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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었을까?
이와쓰키 겐지 지음, 정은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내가 기억하는 백성공주의 독사과의 상식이 잘못됐나 싶어 집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 백설공주 초판본에서 계모가 아닌 친모가 친딸을 죽이는 것으로 설정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만 집중하여 어머니 자신이 남편으로 사랑받지도 못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그 딸에게 투사가 이뤄질 경우, 아이가 아프거나 불행해지면 본연의 부모의 역활을 하지만, 아이가 행복해하면 냉정해지는 실제의 부모가 있다는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딸 역시 자식으로서 부모를 기쁘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어머니의 욕망(?)에 순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행복공포증이라고 명명하면서, 백설공주의 독사과의 경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먼 산속에 사과장수가 올 수 없음에도 그리고 어머니임을 알았음에도 먹었다고 파격적인 해석을 내리게 된다. 그 실제 예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 행복공포증에 대한 테스트지도 책의 말미에 덧붙여 놓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역시 그런 행복공포증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근엄해야 되고 옷은 항상 부모님이 지정해준 것을 입어야 되었고 무슨 결정을 하든 나의 결정[대학 선택을 빼고는]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했다. 특히, 저자의 다음과 같은 구절 - 성실,노력파이면서 명석한 두뇌에 게다가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부모를 둔 사람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요주의 인물이다. 행복 공포증에 빠질 위험도가 99.9%이다.[p78]- 은 나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상황을 너무 적나라라게 드러내보여준다. 그렇다고 내가 명석한 두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 사이가 최악의 환경에 커나간다라는 것이 현생활에서 내 스스로의 행동제약을 가지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행동으로 지금 낳은 두 딸에게도 그 행복 공포증이 전파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하지만 저자가 "부모가 자식의 기쁨에 잘됐다, 기쁘다, 즐겁다라고 공감하는 게 제일 소중한 일이다[p190]" 이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앞으로의 나의 행동 실천방향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된 것이 이 책의 읽고난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딸들의 행동에 무심한 편이지만, 앞으로 조금은 오버하게 행동해야 겠다라는 실천의지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