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과 학생들이 본과에 가기 위해서는 토익 650점을 넘어야 한다. 작년 학생 중 하나는 거듭된 시험에도 불구, 최고 점수가 642점에 불과해 올 한해를 그냥 놀고 있다.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가 요구하는 점수가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사실 난 학생들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나 자신이 토익시험을 봤을 때 과연 그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토익과 영어실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영어-특히 듣기-에 취약한 내가 예과생이었다면 650점 때문에 전전긍긍했으리라.
어느 토요일, 나를 비롯한 한국인 셋과 독일인 한명이 만나서 논 적이 있다. 나를 제외한 두명은 영어를 가르치는 분들이고 독일인은 당연히 영어에 능했기에, 문제는 나였다. 평소 안쓰던 단어들을 끄집어내며 하고픈 말을 하는 대는 성공했지만, 듣는 건 역시나 힘들었다. 그냥 알아들은 척을 하느라 바보같은 웃음을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게 고작.
시간이 되어 우리는 고기를 먹으러 갔고, 나는 소주를, 다른 사람들은 내가 타준 사이다+소주 칵테일을 마셨다. 고기가 다 익을 무렵 독일인에게 말했다.
“Help yourself!"
단어만 더듬더듬 나열하던 내가 이렇게 완성된 문장을 말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독일인이 고맙다고 말했을 때, 난 내친김에 내가 기억하는, 그리고 ‘help'가 들어가는 문장을 하나 더 말했다.
“Heaven helps who help themselves."(그나마 중간에 ‘those'를 빼먹었다).
독일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웃었다. 또다시 내친김에, 난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완성된 문장 중 하나를 말했다.
“Make hay while sunshines"
독일인이 소주 칵테일을 원샷했을 때, 그에게 말했다.
“If you drink such (너 그렇게 마시면), you go suddenly!(확 가는 수가 있어!).”
내 번역을 들은 친구들이 웃는 동안 독일인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사람이 예과 학생들에게 “650점 못넘으면 본과 못가요!”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