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구의 글에 반대했으면서 제목은 그 글을 따라서 지었습니다. 그냥 좀 있어 보여서요...

이강돈(가명)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보건원에서 근무할 때 만난 친구다. 안양에 살았고, 반지하였다. 언젠가 비가 좀 왔을 때, 그는 그날 하루종일 물을 퍼냈다고 한다.

연구자로서 그의 능력은 웬만한 교수보다 나았다. 나같은 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낡은 차를 몰고 매일 새벽같이 출근했고, 일을 하느라 밤을 샌 건 부지기수다.

그에겐 애가 둘 있었다. 그의 부인은 학습지 교사 일을 했다. 그렇게 벌어도 그는 늘 가난했다. 6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유유자적했던 나와 달리, 그는 돈 천원에 벌벌 떨었다. 그런 그가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뗀 적이 있다. 3만원인가 하는 벌금을 내느라 그는 "석달 동안 진짜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가 측은했다. 거기서 3년만 개기면 다른 삶이 펼쳐질 나와 달리, 그는 계속 그런 생활을 해야 했으니까. 한번은 내가 무심코 실언을 했다. "난 공무원이 적성에 안맞아."라고 했던 것. 그가 대답했다. "나도 싫어.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하는 거지."

초과근무수당에 관한 비리 기사를 봤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른 건 이강돈이었다. 출장비를 아껴서 분유값에 보탠다는 그에게 초과근무수당은 어떤 의미였을까? 공무원 하면 제때 나오는 월급을 받으며 복지부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의 하급 공무원들은 다 강돈이처럼 살고 있을 거다. 내가 공무원들의 구조적 비리를 무작정 비난할 수 없었던 건, 지금은 뭘 하는지 모를 강돈이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 최소한 공보의로 보건원에 근무할 때만큼은 나 역시도 우리의 세금인 초과근무수당이 그네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정의감은 점차 엷어졌다. 악인지 선인지 헷갈릴 잭 스페로우 해적처럼, 세상에는 절대적인 악도 선도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국 난 비리 공무원을 옹호하는 사람이 됐다. 내 글에 대해 분노하는 알라딘 분들의 의견에도 십분 공감한다. 내가 알라딘 내부 사람이 아니었다면 분노의 수위는 훨씬 더 높았을 거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나처럼 머리가 흐리멍텅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은 그 연배에도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고 계시다. FTA 반대를 위해 애쓰시는 가을산님이나 늘 삶의 지표가 되어 주시는 파란여우님을 보면 이렇게 비리공무원을 옹호하는 사람이 돼버린 게 부끄럽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경부운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파란여우님에게 이런 댓글을 남긴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차라리 박근혜가 낫지 않나요?" 여우님은 기가 막혔는지 이렇게 날 훈계했다. "공주님보다는 차라리 제가 낫지 않나요? 헐헐."

세상 일에 이해못할 일도, 절대악도 없다고 믿으며, 어떻게 되든지 젠장 세상은 굴러간다고 믿게 된 나에 비해 파란여우님은 아직도 소녀같다. 그분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왜 나만 이렇게 타락한 걸까? 한가지 분명한 건 나처럼 나이들어선 안된다는 것. 나이가 든다고 다 나처럼 된다면, 우리 사회엔 희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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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6-1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것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좀 주제넘었나요? ^^;

부리 2007-06-15 18:21   좋아요 0 | URL
뭐 나이든 게 벼슬은 아니겠지요. 제 나이 또래가 갈 수 있는 술집이 줄어드는 게 맘아파요

조선인 2007-06-1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부리님처럼 나이 들고 싶은 걸요? 나이가 들수록 아집이 늘어가는 절 보며, 부리님처럼 마음 열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어요. 부리님, 화이팅!

부리 2007-06-15 18:21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글구 전 님이 공무원인 줄 알았다는.....^^

무스탕 2007-06-1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 부리님. 사랑하지 않으면 힐책도 없지요. 요대~~로 건강엔 더 신경쓰시면서 나이먹어 가자구요 ^__^

부리 2007-06-15 18:2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기대만큼 제가 잘 해야 할텐데 그게요.....

2007-06-12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20   좋아요 0 | URL
호호 반가운 댓글이네요. 전 주변에 한다리 건너면 다 공무원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들 편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님이야말로 힘 내셔야겠군요....! 홧팅.

비로그인 2007-06-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의 반대말은 악이 아니라 최선이지요.

부리 2007-06-15 18:19   좋아요 0 | URL
미녀의 높임말은 주드라지요^^

비로그인 2007-06-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제목이 참 와 닿네요.

부리 2007-06-15 18:19   좋아요 0 | URL
전 제 얼굴에 책임 못져요^^ 눈 작은 건 제가 선택한 게 아니니까요

2007-06-12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야 뭐, 늘 힘이 넘치는걸요^^

2007-06-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8   좋아요 0 | URL
가끔은 글이 감상적이 될 때가 있어요 엊그제가 그런 때였나봐요. 기차에서 김소희 기자의 글을 보는데, 갑자기 변호하고 싶어지더군요.

전호인 2007-06-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 장군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내겐 12척(?)의 배가 있다"라는 말 말입니다. 희망의 끈을 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은 마지막 보루이니까요, 저는 아직도 희망은 있다입니다. 왜냐하면 이땅에는 정의가 살아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묻혀있고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긴 합니다만.

부리 2007-06-15 18:17   좋아요 0 | URL
희망이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요... 한 2년간 그게 있단 걸 잊고 살았던 것 같네요.....

파란여우 2007-06-1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계'라....제가 부리님에게 훈계할 자격이나 위치에 있지는 않지요.
훈계는 아닙니다. 훈계라는 표현을 비롯하여 긍정적인 의미이실지 몰라도
'소녀'라는 표현까지. 비롯하여 저에겐 대단히 불편한 글입니다.
여튼, 앞으로도 잘 지내봅시다.

부리 2007-06-15 18:16   좋아요 0 | URL
치, 님은 불편하셔도 전 제가 편한대로 부를래요!! 소녀여우니임----^^ 잘 지내봐요!

다락방 2007-06-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엉덩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하는 글을 쓰시는 부리님이 좋아요.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어요.
:)

2007-06-1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6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합니다...

moonnight 2007-06-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처럼 나이들면 성공적인 인생이지요. 저랑도 앞으로 잘 지내요. ^^

부리 2007-06-15 18:1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님하고는 늘 잘 지내고 싶어요!!

2007-06-12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5   좋아요 0 | URL
2주 후면 윔블던이 열립니다. 그때는 페더러가 절 실망시키는 대신 11번째 타이틀을 차지하면 좋겠어요....

마늘빵 2007-06-1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이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부리님처럼' 나이들고 싶습니다.

부리 2007-06-15 18:15   좋아요 0 | URL
흐흐 한꺼번에 열한살 더 먹어 버리시려구요?^^

2007-06-12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4   좋아요 0 | URL
정답이 없는 게 삶이겠지요.... 그냥 자기가 편한대로 사는 거, 그게 제가 추구하는 거랍니다. 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어요. 여기서 보여드리는 모습은 제 허상이거나 제가 되고픈 존재일 뿐, 저 자신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게 늘 부담스럽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6-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이 들기 싫습니다...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젊게 살고 싶습니다..

부리 2007-06-15 18:1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는 게 나이드는 거겠지요. 같이 늙어가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요^^

2007-06-12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2   좋아요 0 | URL
어 그냥 세상이 좀 짜증스러웠는데요 저야 뭐, 평소에 워낙 잘 사니 조금 있으면 회복될 것 같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주미힌 2007-06-1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그렇죠 뭐... (저도 나이 먹는 중 ) ㅡ..ㅡ;
그래도 정직한 자에게 축복이, 부도적한 자에게는 '똥침'이 있어야 살맛나는 세상아니겠어요... (나이를 거꾸로 먹고 싶은 흐흐)
따지고 보면 정황참작의 사유.. 없는 사람 없을 거에요...
관대함에도 인색함에도 정도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드네용..

부리 2007-06-15 18:10   좋아요 0 | URL
관대함에도 인색함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 잘 새기겠습니다
금방 응용하자면 음주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거죠?^^

2007-06-13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10   좋아요 0 | URL
호홋 저는 그런 오해 안하는데 괜한 걱정하셨군요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요 아셨죠?
 

수원시청 공무원들이 5년간 초과근무수당을 333억원이나 챙겼단다. 사람들은 일단 그 액수에 놀라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엔 공무원들을 비난한다. 공무원 하면 복지부동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분노의 수위는 더 높아지리라. 전원이 밤 12시까지 근무한 걸로 속이고, 지문으로 출퇴근 기록을 관리한 이후엔 "추리닝과 쓰레빠 차림으로 다시 나와 퇴근 기록을 남"겼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다. 김소희 기자는 시네21에 실은 글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이참에 나도 밤에 꿈속에서 기사 쓸 궁리한다고 주장해, 24시간 근무한 걸로 인정해달라고 회사에 얘기해볼까 싶다."

근무도 안해놓고 초과수당을 챙기는 게 괘씸하긴 하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다. 초과근무수당은 공무원들 입장에선 봉급의 일부였다. 물가를 잡는 게 경제의 가장 큰 목표이던 시절, 공무원 봉급은 언제나 '동결'이었다. 공무원에게 줄 돈을 인상하고 나면 물가를 한자리 숫자로 유지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무원 연봉은 대기업에 비하면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선 편법으로 공무원들에게 소득을 보전해 줬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초과근무수당이다.

96년부터 난 공무원들이 바글바글한 국립보건원에서 근무했다. 그곳이라고 다를 바가 없어, 거기 있는 모든 직원들은 다 밤 10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조작을 했었다. 그거 말고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가지도 않는 출장을 갔다고 속여 출장비를 챙긴 거였다. 그래서 5급 대우였던 난 일년 중 거의 절반을 출장 간 걸로 적혀 있었는데, 어쩌다 한번씩 내사가 나오면 후다닥 도망치곤 했다.

이런 게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건 말하고 싶다. 공무원이 좋은 직장의 대명사가 된 게 과연 언제부터냐고.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면서, 안정성 면에서 조금 나은 공무원이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거다. 그 전까지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박봉'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지나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들이 더 잘해야 되는 건 맞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그들을 몰아부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번 초과근무수당 파동에 있어서 내가 공무원들 편을 드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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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6-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모르는 얘기 하나 하겠습니다.
저도 정말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제가 다니는 사무실의 직원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여가 조금 올랐습니다. 해마다 일반 공무원 급여표와 비교해서 급여 책정을 한다고 하지만, 결코 그들과 같이 받지는 않습니다. 본봉 자체도 다르고, 그들은 온갖 수당을 합해서 연봉으로 비교를 하게 되면 차이가 많이 나지요. 하지만 우린 연봉으로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저 본봉으로만 비교당합니다.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면 우리 사무실은 '알바비'만큼도 안나오는 직원도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은 알바비가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했더랬습니다.
국민의 세금,이라는 생각을 떠나 저는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솔직히 마태님이 받는 급여가 많아서 공무원 급여가 박봉처럼 느껴지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연봉차이가 많을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은 대기업뿐입니까?
일이 많아 퇴근 후에도 일하지만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능력의 차이일까요?
무능력한 제가 받는 급여가 박봉일수밖에 없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이 박봉,이라면 그건 그걸 알면서도 그 직장을 택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초과 근무수당을 거짓으로 보고하면서 받아챙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될수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뭔가 울컥해서 마구 써댔는데, 제가 잘 모르고 떠든거라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치카님 댓글 보고 생각해보니..저도 초과근무수당 안받고 오늘도 일하고 왔군요..^^ 소장한테 달라그래볼까나..^^

땡땡 2007-06-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1262018

Joule 2007-06-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며칠 전 꿈에 부리님이 저에게 문자메
지를 보냈어요. 시대적 배경이 미래였는지 컴퓨터로 문서 작성한 한글 파일을 휴대폰에 전송하면 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공중에 그 문서 파일이 열리는 거였는데요. 저에게 술을 사주고 싶다는 내용을 장장 A4 3장 분량으로 써보내신 거 있죠. 이거 꿈이에요 생시예요?

비로그인 2007-06-1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해외 출장비에는 시장님 부인 선물비도 포함되어 있다죠?

조선인 2007-06-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흰 연봉계약서에 1주일 12시간 이내의 초과근무의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이상이라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하는 양식이 없습니다. @.@

세실 2007-06-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서들은 주말 근무 혹은 평일야근 한것에 대해서만 받고 있습니다. 직원, 상사의 견제가 더 심하죠. 도서관은 현업수당이라고 해서 공무원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15시간의 초과근무도 받지 못하고 제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제가 있는 도서관은 안받고 안하자 입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작년엔 달마다 보너스도 제법 있었는데 올해부턴 본봉에 웬만한 보너스가 합해지다 보니 결론적으로는 월급이 많이 줄었어요. 흑

하지만 초과근무도 하지 않고 받는건 같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반대입니다.

울보 2007-06-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하네요
시동생은아니고 어머님의 조카인데 얼마후에 장가를 간다는데 올해 스물아홉인가 해요 그런데 그동안 체육관에서 코치생활을 했었는데 다시 대학을 들어가고 부모님이 3년동안 집에서 같이; 산다고 하더군요ㅡ그동안 생활비는 모두 부모님이 부담하고 아들은 공무원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참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여지껏 키워주었는데 공무원이 그렇게 좋은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맘이 좋다더군요 좋으니 그리들 들어가려고 하지 하더군요 아무튼 무언가가 있으니 모두들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려고 하는가 싶어요 참 열심히 일하고 적은 봉급받는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부리 2007-06-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그만큼 다른 직장이 안좋아진 게 아닐까요. 비정규직이 절반에 육박한다는데, 공무원은 안정성 면에서는 최고잖아요...
세실님/아 글고보니 님도공무원이시군요.... 올해부터 월급이 줄었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청주번개가 없어진 게 그 탓이군요....
조선인님/아 네...님도 공무원이셨죠.....
주드님/제 해외출장비엔 주드님 선물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설이 있어요^^
쥴님/아마...생시일 겁니다^^
도님/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직접 가서 글 남기겠습니다.
메피님/건축업계 소장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느 정도 안답니다^^
치카님/님 글에 대한 대답은 페이퍼로 대신하겠습니다 긴 댓글 감사드립니다
속삭님/님 말고는 없는데요^^
속삭님/그렇긴 하지만 요즘 제가 좀 감상적이 되서 말입니다...
속삭님/건축 쪽 상대하는 공무원들은 좀 나쁜 것 같아요 제 편견인가요??

2007-06-1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URL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비로그인 2007-06-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다면 저는 이러나 저러나 좋습니다~ 에헤라디야~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해외출장을 가야지 말입니다^^ 외국나갈 계획이 당분간 없네요

조선인 2007-06-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공무원이라굽쇼? 금시초문인데요? ^^;;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제가 잘못알았어요...죄송.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저곳으로 자주 유랑을 다니는 이유는 순전히 사람을 만나기 위함일 뿐, 뭔가를 보고자 함은 아니다. 에펠탑이니 자유의 여신상이니 나이아가라 폭포니, 그런 것들에 난 하등 관심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 후미진 술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는 거다.

이랬던 내가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꼭 유명한 건축물을 보지 않더라도 내가 가는 곳의 공기 한점, 풀 한포기를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지고 간 스케치북에다 그리고 싶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때문이다. 목마른 낙타처럼 단기간에 쌓을 교양을 갈구하던 내게 홀연히 나타나 빈 머리를 꽉꽉 채워주던 멋있는 '보통'은 이번 책에서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내게 고호의 위대함을 어느 미술선생보다 더 잘 가르쳐 줬고, 이름만 알던 워즈워드의 시 세계를 어느 문학선생보다 더 잘 깨닫게 해줬다. 이들 말고도 이 책에는 플로베르, 훔볼트, 러스틴 등이 등장, 나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어 준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진짜로 풀 한포기의 아름다움을 느끼러 떠나진 않을 것이다. 왜? 다음주까지 술약속이 쫙 잡혀 있으니까. 쉽게 말하면 오늘도 술, 내일도 술, 모레는 술... 이런 판국에 대체 어디를 가겠는가? 술 스케줄이 다 끝나고 가면 되지 않냐고? 나는 안다. 그때쯤 되면 <여행의 기술>을 읽은 감동이 다 사라져서, "여행은 무슨 여행? 그냥 술이나 먹자" 이럴 것임을.

책의 첫부분에서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2월의 늦은 오후에 나의 여행 벗인 M과 ...공항에 착륙했다."

그 순간부터 내 관심은 여기에 집중됐다. M이 남자일까 여자일까,에. 그게 신경쓰여 책에 몰입이 잘 안됐다. 더 읽다보니까 알게 됐다. M은 여자였다. 그 다음부터는 몰입이 잘 됐을까? 물론 아니다. 갑자기 M이 미녀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니까 보통이 부러워서, 몰입이 잘 안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올해 읽은 책 중 베스트로 꼽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보통을 읽자. 그리고 이번 주말, 어디론가 한번 떠나보자. 나야 물론 술을 마시고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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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7-06-0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부리님 뭔가 잘못 알고계신 것 같아서 로그인했습니다. M은 바로 접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마태우스 2007-06-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추천도 했습니다^^

마태우스 2007-06-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친김에 땡스투도 했어요^^

마태우스 2007-06-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기도 할까요?

마태우스 2007-06-0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이 리뷰 신고했어요! 신변잡기만 나열해서 리뷰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마태우스 2007-06-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더 할 거 없나? 열자이상!

마태우스 2007-06-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이 리뷰, 토크토크에 뜨면 어쩌나 싶어요 베시시.^^

마태우스 2007-06-08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일곱마리가 나란히 걷는 모습, 멋집니다그려

해적오리 2007-06-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몬살어...;;;

해적오리 2007-06-0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도 추천은 했어요.^^

해적오리 2007-06-0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댓글 10개를 채워볼까?

해적오리 2007-06-0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다, 따라하기는 이제 그만. 회의 준비나 해야쥐.

비로그인 2007-06-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내친김에 저도 추천. 저는 여행의 기술은 여행할 때만 들고다니며 읽어요. 그래서 아직 다 읽지 못했어요. 내 인생 최후의 여행지는, 여행가방은 어떤 곳 어떤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비로그인 2007-06-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리님이랑 마태우스님이랑 되게 친하신가봐요.

2007-06-08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6-0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마태님 덕분에 토크토크에 떴어요!! ㅎㅎ
땡스투 하고 담아가요. 보통의 이 책은 안 사뒀네요...
아, 여행가고 싶어요.~~

바람돌이 2007-06-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바람돌이 2007-06-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이랑

바람돌이 2007-06-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가고 싶어요

바람돌이 2007-06-0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빼고요. ㅎㅎㅎ

chika 2007-06-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부리 녀석이랑 여행가면 재밌을 거 같아요. 아, 마태님은 여행 싫어하잖아요? 그냥 간식만 사 주세요. 제가 부리녀석이랑 잘 먹을께요....;;;
아, 놀러가고싶다~ (철푸덕)

다락방 2007-06-0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리님이랑 여행가고 싶어요.

다락방 2007-06-0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마태우스님이랑도 여행가고 싶어요.

다락방 2007-06-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과, 마태우스님과 다 함께여도 좋을것 같아요.

다락방 2007-06-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추천도 합니다. :)

비로그인 2007-06-08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청자도 많은데 단체로 MT라도 가셔야겠어요, 부리님 :)

홍수맘 2007-06-0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지러워요. ㅋㅋㅋ
그래도 방가방가!!!

moonnight 2007-06-0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체셔님 말씀이 정답. MT가셔야겠는데요. 부리님. ^^;

전호인 2007-06-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란스럽군요, 그래도 여행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ㅋㅋ

무스탕 2007-06-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해적이 말타고 가서 바람돌이님을 잡아다 다락방님께 넘긴것 같은 댓글이에요..
여행.... 떠나고 싶지요....

2007-06-0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하 2007-06-10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쯤 갈까요?ㅎ~

부리 2007-06-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음, 담주까진 안되고 그 담주에 오세요!^^
무스탕님/사실 지금은 여행가고픈 마음이 없어졌어요. 학교일이 넘 밀려서요 ㅠㅠ
전호인님/너무 길 필요도 없이 1박2일이면 좋을 것 같아요
달밤님/전 대구로 여행갈거예요!
홍수맘님/저도 방갑습니다
고양이님/네...그러게요...
다락방님/양다리는 범죄랍니다^^
치카님/제주도로 여행가는 것도 님에겐 여행인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바람돌이님/마태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속이 좁은 녀석이라 어찌될지 모르는데..
혜경님/앗 땡스투라니..감사합니다. 아마 후회 안하실 겁니다^^
속삭님/어 저 그런 거 아니어요 신변잡기리뷰란 말, 제가 평소 늘 쓰는 말인데요???
너구리님/애증의 관계죠 하핫
주드님/보통의 책을 읽다가 중단하나는 건 마음을 굳게 먹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해적님/댓글 감사합니다. 님 덕분에 토크토크에....히히
마태님/댓글과 추천, 땡스투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서울 외곽의 후미진 곳에서 냉면을 먹은 적이 있다. 외벽을 보면 언제 헐릴지 모르는 가건물 같고, 방바닥이나 테이블도 시골스럽기 그지없지만, 장닭에다 소주를 마시면 기가 막히게 맛있을 분위기였다. 그곳을 나오면서 난 다음을 기약했고, 엊그제 그 꿈을 이뤘다. 미녀 한명, 일반인 한명과 더불어 그곳에 간 것. 낮은 천장 때문에 머리를 숙여가며 그곳에 들어간 난 닭백숙과 처음처럼을 시켰다.


터진 창문으로 아저씨가 닭장에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가 닭 한 마리를 안고 나온다.

‘우리 때문에 저 닭이 죽는구나!’

아무리 식용이지만 동물을 잡는 과정을 보면 마음이 아픈지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안했는데, 더 마음 아픈 일이 벌어졌다. 아저씨 때문에 졸지에 아내를 읽은 수탉 한 마리가 목놓아 울기 시작한 것.

“꼬끼--오---”

계란말이에 소주를 마시며 닭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닭은 무려 20분간을 구슬프게 울어댔다.


거의 50분을 기다린 끝에 닭이 나왔다. 사람이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지, 닭 한점을 먹자마자 무거웠던 마음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양계장 닭이 대세인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닭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가. 국물 맛 또한 기가 막혀 감탄을 자아냈는데, 알랭 드 보통처럼 고상한 말로 그 맛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내 머리에 떠오른 단어는 ‘죽인다’가 고작이었다. 셋이서 먹기엔 다소 양이 많았음에도 살 한조각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치운 것, 그리고 국물 한방울까지 다 떠먹은 것은 그 장닭의 위대한 맛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 맛에 밀려 닭에 대한 미안함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우리 셋은 ‘정말 잘 먹었다’를 외치며 그 집을 나왔다. 하지만 다음에 또 거길 간다면 미리 전화 예약을 하리라. 맛만 즐기고 미안함은 피하고 싶으니까.


* 저, 그리고 미녀 한명과 일반인이라고 썼는데요, 일반인은 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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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6-0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닭고기 좋아해요.

Mephistopheles 2007-06-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면을 드시러 들어가셨다면서 갑자기 닭이 등장해 약간 어리벙벙합니다..^^

야클 2007-06-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닭칼국수도 치킨라면도 있던데 닭냉면이라고 없겠습니까? ^^

부리님/ 일식집에 가서 생선회 먹을 때 제살 다 발리고 뼈만 남은 물고기가 무우채 위에 누워 눈을 꿈벅 거리며 "내 살 먹을만 하냐?"하고 쳐다볼때의 기분 같겠군요.^^

비로그인 2007-06-0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예전에 속초엔가 가서 살이 다 발리고 접시위에 놓여져서 아가미가 꿈벅하는 광어에게 소주를 부어준 잔인한 기억이 있어요. 흑, 그래놓고 새끼돼지 능지처참에 인간들은!!! 그러면서 분노했지요.. 흑.

마법천자문 2007-06-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도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노벨상에 도전하겠습니다.

sooninara 2007-06-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전환 수술한 닭인가요???? 아니면 레즈비언 닭커플??
(저 일반인으로 끼워주세요. 다음에 닭 드시러 갈때요^^)

ceylontea 2007-06-0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들이 정말 재미있어 웃다가 갑니다.. ^^
저도 그 닭 먹으러 가고 싶어요.. 예약하고.. ^^
 

 

 

 

 

 

예과 학생들이 본과에 가기 위해서는 토익 650점을 넘어야 한다. 작년 학생 중 하나는 거듭된 시험에도 불구, 최고 점수가 642점에 불과해 올 한해를 그냥 놀고 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가 요구하는 점수가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사실 난 학생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나 자신이 토익시험을 봤을 때 과연 그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토익과 영어실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영어-특히 듣기-에 취약한 내가 예과생이었다면 650점 때문에 전전긍긍했으리라.


어느 토요일, 나를 비롯한 한국인 셋과 독일인 한명이 만나서 논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두명은 영어를 가르치는 분들이고 독일인은 당연히 영어에 능했기에, 문제는 나였다. 평소 안쓰던 단어들을 끄집어내며 하고픈 말을 하는 대는 성공했지만, 듣는 건 역시나 힘들었다. 그냥 알아들은 척을 하느라 바보같은 웃음을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게 고작.


시간이 되어 우리는 고기를 먹으러 갔고, 나는 소주를, 다른 사람들은 내가 타준 사이다+소주 칵테일을 마셨다. 고기가 다 익을 무렵 독일인에게 말했다.

“Help yourself!"

단어만 더듬더듬 나열하던 내가 이렇게 완성된 문장을 말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독일인이 고맙다고 말했을 때, 난 내친김에 내가 기억하는, 그리고 ‘help'가 들어가는 문장을 하나 더 말했다.

“Heaven helps who help themselves."(그나마 중간에 ‘those'를 빼먹었다).

독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웃었다. 또다시 내친김에, 난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완성된 문장 중 하나를 말했다.

“Make hay while sunshines"


독일인이 소주 칵테일을 원샷했을 때, 그에게 말했다.

“If you drink such (너 그렇게 마시면), you go suddenly!(확 가는 수가 있어!).”

내 번역을 들은 친구들이 웃는 동안 독일인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사람이 예과 학생들에게 “650점 못넘으면 본과 못가요!”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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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6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6-0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저보다 낫습니다. 저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제가 일하는 곳에도 아일랜드인 두 명이 있는데 저는 '하이' 밖에 안해봤습니다.

물만두 2007-06-0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영어 대단하십니다^^

부리 2007-06-0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만두님 오랜만이어요! 글구 저거 취중영어 아니구요 취하기 조금 전이랍니다^^
아프님/흐음, 하이 가지고는 힘드셨을텐데....^^
속삭님/앗 이렇게 멋진 댓글을 왜 속삭이셨는지요???^^

마늘빵 2007-06-0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ㅋㅋㅋ

다락방 2007-06-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너무 멋져요. ㅎㅎ
특히 너 그렇게 마시면, 확 가는 수가 있어. 최고예요. 멋진 부리님 :)

ceylontea 2007-06-0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복직하면 중국 조선족하고 일해야 해요.. 3명이나.. --; 저는 중국어의 중자도 몰라요.. 어떻게 일을 시켜야할지 난감, 또 난감입니다.. ㅠㅠ;

2007-06-07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