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돈
케빈 필립스 지음, 이건 옮김 / 다산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쁜 돈이라고 하면, 왠지 돈이 나쁘다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썩 와닿는 제목은 아니다. 칼을 예로 들면, 강력범이 쓰면 흉기가 되지만, 일급 요리사가 되면 우리의 미각을 충족시키는 쾌락의 도구가 된다. 사실 저자가 나쁜 돈이라고 명명하지만, 그 돈을 매개로 하는 인간의 추악한 욕심만 이 책에 내내에 넘쳐나고 있다. 

    이 책은 주요 개념 몇가지를 들면, 현재의 미국금융의 위기를 낳게 한 파생금융 상품, 과거의 강대국(스페인, 네델란드, 영국)이 몰락하기 전의 거쳤던 과정이라고 주장한 제조업 대비 비 생산적인 금융업의 지나친 발전, 산유국을 중심의 오일달러와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 그리고 미국 정치에 있어서 부시가로 대변되는 세습왕조가 있다. 이러한 개념의 궁국적인 결말은 미국 경제의 신뢰와 달러의 위기를 가져와 미국의 몰락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말미에 과거의 강대국과 달리 미국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엄청난 내수시장으로 인해 지금 변화의 길을 걷는다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미에 덧붙이고 있다.  

    파생금융상품과 금융업에 대해서 다른 책들에서도 읽은 바가 있어서 새롭게 와닿지 못했지만, 미국 정치의 세습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점에서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부유층의 자녀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세습이 미국의 똘마니인 한국에서도 벌어진 가능성이 너무나 농후하다. 하지만, 저자가 미국적 관점이 크게 부각되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오일달러와 중국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비민주적국가의 과동한 달러유동성의 대한 우려를 보는 순간 미국이 그렇게 민주주의적인 국가라고 저자가 생각한다라는 점에 코웃음이 나오면서 전체적인 그의 논지가 우습게 되었다.  정말로 오일달러가 미국에게 그렇게 위협적인가?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미국의 또 다른 똘마니가 아닌가? 생각해보자. 이들 나라에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일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경우, 달러 약세시 유가강세로 그 약세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 나온 책들이 지금에 와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고 재탕 삼탕이 되는 것 같아 사두고 안 읽은 책들이 20여권이 되는데 내다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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