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아빠' 와 '윤아'의 '엄마'는 불륜관계다. 주리의 아빠는 아내가 있고 고등학생 딸이 있으면서도, 고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윤아의 엄마와 연애(?)를 하고 있다. 게다가 윤아의 엄마는 주리 아빠의 아이를 임신까지 한 상태. 주리는 주리대로 이 사실을 주리의 엄마가 알게될까봐 두렵고 윤아는 윤아대로 남편 없는 자신의 엄마가 아이를 낳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게 두렵다. 윤아는 어느 밤, 엄마에게 그 아이를 지우라고 말한다.



"그 아저씨가 이혼이라도 한대? 안한대지?"

"전화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 물어봐. 왜, 이 시간에는 가족들이랑 있으니까 전화하지 말래?"


윤아의 말은 뼈를 때리는 말인데, 이에 윤아의 엄마는 윤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아마 윤아의 엄마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을 것이다. 아니, 믿고 싶었을 것이다. 고등학생 딸의 눈에도 훤히 보이는 진실을, 윤아 엄마는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관계는 비참함이지 사랑이 아닐테니까. 임신까지 한 마당에 그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변하지 않는 진실은,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그저 우리가 가진 환상, 거짓된 믿음, 착각하고 싶은 마음일뿐,

'사실'은,


그 사람은, 역시나, 그런 사람이다.



현재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지켜보았을 때 어리석어 보이는 관계, 그러니까 고등학생 딸이 짐작한 바 그대로,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윤아의 엄마는 그들의 관계가 바깥으로 드러나서야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는다. 내가 힘들 때 나에게 오지 않는사람, 자신이 한 일을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 그 남자가 말하는 그 '실수'로 여자는 많은 나이에 임신까지 했건만! 남자는 가정을 깰 생각도 없었고,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고, 병원에 입원한 '불륜의 애인'에게는 찾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데. 아, 대체 왜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사랑했단 말인가!



게다가 윤아의 엄마는 이미 윤아의 아빠로부터 한심한 남자의 전형을 목격한 바가 있다. 아버지 구실을 못하는 남자, 남편 구실을 못하는 남자를 이미 겪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주리의 아빠와 사랑에 빠져서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대체 왜,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경우 다시 사랑에 빠지지 못하게 될까봐여서겠지. 그렇다면 다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고 뭐가 어떻게 되길래 굳이 다시 사랑에 빠져야했을까.



윤아의 엄마는 혼자 식당을 운영하면서 '여자 혼자 운영한다고 돈 떼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식사대금을 선불로 받는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든 것들에서 그녀는 남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어야만 했을 것이다.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이 남자도 그 전의 남자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람이었어.


여자여, 왜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나요? 그것은... 사랑인가요?




며칠전 읽었던 《여자는 인질이다》의 이 구절이 떠올랐다.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 상황 2는 피지배 집단에 속한 개인이 지배 집단에 속한 친절한 특정 개인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 집단-피지배 집단은 예컨대 부자-빈자, 백인-흑인, 남자-여자, 이성애-동성애 집단이 맺는 관계다.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따라 특정한 종류의 트라우마를 겪거나, 친절을 베푸는 처지가 된다. 이건 예측 범위 내에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친절한 지배 집단 일원과의 접촉 자체는 무작위적이다. 즉, 피해 집단의 특정 일원이 지배 집단의 특정 일원과 접촉하게 될지 아닌지는 우연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라는 집단이 여성이라는 집단에게 폭력적인 상황에서 특정 남자가 특정 여자에게 친절을 보인다면, 여자 개인은 이 친절한 남자 개인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를 겪게 된다. '남자는 안 믿는다', '남자는 믿을만한 족속이 못 된다'라고 말하는 여자가 내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예외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p.124)



위의 구절은 윤아 엄마에게 겹쳐졌다. 이미 빌어먹을 남편을 겪어냈으면서, 그러나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며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를 감싸는 모습. 그리고 또다시, 빌어먹을 남자를 겪어내고야 만 현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우리는 억압된 현실속에서 아주 작은 친절에도 감사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억압하지 않은 현실을 갈구하기 보다는, '아아, 친절해' 하는 것. 얼마전에 본 영화 《콜레트》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지 않던가.


'목줄을 느슨하게 맸다는 게 목줄을 안 맨 건 아니지'



린다 러브레이스 본인은 데이비드 윈터스가 "트레이너와는 정반대로 보였다"라고 말하지만, 러브레이스가 두 남자를 설명한 내용을 유심히 보면 둘은 유사한 점이 많다. 윈터스도 트레이너처럼 연예 산업 종사자였으며, 린다를 이용해 생계를 해결한 것도 트레이너와 같았다. (윈터스는 린다 통장의 돈을 자기 돈처럼 썼고, 트레이너는 린다의 성적 행위를 상품처럼 팔아먹었다.) 윈터스가 트레이너와 달랐던 점이 있다면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다. (p.123)





노예 소유주가 친절을 베풀면 수하의 노예들은 노예제의 멍에가 견딜만하겠지만, 노예 제도의 극악무도함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p.201)




실제로 우리는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할 때 의존성이 제일 강해지며, 빵 쪼가리에 가까운 친절에도 가슴 벅차하게 된다. (p.201)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p.190)



여자는 여남 소득 격차 때문에 남자와 손을 잡으면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남자가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게 해주거나 그럭저럭 살만하게라도 해주면 당연히 여자 처지에서는 남자가 친절을 베푼다고 느낄 수 있다. 여자 대부분이 남자라는 끈만 놓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자의 임금을 남자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로 남자다. 여자에게 남자의 친절이 필요하게 한 범인이 남자라는 말이다. (p.194)



누군가에게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이 내 입밖으로 나온 순간, 바로 그 때, 그 관계를 다시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친절은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신변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사소한 친절도 신변이 위협받거나 심신이 약해졌을 때는 크게 느껴진다. 앤절라 브라운Angela Browne의 책에 따르면 파트너의 구타에 시달리는 여자 중에는 파트너가 폭력을 중지하는 것을 친절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p.95)






사람들은 대부분 신체적 폭력을 정신적 폭력보다 더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파트너 구타에 시달리는 여성 피해자나 전쟁 포로를 다룬 연구를 보면 실제 신체 폭력보다 폭력을 가하겠다는 협박이 심리적으로 더 큰 가해다. 많은 피해자가 불구로 만들거나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처럼 감정적인 학대에 노출되었을 때 신체적 생존이 위협당한다고 느낀다. 이런 이유로 정신적 폭력은 신체적 폭력만큼이나, 혹은 신체적 폭력보다도 더 스톡홀름 증후군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 P93

피해자는 ‘당할 만해서 당한다‘라는 인질범/가해자의 착각을 내면화하면서 피해 사실을 부끄러워하게 되는데, 피해자는 이런 수치심 때문에 가해자와는 시각이 다른 타인과 선뜻 가까워지지 못하고 고립되기도 한다. - P96

장기간 감금되어 있던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가해자와 분리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여기에는 다수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중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먼저 고립돼 있던 기간 동안 피해자가 맺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긍정적인 관계는 가해자와의 관계다. 피해자는 이 관계를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앞서 언급했듯 피해자는 가해자가 심은 공포로 인해 보살핌, 보호, 안전을 갈구하며,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이를 찾으려 한다. 두 번째로 피해자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정체성은 가해자의 눈으로 본 자기 자신이다. 피해자는 이 정체성마저 잃어버릴까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버려지는 것이 두렵고, 외로운 것이 두려우며, 가해자 없이 살 수 없을까봐 두렵고, 가해자가 없으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게 될까봐 두렵고, 공허함이 두렵다. 피해자의 두려움이 클수록 피해자가 더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었다는 뜻이 되며, 피해자의 자아감이 더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02

아동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눈을 통한 자아감이 평생 유일하게 가져본 자아감일 수 있다. 성인 피해자는 이 자아감 이전에 가졌던 자아감을 밀어내고 자리잡았을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가해자에게 벗어나 자아감 없이 산다는 건 심리적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 P103

인질극이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리를 지키는 건 가해자가 자신을 ‘잡으러‘ 다시 돌아올 것이고, 이번에는 가해자가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라고(살려주지 않을 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한 번 당했다는 게 다시 당할 수 있다는 증거로 느껴진다. 피해자는 나머지 평생을 자칫 가해자를 배신할까 두려워하고, 다시 가해자가 자길 잡으로 올 때를 준비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가해자와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멀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옆에 두길 원하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서 멀어지면 기겁할 것이다. 피해자가 만사를 가해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피해자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다. - P103

피해자는 (1)목숨을 위협했던 사건을 둘러싼 본인의(부정적, 긍정적)감정을 직면해야 하고 (2)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사용했던 생존 전략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을 인지한다.) 이렇게 공포를 극복해야만 다시 두려운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라앉을 것이다. - P104

표 2.2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것과 피해자가 본인을 탓하는 것, 두 가지 인지 왜곡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오귀인misattribution이라는 개념부터 알아보자. 오귀인은 원인을 잘못 짚어 생각한다는 뜻이다. 피해자는 본인이 흥분 상태이고 가해자에게 과잉된 관심을 보이는 게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오귀인은 피해자가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 생기는 잉ㄴ지 왜곡이다. 이런 오귀인(인지 왜곡)없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지도, 계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월스터와 버샤이드의 표현대로 "피험자가 … 본인의 경험을 사랑으로 규정짓는 순간, 그건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 P108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타인과 고립되어 있으며, 가해자/인질범의 사소한 친절을 목격한 개인이 있다. 이 개인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실제로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 사람에게 유대감을 느껴야 하므로,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은 상당한 인지 왜곡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해자는 무의식적으로 학대 부정이라는 인지 왜곡을 통해 위험과 트라우마 가능성을 잊으려 하고, 학대 부정은 가해자와의 유대감 형성을 촉진한다. - P128

학대가 꼭 이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만 여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파트너에게 맞고 사는 여자 중 많은 수는 자살 사고와 자살 시도, 실제 자살로 걸어 들어간다. 차마 가해 파트너를 살해하지는 못하는 여자들에게는 자살이 학대를 멈출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146

모든 아동은 생존을 위해 모부에게 완전히 기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모부의 인질이라고 볼 수 있다. 모부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을 때, 모부다 실제 신체적 폭력을 쓰거나 폭력을 쓰겠다고 위협할 때 아동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 P152

러셀은 맥키넌의 요청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선정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930개 가정의 설문을 바탕으로 여자가 평생에 걸쳐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겪지 않을 확률을 구했다. 그 확률은 단 7.8%에 불과했다. - P164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함으로써 남근이 여근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확립되면, 남자는 일상적으로 여자와 상호작용할 때조차 이런 폭력에서 이득을 얻는다. 그저 자기는 남근이 있고 여자에겐 여근이 있다는 걸 환기하기만 해도 우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해서 남근이 위고 여근이 아래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남자는 일부지만, 결국 일부 남자의 폭력이 늘수록 모든 남자가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 P171

많은 여자는 남자가 가장 친절할 때가 성관계를 가질 때라고 말한다. - P195

‘박는다‘는 말이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 말이 함의하는 행위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 P196

지배가 공고하면 공고할수록 지배는 우리 눈에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남자는 두 가지 논리로 이런 폭력을 합리화한다. 여자는 싫다고 말해도 실제로는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성관계가 필요한 쪽은 여자라고 하기도 한다("박히면 좋아서 꼼짝 못할 주제에." 같은 말이 그런 생각을 담고 있다.) - P197

남자들이 함께 모여 여자를 어떻게 ‘따먹고‘ ‘박아볼까‘ 이야기를 하고 ‘진도‘를 운운할 때, 이들은 성관계는 여자랑 하긴 해도 남자끼리의 감정적 유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성 동지들에게 "나랑 자는 여자보다 너희들이 더 중요해"라고 전하는 것이다. (이게 많은 남자가 어떤 여자랑 성관계를 갖는지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또한 여기에 여자와의 성관계는 착취가 목적이라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남자들끼리 이런 대화가 이루어질 때, 남성 청자도 남성 화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자에게 ‘박고 있는‘ 남자 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 동지들이 지켜보며 서 있다. 남자가 여성 착취에 성공하면 그건 모두의 승리가 되고, 승리로 말미암아 남자끼리의 유대감이 강화되며, 이들은 여성성을 발밑에 깐 채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나가 된다.
- P198

오늘날의 문화에서 많은 남자는 여자가 비하당하고, 모멸감을 느끼고, 조종당하고, 고통을 받는 광경을 봐야만 ‘싼다.‘ 오르가슴을 느낄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여성 착취가 없으면 성적이거나 에로틱한 경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본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여자가 굴욕을 감수하기를 원하는 남자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남자의 돈으로 쌓아 올린 수백만 달러 규모의 포르노 산업이 그 증거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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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9-30 08:25   좋아요 0 | URL
방금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2019-10-02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로나온 책들을 체크하다가, 아이고야, 내가 좋아하는 《내가 좋아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셋트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아직도 가끔 영화속의 자쿠지 씬을 돌려보곤 하는데(라라 진, 피터 너무 좋아!), 그리고 이 책이 다 번역되기를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셋트로 나왔다고?



오늘 이 소식을 회사동료에게 전했는데, 이미 원서로 완독한 동료는 내게 '라라 진의 성장일기로 너무 좋다'고 했다. 로맨스는 그저 거들 뿐. 아아, 역시 읽고 싶다. 성장.. 제가 너무 좋아하고요.



















아아, 너무 좋으다. 나오길 기다린 책이라 나와서 너무 좋으다. 그렇지만... 오늘 장바구니 비울 때는 넣을 수 없어. 미안해..조금만 기다려 주겠니? (글썽) 다른 책들이 먼저야. 순서를 기다리렴.




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새로 나오면 우리가 같이 읽는 도서로 어떨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오늘 눈에 띈 책은 이것.
















[알라딘 책소개]



나디아 무라드 자서전. 2018년에 99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된 나디아 무라드는, 2014년 말랄라 유사프자이에 이어서 두 번째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 38개국으로 번역된 이 책에는 IS 성 노예에서 폭력으로 고통받는 모든 여성을 위한 인권 대변인으로 거듭난 나디아의 생생한 증언이 담겨 있다.

이야기는 나디아 무라드가 살았던 이라크 야지디 마을 코초에서 출발한다. 코초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누렸으며 늘 함께였다. 그러던 2014년 8월, 수니파 무장 단체 IS가 마을을 포위하면서, 이들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IS는 광기와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IS에 포섭되지 않는 이들은 집단 학살되거나 강간당했다.

나디아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디아의 오빠 여섯 명과 어머니는 죽임을 당했고, 나디아는 IS 대원의 성 노예가 되었다. 나디아는 IS가 시장 혹은 페이스북을 통해 팔아넘긴 수천 명의 야지디 여성 중 한 명이었다. IS 대원에서 또다시 IS 대원에게 넘겨지며, 반복된 폭력을 겪었다.

<The Last Girl>에는 나디아 무라드가 맞닥뜨린 끔찍한 사건과 목숨을 건 탈출 과정이 담겨 있다. 담담한 서술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디아가 겪은 고통이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의 목소리는 인권을 유린당한 모든 여성의 목소리이며, 모든 난민의 목소리이다.



오, 송은일의 신간도 나왔네?!


















읽고 싶은 책들이 나와서 너무 좋고 또 너무 싫다... 저걸 언제 다 사서 언제 다 읽는담. 그렇지만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은 또 너무 기쁘지. 그래서 좋고 또 싫다.

아무튼 나는 장바구니 비우러 가겠다.

책 안사고 참아볼라했는데, 스티키 북마크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사야한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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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5-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스티키 북마크가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사야 한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제가 눈 가렸으니까 얼른 ‘아웅‘ 해보세요. ㅋㅋㅋ

다락방 2019-05-15 11:01   좋아요 0 | URL
진짜에요, 진짜라니까! 진짜라구욧!
(정말 눈 가린 거 맞아요? ㅋㅋ)

syo 2019-05-15 11:15   좋아요 0 | URL
눈 가려도 다 보여요. 궁예야 궁예.

누구인가? 누가 스티키 북마크 소리를 내었어??

다락방 2019-05-15 12:3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몰라 나 주문했어요. 스티키 북마크. 여섯 권의 책은 그저 거들뿐.... ( ˝)

비연 2019-05-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이러시면 곤란해요..ㅜㅜㅜㅜ

다락방 2019-05-15 17:18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오늘의 구매는 마쳤고요, 조만간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구매할 예정입니다. 으하하하하
 

오늘 오후에 MRI 검사가 있어 금식중인데, 알라딘 들어와 장바구니 정리하다가(뭘 사고 뭘 빼야할까?) 이 책을 봤다.


















아 이 책 보자마자 어찌나 소보로가 먹고싶어지는지 ㅠㅠ 소보로 너무 먹고싶어 ㅠㅠ 소보로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보로 내가 무슨 맛인지 너무 잘 아니까, 내가 진짜 잘 아니까..

소보로 정말 맛있잖아요. (글썽)


이따 검사 끝나면 소보로 한바구니 사가지고 들어가서 와구와구 먹어줄테닷!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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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9-05-1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어봤자 아는 맛이라지만
아는 맛이니까 먹고 싶나봐요.
무서운 아는 맛, 소보로 맛.

다락방 2019-05-14 10:1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는 맛이라 더 간절히 먹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5-1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보로. 급먹고 싶어지는.

다락방 2019-05-14 10:51   좋아요 1 | URL
너무 맛있겠죠? ㅠㅠ 너무 먹고싶어요. 저는 몇 시간만 참고난 뒤에 먹을거에요!! >.<

소보로는 우유랑 먹어야 제일 맛있겠죠? 우유는 싫지만... 그래도 우유랑 먹어야겠당 ㅋㅋ

hnine 2019-05-1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식 중이시라니 어떤 것인들 당기지 않겠어요. 소보로면 소보로, 단팥빵이면 단팥빵, 육포면 육포 ^^
일단 MRI 검사 잘 받으시길 바랍니다. 결과도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9-05-14 11:06   좋아요 0 | URL
지금으로서는 다른 음식을 떠올리지 않는게 제일 급한 일 같아요. 다 떠오르면 다 사먹어야 되잖아요. 그나마 소보로에 꽂힌 게 다행인 것 같아요. 후훗. 소보로는 몇 개고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감사해요, 나인님.

잠자냥 2019-05-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그래서 먹는 이야기가 별로 없던 것이군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MRI나 CT 찍어보자고 하면 저는 결과 때문에 더럭 겁부터 나던데 다락방 님은 이와중에도 소보로 ㅋㅋㅋㅋ 역시 용자이십니다. ㅋㅋㅋㅋ 결과에 아무 이상 없기를 바랄게요!

다락방 2019-05-15 08:25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결과는 이미 아는 거고요 ㅎㅎ 어떤 수술을 해야할지를 보는 거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딱히 겁날 건 없었어요. 다만 배가 고팠을 뿐...

어제 병원에서 나오면서 빵집 다 털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와서 빵과 우유 밥과 김치 동시에 먹는 신공을 보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후에 다시 술상 차려서 찹스테이크,감바스,닭갈비... 로 술안주를 했습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9-05-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사 잘받으세요. 걱정할 일은 아니지요?

2019-05-15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나 2019-05-1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수술 잡혔으니까 몸 관리 잘하셔서 수술 잘하시고 빨리 회복 되세요. 수술 하신다니 맘이 아프네요. 그래도 별일 아닌 헤프닝으로 지나갈꺼에요.
 

왜 가방은 늘 무거운걸까,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를 요즘 자주 생각했다. 무거운 가방이 나의 팔자인가보다 생각하며 잘 살아 왔지만, 최근에 노화 때문인지(응?) 무거운 가방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기로 결심한 동료는, 화장을 하지 않으니 굳이 가방이 필요없다고 했다. 그래서 핸드폰 하나만 들고 다녀. 아아 세상 부러운 거다. 나도 뭐 굳이 화장품은 안가지고 다녀도 되지만 에코백이어도 책....다이어리....만년필.... 지갑.....빼놓을 수가 없는 것들 때문에 너무 무거워. 게다가 책은 어떤 날에는 굳이 두 권씩을 넣고 다녀. 어깨 뽀샤진다 진짜.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가볍게 다닐까, 고민하다가, 내가 매일을 그럴 순 없고(다이어리와 만년필 없으면 불안초조해짐), 일주일에 하루 이틀 만이라도 가볍게 다녀보자! 결심하고 모든 걸 다 내려놓자!! 오늘은 가진 것 중에 가장 작은 크로스백을 들고 왔다.



가볍게 하기 위해서 일단 책을 넣지 않았다. 출퇴근시간에 책 없이 어째야 할까 난감했지만, 오호라, 영화를 다운 받으면 되지! 나는 [미성년]을 옥수수에서 구매해 핸드폰에 다운 받아 놓았다 .






가벼운 운동화에 가벼운 가방. 세상 좋구먼!!



저 작고 가벼운 가방 안에는 그러니까,



이어폰, 손수건, 립스틱 한 개, 현금 만원, 핸드폰 .. 그리고, 육포 두 개와 쿠키 세 개가 들어있다. (네?)






누구나 가방 안에 육포쯤은 들어있는 거잖아요?






으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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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5-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방에 육포 ㅋㅋㅋㅋㅋㅋㅋㅋ 맥주는 없나요? ㅋㅋㅋㅋㅋ 저 육포는 우리집 고냥님도 좋아하시는 건데...(짜서 잘 주지는 않습니다만 ㅋㅋㅋ)

다락방 2019-05-10 10:29   좋아요 0 | URL
가방에 맥주는 없습니다. 맥주는 무거우니깐요. 아, 생각난김에 육포 하나 먹어야겠어요. 비첸향 육포 맛나요 ♡

유부만두 2019-05-1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 안에는 고구마랑 양갱이랑 있다요?! 할머니 같죠? ㅋㅋㅋ

유부만두 2019-05-10 10:37   좋아요 0 | URL
책도 두 권, 충전기에 보조 뱃더리도 있고 수첩이랑 노트도 있고 ..... ㅠ ㅠ

다락방 2019-05-10 10:38   좋아요 2 | URL
뭐가 됐든 살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구마, 양갱, 육포... 다 좋은거죠! ㅎㅎ

일주일에 하루쯤은 책과 다이어리 모두 다 빼고 다니려고요. 제가 제 몸한테 너무 막 하는 것 같아서요 ㅜㅜ

hnine 2019-05-1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오늘은, 가방 속에 육포 가지고 다니는 분을 처음 본 날 ^^

다락방 2019-05-10 11:57   좋아요 0 | URL
다 까먹고 이제 없어요 ㅜㅜ

감은빛 2019-05-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에는 뭐가 들었나 보니,
노트북, 노트북 전원선, 무선 마우스, 각종 토론회 자료집과 잡다한 서류들이 한 가득.
아, 아까 낮에 참석한 워크숍 마치고 남은 간식을 굳이 챙겨주신 상냥한 어떤 분 덕분에 개별 포장된 쿠키가 두 개 있네요.
그런데 함정은 저는 이 가방을 출퇴근 시엔 거의 메고 다니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메고 다녔는데, 노트북이 무거워서 이젠 사무실 출근했다가 회의 나갈 때만 메고 나갑니다.

출퇴근시엔 폰, 지갑, 이어폰만 갖고 맨 몸을 다니는 것이 제일 좋더라구요.

다락방 2019-05-15 08:28   좋아요 0 | URL
폰, 지갑, 이어폰이면 사실 충분한 것 같아요. 더한 것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게다가 노트북이라니... 아이고 너무 무겁잖아요 ㅠㅠ
저는 가볍게 다니다가 오늘 또 두꺼운 책 넣고 무겁게 왔어요. 어휴 진짜 회사 안다니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출퇴근길에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니는 일은 없을텐데 ㅠㅠ
 

가끔 죽고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우울에서 오는 게 아닌, 해결방법을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때 드는 생각인데, 어젯밤에 또 그랬다.


어제 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엘레베이터에 타 4층 버튼을 눌렀는데 올라가다 말고 쿵- 소리와 함께 4층에 못미처 엘레베이터가 멈추는거다. 그러더니 안내 멘트로 '이상이 생겼습니다' 가 반복되는 게 아닌가. 나는 바깥에 계신 아빠랑 통화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아빠는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일이냐 물으셨다. 아빠, 엘레베이터가 멈췄어, 끊어봐 상황 해결하고 전화할게,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비상벨을 눌렀다. 비상벨을 통해 물음이 들려오고 또 내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내 무섭고 떨렸다. 이대로 내가 죽을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 순간의 공포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렇게 상황 설명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뭔가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쿵- 거리더니 엘레베이터가 다시 내려가며 3층에 멈췄다. 3층은 내가 버튼을 누른 곳도 아니었는데 어쨌든 멈추고 문이 열린 게 다행이라 얼른 내렸다. 나를 내려놓은 엘레베이터는 다시 덜컹- 거리더니 빨갛게 <점검중>이라는 불이 들어왔다.


한 층을 계단으로 올라 집에 도착한 뒤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가지고 얼른 계단으로 다다닥 내려왔다. 그리고 경비실로 뛰어가 엘레베이터 고장에 대해 얘기하려는데 경비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중이셨고, 119 얘기가 나왔다. 아, 내 얘기구나 싶어 통화 끝나자마자 경비아저씨께 '제가 갇혀있다 나왔어요' 했다. 아저씨는 그러면 안에 갇힌 사람 없냐고 물으셨고 나는 그렇다 했다. 그렇게 119에 취소전화를 하고, 그 후에 나는 '엘레베이터 수리 기사님은 불러야 할것 같아요. 고장 안내문도 붙여야 하고요'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불렀다 하셨다. 그리고는 어떻게 빠져나왔냐 물으시더라.


"자기 혼자 덜컹대더니 3층에 가 멈춰서 문이 열렸어요. 그래서 얼른 나왔어요." 했다.



경비아저씨는 안내문을 붙이겠다 하셨고, 그렇게 나는 분리수거를 하러 갔는데, 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빠 나 나왔고, 경비 아저씨가 119 부르셨는데 그것도 취소했어, 아 너무 무서웠어, 했다. 아빠는 내가 엘레베이터안에 갇혀 비상벨을 누르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동안에 우리 이웃집에 전화를 거셨다고 했다. 거기 우리 딸이 갇혀있으니 경비 아저씨한테도 말해달라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우리 아빠랑 통화하고난 뒤 경비 아저씨께 말하고 119에 신고도 했다 하셨다.


"아빠 상황 다 정리됐어, 끝났어, 나 괜찮아." 라고 말했는데, 아빠는 "너 앞으로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아빠한테 전화해!" 하셨다.


응..



잠시후 엘레베이터 수리 기사님들이 오셨고 쿵쾅쿵쾅 뭔가 고치는 듯 큰 소리도 나고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


'밤을 새워서라도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 오전 중에 꼭 고쳐놓겠다' 라는 안내문이 다시 붙어있었다.




어제 분리수거도 다 하고 집에 들어가 수박을 먹고 있는데, 잠시 후에 아빠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많이 놀랐지?"

"응 아까는 많이 놀랐는데 지금은 수박 먹고 있어."



나는 엘레베이터 안에 갇혔을 때 비상벨을 눌러 얘기할 수 있었고, 119에 전화를 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갇힌 상황에서 오는 공포가 커서 이 방법을 바로 생각해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갇혔다면 이 상황에 어떡할까 생각하자 너무 무서워졌다. 어린 아기들이야 부모님과 함께 다니지만, 어린 아이들의 경우 간혹 엘레베이터 혼자 타는 일은 있는데, 이 때 핸드폰도 없고 비상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면 그 공포를 온전히 견뎌야 하지 않나. 설사 핸드폰이 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119에 전화를 거는 걸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누군가 엘레베이터 고장을 발견할 때까지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그 안에 혼자 갇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생각을 하자 너무 무서웠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해보는데 나에게는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기계는 어디서든 언제든 고장날 수 있고, 그것이 나에게 닥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닥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데, 그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공포가 너무 끔찍했다.



그러자 죽고싶다고 생각했다. 이 무서움, 이 걱정, 이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나려면 내가 죽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가끔 이렇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 앞에 이르면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럴 때 그렇다. 이건 우울증에서 오는 게 아니고 또 내가 실제로 죽음을 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죽는 것만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전에도 아동 대상 범죄에 대해 걱정하다가, 내가 해결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고통스러워지면서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사라지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세상 모든 범죄자를 없앨 수 없고, 모든 아이들의 뒤를 따라다닐 수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끔찍하다. 내가 살아가는한 이 끔찍한 걱정은 나에게 계속 찾아들 터, 이것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어떻게든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무사하지? 내가 뭘 할 수 있지?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네. 아 그러나 걱정된다. 이 걱정을 어떻게 해야 그만두지? 내가 죽으면 된다.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아-



자주 찾아드는 생각은 아니지만 어쩌다 이런 방법으로 결론이 날 때면 내가 나를 다독여야 한다. 이 순간 지나갈거야, 이 걱정 사라질거야.



나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수시로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내 안에는 사랑이 많고 또 나는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 어제도 아빠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화해줬던 것처럼, 내 주변에는 나에게 사랑과 다정함을 주는 사람들도 많다. 내 앞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나는 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한다. 나는 잘 견딜 수 있고, 이겨낼 수 있고,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죽어야 끝날것이다'라는 생각도 어제 내게 찾아와 나를 힘들게 했지만, 오늘은 지나갔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 혹여라도 어린아이들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어떤 일에 대해서 생각하면 너무 답답해진다. 보통 깊게 생각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편이지만,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함이 느껴지면, 그 무력함으로 인해 고통스러워지면 '죽어야 끝날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걸까. 뭣 때문에 이러는걸까. 나는 내가 실제로 이런 일로 죽음을 실행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 스스로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안하고 싶다.



나는 충분히 건강하지 못한걸까?

뭘 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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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5-09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얼마나 놀라셨을까. 글 읽는 내내 제 심장이 다 두근거렸어요. 그리고 다락방님의 느낌, 저도 요즘 자주 그래요. 특히 애들을 낳고 나서는 더욱 그래요. 모든 변수, 사고를 내가 통제할 수 없는데 덜컥 세상에 생명을 내어놓았던 건 아닌가, 왜 몰랐을까, 아무도 이런 면에 대하여 얘기해주지 않았을까. 무언가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결국 끝은 고통당하며 죽는 건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런 생각하기 시작하면 삶 자체가 너무 잔인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토닥토닥. 이젠 우린 또 그런 시기를 지나가는 건가봐요... 슬프지만...나도 그렇다는 말을 덧붙여요. 이건 응원도 위로도 안 될까요...

그런데 틈새 공략. 이웃집 아주머니 너무 믿음직하네요. 저도 그런 이웃이 부모님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네요.^^비상 상황이 생기면 의외로 가까이 있는 이웃분들의 신고, 도움이 절실하더라고요.

다락방 2019-05-09 09:57   좋아요 1 | URL
블랑카님, 맞아요. 제가 통제할 수 없는게 당연한데도 이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 아이를 내어놓으면 어쩌나, 그 다음을 내가 어찌 감당하나 싶은 마음에 저는 ‘나는 아이 낳아서 키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여태 하거든요. 이걸 여동생에게도 말했는데 여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본인도 그랬다고. 그런데 아이를 낳고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그 두려움이 극복되는 부분들이 있다, 더 강해졌다 라고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런 사건 사고에 맞닥뜨리면 ‘아이들이 이상황에 놓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과 무력함에 고통스러워져요.


삶 자체가 이런 식으로 연속되는 걸까요? 제가 정신이나 마음 어딘가가 많이 아픈건지 혹은 이상한건지에 대해서도 또 열심히 생각해보거든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또 ‘내가 아이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너무 약자 취급하는걸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블랑카님의 댓글, 위로가 돼요. 아,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건 아니구나, 나만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이게 다른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하구나, 싶어서요.

감사해요.

2019-05-09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9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05-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참 철이 없는 것 같아요.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면서 읽다가 ˝응 아까는 많이 놀랐는데 지금은 수박 먹고 있어.˝에서 풉 터지고서부터는 도저히 심각하게 읽지를 못하고.......

되게 귀여운 대사잖아요 저게?? 나만 그런가?? 😣

다락방 2019-05-09 11:06   좋아요 0 | URL
아니야, 제가 생각해도 저 좀 귀여운 것 같아요. 확실히 이 구역의 귀여움은 제가 담당한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박은 자기전에 먹으면 자꾸 화장실 가려고 깨기 땜시롱 안먹어야 하는데... 먹어버리고 말았고, 역시나 자다가 깨고 그랬어요... 에휴.......

레와 2019-05-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래. 나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문제나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땐 죽어야 끝날까, 죽으면 이런 걱정 안해도 되지 않나..
한동안은 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어. 지금도 그렇고. 이런 생각이 들면 너무 우울해..

나도 그래...



멜론 먹고 싶다.

다락방 2019-05-09 14:36   좋아요 0 | URL
다음주에 만나서 멜론 먹자!
멜론 먹으면서 우리 살아야할 이유를 더 많이 만들자.

잠자냥 2019-05-0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베이터가 락방 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ㅋㅋㅋ 농담이고요. 많이 놀라셨겠어요.... 이렇게 읽다가 수박에서 다시 뿜었습니다. 그나저나 락방 님 가족은 참 다정한 것 같아요. 그 가족분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며 ‘내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 것이다‘라는 생각을 물리쳐보세요! (하지만 그런 생각도 건강하기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19-05-09 17:48   좋아요 0 | URL
아아... 그래서 엘리베이터 수리 기사분들이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걸까요?!!

죽어야 끝날거라는 생각이, 건강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인 걸까요? 제가 아직 충분히 건강하지 못해서 하는 건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인데, 이런 생각을 하게될 때가 오더라고요. 빠져나가자, 빠져나가자 제가 저에게 말해요.

아무튼,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에요. 아오, 너무 좋아요. 주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뿌링클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소떡소떡!! >.<

카알벨루치 2019-05-1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 먹고있어....그래도 힘을 내야죠 “존버정신” 고생하셨어요...

다락방 2019-05-10 09:31   좋아요 1 | URL
저 때도 몰랐고 쓰면서도 몰랐는데, 저야말로 존버정신.. 을 갖추고 있었네요!!

카알벨루치 2019-05-10 09:41   좋아요 0 | URL
존버의 수박! 🍉 근데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모두가 두려움과 공포에 몰릴 듯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안에 갇혀 살인자를 찾아가는 영화가 있던데 그 영화 좀 소름이던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근데 그건 절대 안보시겠어요 ^^ 홧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