀림없다. 어디서 이런 강사들을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겠는가?   

상상력의 특강 강사는 한비야, 이윤기, 홍세화, 박노자, 한홍구, 오귀환 씨다. 강사만 봐도 그 에너지와 힘이 느껴진다.  

한비야씨야 말로 자신을 길을 찿아서 훌쩍 세계여행을 떠난 분이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분이라 뻔한 내용일 것 같은 강연임에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지도를 보고 자랐다는 말에 이 좁은 한반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 그리고 한반도 뿐만 아니라 세계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상상력의 위대함을 알게되었다.  

이윤기씨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고 최근에는 신화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하신 분이다. 특히 예전의 '뮈토스'발간에서 최근의 '그리스 로마신화 이야기'까지 신화에 대한 대중적인 책들을 쓰고 있고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요즘 한국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열광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역사적으로 검증되어 탄탄한 구조와 서사를 가진 신화에 대한 강조는 21세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무의식적 탐구로 여전히 소중하다 하겠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씨의 강연에는 자아실현에 대한 인간적 감수성이 넘쳐난다. 결국 자아실현이란 끊임없는 자기 공부임을 자각하게 한다. 물질로 인하여 사람이 평가받는 사회와 공화국적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은 역시 홍세화씨 답다는 생각이든다.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교육의 문제는 치열한 개혁지점임을 명확하게 한다. 자아실현을 위해 물신에 저항하는 튼튼한 가치관의 성립과 끊임없는 자아성찰에 대한 당부는 여전히 남겨진 개인 과제이다. 더불어 제도의 개혁에 대한 당부는 아직도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도달해야 할 과제임을 깨워주고 있다.  

박노자교수의 강연은 새로운 동아시아 관계에 대한 상상이다. 여전히 민족주의에 대한 박노자의 반감은 거세다. 향후 동아시아의 판도는 민족주의를 앞세운 일본 우익과 중화주의를 앞세운 중국, 그리고 한반도의 충돌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민족 보다 민족에 가려진 기층 민중에 대한 연대을 강조한다. 특히 민족주의자들은 부국강병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 그 부국강병의 이데올로기로 민족과 개인을 일치시키고 이로 인한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민족 보다는 민중의 연대에 힘을 실어야 동아시아에 불고 있는 극우적 파시즘을 경계할 수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만 하다.  

한홍구 교수는 과거를 푸는 상상력을 제시한다. 과거에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민주화와 더불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민주주의 역행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움츠려드는 것이 아니라 좀더 해방된 사회를 꿈꾸기 위해서는 불온한 상상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지금 합법적인 많은 권리들은 이전에는 불법이었음을 알고 지금의 조건에 매이지 말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하라는 이야기다. 현재에 매이는 사람들은 역사를 개척하지 못하고 과거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하지 못한다. 당연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일반에 대한 왜곡이 점점 심해지는 지금에서 더욱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미 세월이 지나간 강연이 아직도 울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 땅이 우리들의 상상력을 틔우지 못하고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온한 것을 꿈꾸고, 막혀 있는 모든 것을 상상하라~
21세기 우리가 견지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모든 것을 상상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며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의 고통은 물화된 현실을 긍정하고 상상력을 죽여온 결과가 아닐까...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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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8-2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존심과 거짓말 편을 읽었었는데... 한 주제로 강연을 기획할 경우 편차가 심한데 '21세기를 바꾸는'편은 그렇지 않아요.
박노자씨의 '하얀 가면의 제국'을 읽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어요. 한번도 동아시아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었거든요. 동아시아뿐이겠냐 싶기는 하지만.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생각할 수 있다는거, 정말 멋진 일 같아요. 전 그런 저를 상상해요.

머큐리 2009-08-26 11:15   좋아요 0 | URL
지금의 아치님도 상상하는 힘의 면에선 못 따라가겠던데요...ㅎㅎ 많이 찔끔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