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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ㅣ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08년 11월
평점 :
아나키즘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테러나 폭력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폭력적이기에 더 남성적으로 보이는 이 사상은 사실 그리 마초적이지는 않다. 아나키스트... 어딘지 모르게 멋지게 보이는 단어...그러나 사실 아나키즘의 역사는 참으로 굴곡진 역사였다.
보통 불온시 하게 여겨지는 단어들이 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혁명'등. 그러나 그런 단어보다 더 불온하게 여겨지는 단어가 '아나키즘'이 아닌가 한다. 자본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백안시 하던 아나키즘...그 아나키즘에 대한 개설서가 이 책을 골랐다.
80년대 사회과학 서적에서 사회주의 서적에 대한 열광의 시절이 있었다. 뭐 지금은 별로 찾아 보지도 않지만...그 와중에서도 아니키즘 서적은 일종의 금서였다고 해야하나? 진보에서도 불온시 했던 주장이 대체 무엇이길래 궁금했었다. 그리고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을 보다가 당시 무정부주의적 조합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 간의 알력을 보고 굉장히 의아해 했었다. 왜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 대립하게 된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하면서도 틀리다는 것. 비슷한 점은 자본주의적 산업주의와 무한경쟁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라는 것, 틀리다면, 국가에 대한 위상에서는 거의 정반대의 생각을 가졌다는 것. 결국 혁명을 앞당기기 위해 국가를 이용하자는 사회주의자의 전술에 대해 어떤 권력도 결국 민중을 억압하리라는 아니키즘의 비판은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 (물론 비과학적이고 몽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겠지만...)
권위는 인정하되 권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아나키즘의 정신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사회주의 정권에서의 권력의 문제는 인간의 조직을 이루는데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일 테니까. 문제는 아나키즘이 과연 현실적 실천적 적절성을 가지느냐의 문제인데...이건 감히 뭐하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모든 진보는 새로운 꿈을 꾸면서 이루어나가는 것이라고 할 때, 아나키즘에게만 몽상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기에는 좀 억울하다는 느낌만 간직한다.
이 책으로 아나키즘에 대한 첫걸음을 걷는다. 책을 읽다 보니 듣기만 하고 읽어보지 못한 수 많은 텍스트들이 존재한다. 어느 하나에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는 나의 난잡함에 질리면서도 몇가지 문헌은 읽어야 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어찌되었건 무정부주의라는 번역보다 반 강권주의라는 번역이 좀더 올바른 것 같은 아나키즘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