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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의 후미진 곳에서 냉면을 먹은 적이 있다. 외벽을 보면 언제 헐릴지 모르는 가건물 같고, 방바닥이나 테이블도 시골스럽기 그지없지만, 장닭에다 소주를 마시면 기가 막히게 맛있을 분위기였다. 그곳을 나오면서 난 다음을 기약했고, 엊그제 그 꿈을 이뤘다. 미녀 한명, 일반인 한명과 더불어 그곳에 간 것. 낮은 천장 때문에 머리를 숙여가며 그곳에 들어간 난 닭백숙과 처음처럼을 시켰다.
터진 창문으로 아저씨가 닭장에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가 닭 한 마리를 안고 나온다.
‘우리 때문에 저 닭이 죽는구나!’
아무리 식용이지만 동물을 잡는 과정을 보면 마음이 아픈지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안했는데, 더 마음 아픈 일이 벌어졌다. 아저씨 때문에 졸지에 아내를 읽은 수탉 한 마리가 목놓아 울기 시작한 것.
“꼬끼--오---”
계란말이에 소주를 마시며 닭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닭은 무려 20분간을 구슬프게 울어댔다.
거의 50분을 기다린 끝에 닭이 나왔다. 사람이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지, 닭 한점을 먹자마자 무거웠던 마음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양계장 닭이 대세인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닭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가. 국물 맛 또한 기가 막혀 감탄을 자아냈는데, 알랭 드 보통처럼 고상한 말로 그 맛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내 머리에 떠오른 단어는 ‘죽인다’가 고작이었다. 셋이서 먹기엔 다소 양이 많았음에도 살 한조각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치운 것, 그리고 국물 한방울까지 다 떠먹은 것은 그 장닭의 위대한 맛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 맛에 밀려 닭에 대한 미안함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우리 셋은 ‘정말 잘 먹었다’를 외치며 그 집을 나왔다. 하지만 다음에 또 거길 간다면 미리 전화 예약을 하리라. 맛만 즐기고 미안함은 피하고 싶으니까.
* 저, 그리고 미녀 한명과 일반인이라고 썼는데요, 일반인은 남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