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 공무원들이 5년간 초과근무수당을 333억원이나 챙겼단다. 사람들은 일단 그 액수에 놀라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엔 공무원들을 비난한다. 공무원 하면 복지부동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분노의 수위는 더 높아지리라. 전원이 밤 12시까지 근무한 걸로 속이고, 지문으로 출퇴근 기록을 관리한 이후엔 "추리닝과 쓰레빠 차림으로 다시 나와 퇴근 기록을 남"겼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다. 김소희 기자는 시네21에 실은 글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이참에 나도 밤에 꿈속에서 기사 쓸 궁리한다고 주장해, 24시간 근무한 걸로 인정해달라고 회사에 얘기해볼까 싶다."

근무도 안해놓고 초과수당을 챙기는 게 괘씸하긴 하다. 하지만 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다. 초과근무수당은 공무원들 입장에선 봉급의 일부였다. 물가를 잡는 게 경제의 가장 큰 목표이던 시절, 공무원 봉급은 언제나 '동결'이었다. 공무원에게 줄 돈을 인상하고 나면 물가를 한자리 숫자로 유지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무원 연봉은 대기업에 비하면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선 편법으로 공무원들에게 소득을 보전해 줬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초과근무수당이다.

96년부터 난 공무원들이 바글바글한 국립보건원에서 근무했다. 그곳이라고 다를 바가 없어, 거기 있는 모든 직원들은 다 밤 10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조작을 했었다. 그거 말고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가지도 않는 출장을 갔다고 속여 출장비를 챙긴 거였다. 그래서 5급 대우였던 난 일년 중 거의 절반을 출장 간 걸로 적혀 있었는데, 어쩌다 한번씩 내사가 나오면 후다닥 도망치곤 했다.

이런 게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건 말하고 싶다. 공무원이 좋은 직장의 대명사가 된 게 과연 언제부터냐고.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면서, 안정성 면에서 조금 나은 공무원이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거다. 그 전까지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박봉'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지나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들이 더 잘해야 되는 건 맞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그들을 몰아부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번 초과근무수당 파동에 있어서 내가 공무원들 편을 드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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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0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7-06-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모르는 얘기 하나 하겠습니다.
저도 정말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제가 다니는 사무실의 직원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여가 조금 올랐습니다. 해마다 일반 공무원 급여표와 비교해서 급여 책정을 한다고 하지만, 결코 그들과 같이 받지는 않습니다. 본봉 자체도 다르고, 그들은 온갖 수당을 합해서 연봉으로 비교를 하게 되면 차이가 많이 나지요. 하지만 우린 연봉으로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저 본봉으로만 비교당합니다.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면 우리 사무실은 '알바비'만큼도 안나오는 직원도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요즘은 알바비가 더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했더랬습니다.
국민의 세금,이라는 생각을 떠나 저는 공무원 급여가 박봉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솔직히 마태님이 받는 급여가 많아서 공무원 급여가 박봉처럼 느껴지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연봉차이가 많을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은 대기업뿐입니까?
일이 많아 퇴근 후에도 일하지만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능력의 차이일까요?
무능력한 제가 받는 급여가 박봉일수밖에 없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이 박봉,이라면 그건 그걸 알면서도 그 직장을 택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초과 근무수당을 거짓으로 보고하면서 받아챙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될수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뭔가 울컥해서 마구 써댔는데, 제가 잘 모르고 떠든거라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07-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치카님 댓글 보고 생각해보니..저도 초과근무수당 안받고 오늘도 일하고 왔군요..^^ 소장한테 달라그래볼까나..^^

땡땡 2007-06-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1262018

Joule 2007-06-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며칠 전 꿈에 부리님이 저에게 문자메
지를 보냈어요. 시대적 배경이 미래였는지 컴퓨터로 문서 작성한 한글 파일을 휴대폰에 전송하면 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공중에 그 문서 파일이 열리는 거였는데요. 저에게 술을 사주고 싶다는 내용을 장장 A4 3장 분량으로 써보내신 거 있죠. 이거 꿈이에요 생시예요?

비로그인 2007-06-1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해외 출장비에는 시장님 부인 선물비도 포함되어 있다죠?

조선인 2007-06-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흰 연봉계약서에 1주일 12시간 이내의 초과근무의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이상이라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하는 양식이 없습니다. @.@

세실 2007-06-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서들은 주말 근무 혹은 평일야근 한것에 대해서만 받고 있습니다. 직원, 상사의 견제가 더 심하죠. 도서관은 현업수당이라고 해서 공무원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15시간의 초과근무도 받지 못하고 제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제가 있는 도서관은 안받고 안하자 입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작년엔 달마다 보너스도 제법 있었는데 올해부턴 본봉에 웬만한 보너스가 합해지다 보니 결론적으로는 월급이 많이 줄었어요. 흑

하지만 초과근무도 하지 않고 받는건 같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반대입니다.

울보 2007-06-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하네요
시동생은아니고 어머님의 조카인데 얼마후에 장가를 간다는데 올해 스물아홉인가 해요 그런데 그동안 체육관에서 코치생활을 했었는데 다시 대학을 들어가고 부모님이 3년동안 집에서 같이; 산다고 하더군요ㅡ그동안 생활비는 모두 부모님이 부담하고 아들은 공무원준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참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여지껏 키워주었는데 공무원이 그렇게 좋은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떤 맘이 좋다더군요 좋으니 그리들 들어가려고 하지 하더군요 아무튼 무언가가 있으니 모두들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려고 하는가 싶어요 참 열심히 일하고 적은 봉급받는이들이 얼마나 많은데,,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부리 2007-06-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그만큼 다른 직장이 안좋아진 게 아닐까요. 비정규직이 절반에 육박한다는데, 공무원은 안정성 면에서는 최고잖아요...
세실님/아 글고보니 님도공무원이시군요.... 올해부터 월급이 줄었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청주번개가 없어진 게 그 탓이군요....
조선인님/아 네...님도 공무원이셨죠.....
주드님/제 해외출장비엔 주드님 선물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설이 있어요^^
쥴님/아마...생시일 겁니다^^
도님/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직접 가서 글 남기겠습니다.
메피님/건축업계 소장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느 정도 안답니다^^
치카님/님 글에 대한 대답은 페이퍼로 대신하겠습니다 긴 댓글 감사드립니다
속삭님/님 말고는 없는데요^^
속삭님/그렇긴 하지만 요즘 제가 좀 감상적이 되서 말입니다...
속삭님/건축 쪽 상대하는 공무원들은 좀 나쁜 것 같아요 제 편견인가요??

2007-06-1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URL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비로그인 2007-06-1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다면 저는 이러나 저러나 좋습니다~ 에헤라디야~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해외출장을 가야지 말입니다^^ 외국나갈 계획이 당분간 없네요

조선인 2007-06-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공무원이라굽쇼? 금시초문인데요? ^^;;

부리 2007-06-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제가 잘못알았어요...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