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기에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인가 봅니다. 젊은 시절 숱하게 스러진 죽음 앞에서는 사실 분노와 안타까움 말고 다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시대 앞에서 타살당하는 많은 죽음들과 그 사연에 다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지요.. 

2009년에는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밖에 수 많은 분들이 억울하게 세상을 등지게 되었지요.... 두 분 모두 훌륭한 일을 많이 한 분들이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입니다. 그 분들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조금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용산때문입니다. 오늘 22일 시청으로 영안실을 옮기고 전국적으로 이들의 외롭고 힘든 싸움을 다시 선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이들의 싸움은 잠정 연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돌아가신지 반 년이 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분들.... 그저 가정과 생계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행하다가 공권력에 타살 당하신 분들은 지금 장례식도 못치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 죽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는 많은 판단들이 나타나겠지요... 그 판단에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그 분들이 전국적인 추모를 받을 정도의 위인들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죽은 사람의 억울함은 풀어야 할 텐데, 우리의 사회는 약한 자에게 너무 냉소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약자니까 더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약자를 철저하게 짓밟는 그 모습이 가증스러워 보입니다.  

대통령과 일반 시민과 동등하게 죽음을 누릴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추도의 규모와 상관없이 죽은 자를 편히 모셔야 하는 것은 동등할 것입니다. 죽음에도 격이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하며, 그 죽음 앞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에는 격이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조의조차 표하지 못하고 즉음 앞에서도 격을 두고 있는 이 사실이 오늘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어서 용산참사가 잘 해결되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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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2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청에서 용산현장으로 장소가 다시 변경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