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버트란드 러셀 지음 / 사회평론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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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흥미롭지만 다소 어려운 부분들 때문에 강의로 들어보고 싶네요.살아계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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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12-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이 책을, 대단히 흥미로운데요! ㅋㅋ

다락방 2011-12-26 13:25   좋아요 0 | URL
[울분] 읽고 이 책을 읽게 됐다니깐요, 레와님! ㅎㅎ

하루 2011-12-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몇번을 포기한 책인지 몰라요. :)

다락방 2011-12-26 13:26   좋아요 0 | URL
저도 중간에 정말 많이 갈등했어요. 포기할까 말까... 그러나 결국!! 해냈습니다!! ㅎㅎ

stillyours 2011-12-2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울분] 읽자마자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었는데;
아직까지 장바구니에 -_-

다락방 2011-12-26 15:13   좋아요 0 | URL
정신을 빡! 집중해서 읽어야해요. 처음부분과 끝부분에 실린 에세이는 그래도 좀 알아먹기 쉬운데 중간부분은 영 어렵더라구요. 어휴.

얼룩말 2011-12-2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러셀...정말 최고죠^^

다락방 2011-12-26 15:56   좋아요 0 | URL
네, 멋져요! 꺅 >.<
 
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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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를 지켜가며 아주 천천히 씹어 읽노라면, 여기, 찬란함과 외로움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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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2-2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하나 더 내놔요!!!!! (우겨댄다)

다락방 2011-12-25 20:43   좋아요 0 | URL
다섯개가 되기엔 부족했어요. ㅎㅎ

한수철 2011-12-2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퍼펙트.

다락방 2011-12-25 20: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흣

moonnight 2011-12-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바로 사야겠다고 결심합니다. ^^

다락방 2011-12-25 20:44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문장들이에요. 단,천천히 읽는게 중요해요. 이 책은 빨리 읽어서는 안될것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에요.

Forgettable. 2011-12-2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서재에 ta polla kala 가 희랍어인건 알고 있나요?ㅎㅎ
난 희랍어 배운 사람ㅋ

다락방 2011-12-25 20:44   좋아요 0 | URL
뽀가 못하는건 대체 뭐죠? 네? ㅎㅎ

stillyours 2011-12-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천천히. 눈 내리는 날 읽으면 참 좋을 듯.
다락방의 100자 평 너무 와닿아요!!!

다락방 2011-12-26 15:13   좋아요 0 | URL
이 소설의 한강의 문장들은 정말 천천히 읽어야해요. 빨리 읽고 말하는 감상은 제대로 된 것일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달사르 2011-12-2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ㅋㅋㅋ. 저도 희랍어 배운 사람! 알파벳만!
한강의 소설은, 읽고나면 왠지 한강 주변을 혼자 거닐고 싶어진다니까요. 글쎄.

다락방 2011-12-27 09:52   좋아요 0 | URL
우아, 희랍어 배운 달사르님! 진정 멋지십니다. 달사르님의 직업도 근사한데 희랍어(알파벳이라 할지라도)까지 알고 계신다니!! 멋져 멋져요!! >.<
 
루시드폴 (Lucid Fall) - 정규 5집 아름다운 날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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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아니 자정을 넘겼으니 오늘이구나), 나는 야근을 했다. 하긴 크리스마스와 야근이 대체 무슨상관이람. 야근을 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기로 한다. 방안에 루시드 폴의 시디를 걸어놓고서.

 

크리스마스라 발라주는 매니큐어는 황금색. 사둔지 꽤 되었지만 귀찮아서 바르지 않고 있었는데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해둔것처럼 너무나 맞춤한 색이 아닌가. 루시드 폴의 음악은 지친 하루의 일상을 위로하는데는 제격이다. 방안 가득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그러나 가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울려퍼지고, 나는 스윽 스윽 손가락마다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바른다. 손가락은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루시드 폴의 목소리는 매니큐어 솔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고등어」가 들어있던 앨범도 그랬다. 당신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그렇게 루시드 폴은 위로해줬더랬다. 그런데 이 앨범도 그렇다. 루시드 폴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사는것도 아닐텐데, 마치 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한다.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곡인듯 노래 하나하나의 개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루시드 폴의 혹은 이 앨범의 단점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내게는 장점으로만 작용한다. 굳이 루시드 폴까지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를 만들 필요는 없잖은가. 황금색 매니큐어를 바르는 늦은 밤, 오늘만큼은 매니큐어 냄새가 그렇게 독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밤, 그런 밤을 루시드 폴의 노래들이 채워준다. 루시드 폴의 음악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황금색 매니큐어 뿐만 아니라,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도 잘어울릴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 루시드 폴의 앨범, 그리고 황금색 매니큐어. 야근 따위는 잊을 수 있다. 슬라이스 햄을 몇장 두껍게 접어 치즈와 함께 샌드위츠를 만들어 한 입 깨물면서 루시드 폴의 앨범을 들어도 좋겠다. 충만한 감정을 선물하는 건 요란한 것일 필요가 없으니까.

 

 

황금색 매니큐어 혹은

체리블라썸 바디버터 혹은

햄치즈 샌드위치(햄 많이)혹은

눈 오는 밤

 

그리고 루시드 폴.

 

이거면 됐다, 오늘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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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11-12-24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리블라썸이라 하시길래 바디샵 바디버터 리뷰인가 했는데... ㅋㅋ
그러고 보니 올 한해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하나도 안 산 듯... 쩝.. 적립금은 유효기간 다 돼서 날아갔는데...

다락방 2011-12-25 20: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하루님. 안그래도 엊그제인가 하루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오, 마지막날 정말 연락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그동안 안부 묻기 어려운 시간을 지내신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게 바라봤어요.
좋아하는 가수의 시디는 곧 다가올 내년에 사시면 되죠. 하루님은 시디를 사지 않으셔도 좋은 노래 많이 들으셨잖아요.
:)

2011-12-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빼요!
오늘밤엔 나도 껴주세요 :)

다락방 2011-12-25 20:46   좋아요 0 | URL
그 오늘밤은 벌써 지나가버리고 말았네요, 흑흑.
그리고 오늘은 또다른 밤이에요. 하아-

2011-12-24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12-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레드 와인. 도요. >.< (멀리서나마 다락님과 쨍. 하고 싶은 달밤입니다.^^;)

다락방 2011-12-25 20:49   좋아요 0 | URL
우아아아 레드와인! 꺅 >.<

전 개인적인 사정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레드와인을 앞에두고 제대로 마실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어요. 흑흑. 오늘 어찌나 어제의 와인이 생각나던지. 케익도 남기고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 앞으로 레드 와인 마실때마다 문나잇님께 쨍, 할게요. 훗
 
루시드폴 (Lucid Fall) - 정규 5집 아름다운 날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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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증정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전 정말 포스터 받고 싶지 않았다구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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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2-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도 필요없고 포스터도 필요없어요. 대체 그 통과 포스터를 어디에 쓰란 말입니까! 하아-

다락방 2011-12-2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나중에. 일단 저 별은 포스터 준게 싫어서 음반 들어보지도 않고 하나 뺀거임.

moonnight 2011-12-2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포스터 받고 싶지 않은데 안겨주면 너무 난감해요. 책이랑 시디 보통 함께 주문하는데 책 박스에 떡하니 붙은 포스터 통을 보면 참 당황스럽다는;;;

다락방 2011-12-23 15:04   좋아요 0 | URL
네, 통과 함께 재활용으로 분리해 버리기는 하는데 그러면서 얼마나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가져봤자 짐만 될테고. 포스터를 분명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포스터에 한해서만큼은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치니 2011-12-2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뜩치는 않았지만, 지난 번 포스터는 현관 옆에 붙여놨어요. (용도는 여기가 현관이다, 뭐 그런 표시)
그나저나 다락방 님 음반 들어보고 난 후의 소감이 궁금해요 ~

다락방 2011-12-23 15:05   좋아요 0 | URL
저는 대체적으로 그동안의 포스터는 모두 재활용으로 분리하여 버렸지만, [만추 OST]에 함께 딸려온 포스터만큼은 방문에 붙여뒀어요. 그 영화의 포스터만큼은 버릴수가 없어서요. ㅎㅎ
음반은 주말동안 내내 듣고 리뷰 쓰도록 할거에요. 물론, 장담할 순 없지만요. 훗.

레와 2011-12-26 10:09   좋아요 0 | URL
나도나도! 만추 포스터는 버릴수가 없었어요. 우리집 작은 냉장고에 붙여 놨어요~ ㅎ

다락방 2011-12-26 13:26   좋아요 0 | URL
난 같이 걷는 포스터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하필 키스하는 포스터에요. 뭐, 그것도 괜춘하지만 ㅋㅋ
 

시(詩)는 소설이 그렇듯이 아주 많은것들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 얼마전에 어느 신춘문예 응모후의 글을 봤는데 많은 시들이 이번 해에 저항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다. 그래, 시를 수단으로 삼아 저항을 얘기할 수도 있을테다. 인생을 얘기할 수도 있고 분노를 얘기할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사랑에 대한것은 빼놓을 수 없고. 그리고 시로 말하기에는 일상도 가능하다. 나는 지겨울정도로 말해왔지만 시를 잘 읽지 못하고, 그래서 시를 잘 읽는 사람들을 보는것이 몹시 질투난다. 왜 나는 그들처럼 시를 읽지 못할까? 왜 내게 와서 그것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 시는 내게 다가서기 어려운 친구같다. 몇번이고 시도하고 또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나 따위에게는 절대 곁을 주려는것 같지가 않다. 뭐, 괜찮다. 내게는 나의 구원, 소설이 있으니까.

 

시에게 실연당한 내가 오늘 만난 시집은(나는 참 끈질기기도 하지), 제목이 아주 근사한 시집이다. 내가 만약에 단편 소설을 쓴다면 시인에게 정중히 묻고 싶다. 제 단편소설 제목으로 이 시집의 제목을 그대로 써도 되겠습니까? 라고. 그러나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박성우 시인의 『자두나무 정류장』. 아. 제목좀 봐. 자두나무 정류장이래. 너무너무 예쁘다. 자두나무 정류장. 배나무 정류장보다 낫다. 사과나무 정류장은 괜찮았을 것 같다. 벚꽃나무 정류장도 어쩐지 낭만적이고. 아, 그런데 자두나무 정류장은 뭔가 특별하다. 자두나무라니. 나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자두를 따먹어도 될까? 자두를 따먹고 자두즙이 흘러내리면 손으로 쓰윽- 훑고. 끈적해진 손이 낭패스러워지면 옆에서 함께 기다려주던 이가 물티슈를 건네주고. 버스가 오고, 우리는 나란히 타고. 이 밤에 자두가 먹고싶다.

 

 

자두나무 정류장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 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 왔는데

암도 없으면 서운하니까

 

비가 오면 비마중

눈이 오면 눈마중

달이 오면 달마중

별이 오면 별마중 간다

 

온다는 기별도 없이

 

비가 와서 후다닥 내린다

눈이 와서 휘이잉 내린다

달이 와서 찰바당찰바당 내린다

뭇별이 우르르 몰려와서 와르르 내린다

 

북적북적한 자두나무 정류장에는

왕왕, 장에 갔던 할매도 허청허청 섞여 내린다

 

 

그래,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내게로 올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한다. 문득 이 시를 읽는데 마중이란 단어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마중이란 단어는 애틋하니까. 그 마중을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한다는 건 꽤 특별하게 느껴져서, 내가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마중한다면 혹은 누군가가 나를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마중한다면 우리는 헤어질때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다음에 또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보자.

 

헤어짐의 인사로는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이 시를 읽고서야 새삼 바닥을 나누는 일이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렇다. 혓바닥을 나누는 일은 사실 사랑 없이도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은 욕정만으로도 해낼 수 있는 일이니까. 손바닥을 서로 내보이며 악수를 하든 손을 잡든, 그것도 사랑까지 가지 않아도 가능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충동으로. 그러나 발바닥까지 함께 내보인다면, 그러니까 내 몸의 모든 바닥과 당신 몸의 모든 바닥이 만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수 없겠다. 그건 사랑이겠지, 라는 시인의 말은 그래서 네, 사랑이죠, 라는 대답을 불러낸다. 그런데 사랑이 뭐지? 라고 물으면 그때는 대답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기는 하다. 바닥을 나누는거요, 라고 하기엔 충분하지 못한 느낌.

 

 

별말 없이

 

윗집 할매네

밭가에 우거진 가시덤불을 일없이 쳐드렸다

 

그러고 나서 두어 날 집을 비웠는데

텃밭 상추며 배추 잎이 누렇게타들어간다

 

일절 비료도 안하고

묵힌 거름으로만 키워 먹는 풋것인지라

내 맘도 여간 타들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요소를 쪼간 허쳤는디 너무 허쳤는가?

아깐디, 뭔 비료를 다 주셨어라

 

윗집 할매는 고맙다는 표시로 별말 없이,

내 텃밭에 요소비료를 넘치게 뿌려주셨던 것이어서

나도 별말 없이,

콩기를 한 통 사다가 저녁 마루에 두고 왔다

 

내 호박넝쿨이며 오이넝쿨이

윗집 할매네 부추밭으로만 기어들어가

여름 가을 내내 속도 없이 퍼질러댔지만

 

윗집 할매는 별말 없이,

비울 때가 더 많은 내 집을 일없이 봐주신다

 

 

이 시는 엄청 아름답다. 풍경이 눈에 보이는듯 하다. 별말 없이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말 없이 나누는 마음이 비료이고 콩기름이고 비운 집을 봐주는 일이라는것이 살풋 미소짓게 한다. 저녁에 집에서 콩나물과 고추장을 세숫대야에 넣어 밥을 비벼먹는데 엄마가 참기름 넣어줄까, 하신다. 응, 이라고 하니 엄마는 참기름 뚜껑을 열고 내가 밥을 비비는 세숫대야에 넣어주시는데 이건 참기름을 넣는 수준이 아니고 숫제 들이 붓는다. 어어, 엄마, 기름에 밥 비벼먹는거 아니잖아 왜이렇게 많이 넣어, 라고 하니까 엄마가 맛있으라고, 하신다. ㅎㅎㅎㅎㅎ 이런게....아름다운거 아닌가!! 박성우 시인에게 콩기름이 있었다면 나에겐 참기름이 있다. 엄마의 참기름. 별말 없이 들이붓는 참기름. 그리하여 아름다워진 저녁 밥상.

 

 

항생제와 소염제 그리고 진통제가 잔뜩 들어간 약을 먹었더니 내내 졸립다. 자도자도 졸립다. 그것들은 사람을 졸리게 만드는건가? 여튼 이제 자야겠다. 내일은 금요일이고, 그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작년 이맘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반지를 샀었지. 그 뒤로 그 반지는 내내 내 손에 끼워져 있었고, 나는 이제 그 반지 없는 내 손가락은 허전하다. 앗.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네.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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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이진님, 시집 추천합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12-04-24 00:15 
    소이진님. 시집 추천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죠? 사무실에서 추천하고 싶었지만 저는 외우는 시는 하나도 없구요, 오늘 일이 폭발해서 ㅠㅠ 머리가 빙빙 돌 정도로 일했어요. ㅜㅜ 집으로 돌아와 일단 제 방 책장에서 시집 몇 권 꺼내어 훓어보았어요. 저는 시를 잘 못읽고(;;) 가지고 있는 시집도 몇 권 되질 않아서 추천하자니 데이터가 몹시도 빈약하지만, 이 시들은 어떨까, 해서 몇 개 소개해 드릴게요. 다 기록하기는 어려우니(저
 
 
이진 2011-12-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이 참 아름다와요.
요즘에는 시를 읽으려해도 어렵고 난해한 철학적인 시 밖에 안 보이는데
이렇게 일상적이고 잔잔한, 그리고 애틋한 시들을 읽으니 마음이 깨끗히 정화되는 기분이어요^^

다락방 2011-12-23 13:15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저도 이렇게 일상적이고 잔잔한 시들이라서 읽기에 아주 좋더라구요. 난해한 시는 저도 잘 못읽어서 말이죠. 전 쉬운글로 쓰여진 쉬운 시가 좋아요. 쉬우면서도 애틋함을 주다니, 시란 정말 묘하지요?
:)

hnine 2011-12-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봤더니 박성우 시인이군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감기 기운 있나봐요? 자는게 최고, 푹 주무세요. 자두나무 정류장 꿈 꾸세요 ^^ 전 호두나무 정류장 쯤으로 하려고요.

다락방 2011-12-23 13:16   좋아요 0 | URL
감기 기운 있는건 아닌데, 세균감염이라 .. 뭐 그렇게 됐습니다 ㅜㅜ

자두나무 정류장은 달큰하지만 호두나무 정류장은 그보다 더 정감있게 느껴져요. 호두나무라..호두나무도 참 좋으네요, hnine님. 헤헷 :)

꽃핑키 2011-12-2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ㅋㅋㅋ 자두나무 정류장, 자두나무 정류장 어쩜 ~_~♡
저에게도 자두나무 정류장은 너무 특별하고 예쁜 이름처럼 느껴져요 ㅋㅋ
으하하 잘자요 나의 다락방님 ♡_♡sS

다락방 2011-12-23 13:17   좋아요 0 | URL
자두나무 정류장은 정말 예쁘죠? 예뻐서 특별하게 느껴지는걸까요? 거기에 자두가 대롱대롱 매달려있을 생각을 해보면 정말 입속이 달아져요. 과즙흘리면서 마구 먹고싶어요!

핑키님은 잘잤어요? 점심시간도 지났네. 점심도 잘 먹었어요?
:)

레와 2011-12-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 옆에서는 얼씬도 하지 말고 푹쉬지!! 쫌!!
그렇지만 다락방의 페이퍼는 너무 반가워서 와락..

시집을 사서 읽으면 페이퍼에서 받은 감동보다 덜 하던데, 그건 아마도 다락방의 일상 이야기가 없어서 그런가봐요.
오늘 페이퍼의 콩나물에 고추장넣고 참기름을 부어주는 엄마 이야기 같은..


배고프네..

다락방 2011-12-23 13:18   좋아요 0 | URL
잠을 좀 많이 잤더니 막상 밤에 잠이 잘 안오더라구요. 졸렸는데도 말이죠. 어제는 글쎄 무려 새벽 한시에 깨서 삼십분동안 책보다 잤어요. ㅎㅎㅎ 그러다가 친구한테 문자까지(우리의 J님) 넣었죠. 그런데 그 친구는 무려(!)답장을 보내더군요.

어제 엄마가 저 때문에 고생. 종합병원가서 제가 오기전에 미리 예약하고 기다리고 그 추운데 .. 흑흑. 제가 참 불효를 많이 하네요. orz

레와 2011-12-26 10: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우리 건강합시다. 그 무엇보다 우선으로.

네꼬 2011-12-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들고 읽는 것보다 다락님이 읽어주는 게 더 좋아요. 당신은 정말 좋은 독서가. 시 애호가. 여자. 우리 내년 여름엔 같이 자두 한번 먹읍시다.

다락방 2011-12-23 13:19   좋아요 0 | URL
저는 시집을 잘 읽지 못하는걸요, 네꼬님. 알라딘에만 해도 고수가 얼마나 많아요. 네꼬님 김지님 hnine님 모두 시를 엄청 잘 읽으시잖아요! 그런데 전...ㅠㅠ 시를 읽는 내공을 쌓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를 더 읽어야 할까요?

좋은 독서가라..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좋은 독서가인가요? orz

내년 여름엔 같이 자두도 먹고 맥주도 마시고 그래요, 네꼬님. 우리 오래오래 맛있는 것 함께 먹는 그런 사이가 되자구요.

책다람쥐 2011-12-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똑똑 방울방울 떨어지는 시들이네요. 다락방님의 말들도요 :)
누군가를 기다리는것과 나의 바닥을 보여주는일 둘다 그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인것만같아
오늘은 나의 자두나무 정류장에서 손바닥을 맞잡고 걸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네요.
역시 겨울날엔 시 한잔이 진리- 크레마가 찐하다구요.


다락방 2011-12-23 13:2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책다람쥐님. 마음속에 똑똑 방울방울 떨어지는 시들을 인용해서, 그리고 제가 그럴수 있는 글을 썼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헤헷.
네, 기다리는 것, 기다리는 사람을 향해 가는 것, 나의 바닥을 보여주는 일. 그 모두가 다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하죠. 손바닥을 보였을때 그쪽의 손바닥이 마주와서 잡아줄거란 확신, 그건 아무에게나 가질 수 있는건 아니니깐요.

겨울날엔 시도 진리, 소설도 진리, 그리고 따뜻한 정종도 진리에요.
종종 뵈어요, 책다람쥐님!
:)

노이에자이트 2011-12-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세숫대야에 밥을 비벼먹는다니 놀라와요...양푼보다 훨씬 클텐데...

다락방 2011-12-23 17:4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상상해보세요, 세숫대야에 밥 비벼먹는 다락방을. ㅋㅋㅋㅋㅋ

당고 2011-12-25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닥> 베껴서 친구에게 연애편지 보내야겠어요 이히히-

다락방 2011-12-26 08:42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에요, 당고님. ㅋㅋㅋㅋㅋㅋㅋㅋ

달사르 2011-12-26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이 시 읽고, 다락방님 페이퍼 읽고, 너무 좋아서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다락방님과의 사랑스런 대화에 굶주린 탓도 있구요. ^^

방금, 장바구니에 투하! 했슴돠. 이 시들은 단언코, 올해 만난 최고의 `시` 인 듯해요. 이런 멋진 시, 소개해주다니 당신은 참 예쁜 사람. 하하하.

다락방 2011-12-27 09:5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요즘 달사르님 왜 안보이시나, 며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참에 페이퍼가-그것도 내용도 사랑스러운!- 올라와서 엄청나게 반가웠어요. 그런데 제 페이퍼 읽고 수면 위로 올라오셨다니. 히히히히

달사르님이 저보다 훨씬 예쁘시죠. 전 달사르님의 약국 일상에 푹 빠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