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여느때와 다르게 난민의 날 지정이 눈에 들어온 것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도 예멘 난민 때문이다. 내전으로 생사를 가늠할 수 없어 고국을 떠나 살 곳을 찾아 정처없이 떠난 예멘 사람들에게 제주도 정착과 난민신청은 그나마 삶의 가느다란 끈일터. 이러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무자비한 혐오는 낯뜨겁다 못해 분노마저 일어난다.

 

이전부터 난민이나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비난이나 혐오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대대적으로 증폭되고 확산되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추측건대, 이들이 백인이 아니며,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의 구성원이며,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논란을 부추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백인에 대한 근거없는 추종이야 뿌리 깊은 식민주의적 근성과 인종적 차별을 당연시 하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혐오표현은 기독교인들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무슬림이면 전부 테러리스트에 강간범으로 몰아서 향후 사회적 암덩어리로 각인시키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댓글 속에서 살기마저 느껴진다.

 

지각없는 일부 기독교인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일부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제기하는 가부장적 무슬림 난민 반대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여성을 억압하는 무슬림은 난민 자격도 없다는 건지... 이슬람 사회의 여성의 지위가 낮은 문화적 전통을 난민들이 이 땅에 이식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인지... 소수자 차별은 반대하는 이념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어디로 실종되고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난민 반대를 외치는 사태에 이르러서는 뭐라 할 말이 없어진다.

 

항상 극우와 극좌의 실천은 통한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관통하는 것인지....

 

유럽은 난민과 이주민을 반대하는 포퓰리스트들의 선동으로 어지럽다. 그런데 이들을 따라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걸 보면, 우리의 민주주의도 심각한 분기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같이 병진한다고 할 때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도외시하고 민주주의는 나아갈 수 있을까? 항상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소수자의 탄압을 외면하면서 다수의 가치에 모든 것을 병합하는 폭력성 때문일터다.

 

난민을 받아 들이고 보호하자는 말을 꺼내면 바로 감성팔이 인권주의자로 몰리고 난민에 대한 보호는 국가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것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난민협약에 가입했다는 사실부터 주지해야 할 것이다.

 

피부가, 인종이, 종교가, 문화가, 성이 다르다고 해도 이들을 환대하는 것이 진정 인간적인 것이다. 환대의 방법과 정도는 서로 논의할 수 있지만, 다름을 차별로 전환하고 혐오로 대처하는 건 스스로 인간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 아닌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약자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원이 강자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창구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소수자, 힘없는 자와 연대하자.

그것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이 당연한 말을 하면서도 참... 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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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8-06-20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종교보다, 피부색보다, 국적보다 먼저인데,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