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Lucid Fall) - 정규 5집 아름다운 날들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아니 자정을 넘겼으니 오늘이구나), 나는 야근을 했다. 하긴 크리스마스와 야근이 대체 무슨상관이람. 야근을 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기로 한다. 방안에 루시드 폴의 시디를 걸어놓고서.

 

크리스마스라 발라주는 매니큐어는 황금색. 사둔지 꽤 되었지만 귀찮아서 바르지 않고 있었는데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해둔것처럼 너무나 맞춤한 색이 아닌가. 루시드 폴의 음악은 지친 하루의 일상을 위로하는데는 제격이다. 방안 가득 루시드 폴의 목소리가-그러나 가사는 제대로 들리지 않는-울려퍼지고, 나는 스윽 스윽 손가락마다 차곡차곡 매니큐어를 바른다. 손가락은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루시드 폴의 목소리는 매니큐어 솔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고등어」가 들어있던 앨범도 그랬다. 당신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그렇게 루시드 폴은 위로해줬더랬다. 그런데 이 앨범도 그렇다. 루시드 폴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 사는것도 아닐텐데, 마치 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로 작정이나 한 것처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한다.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곡인듯 노래 하나하나의 개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루시드 폴의 혹은 이 앨범의 단점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내게는 장점으로만 작용한다. 굳이 루시드 폴까지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를 만들 필요는 없잖은가. 황금색 매니큐어를 바르는 늦은 밤, 오늘만큼은 매니큐어 냄새가 그렇게 독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런 밤, 그런 밤을 루시드 폴의 노래들이 채워준다. 루시드 폴의 음악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황금색 매니큐어 뿐만 아니라,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도 잘어울릴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체리블라썸 바디버터와 루시드 폴의 앨범, 그리고 황금색 매니큐어. 야근 따위는 잊을 수 있다. 슬라이스 햄을 몇장 두껍게 접어 치즈와 함께 샌드위츠를 만들어 한 입 깨물면서 루시드 폴의 앨범을 들어도 좋겠다. 충만한 감정을 선물하는 건 요란한 것일 필요가 없으니까.

 

 

황금색 매니큐어 혹은

체리블라썸 바디버터 혹은

햄치즈 샌드위치(햄 많이)혹은

눈 오는 밤

 

그리고 루시드 폴.

 

이거면 됐다, 오늘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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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11-12-24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리블라썸이라 하시길래 바디샵 바디버터 리뷰인가 했는데... ㅋㅋ
그러고 보니 올 한해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하나도 안 산 듯... 쩝.. 적립금은 유효기간 다 돼서 날아갔는데...

다락방 2011-12-25 20: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하루님. 안그래도 엊그제인가 하루님의 페이퍼를 보면서, 오, 마지막날 정말 연락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그동안 안부 묻기 어려운 시간을 지내신 것 같아서 좀 조심스럽게 바라봤어요.
좋아하는 가수의 시디는 곧 다가올 내년에 사시면 되죠. 하루님은 시디를 사지 않으셔도 좋은 노래 많이 들으셨잖아요.
:)

2011-12-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빼요!
오늘밤엔 나도 껴주세요 :)

다락방 2011-12-25 20:46   좋아요 0 | URL
그 오늘밤은 벌써 지나가버리고 말았네요, 흑흑.
그리고 오늘은 또다른 밤이에요. 하아-

2011-12-24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12-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레드 와인. 도요. >.< (멀리서나마 다락님과 쨍. 하고 싶은 달밤입니다.^^;)

다락방 2011-12-25 20:49   좋아요 0 | URL
우아아아 레드와인! 꺅 >.<

전 개인적인 사정상 크리스마스 이브에 레드와인을 앞에두고 제대로 마실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어요. 흑흑. 오늘 어찌나 어제의 와인이 생각나던지. 케익도 남기고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 앞으로 레드 와인 마실때마다 문나잇님께 쨍, 할게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