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드랑이털과 눈썹 왁싱을 해본 적이 있다. 특히나 겨드랑이털의 경우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고, 그 날 친구를 만나서는 '다시는 안할거야,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어' 라며 부르르 떨었더랬다. 이 아픈걸 왜 해야하나. 왁싱으로 털을 제거한 후의 겨드랑이는 매끈했다. 매끈하고 깔끔했고 금세 털이 솟아나지도 않았다. 그런 며칠을 보내고나니, 그 고통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어리석게도 다음에 또 왁싱을 하러 갔다. 그리고 또 아파하면서 '제기랄, 조금만 이 아픔을 견디면 매끈한 겨드랑이를 가질 수 있어' 라며 참았다.


대체, 나는 그 고통을 참고 매끄러운 겨드랑이를 가지는 것을 왜 원했던가. 그게 나에게 왜 필요했을까.


자, 조금 더 솔직해보자. 내가 왁싱을 왜 했나, 뭣 때문에 했나. 매끄러운 겨드랑이를 왜 만들었나. 평소에 겨드랑이 털 제모를 하지 않다가 하게 되면 가끔 면도기로 밀곤 했다. 그런 내가 왜, 굳이 샵을 찾아가서 왁싱까지 하며 눈물을 찔끔 흘렸는가.


내가 그 때 남자를 만나러 갈 게 아니었다면 그 고통을 겪을 생각을 했을까?

고통은 겪을 가치가 있었다. 그 앞에서 팔을 들어올리는 것에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었으니까. 하아- (한숨 한 번 쉬고..)



그렇지만 보지털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도무지 시도할 엄두가 안났다. 아마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자기의 한계가 다르겠지만, 브라질리언 왁싱은 내 상식선을 넘어가는 일이었다. 일전에도 여동생과 브라질리언 왁싱에 관해 얘기하면서 여동생이 '언니, 그건 미성년의 성기잖아?' 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다 자란 성인이 털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왜 굳이 그걸 없애서 다 자라지 않은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것이 너무 기이한거다. 겨드랑이털은 밀어놓고 나는 그러나 보지털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로 생각했었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모순인건 아닐까. 왜 어떤 털은 되고 어떤 털은 안되는가. 이 털은 선을 넘고 저 털은 선을 넘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 나는 겨털을 밀면서 보지털은 안되지, 라고 생각했나.



나는 브라질리언 제모와 처녀모 제모가 불편했다. 여성에게 털이 없어야 한다는 규범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거기 동참하고 있으면서 화를 낼 수 있겠는가? 그게 핵심이었다. 열두살짜리 딸에게 면도기를 사주는 것과 제모 숍을 예약해주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다리털이나 겨드랑이털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음모만은 여성적이고 용인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p.210)





어느날 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읽었고, 필연적으로 이런 구절을 만난다.

















거기 있는 털, 그걸 음모라고 그러나, 그걸 좋아하지 않으면 거기도 사랑할 수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거기 있는 털을 좋아하지 않아. 내 전 남편은, 남편이라고는 그 사람밖에 없었지만, 내 털을 혐오했어. 그게 비비 꼬여 있어서 더럽다고 하더군. 그래서 거기 있는 털을 밀 수밖에 없었지. 남자들 수염 깎듯이 나도 거기 털을 밀어버려야 했어. 어떡해? 싫다는데!

털을 밀어버리니까 우습더라고. 맨숭맨숭한 언덕배기 같은 것이 꼭 어린 계집아이의 거시기 같았지. 그런데 그게 그 남자를 흥분시키나봐. 우리가 섹스를 할 때 내 보지는, 아마 남자들 턱수염을 비벼대는 것 같았을 거야. 자기가 비벼대기는 좋았을지 몰라도 난 끔찍하게 아팠어. 꼭 모기에 물린 곳을 긁어대는 꼴이었지.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화끈거렸어. 섹스를 하고 난 후면 여기저기 빨갛게 부풀어올랐지. - 버자이너 모놀로그 中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은 자신의 몸에 난 털들을 제모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겨드랑이털을 무성히 기르면서, 그러나 그 털이 보이게 옷을 입는 것을 쉽게 하지는 못했다. 털을 면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밖으로 알리지는 못하는 긴 시간이 흐르고, 그것을 드러낼 수 있었을 때는 모두가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수근댔다. 그녀는 털을 면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간하겠다는 협박 메일까지도 받는다. 그렇게 털을 기른채 살다가 이제 그녀는 다른 여자들처럼 온 몸의 털을 싹 다 밀어보기로 한다. 브라질리언 왁싱까지 포함해서.



다음은 외음부였다.

외음부.

외음부.

오 씨발 신이시여.

에이샤는 위쪽 음모를 제거할 수 있도록 배를 위로 잡아당겨 피부를 팽팽하게 만들라고 했다. 그는 이윽고 뜨거운 왁스를 내 몸에 붙이고 충분히 굳을 때까지 토닥였다. 그러고는 왁스를 떼어냈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하느님 맙소사!" 나는 비명을 질렀다. 에이샤는 다시 "흠흠" 소리를 냈다. '알아요, 고통스럽죠?'로 번역되는 이 소리는 아마 연대의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겠으나, 지금 내 상황에서는 내가 직전에 보인 자만심을 놀리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키니라인 구역은 나쁘지 않았지만 대음순 부위는 고문이었다. 피부를 팽팽하게 당길 수가 없어서 왁스를 그냥 떼어내야 했다. 타는 것처럼 찢어지는 감각이 내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를 집어삼켰다. 겨우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에이샤가 타액과 싸우며 말했다. "고통을 참아낼 가치가 있을 거예요." 세상의 어떤 것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의혹을 제기할 시간은 없었다. 에이샤가 이번엔 반대쪽에서 왁스를 떼어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들은 정말 용감해요! 우린 정말 용감 하다고!" (p.366-367)



나 역시 묻고 싶다. 이만한 고통을 참아낼 가치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세상의 어떤 것이 이런 고통을 참아내도록 한단 말인가. 왜 그 고통을 참아가면서 아이같은, 자라지 않은 보지를 만들어야 하는가. 에머 오툴 역시 그것이 어른의 것이 아님을 인지한다.



마침내 나는 방 안 거울 앞에 서서 팔을 벌리고 외음부를 드러냈다. 모든 부위가 붉게 달아오르고 화끈거렸다는 걸 무시하면, 내 몸이 이런 모습이었던 건 열세살 때가 마지막이었다. 허벅지 사이의 접힌 조개껍질 같은 분홍빛 피부는 매우 아이 같고 매우 연약해 보였다. (p.367-368)




며칠전에 여자1과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여자1의 친구가 브라질리언 왁싱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는데, 그것은 '위생' 때문이라는 거였다. 위생. 위생 뭘까? 계속해서 제모하는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은 자꾸만 위생 때문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나 이거 자기 만족이야, 내가 이게 편해, 털을 미는 게 깔끔하잖아, 라고. 어떤 상황을 오래 지속하고 있을 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당연히 기분 나쁘다. 게다가 그걸 인정하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자기 변명, 자기 합리화로 숨는다.

그러나 위생. 정말 위생 때문인가.



위생이란 자신의 신체를 청결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아닌가. 여성의 다리털은 남성의 다리털보다 결코 덜 위생적이지 않다. 체모가 비위생적이라는 주장은 곧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의 남성이 항상 지저분하게 박테리아를 달고 다닌다는 주장과 같다.

우리의 다리털에 배설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거나 겨드랑이털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로 위생이 문제라면 나날이 많은 화학물질과 박테리아를 묻히고 다니는 머리털부터 밀어버려야 할 것이다. 아니면 세균이 득실대는 손을 잘라야 할 것이다(조금 불편하리라는 것은 인정한다). 여성의 체모에 불결한 요소는 없으며, 여성이 체모를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건강이나 위생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p.211-212)



만약 체모가 실제로 체취와 땀을 증가시킨다고 치더라도, 여성이 지구상에서 자기 존재의 후각적 증거를 완전히 지워야 할 당위성은 어디 있는가? 설령 체모가 실제로 사람들의 체취를 증가시킨다고 치더라도, 남성의 체취는 용인되는 반면 여성의 체취는 용납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신체가 이렇게 많은 난처함과 수치스러움에 둘러싸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도 사람이다(이게 급진적 페미니스트의 생각이라는 것, 나도 안다). 여자도 털이 난다. 여자도 땀이 난다. 여기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잘못된 것은 우리가 타고난 신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도록 길들여졌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공격받고 있다는 것이다. (p.212-213)



손을 잘라버려야 할거라는 건 너무 나간것 같지만.

내가 여행을 앞두고 수영복을 챙기면서 겨털을 제모하지 않겠다고 하자, 여자2가 내게 그랬다.


"악, 너무 지저분해. 네 털이 빠져서 수영장 물에 떠있을 거 생각하면 너무 더럽잖아."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나는 털 빠지면 안돼? 수영장의 그 많은 남자들은 아무도 제모 안해서 죄다 빠지는데? 나 혼자 수영장물 깨끗하게 쓰면 뭐해? 남자들 털이 다 빠지는데?"


그러자 여자2가 헉, 소리를 냈다.


"맞네. 남자들은 아무도 겨털 안밀고 오는데..."




이 책이 처음에 마케팅을 어떻게 한건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내가 이 책을 사둘 때에는 '제모를 선택하지 않은 발랄한 페미니스트의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제모하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제모를 선택하지 않기로 결심하기 전과 또 행동하고 난 후의 이야기는 이 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에머 오툴은 이 책에서 자본주의와 언어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강간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자들의 얘기도 수시로 등장한다. 18살에는 여성혐오의 꼭대기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반성하며, 그 후에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도 않은 것들을 인식하고 스스로 바꿔나가고자 애쓴다.


에머 오툴은 자신이 젠더 퀴어라고 밝힌다. 동성과도 이성과도 연애를 하는데, 자신을 양성애자로 규정하고 싶진 않다고. 그녀는 삭발도 했었고 겨드랑이를 비롯해 다리털까지도 제모하지 않았다. 집에 가면 가사노동에 전혀 신경을 안쓰는 아빠와 오빠에게 잔소리를 퍼부었고, 그런 그녀를 오빠의 친구는 '쟤 남자친구는 있냐'며 혀를 차곤 했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의 최고 가치는 '남자친구의 유무'인가보다.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는 상태의 여자는 가치없고 초라하며, 남자친구를 사귀는 여자는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


그런 그녀지만 강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섹스를 하기로 한 남자가 지독하게 괴롭혔던 것. 전희 없이 쑤셔넣기로도 괴로웠는데 콘돔을 안쓰겟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결국 콘돔을 끼기는 했는데, 아무런 상의없이 항문에 삽입을 한다.



"씨발,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너야말로 뭘 하는 건데?" 그가 말했다. "여자 젖꼭지를 뒤틀고 때리다가 갑자기 항문에 넣다니 말이 돼?" 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냈다. "콘돔 때문이야." 그가 말했다."콘돔을 끼고 하면 사정을 못한다고." 나는 최대한 숙녀다운 말투로, 그러나 출판사에서 편집할 게 분명한 어휘를 사용해서, 그쪽의 사정능력은 내가 알 바 아니라고 말했다. 방패처럼 내민 베개 뒤에 숨어 화를 내는 내 모습에 그는 당황한 듯했다. 내가 합의 없는 항문성교를 즐길 거라고 추측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묻자, 그는 대답했다. "다른 여자들은 좋아하던데." 그리고 덧붙였다. "너도 딱 날라리 같아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침대에선 형편없네."

다른 여자들은 좋아한다고? 아니, 아니다. 절대 좋아할 리 없다. 여성의 몸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자들이 포르노 배우처럼 윤활유도 없는 항문성교를 좋아할 수 있다면 남자들은 전부 제임스 본드처럼 차를 몰 수 있을 거다.

말이 난 김에 덧붙이자면, 그후로 사흘 동안 대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났다. 연극은 2주 동안 상영되었고, 나는 그 행복한 항문 강간마 씨와 매일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했다. 그는 아직도 종종 페이스북에서 내게 친구 신청을 한다. 나는 거절한다. (p.276-277)



콘돔을 끼면 사정을 못하는 건 남자지만, 그래서 합의 없이 강제적으로 항문에 삽입을 시도했지만, 그러나 그 남자는 여자에게 '침대에서 형편없다'고 말한다. 세상 찌질한 새끼...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침대에서 형편없는 여자가 되지 않으려고 싫은 것들을 참아내고 견디고 있는가. 에머 오툴도 싫었지만 견뎌냈던 적에 대해 이 책에서 언급하는데, 하아- 이 부분을 읽는데 나라고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마 남자와 연애를 하는, 했던 여성이라면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지 않을까. 싫었지만 상대가 좋아하기 때문에 억지로 해야만 했던 것들, 좋지 않았지만 좋은 척 했던 시간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그 때 그건 정말 싫었는데'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했어. 내가 왜 그러고 살아야 했을까. 왜 내게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사실은 어느 순간들에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고, 이 남자는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하는 생각을 섹스 중에 하기도 했다. 어떤 이와의 섹스는 후회만 찾아와. 나의 여자친구들은 '지가 되게 잘하는 줄 알아' 라는 말을 수시로 했고, '남편과 섹스하는 거 한 번도 좋았던 적 없어' 라고 말한 친구도 있다. 에머 오툴도 이 책을 통해 얘기하는데, 여자들은 성적 쾌감에 있어서도 항상 상대를 우선시한다. 마치 자신의 쾌감은 언제나 뒷전이라는 듯이. 속쓰려...




책 전체에 밑줄 긋고 싶었다. 밑에 인용해두겠지만, 다들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단지 털과 섹스만 가져왔지만, 작가가 역할 놀이에 대해 그리고 언어에 대해 말하는 것도 아주 좋다. 깊이 생각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또 얼마나 좋은가. 이미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확신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는 내용은 하나도 없지만,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알아채는 것은 분명 기운 나는 일이다.



다른 책들에 대한 언급도 수시로 나오는데, 일단 이 책.


이 책이 다루지 안은 것에 대해서도 간략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책은 남녀의 두뇌 차이에 관한 과학서적이 아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시중에 훌륭한 책이 여럿 나와 있는데, 특히 리스 엘리엇Lise Eliot의 『파란색 뇌, 분홍색 뇌』Blue Brain, Pink Brain 와 코딜리아 파인Cordelia Fine의 『젠더, 만들어진 성』Delusions oif Gender 을 추천하고 싶다. 두권 모두 신경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딴 여성 저자가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재미있는 책이다. (p.14)
















위에 14페이지 읽다가 얼른 내 책장으로 갔다. 분명히 코딜리아 파인의 책이 내 책장에 있었던 것 같아서. 아니나다를까, 예쁘게 꽂혀있었다. 읽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후훗. 그래도 있으니까 기분이가 좋군. 음화화화핫. 찾아보니 리스 엘리엇의 책은 아직 번역된 게 없는가 보다. 코딜리아 파인의 『젠더, 만들어진 성』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해도 좋을 것 같다.


주디스 버틀러도 수시로 등장한다. 버틀러는 싫든 좋든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이만 총총.



그러나 원피스를 입기 위해 야생동물 같은 다리를 가려줄 깨끗한 스타밍과 흉포한 겨드랑이를 가려줄 카디건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지금, 나는 의복의 자유가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게는 피부를 드러낼 자유가 있었지만, 규범에 맞는 여성적 의상을 입을 때 드러나는 나의 신체 부위들은 '여성화'되었을 경우에만 노출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여성화 과정에는 종종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미용산업의 주머니를 내 돈과 시간으로 배불려야 했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여성화에 순응하지 않은 신체 부위를 노출한다면-가령 크롭톱 아래로 드러난 배가 충분히 날씬하지 않다거나 치마 아래로 뻗은 다리에 털이 숭숭 나 있다거나-나는 사회적 맹비난과 개인적 수치심으로 이중의 불쾌감을 겪어야 할 것이다.
여성성은 여성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p.226-227)


나는 왜 스스로를 굶기고 있었을까? 자기 자신에게 굶주림을 강요하는 것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신체에 대한 자기학대와 다름없다. 만약 내가 반년 동안 매일 1,000칼로리 이하만을 섭취한 것이-그래서 월경이 끊기고, 손발이 파래지고, 두피보다 학교 점퍼 어깨에 붙은 머ㅣㄹ카락이 더 많아진 것이- 우리 부모님 탓으로 보였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아마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명백히 학대이기 대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굶기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혐오나 자해와 동등하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P15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그 자체를 위해 욕망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왜 돈을 벌고 싶냐는 질문에 누군가는 "다이아몬드를 사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사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아름다우니까요"라는 대답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이유를 물으면 "날 행복하게 해주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왜 행복해지고 싶냐는 질문은 말이 되지 않는다. 행복은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온전히 그 자체를 위해 욕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행복이다. - P16

나느 ‘여자애‘나 ‘여자‘라는 단어는 모욕으로, ‘남자‘라는 단어는 칭찬으로 쓰이는 것을 들었다. 섹스 파트너가 여러명인 여자를 일컫는 단어는 헤픈 년, 걸레, 잡년, 문란한 여자, 흘리고 다니는 여자, 끼 부리는 여자, 헐렁한 년, 쉬운 여자, 갈보, 화냥년, 창녀를 비롯해 수도 없이 많았으나 섹스 파트너가 많은 남자를 칭하는 단어는 ‘바람둥이‘ 뿐으로, 어쩐 일인지 항상 유머러스한 업적을 암시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나쁜 말, 최고로 심한 욕설이 ‘보지년‘cunt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성의 성적 행동과 신체를 남성의 그것들과 다르게, 즉 열등하게 일컫는 법을 배웠다. - P24

오랫동안 자각하지 못했지만, 계속되는 어른들의 외모 칭찬은 내게 분명히 스며들었다. 그로써 나는 남들이 내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나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법을 배웠다. 예쁨과 소녀다움에 기반을 둔 가치를. 더 나이가 들면서 나는 칭찬을 선뜻 받아들이는 법 또한 배웠다. 나아가 이런 관심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만족하려면 외모에 대한 칭찬이 필요했으므로, 칭찬을 얻어낼 수 있는 행동에 착수했다. 두말할 것 없이 패션, 화장, 다이어트, 몸치장에 관련된 행동들이었다. - P37

나는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보다 큰 사회구조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나는 마침내, 열등한 사회적 지위에 놓여 있으면서도 아주 예쁜 신발을 신을 수 있다는 데에서 행복감을 얻는 것을 거부하는 법을 배웠다. 나 자신과 세계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법을 배웠다. 그다음 10년 동안 나는 젠더 연기를 다르게 해보기 시작했고, 과거 나의 행동들이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평생 리허설을 해온 연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읊어온 반페미니스트적 대사들이 내가 스스로의 논리로 생각해낸 게 아니라 가부장제에서 요긴하게 써먹는 단골 대사들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부끄러웠고 그만큼 화가 났다. - P83

남성과 여성 사이에 신체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문화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차이들의 의미는 뿌리째 달라졌다. 그럼에도 남녀는 여전히 사회에서 전혀 다른 역할을 맡는다. 쌘드라 벰은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가 거의 모든 일에서 똑같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많은 기관들이 부모 노릇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를 몹시 어렵게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역설 뒤에 숨은 역사와 전통을 설명한다. 임신의 주체는 여성이며 육아 역시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져왔기 때문에, 노동시장을 떠나야 하는 것은 항상 여성이다. 벰이 보기에 이는 여성과 남성의 능력이 아니라 권력, 역사, 전통의 문제다.
아직도 재생산 기능이 있는 신체를 지닌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멍청이라고 부른다. - P170

쎄미포르노 출판물의 (대다수가 남성인) 편집자, 사진가, 주주 들은 자신의 신체적 편안함이나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성들의 성적 쾌락을 위해 가슴을 노출한 젊은 여자들의 사진을 팔아서 부를 쌓았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묵직한 정치적 금기가 덧붙은 여성의 몸은 사업가들의 수익을 올려주는 상품이 된다. 상업화를 통해 금기는 강화되고, 여성이 남성만큼 신체의 자유를 누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아직 어리고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남성들은 벗은 여성의 사진들을 구매하면서 여성의 신체가 돈을 내고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을 배운다. 이미 꽤 명백해던 권력 역학은 갈수록 강화된다. - P181

많은 친구들이 브라질리언 왁싱과 할리우드 왁싱을 받고 자신의 은밀한 곳이 포르노에 나올 만큼 얼마나 근사하게 바뀌었는지, 남자친구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 감촉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부드러운지 자랑했다. 그래서 나도 예약을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통화 중 그 얘기를 꺼내자 엄마는 이렇게 물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니?"나는 대답했다. "다른 애들도 다 하니까요."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얘, 다른 사람들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너도 따라 떨어질 거니?" 나는 다섯살 때부터 나를 격파해온 엄마의 논리에 또 한번 패배하여, 제모 숍에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사실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내 음모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수많은 친구들이 음모를 역겨운 것으로 취급하자 압박을 받았던 것이다. 그뿐이었다. - P208

머리로는 학부생 때부터 구조와 행위주체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면도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내린 뒤 나는 처음으로 사회적으로 조건화된 젠더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실감했다. 나는 결코 면도하기로 ‘선택‘한 적이 없었다. 내가 열세살 무렵 다리를 난도질 하기 시작한 까닭은 그것이 당시 내가 절박하게 꿈꾸던 여성성으로의 도약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겨드랑이에 털이 좀 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겨드랑이에 면도기를 들이대기도 했다. 내가 성인으로 지내는 인생 내내 다리와 겨드랑이를 아이처럼 매끈하게 유지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업었다. 나는 소녀였고, 어른이 되면 성인 여성들이 으레 그러듯 면도를 할 터였다. - P222

그러나 원피스를 입기 위해 야생동물 같은 다리를 가려줄 깨끗한 스타밍과 흉포한 겨드랑이를 가려줄 카디건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지금, 나는 의복의 자유가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내게는 피부를 드러낼 자유가 있었지만, 규범에 맞는 여성적 의상을 입을 때 드러나는 나의 신체 부위들은 ‘여성화‘되었을 경우에만 노출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여성화 과정에는 종종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미용산업의 주머니를 내 돈과 시간으로 배불려야 했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여성화에 순응하지 않은 신체 부위를 노출한다면-가령 크롭톱 아래로 드러난 배가 충분히 날씬하지 않다거나 치마 아래로 뻗은 다리에 털이 숭숭 나 있다거나-나는 사회적 맹비난과 개인적 수치심으로 이중의 불쾌감을 겪어야 할 것이다.
여성성은 여성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 P226

자본주의 체제는 우리에게 여성성은 우리가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고, 남성과의 차이를 과장하는 방향으로 몸치장을 하지 않으면 올바르게 성별화될 수 없다고, 여성성이라는 임의적 개념에 맞춰 스스로를 부호화하지 않으면 여성적일 수 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동시에 선택의 주체는 우리라고 세뇌시킨다. 나는 체모를 기르기 시작한 뒤에야, 몸의 문제에서 내게는 조금도 선택권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 P227

언어를 변화시키면 가능성과 자유가 태어난다. 차별적인 세계관이 더는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컨대 이사장을 ‘they‘라고 칭하면, 현실적으로 남자가 그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해도, 이사장이 여성일 수 있는 언어적 공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내가 돌보는 어린아이를 ‘they‘라고 칭하면 그 아이에게는 어린 나이부터 기대되는 성역할 바깥에서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내가 데이트하는 사람을 ‘they‘라고 칭하면 사람들은 더이상 내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추측할 수 없을 것이고, 성소수자들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 - P266

돌이켜보면 내 행동의 바탕에는 내 쾌락이 상대의 쾌락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미디어, 포르노, 심지어는 의학 및 과학 문헌에서 남녀의 성적 쾌락을 묘사할 때 취하는 태도를 감안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1장에서 적었듯 여성들에게 남성의 승인을 갈망하는 경향, 자기 자신의 필요를 남성보다 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염두에 두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현실세계에서는 과격한 평등주의자인 내가 어째서 침실에서는 순종적으로 되는 걸까? - P295

강간은 이 스펙트럼의 가장 추한 극단이지만, 합의된 섹스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원할 경우 자신의 쾌감을 위해 상대의 불쾌감을 무시하는 일은 흔하다. 상대가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핑계가 된다. 여성이 자신의 쾌락을 상대의 쾌락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에서 섹스는 결국 남성이 원하는 행위의 모방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문제는 그 행위가 폭력적인 포르노와 여성의 성기능에 대한 보편적 무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 P296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점잖은 페미니스트 앞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성적 판타지와 이상성욕 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특별히 노력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나이가 들고 전보다 정치화되면서 내 욕망은 조금씩 변화하는 중이다. - P298

살면서 유일하게 평등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면, 널따랗고 탄력 좋은 침대 위에 아름다운 몸과 더불어 누워 있는 순간일 것이다. 그런데, 페미니스트인 내가 연인들에게 몸을 결박당하고 말 못할 행위의 대상이 되는 걸 즐겨도 괜찮은 걸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당연히 괜찮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확신이 없어진다. 성에 대한 이분법적 이해(남/여, 톱/보텀, ‘돔/써브 등)는 사회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명백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회적 현실과는 별개라고-주종관계에 기반을 둔 섹스는 가부장제의 산물도, 가부장제의 생산자도 아니라고-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에는 논리도 설득력도 부족하다. 나는 믿고 싶다. 정말로 그렇ㄱ ㅔ믿고 싶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섹스는 성별화된 사회의 일부이며 강력한 힘을 지니기에, 우리가 젠더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 P302

젊은 여성들은 섹스 및 포르노 업계에 걸맞은 미학의 의상을 입도록 조건화되지만, 강간이라도 당하면 그런 옷을 입은 게 잘못이라고 책임을 뒤집어쓴다.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를 혐오하고 상대의 성적 쾌락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면서도 성적으로 해방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표면상으로는 누구든 좋은 사람과 섹스를 할 자유가 있지만(‘능력남‘ 대신 ‘창녀‘ 소리를 듣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면), 우리가 성해방을 수행하는 의상과 안무는 우리의 성숙한 신체를 수치스러운 상징으로 바꿔놓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를 폄하하고 상처를 입힌다. - P306

우리 여성들이 성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또한 그들에게서 사랑을 돌려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아주 크다. 이 동기는 손가락질을 받아선 안 된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또다른 이유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다.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거나 화나게 만들지 않고서 성역할을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예측 가능한 갈등에 맞설 전략을 세워두는 편이 좋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당신을 더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성역할을 다르게 수행할 방법은 없다. - P350

긍적적인 면은, 과거와 달리 화장을 하면 더 예뻐 보인다는 미적 판단에서 벗어났다는 점이었다. 이건 놀라운 일이었다. 과거에 나는 매일 화장을 했으며, 어느 시점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서는 집 밖으로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울을 보고 불그스레한 피부를 보면 내가 내 피부의 부드러움과 생명력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는다. 이제는 피부를 빈틈없이 완전무결한 베이지색으로 물들이고 속눈썹을 검게 칠하는 것이 꺼려졌다. 전과 달리 화장은 미모를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한낱 변화를 낳는 행위로 느껴졌다. 화장을 한 나는 더 예뻐진 것이 아니라 그냥 달라진 것이었다. - P372

그러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슬픈 진실은, 음부가 가렵고 아침을 먹을 시간이 사라졌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간의 정신적 적응기가 지나고 나니 규범에 맞는 성별화된 의상을 입은 덕분에 일상이 너무나도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 P373

할리우드 제모의 경험이 내게 남긴 유산은 여성의 미용 의례 가운데 제모야말로 미친 짓이라는 확신이었다. 막 털을 뽑은 닭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자 사흘간으 피부가 매끈했지만, 그다음엔 발진이 돋기 시작했다. 곧 외음부 전체가 작고 성난 뾰루지로 뒤덮였다. 걸을 때마다 피부가 가려웠고, 캐나다에서 새 직장을 구한 첫주 동안 나는 주기적으로 화장실에 숨어들어 외음부를 벅벅 긁어야 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팬티를 벗어던지고 옴 붙은 딱한 짐승을 찬물로 다독이곤 했다. 할리우드 제모를 받은 다른 여자들에게 혹시 비슷한 증상이 있었느냐고 묻자, 몇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아, 털이 다시 날 때는 원래 그래." 뭐라고? 이 미친듯한 가려움과 흉측한 발진이 음모 제모의 평범한 부작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세상에 체모보다 발진을 더 섹시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가 언제부터 수두성애자들의 사회에서 살고 있었는가? - P373

우리가 무력한 행동체계에 갇혀 있는 이유는 우리의 생각, 느낌, 행동이 미묘하게 강암적인 체제(구조)의 산물임에도 우리가 그것들을 선택(행위주체)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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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7-0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털털하게 살자구요. 하하하

다락방 2019-07-09 11:08   좋아요 0 | URL
좋아요, 털털하게!!

단발머리 2019-07-09 11:1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두요!!!!

심술 2019-07-09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질리안 제모가 그런 거군요. 방금 알았네요.

지금까지는 1)브라질에서 대대손손 이어온 전통 제모법 내지는 브라질 누군가가 발명한 제모법

이나

2)브라질에서만 나는 동식물을 원료로 삼아 만든 제모약을 써서 털 없애는 법

이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할 뿐
정작 어떤 건지 찾아볼 만큼 궁금한 적이 전혀 없었거든요.

헐리우드 제모라는 건 첨 들어보는데 이름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가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 여성이 쓴 글이 하나 기억나네요.
어디서 읽었는지는 잊었는데
‘내가 속옷 때문에 불편하다고 하자 누가 추천해서 남자 속옷을 입어 보라 해서 해봤는데 아주 편했다.
나는 여자로 태어난 죄로 비싸고 불편한 속옷만 입어 온 지난 세월이 억울했다.
아울러 못 한 게 아니라 싸고 편하게 여자속옷도 만들 수 있으면서도 안 한 속옷회사에 화가 났다.‘
는 거였죠.

그거 읽고 여자들은 정말 별별 작은 일에서부터 쓸데없는 괴로움을 겪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락방 2019-07-09 15:04   좋아요 0 | URL
왜 고통을 참아가면서까지 제모를 해야하는걸까요. 아 너무 짜증나요. 에머 오툴도 제모하지 않기로 결심은 했지만,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거든요. 자유롭게 옷을 입지 못하는거죠. 저도 제모하지 않으면서 겨드랑이 가리고 다니는 건, 도대체 제모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해요. 여자들만 있는 곳에 가도 다들 제모하고 있는데 저 혼자 안한걸 알면 거기에서 자연스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는 제모 압박을 받고 살아왔나 싶더라고요. 어휴, 지쳐요 정말.


저도 남자 속옷 입고 다니는데 세상 편해요. 다시 여자 속옷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인생........

심술 2019-07-10 16:33   좋아요 0 | URL
아, 락방님도 남자속옷 입으시는군요.

방금 휴대전화로 문자 왔는데 락방님이 보내신 책 오늘 안으로 온다고 하네요.

번번이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9-07-10 20:3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셔요! :)

심술 2019-07-11 14:07   좋아요 0 | URL
그럴게요. ^^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면서 여성주의 책들을 몇 달간 읽다보니, 이 책들이 그저 책 한 권에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을때는 셰익스피어의 책과 원숭이를 읽어야 했고, 성의 변증법을 읽을 때는 헤겔을 찾아 읽어야 했다. 어휴.. 진짜 고된길인데, 주말에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를 보면서는, 미리 읽었더라면 더 편했을까? 하고 목차를 들여다보았다. 내가 가진 책들도 있었고 아닌 것은 더 많았다.


가지고 있다고 다 읽은 것도 아니었고..아, 이 목차들 중에서 성의 변증법 딸랑 하나 읽었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으로 소위 '여성주의 고전'에 대해 예습을 하게 되는것일까? 복습이 더 나았으려나? 아니다, 예습이면 예습대로 좋을거야.


자, 이 책의 목차를 보자.





으음. 여성의 종속과 여권의 옹호...내가 다 사둔 책들이지, 읽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챙겨볼까. 그렇게 나는 내 침실과 서재를 왔다갔다하며 여성의 종속을 찾아냈는데, 여권의 옹호가 보이질 않는다. 응? 나 이거 산 것 같은데?? 아니었나?? 사야지 생각만 하고 안샀나? 나는 이참에 얼른 사야겠다 싶어 알라딘에 들어가 주문하려고 보니 2018년에 내가 샀다고 나온다. 헐. 그래.. 샀구나. 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디에?


나는 그 책을 페미니즘 책장에 얌전히 꽂아두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이리저리 뒤진다. 다시 침대 헤드도 찾아보고, 책상위 널브러진 책들 사이도 뒤져보고, 이쪽저쪽 다 뒤져보고 아 지쳐.. 왜 없는거야, 다시 사야 하는거야? ㅜㅠ 나는 아직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목차밖에 못봤는데 지쳐있다. 인생... 책이란 무엇인가..게으름이란 무엇인가..정리정돈이란 무엇인가... 나여...



수박이랑 빵이랑 커피랑 막 챙겨먹고 기운을 낸 다음에 다시 뒤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찾아냈다. 만세! 그래, 그게 가긴 어딜 가겠어.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렇게 나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에 언급된 책들중 이만큼을 가지고 있다.




완독한 건 성의 변증법 밖에 없는 건 비밀.... (  ")




토요일에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 집에서 조금 일찍 나갔다. 까페에 들러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먹으면서 '마리 루티'의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아 이 세상 똑똑한 마리 루티가 라캉..을 얘기합니다. 라캉이라뇨. 하아- 저는 또 욕심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라캉. 알고 싶어지잖아요. 라캉은 만화책도 없는 것 같아 ㅠㅠ


라캉 입문서가 있니? 라는 말에 원숭이 친구는 라캉은 입문서조차 졸라 어렵다는 대답을 해줍니다...아, 라캉이여.






사실 최근에 법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 사이버대학을 갈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나를 아는 친구들은 방통대의 뼈아픈 실패로 '이번에도 안되지 않을까' 하는 내 고민에,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다르잖아' 하며 공부하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래도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어제는 커피를 마시면서 엄마와 이 얘기를 또 했는데, 엄마가 결정해서 다니기로 하면 알려달라고 했다. 등록금을 대주겠다고.


"아니 엄마가 그걸 왜 대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었더니 엄마가 너 공부하고 싶어하니까 내주겠다고 하는 거다. 내가 백만원 넘는다고 말했는데도 이 엄마가 겁도 없이... 엄마..



아무튼 그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어제 갑자기 라캉도 읽어야겠고, 또 어제 읽기 시작한 [여자다운 게 어딨어] 책 보니, 다른 책들도 읽어야할 것 같아서, 이렇게 여성학 공부도 할 게 많은데 내가 이러면서 언제 또 법을 공부하나, 싶어지면서 뒤로 빠지고 싶어진다. 라캉 읽다가 머리가 하얗게 샐텐데, 법은 언제 공부하지요? 하아-

















따로 페이퍼나 리뷰로 작성하겠지만, [여자 다운 게 어딨어?]의 '에머 오툴'도 또 세상 똑똑한거야. 와- 세상에 똑똑한 여자들 너무 많다. 나는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비집고 나오면 변명을 한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여자들 많으니까 괜찮을 거야. 굳이 나까지 똑똑해지지 않아도 괜찮을거야' 라고. 그러면서 이 똑똑한 여자들 뒤로 숨고만 싶다. 아무튼, 이 책 얘기는 조만간 따로 하기로 하자.



아니, 그러니까 덧붙이자면, 나는 이제 가벼운 페미니즘 에세이는 그만 읽고 싶어서, 읽어야할 무거운 책들이 많은데 가벼운 건 좀 그만읽자, 이런 마음이 되어서, 이 [여자다운게 어딨어] 책도 사둔지 오랜데 안읽을 계획이었던 거다. 그래서 어제 방출하겠다고 페이퍼를 똭 썼단 말이야? (여러분 방출페이퍼 봤죠?) 그런데 친애하는 단발머리님이 이 책을 딱 찜하시는 거다. 오오, 친애하는 단발머리님께 이 책을 드릴 수 있다! 하면서 포장하려다가, 잠깐 그런데 어떤 책인지 훑어나 볼까, 하고 몇 장 넘겼다가, 세상 똑똑한 작가를 만나고 눈이 하트가 되어서 헐랭... 주저앉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단발머리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다 읽으면 보내드릴게요!)



책과 내가 만나는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우연이 여러개 겹치고 겹치고 겹쳐서 운명이 된다.



아무튼,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에 언급된 책들을 다 사야되는건가..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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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0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알고 저자도 알고 심지어 시도하기조차 했으나 실패했던 아픈 기억의 그대들이 여기 가득하네요.
저도 사야할 책들이 많아요. 근데 와우! 페미니즘 책장 완전 뽀대나요. 멋집니다!

전 뭐랄까. 이런 말 부끄럽지만...
다락방님이, 난 가벼운 페미니즘 에세이는 그만 읽고 싶어,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 책 <여자다운 게 어딨어>를 시작할 때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전 도서관에서 빌려서 그 책을 읽었는데요.
성차별과 가부장제의 가장 큰 기둥인 이성애의 본질이 ‘여자다움의 강요‘라고 깨달았을 때,
비교적 쉽게 읽히고 재미있게 읽었던 이 책이, 그 핵심에 닿아있었다는 게 기억나더라구요.
구입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방출 페이퍼 보고 @@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이제 내 책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8 14:11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제2의 성이.. 아픕니다. ㅎㅎㅎ 1권만 읽고 중단했던 나의 아픔...
여권의 옹호나 여성의 종속은 책이 얇아서 읽기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다른 책들은 겁부터 나요 ㅋㅋ 또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여자다운 게 어딨어, 책은 단발님이 달라고 하셔서 제가 읽을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엇, 단발님이 이거 읽으신다면 나도 읽어봐야겠네, 같이 얘기해야지, 이런 마음으로다가. 그랬는데 제가 읽지도 않고 가볍다고 생각했더라고요. 자본주의와 탈코르셋에 대해서(물론 탈코란 용어는 나오지 않지만요) 이미 파악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똑똑한 사람이더라고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뒷부분 조금 남겨두고 있습니다.

네, 이 책은 단발머리님 책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시면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syo 2019-07-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라캉은 입문서조차 졸라 어렵다

다락방 2019-07-08 14:11   좋아요 0 | URL
아니 그게 그러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 도망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08 14:13   좋아요 0 | URL
그래도 라캉 입문서 하나는 골라주는 애정을 원숭이 친구님에게 마냥 기대해봅니다 ( “)

syo 2019-07-08 14:22   좋아요 0 | URL
🐒 : 정 그러시다면....

1. 무까이 마사아끼 <라캉 대 라캉>
2. 김석 <프로이트 & 라캉>
3. 이승훈 <라캉으로 시 읽기>
4. 숀 호머 <라캉 읽기>

입니다. 🐵

다락방 2019-07-08 14:26   좋아요 0 | URL
뭐가 이렇게 많아요..... 라캉 뭐 이래...... (절레절레)

단발머리 2019-07-08 14:27   좋아요 0 | URL
난 한 개면 족한데 4개씩이나요?
잠깐만요, 책 제목 좀 받아적을께요.
뭐요? 무까이 뭐요? 무까이 마사아끼?!? @@

syo 2019-07-08 14:28   좋아요 0 | URL
많은 건 좋은 거예요. 고르면 되니까요 ㅎㅎㅎ 없는 게 문제죠.....

단발머리 2019-07-08 14:29   좋아요 0 | URL
하나만 읽을 꺼예요.
얇은 걸로다가~~ 글자 적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8 14:33   좋아요 0 | URL
난 밥집도 메뉴 많은 밥집은 싫어.... 네 권씩이나 되다니. 하아-

단발머리님은 이 중에서 뭘 선택하실 거에요?

단발머리 2019-07-08 15:03   좋아요 0 | URL
맞어요, 맞아! 밥집 메뉴는 하나여야죠. 저도 메뉴 하나인 집이 좋아요. 명동칼국수 그런 느낌.

전, 프로이트 & 라캉을 골랐습니다. 표지가 제일 만만해서요. 근데 도서관에 없네요. 어쩔 ㅠㅠ

다락방 2019-07-08 15:12   좋아요 0 | URL
오오, 말씀하신 책은 구매해도 되겠는데요? 얇고 가격도 괜춘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써놓고 검색후,

우리 도서관에는 있어요. 꺅 >.<

syo 2019-07-08 15:12   좋아요 0 | URL
늘 말씀드리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대출이 먼저다˝

다락방 2019-07-08 15:12   좋아요 0 | URL
네네 저는 도서관에 있으니까 대출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난다!!

단발머리 2019-07-08 15:14   좋아요 0 | URL
대출이 먼저다! 그거 항상 내가 하던 말이잖아요!!
우리 집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원숭이 친구, 이렇게 선점하기입니까!!!

대출이 먼저다!!!

syo 2019-07-08 15:36   좋아요 0 | URL
집에서 하시면 어떡해요. 얼른 선점하셨어야죠. 참 아깝게 되었네요. 이런 말씀을 드릴밖에요.

˝선점이 먼저다˝

단발머리 2019-07-08 15:3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다락방님!

대출이 먼저다! 그거 제가 항상 하던 말이잖아요. 우리집이랑 제 알라딘방에서...
이런 불공정 선점 어떻게 해야합니까?
가르마를 타 주세요~~~

다락방 2019-07-08 15:40   좋아요 0 | URL
저...저....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모릅니다 모른다구요.

(비겁하게 도망친다)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syo 2019-07-08 15:41   좋아요 0 | URL
뭐하러 도망을 치세요. 그냥 한 말씀만 하시면 되는 것을요.
˝syo가 먼저다˝

다락방 2019-07-08 15:42   좋아요 0 | URL
저기... 그냥.....제가 한 걸로 하면 안될까요?

대출이 먼저다. -다락방

단발머리 2019-07-08 15:51   좋아요 0 | URL
아무리 좋아해도 그건 안 되겠어요.

대출이 먼저다. - 단발머리

syo 2019-07-08 16:1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이런 건 제게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니까요.

대출이 먼저다. - 단발머리

다락방 2019-07-08 16:18   좋아요 0 | URL
음..... 뭔가 분한데? 흐음......

단발머리 2019-07-08 16: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조차 기쁘지 않다.
이건 뭐죠?!?

다락방 2019-07-08 16:2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9-07-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재밌지만, 댓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ㅎㅎ
다락방님의 공부를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9-07-09 08:06   좋아요 0 | URL
사이버대학은 일단 내년으로 미룰까 해요. 페미니즘 공부도 할 게 너무 많아서 팔을 너무 여러개 뻗으면 안될 것 같고 말이지요. 아아, 공부할 게 왜이리 많나요, 감은빛 님..

비연 2019-07-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글 내용은 진지, 댓글은 유머의 향연. 좋네요! 다락방님, 공부 다시 시작해보세요! 과거의 실패는 싹 잊으시고 전진.

다락방 2019-07-09 08:06   좋아요 0 | URL
네, 비연님.
공부를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긴 할건데, 일단 내년으로 미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당장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서 읽는 책과 거기에 관련된 책들 읽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벅차거든요. 그렇지만 법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싶고... 그래서 저는 일단은 반년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감사해요!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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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직접 죽이는 것만이 정답일 때가 있다.

변호사도 경찰도 의사도 남자가 훨씬 더 많은 지금 같은 때라면 종종 그렇다.

그것만이 유일한 답인 것이다.



그리고,

연대하는 여자들이 우리를 살린다.




내 상황에 얼마나 희망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나는 우리 생활의 절대적 완벽성에 결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절망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잭과 내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며, 내가, 똑똑한 서른두 살의 여성이 아이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소꿉놀이 하는 데 만족한다는 말을 믿는 그들의 멍청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누구라도 그 완벽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의심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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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남자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정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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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은이 '크리스티나 로런'은 '크리스티나 홉스'와 '로런 빌링스' 두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명이다. 이 책, 《노는 남자》를 읽기 전까지 이 작가가 당연히 여자 두명으로 구성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명은 남자인가보구나!' 했는데, 지금 구글을 검색해보니 여자 두 명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놀랐다. 그렇다면 이 여자 두 명의 생각이 들어갔을텐데, 그러니까, 음, 성적 취향이 나랑 너무 달라서! 다른 거야 물론 너무나 당연하고 또 너무나 개인적이지만, 어.. 그러니까,



(여러분 이 리뷰는 19금 입니다. 이 책을 사려고 해도 본인인증 해야 해요.)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인 '한나'는, 남자 주인공 '윌'만큼 본인의 '몸'에 정액이 뿌려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가 정액을 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해. 이게.. 음... 예, 섹스는 개인적인 것이니까요. 킁킁.



한나는 스물 네살의 대학원생이다. 기생충을 연구하는데 일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일에만 빠져 사느라 제대로된 연애도 섹스도 못해보고 친구도 별로 없다. 이에 한나의 친오빠는 한나에게 사람들 좀 만나고 살라며, 마침 뉴욕에 살고 있는 자신의 절친인 '윌'을 만나보라고 한다. 만나서 뭐 연애란 무엇인고 사교활동이란 무엇인지 블라블라 뭐 좀 배우라고... 이것 자체가 좀 말이 안돼. 여하튼 그래서 윌을 만나는데, 윌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남주인공, 바로 그 모습이다. 탄탄한 근육, 큰 키, 좋은 매너, 한 쪽 입꼬리만 올리는 모습, 탄탄한 직장, 많은 섹스 파트너, 그보다 더 많은 섹스 경험, 그래서 뛰어난 섹스 스킬, 그러나 한 번도 진정 사랑을 해보지 못한 서른 한살의 남..


책의 뒷표지에서는 그걸 '연애 고수'와 '연애 하수'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던데, 으앗, 너무 식상하고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 연애 고수 윌이 연애 하수 한나를 만나는데, 그들이 서로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거다. 한나는 '이 사람은 나 말고도 여자가 많으니까' 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윌은 '얘가 경험을 위해 나를 만나는 거라고 하니까' 하며 한 발 물러서고.. 그러나 서로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한 번도 이런 섹스는 없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는?


한나는 성적 욕망을 아주 강하게 느껴서 윌과 섹스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다(이게 가능한가요, 섹스하는 친구사이?). 그런데 그 섹스가 지금껏 했던 어떤 섹스보다 좋았다. 뭐, 한나야 그간 별 경험이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윌은 경험이 너무 많았고 게다가 화요일에 만나는 섹스파트너, 금요일에 만나는 섹스파트너가 있는데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가 된다. 그렇게 연애 고수는 연애 하수에게 빠져 섹스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번번이 취소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매일 아침 만나서 조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섹스는 우라지게 즐거워서, 서로가 서로의 소유가 되길 원한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아, 너무 뻔해서 '로맨스는 이렇게 뻔하게 쓸 수밖에 없나요?' 부르짖고 싶은데, 그러나, 뭐, 내 연애라고 특별했던가. 연애야말로 바깥에서 보면 다 고만고만하지 않던가. 연애야말로 안으로 들어가면 나름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바깥에서 보면 나도 뻔한 연애를 하는 1인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당신은 나랑 너무 달라서 끌려 혹은

당신은 나랑 너무 공통점이 많아.


그동안 숱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너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나에겐 상처가 있지만 너로 인해 극복했어.


너에게 빠져들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빠져들고 말았네.



뭐 기타등등.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들은 뭐, 그냥 우리가 하는 사랑이야기인 거잖아. 하늘 아래 새 것이 없고 하늘 아래 새로운 연애도 없나니. 너도 나도 다 뻔한 연애인 것을...


게다가 한나가 그렇게나 연애도 잘 못해봤고 섹스 경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을 홀리는 커다란 가슴을 갖고 있는 것까지 너무 뻔하다. 소설 속에서 윌은 한나의 가슴에 푹 빠져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어느틈에 보고 일부러 보고 그러는데, 그런데, 이거 너무 소설적인 거 아닌가. 정말 그렇게 대놓고 가슴 보고 사나, 남자들?



한나 와 윌은 서로 사랑하고 상대의 사랑도 확신하게 되지만, 로맨스 소설이 반드시 그러하듯,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 이 오해라는 건 사실 서로 탁 까놓고 말하고나면 다 풀리는 것들인데, 상대에게 묻지 않고 자기가 보고 들은것만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되어 상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상대를 미워하거나 혹은 실망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방금전까지 그 눈빛은 내게 사랑을 말했는데' 라고 생각했다면, 그러면 상대에게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오늘 이러이러한 소식을 들었다(혹은 보았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다면 니가 그렇게 말한(행동한) 이유는 무엇이냐.


이걸 물으면 상대가 자기의 사정을 얘기하겠지. 그러면 오해가 풀릴 수 있고 서로 힘들어하는 과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데 왜 그들은 그걸 안할까? 그러지말자. 상대를 사랑하고 또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면, 내 짐작으로 오해를 쌓아가지 말고 묻자. 묻고 듣자. 오케?



아무리 세상 로맨스가 다 뻔하다고 하지만, 나는 특히나 이런 로맨스는 좀 별로다. 남자가 나이가 더 많으면서 동시에 더 가진 자원도 많고 더 섹스와 연애 경험이 많아서 당연한 듯 연애 고수의 포지션인 거. 여자는 연애 하수라 어떻게 행동할지도 모르고 고수니까 나 말고도 다른 여자들 많겠지 하는 거. 이런 거 딱 진짜 내가 질색팔색 하는 스토리야. 틈틈이 조깅으로 엉덩이 라인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도 너무 싫고 ㅋㅋ 운전하는 중에 오럴섹스 하는 것도 개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딱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전하는데 오럴을 왜해... 아이고 두야.. 머리가 다 아프다..



그런 이 소설에 내가 별을 세 개나 준 까닭은 하하하하. 이 책은 내 기대에 충분히 부합할만큼 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첫 섹스를 하면서부터 그 다음 섹스까지 또 그 다음 섹스까지, 야한 장면에 충실했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당연히 제대로 된 남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빻은 남자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지. 아니나다를까, 윌은 섹스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히 여자를 생각해주는 남자여서, 여자의 욕망에 아주 제대로 부응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속 야해서 너무 좋은 거다. (네?) 그리고 이들이 한 번 섹스하고 나서부터는 계속 섹스하고 자주 섹스해서 계속 끝까지 야해. 이 책은 당연히 본인 인증을 거쳐 사야만 하는 것이야. 그러니까 얼마나 야하냐면, ㅋㄷㅋㄷ, 애인과의 통화중에 읽어주고 싶을만큼 야하다.


처음에 내용이 너무 뻔하고 내가 싫어하는 뻔함이어서 몇 장 읽지도 않고 팔아버릴까 고민했다. 안읽고 팔까 다 읽고 팔까.. 그런데 야한 부분 나오고나서 부터는 책장에 꽂아둬야 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나는 그간 폰섹스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앞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이 책의 야한 부분을 전화기 너머로 읽어주면, 폰섹스가 가능해질 것 같았다. 자, 들어봐, 하고 읽어주는 거지. 그 생각을 하자 너무 신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들의 섹스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도를 넘어서, 아니 그것은 도를 넘었다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아니 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오럴섹스를 좋아하지? (절레절레), 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내 몸에 정액이 뿌려지는 걸, 상황에 따라, '견딜 수는 잇겠지만', 그걸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사랑은 허용 범위를 넓혀주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이거나 견디는 것 까지는 할 수 있다. 정액 바깥으로 쏟아지면 너무 더럽지만.. '괜찮아, 당신이라면' 까지는 내가 할 수 있단 말이지. 그런데 그걸 좋아한다고? 아아, 역시 이것은 개인의 취향인가.


난..난...난...안되겠어. 안돼.

아니, 내가 카섹스까지는 그래, 알겠다고, 그런데 왜 운전중에 오럴을 하는거야? 하아- 스트레스... 갓길에 세워두고 하라고 ㅠㅠ



아무튼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뜨거운 연인이 되었다. 연애는 역시 뜨거워야 제맛이지.

그나저나 크리스티나 로런 읽는 사람은 정말이지, 대한민국에 나 밖에 없는것 같다.

이 사람 야한 거 잘써..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 있는 야한' 거 잘 써. 남자들도 포르노 보는 대신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게 그들의 앞으로의 삶에 훨씬 나을텐데, 말은 지겹게 안듣겠지. 로맨스 소설이야말로 여자보다 남자가 읽어야 하는 것인데.. 쩝.


좀 전에 알라딘에 크리스티나 로런 검색했더니, 이것 말고도 소설 몇 개 더 있다. 오케이, 내가 잘 알겠다고 한다.




"공원으로 달리기하러 가는데 혹시 나올 생각 있어?"
"조깅을 한다고요? 굳이 달릴 필요가 없는데도 달린다는 말이에요?"
"그래."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웃고 있었다. "운동 삼아 달리는 거야." - P20

그녀는 눈을 떴고 내 입술로 시선을 향했고 잠깐 동안 차분해졌다.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속삭였다. "안녕."
그 애정 가득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나는 내 생애 최초로 벌어진 일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 P223

나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콘돔이 있는 탁자로 손을 뻗었다. 말없이 포장을 뜯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기대감에 들떠 이미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 전희가 필요하지." 나는 목으로 입을 가져가면서 말했다. 그녀는 내 성기에 콘돔을 끼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선 일요일 아침부터 계속 전희가 이어졌는걸요." 그녀가 속삭였다. "준비 운동은 필요없어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 P262

그는 내 청소년기 섹스 판타지의 주인공이었다. 그렇다고 10대 시절을 그에게 푹 빠져서 보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실제로 가질 수는 없지만 그를 갈망할 수는 있었기에 오히려 간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를 만지고 그가 나를 만질 수 있고 그가 좀 더 깊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진심일 리가 없기에 … 일이 복잡해졌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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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 ˝남자를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야˝라고 써 있네요.
어쩐지. 그래서 syo가 어른이 못 되고......

다락방 2019-07-03 17:38   좋아요 0 | URL
표지에 써있는 말씀하신 그 문구는 진짜 빻은 문구 같아요. 이 소설의 내용으로 저 문구가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부러 저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뭘 남자를 알아야 어른이 돼, 남자들이 어른이 안되고 있는데... 쯧쯧..

이상, 갑분흥분해버린 다락방이었습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19-07-0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야해서 팔리지 않고, 다락방님 책장에 꽂히게 된 걸, 축하드립니다.
크리스티나 로런님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4 07:59   좋아요 0 | URL
미래의 폰섹스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며칠전에 친구에게 노섹스 선언을 해버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스는 우라지게 즐거워서 <-에서 ㅎ흐흣 웃다가.........
폰섹스를 위해 이 책을 꽂아뒀다는 말에서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갓길에 세워두고 하라는 말에서 아놔 정말 또 혼자 모니터 보면서 광대승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갓길에서 하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4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태어난 이유가 뭐겠습니까?
바로 잠자냥 님 광대 승천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19-07-06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폰섹스를 위해 책을 쟁여두신 다락방님.
그 철저한 준비성을 저도 본받고 싶군요. ㅎㅎㅎㅎ

이 글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뜻이지?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미래의 폰섹스를 위해 이 책을 쟁여놓고 싶어졌습니다.

다락방 2019-07-07 19:17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아주 철저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준비하는 자세로 미래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일요일


《존 윅3》을 보고, 너무 좋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편 다시 보자, 하고 어제 다시 보았다(내가 엊그제 일요일 페이퍼에서 다시 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다시 봤다). 나는 진짜....아무튼 키아누 리브스(내 어린 시절엔 늘 키에누 리브스였는데...) 너무 좋고요, 이 영화 이제 2편 보려고 다운 받아놨다. 존 윅 캐릭터도 너무 좋은게, 뭐랄까, 복수의 과정에서 별로 말도 없다. 이러쿵 저러쿵 말도 없이 자기의 차를 훔치고 자기의 개를 죽인 사람에게 벌을 내린다. 빵야빵야-



존 윅은 아내를 사랑했고, 그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조직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 빠져나온 길은 무척 힘들었으나, 어쨌든 그렇게 빠져나와 그는 아내랑 행복한 결혼생활을 몇 년간 유지했다. 그러나 아내가 병으로 죽고, 그는 절망하고 좌절한다. 그런 그에게 강아지 한 마리가 배달된다. 아내가 죽기 전에 그에게 선물로 보낸 것. 자신은 이제 평안을 찾았으니 존 윅도 사랑할 사람을 찾아서 평안을 찾으라는 거다. 그렇게 그의 옆에 그와 함께할 강아지를 보내주는 거야.


someone to love


우리는 조나단 B의 노래를 떠올릴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바로 그 노래.. 썸원 투 러브..사랑할 사람....






그 편지에서 아내는 자신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당신의 절친, 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편지에서는 'your best friend' 라고 써있다.


당신의 가장 좋은 친구.



나는 애인과 친구는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애인은 애인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두어야 한다고. 이 두 가지가 한 사람에게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고, 딱히 그걸 원하지도 않았었다. 내게 친구는 편함을 의미했고, 내게 연인은 설레임을 의미했다. 편함을 주고 설레임을 가져가버린다면, 그건 싫었다. 친구는 내가 알아서 사귈테니, 연인인 너는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줘! 그래서 아마도 그간 내 연애가 길지 않았던가 보다. 설레임이 사라지면 징그러움만 남아...(응?)


그러나 몇해전부터, 궁극적으로 애인이 주는 건 설레임과 편함 모두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지점을 분명히 갖고 있는데, 그러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애인의 역할이 아닐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함께 잠들고 사소한 걸 함께 나누면서, 그러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야 하잖아. 그렇다면 이것은 가장 좋은 친구의 역할이 아닌가. 그러면서 애인의 역할이기도 하지. 궁극적 애인은 베스트 프렌드겠구나. 그래, 바로 그거여야 해!



그러니 '제이슨 므라즈'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와 애인이 되다니 나는 얼마나 행운인가' 라고 말하는 노래는 진리, 참진리인 것이다.. 트루 진리...(네?)







존 윅은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았다. 가장 간절하던 사람을 잃고 그 시절로 결코 돌아갈 수 없지만, 그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 그를 위한 한 방을 선사해주는 사람들. 살면서 가장 간절한 걸 얻지 못한다는 것, 잃는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러나 다른 다정한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또 살아지기도 하는 게 삶인 것 같다.



별 생각없이 존 윅의 차를 훔치고 존 윅의 개를 죽인 악당은, '하필이면'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이지만, 그러나 '하필이면'을 차치하고, 그가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치지 않고,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렇게 복수의 칼날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존 윅을 건드린 것은 그의 나쁜 운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고 동물을 죽인 것은, 그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죄였다. 그러니 그가 이번에 하필 존 윅을 건드려서 그렇게 죽게 되었지만, 그리고 관련인들까지 모두 죽게만들었지만, 그가 그토록 나쁜 짓을 하고 살았다면 언젠가는 응징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튼, 사랑할 사람은 가장 좋은 친구인 걸로. 명심해! 명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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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cbegins 2019-07-0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그 경계 사이에서 철로 변경하듯 도움줄 레버같은게 없어 어렵긴 하지만요. 이게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이 인연이겠죠? ㅎㅎ

다락방 2019-07-02 11:02   좋아요 1 | URL
네, 그게 자연스럽게 되고 또 모두가 되는 사람이 인생에 한 번쯤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놓치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후훗.

단발머리 2019-07-02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키아누 리브스는 언제나 <스피드>의 키아누 리브스지만, 존윅의 키아누도 좀 좋아질려고 그래요.
다락방님의 말에 금방 솔깃해가지고 혼자서 헤헤헤^^

다락방 2019-07-02 11:02   좋아요 0 | URL
저는 그전까지 키아누 리브스는 <폭풍속으로>의 키아누 리브스였어요. 거기서 그 꽃미모에 제가 너무 홀랑 넘어가버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입니다. 저 존 윅 다보면 <콘스탄틴>도 다시 볼거에요. 으하하하하

비연 2019-07-02 12:18   좋아요 1 | URL
오. 저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인데요. 존웍을 봐야 할까요... ㅎㅎ

다락방 2019-07-02 12:28   좋아요 1 | URL
아아 매트릭스도 있었죠! 아니, 이 남자 왜이렇게 멋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존 윅2 도 이제 볼겁니다! 으하하핫

유부만두 2019-07-02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뭐래도 키아누 리브스는 카붐! 이죠.

다락방 2019-07-02 20:31   좋아요 1 | URL
악!!!!! 카붐 진짜 너무 좋아요!! 키아누 카붐 짱짱맨!!!!!

syo 2019-07-02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동물을 사랑해야 해요. 개를 죽이다니. 이제 사람들이 함부로 개를 죽이지 않기를 바래요. 죽이려다가도 혹시 얘가 존 윅 강아지면 어떡하지? 하면서.....

다락방 2019-07-03 07:5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나쁜 짓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겁니다!! 으르렁-

ohbusybee 2019-07-03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왔었어요, 노부부 에피소드 였는데. 결국 수술을 이기지 못해 저세상으로 가버린 아내를 바라보며 남편분이 ˝My wife, she was my best friend, she was my favorite person˝ 이라구 ㅠㅠ. 가장 행복한 연인관계의 형태가 아닐까라고 저도 공감합니당. 명심 또 명심.

다락방 2019-07-03 14:06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좋네요, 정말 너무 좋아요.

My wife, she was my best friend, she was my favorite person.


진짜 완벽하네요. 명심 또 명심.

감은빛 2019-07-06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해서 10번도 넘게 본 인도영화 [꾸츠 꾸츠 호타해]에도
˝사랑은 우정˝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주인공의 설명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은 먼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뜻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이게 그냥 대사로만 보면 유치하다 느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 경우에도 대부분 그랬던 것 같더라구요.

다락방 2019-07-07 19:18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람들은 그걸 되게 빨리 깨닫는데 제 경우에는 깨닫는데 아주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아주 늦은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지금와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건데 말예요. 가장 좋은 친구와 사랑하는 것.

고양이라디오 2019-07-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윅3 꼭 봐야겠네요ㅎ

다락방 2019-07-14 11:30   좋아요 1 | URL
꼭 보세요 고양이라디오 님! 전 덕분에 존윅 시리즈 다 다시보고 콘스탄틴도 다시 봤어요!

고양이라디오 2019-07-14 14:33   좋아요 0 | URL
네 존 윅 시리즈 다 보겠습니다ㅎ 추천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