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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보는 법 - 법치주의의 겉과 속
김욱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부제가 '법치주의의 겉과 속'이다. 요즘 시국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똑같은 헌법이 지배하는 이 나라가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민주공화국'이란 말이 당연했는데, 이젠 민주공화국적 가치에 대해 논해야 되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고 하는데...아니다. 정권으로 부터 나오는것 같다. 더구나 독재라고 비판받는 정권이 법치주의를 끌어다 쓴다. 그래서 도로 나와서 '집시법위반'이고 용산 사태도 '법을 위반한 도심 테러'를 진압하기 위한 정당한 법집행이고, 시국선언한 교사들은 '공무원 복무법 위반'으로 소환하고 징계하고 있다. 도데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김욱교수가 '법을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법이란 무엇이고 법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 책의 설명을 듣다보면 지금 현실에 대한 의문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규제하고 있는 법이 보편타당한 정의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부터 우리는 법을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법이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면 어느 일정한 상대방을 편들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예전부터 '무전유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재벌들이 언제 징역사는 거 보았나?
그럼 법앞의 평등은 어찌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법앞의 평등 이념은 '의무없는 권리, 권리 없는 의무'라는 중세의 계급적 특권과 차별의식으로 부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자본주의적 평등관념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라는 공산주의적 평등이념으로 까지 추구되어 왔다" 결국 법앞의 평등이란 문제도 역사적으로 싸우면서 획득되는 가치라는 것이다. 법앞에 평등하고 싶다면 평등하지 못한 현실과 부단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미디어 법과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대의제와 민주주의가 충돌할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우리는 민주주의와 대의제가 선택적인 진리가 아니라 상호 대립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대의/민주'주의 라는 모순관계 속에서 진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헌법은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것과 모순되는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제 등의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동시에 규정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이 책은 가르쳐 준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직접민주주의 제도 중 국민투표만 인정하고 있고 이것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법을 진보시키고 싶은가 그럼 법을 어겨라....이 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현실을 규정하고 억압하는 법은 그 현실과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고, 갈등이 격해지다보면 법은 수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집시법이 계속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키고, 기본권에도 어긋난다고 논란이 되야 집시법도 개정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법을 개정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저항권과 혁명에 대한 간략한 논의도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정권을 몇 번이나 바꾸고 헌법을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제정은 1948년 제헌헌법만 인정한다. 개정은 그저 공화국의 변경으로만 표시한다. 1헌법제정에 6개의 공화국이 있는 것이다. 저항권은 이탈된 민주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라 한다면 혁명은 기존의 법적 권리를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명은 기존 법규법상 인정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법적 시각에서 머물면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저항만 있을뿐...
법의 이념과 재정과 운용과 변천에 대해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여러가지 예시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법이야 말로 가치중립적인 정의가 아니라 싸우고 쟁취해야할 규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마 요즘 법치주의 때문에 많이 어지러우신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