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사냥이 한창이다. 기실 창립부터다. 줄곧 ‘마녀’로 몰렸다. 이명박 정권은 더 살천스럽다. ‘감시견’이어야 할 부자신문이 ‘사냥개’로 앞장섰다. 민주주의 교육을 ‘편향된 이념’으로 몰아간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던가. ‘전교조’ 말만 들어도 손사래 치는 시민이 무장 늘어났다.

기막힌 일이다. 그 틈을 이 정권은 십분 활용했다. 아예 뿌리 뽑겠다는 서슬이다. 시국선언을 빌미로 전교조 지도부를 ‘집단해임’했다. 서민을 위해 경제정책을 전환하라는 교사 시국선언이 ‘정치 편향’이란다. 바로 그 무렵이다. 부자 대통령은 떡볶이집을 찾아 ‘서민 대통령’을 언죽번죽 자임했다. 말살에 쇠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율형 사립고’라는 이름으로 부자학교 선정을 강행한다.

그뿐인가. 중·고교 교실 깊숙이 전경련이 침투하고 있다. 보라. 한국경제교육협회 주도로 중·고교 경제 교과서를 만든다. 경제교육 수업도 늘린다. 사단법인 협회에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줄줄이 ‘참여’했다. 협회 고문은 곽승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회장은 황영기, 삼성생명·삼성투자신탁을 거쳐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주 협회 주관으로 상공회의소에서 연 이른바 ‘경제교육 비전 선포식’에 대통령은 축사를 보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 방귀깨나 뀌는 300여명이 들꾀었다.

오래전부터 전경련은 경제교과서 개편을 부르대왔다. ‘경제인식 제고를 위한 학교 경제교육 개선방안’ 보고서가 보기다. 전경련은 경제교과서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평가절하하고 “정부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오류”가 많다고 ‘개탄’했다. 과연 그러한가. 지극히 편향된 분석이다. 자본의 이윤 추구처럼 전경련은 만족을 모른다. 어떤 대안보다 시장과 경쟁이 성장, 부, 자원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평등도 더 이룬다고 가르쳐야 한단다.

심지어 전경련은 “자의적 가치 중심의 내용 및 표현을 지양”하고 사실 중심 교육을 강화하자고 외친다. 어떤가. 전형적 되술래잡기다.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민중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현실을 모르쇠하며 “자의적인 가치”로 시장을 맹신하는 자, 대체 누구인가. 전경련이다.

무엇보다 경계할 일은 저들이 ‘실용교육’ 명분 아래 “현장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은 경제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고 언구럭 부리는 데 있다. 전경련이 교사까지 파견하려는 노골적 야욕이다.

전교조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은 이미 ‘이적행위’로 고발당했다. 반면, 전경련의 편향된 신자유주의 경제관은, 낡은 이념교육은 전혀 문제로 불거지지 않는다. 청와대와 국회가 밀고 부자신문이 합창해서다.

전교조의 인간화 교육은 ‘이념 편향’이고, 세계적 실패가 입증된 신자유주의를 10대에게 가르치겠다는 전경련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과연 이 나라를 어디까지 끌고 갈 셈인가. ‘경제교육’한답시고 경제 이어 교육까지 망칠 셈인가. 애면글면 참교육을 실천해온 교사들을 이념 편향으로 내쫓고 그 자리를 꿰차 전경련의 편향된 ‘이념’을 세뇌할 깜냥인가.  


순수한 10대에게 신자유주의 경제관을 마치 보편적 진리인 듯 가르칠 때, 그 편향된 교육은 어디로 귀결될까. 전경련 교실, 자본의 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돈만 좇는 배금주의의 보편화다. 한마디로 망국의 길이다. 그래서다. 설령 전교조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더라도 지금은 힘을 모아야 옳다. 민주시민과 더불어 ‘전경련 교실’에 맞설 보루가 전교조다. 저들도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전교조 사냥이 한창이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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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1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죽여야 할 녀석이 '빨갱이'에서 '전교조'까지 확장된 거 같더군요. "얘 전교조에요"는 "얘 죽일 놈이에요"와 동일시되는.

머큐리 2009-07-15 08:0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거죠...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학부모들이 경쟁을 요구하는데...전교조입장이 그렇지 않다보니, 현장에서도 학부모들이 경원시하는 경향도 있는거 같고, 전교조 내부도 문제가 많아 보이고...이런 갈등을 정부가 이용하는것도 맞고..어려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