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둘러보다 위의 책을 알게됐다. 

국내 작가가 지은건데 제목 그대로 전 세계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에 대해 다룬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책소개를 읽다보니 얼마전에 보았던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생각났다. 그 드라마 보면서 계속, 거듭 생각해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것이긴 하다.



일단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거신 전화는>의 어마어마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예정이므로 그 드라마를 앞으로 볼 예정이라거나 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페이퍼는 읽지 않기를 권한다. 음.. 그런데 여기 오는 분들 중에 그 드라마 보고싶어하는 사람은 어쩐지 없을 것 같지만...


시작합니다.



백사언은 정치인 집안의 아들이자 손자인데, 그러나 백사언은 백사언이 아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른 장소에서 다른 어른과 함께 살던 소년이었는데, 어느날 백사언의 집에 와서 백사언으로 살게된거다. 

대대로 정치인의 집안이어서 으리으리한 집에 살며 좋은 교육을 제공받고 그 덕에 지금 유명하고 인기 있는 대통령실 대변인이 되었지만,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고 행복한 적도, 웃었던 적도 없다. 그가 백사언으로 살아왔을지언정, 남들이 그 삶을 부러워했을지언정, 그러나 그것은 백사언이 원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 어른들과 이런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곳에 오게 됐을까. 어쩌다 오게 됐을까.


그러려면 '진짜' 백사언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태어나서 받은 이름이 백사언이었던, 이 백씨 집안의 원래 아들이자 원래 손자인 진짜 백사언.

이 백사언은 그러나 자라면서 큰 문제를 가진게 드러났으니, 그가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다.

금붕어를 시작으로 고양이를 거쳐 나중에 아이들까지 죽이는 일을 아직 십대의 진짜 백사언이 해왔다. 고작 열네살인데(어쩌면 열다섯) 그런 삶을 살았던거다. 이에 진짜 백사언의 할아버지는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더이상 살려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가 살아있다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테고, 그건 비단 이 소년의 범죄 문제뿐만이 아니라 백씨 집안의 명예를 더럽히게 될일이 분명해, 이 할아버지는 어느날 열네살 진짜 백사언을 데리고 낚시를 가서 이 소년을 죽여버리는거다. 물을 잔뜩 먹여서.  그렇게 몇 번이나 할아버지로부터 물을 먹어 축 늘어진 진짜 백사언을, 할아버지는 낚시터지기에게 처리하라 이르고, 낚시터지기가 키우고 있던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백사언으로 대신 키우는 거다. 이제 백사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소년은 이 할아버지가 진짜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고 이 일은 평생 자신에게 남아 지독한 악몽을 꾼다. 그렇게 소년은 가짜 백사언으로 삼십대가 되었고 대통령실 대변인이 되어 집에서 정해준 가문과 정략결혼까지 하고 살고 있는 것.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항상 이 모든걸 버리고 본래의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자,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진짜 백사언의 시체를 처리하려던 낚시터지기는 그러나 그가 아직 숨이 붙어있음을 알게 된다. 진짜 백사언은 살아있었던거다! 낚시터지기는 차마 이 소년을 '다시' '제대로' 죽일 수가 없어서,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이 소년을 살려둔다. 그렇게 진짜 백사언은 자라서 어른이 된다. 어떤 어른이 되느냐. 사이코패스 어른이 된다. 그는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할 좋은 환경을 누린 가짜 백사언을 괴롭히고 싶다. 그는 사이코패스 아이에서 사이코패스 어른이 되었다. 이걸 알게된 낚시터지기는 '그 때 그 아이를 죽였여야 했는데' 라고 이제와 후회하지만, 그러나 지금의 후회가 결과를 바꾸진 않는다. 사이코패스 아이는 자라서 사이코패스 어른이 되었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 내가 게속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 아이가 명백하게 사이코패스임이 드러난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 어른이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를 죽이는 것이 마땅한가? 그래도 되는것인가? 하는 지점.


드라마를 통해 나는 이 사이코패스 아이가 할아버지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됐고, 그 때 나는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그리고 마땅히 그러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눈을 질끈 감아야했다. 나는 이 아이가 싸이코패스라고 해서 그 아이를 죽이는 일이 어떤 누군가에게 허락된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안돼, 그건 안돼, 라고 생각하는거다.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서 어른 싸이코패스가 되어 여전히 사람을 더 잔인하게 죽인다면? 그렇다면 어릴 때 그 아이를 죽이지 못한 것이 잘못인가? 그 때 이 사이코패스 아이를 죽이지 못해서 결국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으니, 그 아이를 살려둔게 잘못인가? 



이 사이코패스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면, 잡아서 감옥에 처넣는게 정답이다. 그게 유일한 답이다. 만약 뉴스로 이런 소식을 접한다면 나는 '저런 놈은 사형시켜야지!'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릴 때 죽였어야 했어' 라고 말한다면, 거기에는 내가 '맞아!'라고 할 수가 없다.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로 자랄게 분명해서 그래서 미리 죽여버려야 한다, 미리 죽여서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라고 하는 것에는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안돼' 라는 답을 하게 되는거다. 그런데 나는 나의 이 생각이, 그 아이를 누군가 죽여서는 안된다고 하는 내 생각이, 맞는것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게 맞나? 만약 사이코패스에게 가까운 사람이 살해당했다면, 나의 '그래도 아이일 때 죽이면 안되지'라는 말은 얼마나 속편한 소리로 들릴까? 그런데 나는 '그건 아닌것 같은데' 하게 되는거다. 아니야, 그래도 그 아이를 그렇게 죽이면 안돼, 이렇게 되는데, 그러다 어른 사이코패스가 늘어나면, 그러면 나는 '그러면 안돼'라는 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내가 그렇게 말함으로써 지켜지거나 얻어지는건 대체 무엇이지? 어른 사이코패스가 될 아이를 살아있게 하는게, 거기에 의미나 가치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말렸을 것 같은거다. 안돼, 그러지마, 그러면 안돼! 그리고 얼른 경찰에 신고할 것 같은거다. 그러면서도 자꾸 묻게 된다. 이게 맞나? 내가 맞나? 


아, 너무 어렵다... 어려워.....




<지금 거신 전화는> 이란 드라마는 사실 설정이 말도 안된다. 게다가 노골적 광고가 심하다. 그 광고 보고 '그' 돈까스 먹어보고 싶어져서 연달아 이틀동안 맛있다고 사먹은 시청자가 누구냐, 나다. 하여간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서 '저기서 저런다고?' 이러고 한심하게 생각되는 지점이 수두룩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위에 썼던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분이 그렇고 '수어 통역사'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극중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수어 통역사 홍희주가 대통령실 수어통역사로 면접을 볼 때, 그 때 면접관인 백사언이 이런 질문을 한다. 너는 말을 하지 못하는데 그렇다면 여기 다른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려고 하느냐, 고. 이 때 홍희주는 수어로 말한다. 여러분이 수어를 배우시면 되지 않냐, 수어 어렵지 않다. 그리고 백사언 니가 수어를 배운다면, 통역사가 네 말을 제대로 통역하고 있는지, 그 뉘앙스는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지 않냐, 고 하는거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현명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왜 수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어를 하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이쪽처럼 해야 소통하지' 라고 말하는걸까. 내가 너와 소통한다면, 꼭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할까? 왜? 내가 다수이므로? 내가 너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가 너의 말을 배우는 방법이 있다. 이걸 지적해준 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건 뻥이 너무 쎄가지고..



조연 중에는 아나운서 '나유리(장규리)' 가 있다. 평소 백사언을 너무나 존경하고 짝사랑하는데 정신의학과 전문의 '지상우(허남준)'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지상우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된다. 보육원에서 자란 지상우는 당시에 함께 보육원에서 자랐던 친구들을 잃었던 것 지상우도 이 사건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해결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게 된 나유리가 옆에 있게 된다. 백사언, 홍희주, 지상우까지 모두 악몽을 반복하는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나유리는 그런게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지금 일을 열심히 하고 백사언을 짝사랑하는 그런 발랄 캐릭터. 그런데 하루는 지상우가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밝은 사람이에요.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어요."


나는 이 대사가 그렇게나 좋더라. 나유리가 밝은 이유는 괴로운 지상우를 버티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지만, 그러나 나유리의 밝고 건강함이 지상우를 버티게 했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어떤 이의 밝음은 그 자체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좋았던거다. 저 말이 되게 좋았어서, 나는 내가 저런 말을 들은 적이 있나 생각해보았다. 딱히 떠오르질 않네. 그러다가 내가 '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이라는 수식어로 들었던 말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다가..... 저렇게 막 좋은건 아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가야지.



아! 꼭 덧붙이고 싶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의 마지막회는 진짜 해도해도 너무했다. 어이가 없다. 완전 구렸다.

사랑하는 남자 찾겠다고 내전 있는 지역에 가고, 거기서 인질로 사로잡히고, 그런데 남주가 나타나서 구해주는... 서사 무엇??

그거 찍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았어요?



제목에 드라마를 보다가 '1' 이라고 붙인건, 2가 있다는 걸 암시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편에서는 <나의 완벽한 비서>로 돌아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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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1-1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어려운 문제네요. 그 아이가 자라서 사람을 죽이기 전에 개선할 방법이 정말 없는걸까요?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에서도 결국 실패해서 엄마도 죽고 이모도 죽이고... 세상으로 나가잖아요. 그도 인간이지만 우리와 어울려 살수 있을까요? 딜레마네요. 저도 그책 읽고 진짜 고민했었거든요. 근데 답이 안보이네요!

맛점하세요^^

다락방 2025-01-20 11:46   좋아요 0 | URL
으. 종의 기원이 그런 내용인가요? 저는 정유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너무 고자극이라 다른 책들을 안읽고 있기는 한데 결국 실패해서 가족도 죽이는.. 그런 내용이 나오는군요. 그러고보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도 비슷해요. 그건 참 착한 주인공이었는데 자신의 환경이랄까 그런걸 유지하기 위해 그런 줄 몰랐던 어떤 본성이 튀어나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더랬지요.

저는 이 페이퍼를 쓰기 전에도 답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 페이퍼를 쓰고 나서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어려워요. 삶은, 더욱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어려운 게 맞는것 같습니다.

레와 2025-01-1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락방이 드라마를 보네요?! 이게 무슨일인가요?! ㅎㅎㅎㅎ 반가워서 그만.. ^^

요즘 내가 애정하는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이야기도 해준다니 궁금하다요.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게 웃게 되는 주인공(한지민 이준혁.. 아 이준혁..ㅎㅎㅎㅎㅎ 흐뭇해) 때문에 보는데, 오늘 금요일! 본방사수! ㅋㅋ

다락방 2025-01-20 11:4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즘 퇴근길에는 좀 멍때리느라고 드라마를 봐요. <나의 완벽한 비서>도 넷플릭스로 보다가 어?? 하고 놀란게, 이게 완결난게 아니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아.. 이거 완결이 아니야? 하고보니 레와님도 이렇게 본방.. 얘기를 해주시고. 그래서 저도 본방으로 보았습니다. 아빠랑 같이 봤어요. 토요일 회차에서는 울었다우 ㅠㅠ
나도 그런 비서가 필요하다!!

잠자냥 2025-01-1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어렵다... 어려워.....2222222
어려운 문제네요. 아무리 싸패라해도 어릴 때 죽이는 건 좀;;;

그나저나 락방아...

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많이 먹어.

주말에도 많이 먹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20 11: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게 드라마 속에서는 그 아이를 죽이는 장면이 보여지니까 더 안되겠더라고요.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들어요. 그걸 보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 싸패가 되었어도 그래도 아이일 때 죽인다는 건 안되는거야, 라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 저는 아무리 다시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해도 안되는것 같은데, 그런데 제 생각이 맞는건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주말에도 많이 먹고 낮잠도 자고 그랬습니다!! 운동은 적게 하는 주말이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5-01-1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읽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딱, 오이디푸스네요. 저주 받은 운명의 남자 아이(드라마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사실). 그걸 알게 된 아버지(드라마에서는 할아버지). 죽이려는 시도. 실패. 다른 사람이 키움. 다시 돌아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고민을 저도 생각해 보았어요. (고민 같이 하는 스타일ㅋㅋㅋㅋ)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정신과 의사가 사이코패스 연구하다가 자기 뇌 찍어 보니 자기가 사이코패스 뇌였대요. 근데 자기는 의사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었구요. 그걸 환경의 영향과 관련해서 설명한 책이었는데, 책제목이 기억 안 나서 모양 빠지네요. 요는 환경의 영향. 그 부모들은 아들의 그런 성향을 알고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성향이 발현되지 않도록 더해서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심성을 기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극을 주었다는.... 제 결론은.... 어릴 때 죽이면 안 된다.

다락방님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 달리기를 좋아하고 ............ 치아바타를 가장 잘 만들어요^^

은하수 2025-01-17 23:36   좋아요 1 | URL
<사이코패스 뇌과학자>이고 제임스 팰런 박사 이야기 같은데요^^
그 부모님은 아들의 성향을 이미 어릴 때부터 알고 계셨다고...
부모라면 알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제가 읽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과는 완전히 반대여서 저도 이 책 읽어봤거든요!

단발머리 2025-01-18 07:46   좋아요 1 | URL
제가 이 댓글 쓰면서요 ㅋㅋㅋㅋㅋㅋ 누구든지 이 알라딘 서재에는 이 책의 제목 아시는 분 있으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은하수님이시네요! 박수 짝짝짝! 전 의사라고 기억하는데, 과학자였군요.

저는 정유정 작가님 책은 무서워서.... (죄송합니다, 작가님) 끝까지 읽은 책이 없지만,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는 꼭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요^^

은하수 2025-01-18 08:36   좋아요 1 | URL
의사이시기도 하답니다.
자신이 사이코패스 뇌란걸 알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한다더군요. 감정이 안되면 지식으로~~~! 그분 부모님은 정말정말 현명하신 분이어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더라구요. 긍정적인 부분이 발현되게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싶어 그때도 감동했거든요. 부모의 역할이란게 정말 대단하구나... 새삼 느꼈지만... 전 자괴감도..ㅠㅠ

다락방 2025-01-20 11:51   좋아요 0 | URL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는 저도 보관함에 오래 담아두고 있는 책입니다. 너무 궁금해서 사서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여태 사지는 않고 있네요. (아닌가..샀나??)
저도 단발머리 님과 은하수 님의 댓글을 읽다보니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를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전 정말 그런 기질이 보인다고 어릴 때 죽인다는 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잖아요. 그런데 그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을 죽인다, 고 저한테 반박한다면 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하여간 어렵고 복잡하더라고요.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저는 고자극이라 정유정의 책을 안읽는데, 종의 기원..은 읽어볼까요? 흐음.. 이건 좀 보류!!

독서괭 2025-01-17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앍 드라마 마지막이 그모양이예요?? 뜬금없네요!!
전 싸이코패스 얘기 나오면 항상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장나라, 서인국)가 생각나요. 이 드라마 정말 좋아요.
다락방님은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5-01-20 11:53   좋아요 0 | URL
아니 여기서 갑자기 내전 국가 왜 나오고 거기에 찾아가는 것도 그렇지만 거기서 인질로 잡혔는데 그녀를 구해주는게 뜬금없이 백사언...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되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ㅠㅠ 너무한 설정 아닙니까. 이거 원작이 웹소설이라는데.. 그래서.. 이런 황당한 설정으로 마무리한걸까요? 내전 국가에서 인질 구해주기... 백사언은 어떻게 그런것도 잘해요? 너무 어이없었어요. -.-

<너를 기억해>라는 드라마는 제목도 처음 들어요. 장나라, 서인국 주연도 처음 듣고요 ㅋㅋ

그나저나 가장 투명한 사람이라니, 음.. 제가 고기를 많이 먹어서 피가 탁한 것 같은데..하여간 투명한 사람이라니, 좋습니다!!
 

아니, 내가 진짜 예약구매는 하지 않는 사람인데, 이건 어쩌나.. 예약구매.. 할까.

신간 뭐 나왔나 들어왔다가 똭- 봐버린 나의 잭 리처 되시는 겁니다.

사실 21세기 최고의 책.. 선정할 때 잭 리처 넣을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다. 왜냐하면 잭 리처 같은 인간은 사회에 필요하니까요.



하아 근데.. 표지...머에염?

근육...라인.....
















아니, 이것도 겁나 읽어보고 싶은데 예약구매네..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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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1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거 보고 이 인간 사겠군 했다능

다락방 2025-01-17 11:46   좋아요 1 | URL
책 사기.. 어떻게 멈추는건가여.....

단발머리 2025-01-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약보다 판매 후 당일배송이 더 빠르더라구요. 어쩌나…. 심히 고민되네요! 😱😳🙄

다락방 2025-01-17 11:5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예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 예약구매 해 본 적 있는데 판매 시작후 구매하는게 더 빨리 배송되더라고요. 그 뒤로 예약구매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데, 잭 리처 시리즈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이걸 어쩌나 싶네요.. ㅋㅋ 하여간 다음주에는 뭐가됐든 갖출 수 있을테니 ㅋㅋ 설연휴에 똭 읽을 수 있겠네요? (이러고 언제 읽을지는 알 수 없음)

하이드 2025-01-1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에 리처 시즌3 나오는데, 이 책 없어서 원서 담아뒀더니, 역시나 잽싸게 나오는군요. ㅎㅎ 표지.. 사고 싶네요 ❤

독서괭 2025-01-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리처!!! 근육이 다락방님을 부른다!! 심지어 제목이 처단!!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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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삶의 형태도 나쁘지 않겠구나. 다른 성별 다른 국적 다른 연령대의 사람과 플랫 메이트로 살아가는 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그러므로 새로운 상실을 겪기도 하지만, 그러나 삶의 다양한 가능성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육개장이 ‘그런 식으로‘ 나올 거라 생각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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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17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싫다....
다른 성별 다른 국적 다른 연령대의 사람과 플랫 메이트로 살아가는 일......
🤣🤣🤣

다락방 2025-01-17 11:31   좋아요 1 | URL
게다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플랫메이트는 정말.. 더럽습니다. 청결과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

단발머리 2025-01-1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기숙사 배정 때는 그런거 물어보더라구요. 본인이 청결하다 생각하는가? 1 2 3
그것도 방 배정 고려 사항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은 1끼리, 3은 3끼리 ㅋㅋㅋ

다락방 2025-01-17 11:52   좋아요 1 | URL
하아... 정리정돈..을 못하면 그것은.. 청결하지 않은건가요? 제가 청결은 한데, 정리를 못하는 것 뿐인데... 라고 생각해보지만, 저 지금 자기 객관화를 못하고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가지 분명한 건, 저는 저같은 사람과 같이 생활하기는 싫다...는 것입니다.

곧 드라마로 이야기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나의 완벽한 비서>를 보는 중인데 여러가지 반성.. 이 되기 땜시롱 ㅋㅋ
 

알라딘에서 21세기 라는 문구를 보기는 했어도 딱히 관심이 생긴건 아니라 뭔지도 몰랐는데, 어제 잠자냥 님의 페이퍼를 보고서야 오! 했다.


어제의 잠자냥 님 페이퍼는 여기 ☞ 나도 한다 <21세기 최고의 책>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출간된 책이라는데, 자, 나도 잠자냥 님 따라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




21세기 최고의 책,

이라는 타이틀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책은 바로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였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감탄했다.

같은 일을 겪고도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것으로부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는 각자에게 다를텐데, 통찰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 레이첼 모랜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게 아닌가 싶다.

성매매에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거기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레이첼 모랜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이 책에서 굉장히 깊고 넓게 펼쳐진다.

돈을 받고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여성과 그녀들에게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 모두가 점점 더 타락할 수 밖에 없는 '타락의 상호작용' 부분은 특히나 인상깊었다.






이 책과 같이 읽을 책들이라면 이런 책들이 있다.














두번째 책은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

도대체 버섯으로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걸까. 세상 어딘가에서 버섯으로 인문학 책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는데, 이 책을 펼치니 와,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인간의 간섭이 어떤 생명에게 파괴를 가져오지만 또 어떤 생명에게는 탄생을 가져온다는 것에서부터,

자본주의와 가장 멀었던 버섯 채집이 그러나 채집꾼들의 손을 떠나 자본주의 세계로 들어오고, 최종적으로 일본인에게로 가 선물이 될 때 다시 자본주의에서 멀어지는. 세계가 어떻게든 어떤 식으로든 얽힐 수밖에 없는 과정을 보는 것은 내내 흥미진진했다.


이 책도 두 번 읽었다.






사실 가장 먼저 떠올린 한국 소설은 '박경리'의 《토지》였지만, 그 책은 2000년 이전에 쓰여진 작품이라 패쓰. 사람들이 이승우의 소설 중 무얼 먼저 읽을까, 를 내게 물을 때, 나는 이 책, 《일식에 대하여》에 실린 단편 <고산지대>를 추천한다. 일단, 이것만 읽어봐, 라고.


이승우가 쓰는 소설은 다른 소설가들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그건 이야기보다는 이승우 고유의 문장이 차지하는게 좀 더 크긴한데, 그 뛰어난 문장들로 숙연한 이야기를 담아낸 게 <고산지대>이다. 고산지대의 마지막을 읽노라면, 소름이 돋는다.


'최고의 책'이라고 해서 <고산지대>가 실린 이 책을 선택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을 굉장히,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아브라함과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하갈의 이야기를 이승우 식으로 다시 쓰기한 것이, 그 안에 담긴 고민과 정서가 그리고 사랑이 너무너무 좋다.







네번째는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

아, 바로 이 맛에 문학을 읽는거야, 문학은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라고 감탄하며 읽었던 책이다.

팔레스타인 작가가 쓴 전쟁과 그 안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 어떤 지점에서 분명 괴롭지만, 그러나 그 괴로움이 바로 지금 현재 상황의 것과 다르지 않기에, 이 책이야말로


'일독을 권한다'


과거의 일이었으며 현재의 일이다.








다섯번째, '장 지글러' 의 《인간 섬》.

현재를 사는 사람들중 대부분은 난민의 존재를 뉴스에서만 접하고 나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텐데, 분명 어딘가에 어려운 삶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 삶을 잘 들여다보아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사실 계기는 소설이었다.

'카밀라 그레베'의 《애프터 쉬즈 곤》에는 난민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 그 자신이 난민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있다.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바로 여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등장인물의 '내가?' 를 보고 난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지는 말자, 하고 장 지글러를 읽게 되었다.

나는 우리가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섯번째 책은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


2000년에서 2024년까지 가장 크게 발전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한 게 포르노가 아닐까.

지금의 포르노는 중장년이 알고 있는 그 포르노가 아니다.

포르노 안에는 우리의 주변인물이, 어쩌면 바로 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며, 그리고 그 안에서 빈번하게 폭력과 여성혐오 인종혐오가 파생된다.

포르노는 낄낄거리며 즐길 수 있는 혹은 섹스에 참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폭력적 행위이다. 







일곱번째 책은 '린다 티라도'의 《핸드 투 마우스》이다.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내가 그동안 빈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빈곤은 게으른 사람에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아침 저녁으로 일을 하고 또 해도 제대로 된 토스터기 하나 살 수 없는게 빈곤이다. 나쁜 소비인줄 뻔히 알지만 나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게 빈곤이다. 빈곤은 몸을 병들게 하고 빈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막연히 빈곤이 어떨것이다, 라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이 책을 통해 실제 빈곤을 마주하는 건 차이가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몇 권 추려본다.













여덟번째 책은 '도나 해러웨이'의 《해러웨이 선언문》.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관련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는데, 와 이 책 역시 놀라운 책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이 가장 고등동물로서 저 혼자 잘나서 살고 있는게 아니라는거다. 나라는 이 하나의 인간이 존재하는 건 수많은 비인간 존재들의 엮임과 얽힘으로 가능하다는 것.

이런 식의 생각을 도나 해러웨이로 인해 처음 접하게 됐고 그래서 신선했으며 좋은 의미로 충격이었다. 

언젠가부터 동물 노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러웨이 선언문 읽고나니 비인간 존재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그 이야기들마저 인간들로부터 온것일텐데, 그건 과연 비인간 존재 그들의 이야기일까?






아 여섯시다.. 퇴근해야 되는데.. 여기까지만 쓰고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마저 쓰고 가는 걸로 하자..




아홉번째 책은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이다.

점점 더 모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 책은 저자인 캐시 박 홍이 미국에서 아시아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년 여름 이탈리아에서 잠깐의 인종차별을 당한 후에,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인종 차별을 더 오래 당할텐데, 그런 식이라면 성격까지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에서 아시아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시아인 여성에게도 그리고 비아시아인에게도 비여성에게도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과 함께 백인 여성인 '로빈 디앤젤로'의 《백인의 취향성》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열번째 책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로맨스로 읽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크다.

물론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리고 감정이 짙어지는 로맨스인건 맞다.


지금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지만 이 책이 쓰여졌을 당시에는 '이메일' 자체가 편지를 대신해 쓰이는 수단이었다. 그 수단을 이용해서 설렘을 전하는 것도 좋았고, 그래서 그들이 주고 받는 이메일을 활자로 읽으며 그들이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것도 이 책의 특별한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문학이 할 수 있는, 아니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큰일을 했는데, 그건 바로 


등장인물들이 '활자'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독자 역시 똑같이 '활자'를 읽으며 느낀다는 거다. 그들의 설렘과 실망과 초조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주인공들과 독자가 같은 수단으로 감정 교류를 하고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문학'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을 보여준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는 거다. 본 적이 없다는 거다. 독자가 그러는 것처럼.


거의 모든 소설 속의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모습을 안다. 대화를 하고 안고 싸우고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사람들은 서로에게 실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에미가 레오에게 실체이지 않고, 그리고 에미가 독자에게 실체이지 않다. 그 실체를 궁금해하는 게 독자만의 몫이 아니라는거다. 내가 에미가 궁금하듯, 레오도 에미가 궁금하고 에미가 레오를 궁금해하듯 독자도 레오를 궁금해한다. 후버까페에서 그들이 만나기로 했을 때, 이 사람이 그 사람일까, 저 사람이 그녀일까, 라는 초조함을,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똑같이 가져가는거다. 이 책에서만큼은 등장인물들과 독자가 동등한 위치에 서있다. 우리는 그(녀)의 모습을 모른다는 것. 그런데 그들 사이에 오고가는 이메일은 함께 읽고 있다는 것.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참 묘미가 이 책에 있다.



자, 다 썼다. 이제 퇴근해야지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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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15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권이요~~ 잠자냥님 20권 중에 7권이었으니 락방님과 더 많이 겹치네요 ㅋㅋㅋㅋㅋ
일단 댓글 달고 이따 다시 올게요! 😎

다락방 2025-01-16 07:49   좋아요 2 | URL
그동안 제 서재를 방문하셨던 분들이라면 이 리스트가 그다지 특별할 것 같진 않습니다. 좋다고 늘 노래를 부르던 책들이라서.. ㅎㅎ
단발머리 님도 해주세요! 저도 단발머리 님과 몇 권이나 겹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매우, 매우 적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여기에 넣진 않았지만 2000년~2024년 이라는 조건이 없었다면, 단발머리 님, 저는 마리아 미즈 넣으려고 했었습니다!! 마리아 미즈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입니다!!

Falstaff 2025-01-15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각해집니다. 새벽 세 시가 떴습니다. 흠...

다락방 2025-01-16 07:50   좋아요 1 | URL
장담하건데 이 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이 그 누구든 새벽 세시 넣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그걸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플스타프 님이 새벽 세시를 읽는다면 저처럼 좋아하진 않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팔랑팔랑 책장이 아주 잘도 넘어가니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후훗.

잠자냥 2025-01-16 08:56   좋아요 0 | URL
폴스타프 님 그냥 멈춰요! 🤣🤣

다락방 2025-01-17 08:08   좋아요 0 | URL
왜요, 어디 한 번 폴스타프 님의 감상 들어봅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폴스타프 님의 별 둘이나 셋 예상합니다. 많이 주신다면 셋..

독서괭 2025-01-15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읽고 1권 가지고 있네요 ㅎㅎ 새벽 세시가 나올 줄이야!! 역시 읽어봐야 하나요!

다락방 2025-01-16 07:51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이 새벽 세시 좋아한다에 오백원 겁니다!!

잠자냥 2025-01-16 08:57   좋아요 1 | URL
괭은 좋아한다에 700원

다락방 2025-01-17 08:09   좋아요 1 | URL
어, 이런다고요?
700원 받고! 독서괭 님이 좋아한다에 850원 겁니다!

독서괭 2025-01-17 08:26   좋아요 1 | URL
응?? 그 판돈은 어디로 가는 거지요..?

다락방 2025-01-17 08:4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저한테 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가됐든 다 저한테 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17 08:51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그런데 내가 이 책 안사줬나요?

독서괭 2025-01-17 10:13   좋아요 0 | URL
😍😍😍

잠자냥 2025-01-17 10:39   좋아요 0 | URL
뭐야.. 사줬다는 거야 안 사줬다는 거야 사달라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1-17 10:47   좋아요 0 | URL
비밀이지롱😛😛😛

다락방 2025-01-17 11:38   좋아요 2 | URL
어디 한 번 궁금해해봐라 잠자냥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17 11:41   좋아요 1 | URL
흥! 사줬네 사줬어!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17 12:3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1-15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권을 읽었는데 다 다락방님과 함께 읽었어요 :)
새벽 세시는 락방님 책에서 보고 처음 알았는데, 다시 기억해둬야겠어요.

다락방 2025-01-16 07:52   좋아요 0 | URL
건조한 수하 님은 과연 새벽 세시를 어떻게 읽고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너무나 궁금하네요.
저는 이 책 너무 좋아해서 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나 새벽 세시 얘기하고 그랬어요. 하하하하하.

유수 2025-01-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인의 취약성 저도 잘 읽었어요. 그때도 다른 책들처럼 다락방님 리뷰 있어서 좋았고요. 여러 책들과 처음 들어보는 핸드 투 마우스도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5-01-16 07:53   좋아요 1 | URL
핸드 투 마우스는 가난에 대한 전시가 아닌 가난에 대한 고발이라고 보면 적절할 것 같고요,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비로소 가난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합니다.

유수 님도 이거 해주세요!!!!!

단발머리 2025-01-1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의 예상 ㅋㅋㅋㅋㅋ 제가 생각하기에 다락방님이 리스트에 넣었을 거라고 생각한 책 3권이 있었습니다. 페이드 포, 포르노랜드, 새벽3시 바람이 부나요~ 해러웨이를 많이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구요. 저도 해러웨이 좋아하지만, 저는 이 책보다는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요.

이 리스트가 2000년에서 2024년까지 출판된 책인거죠? 그럼 제가 사랑하는 거다 러너의 책, 필리스 체슬러의 책은.... 한국에서 그 사이에 나왔더라도 원저가 2000년 이전이면 포함되지 않는 걸까요? 그럴 거 같아요. 그래서 마리아 미즈 책은 빼신듯 합니다. 저도 하고 싶기는 한데, 아.....
나의 게으름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16 08:38   좋아요 2 | URL
마리아 미즈랑 박경리가 2000년 이전이라 뺐어요. 마리아 미즈 책은 국내에는 2000년 이후에 출간되긴 했지만 원서 검색해보니 이전이더라고요. 아쉽.. 저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꼭 넣고 싶었습니다!!
저는 도나 해러웨이가 참 신선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좋고요, [영장류~] 책이 너무 어려웠어요 ㅠㅠ 그래서 여기에 넣질 못했어요.

단발머리 님 해주세요, 해주세요, 해주세요!! 저는 꼭 단발머리 님의 리스트를 보고 싶습니다!!

독서괭 2025-01-16 08:55   좋아요 1 | URL
저도요!!

잠자냥 2025-01-16 08:58   좋아요 0 | URL
단발은 그만 축하하고 어서 페이퍼를 쓰시오!

단발머리 2025-01-16 09:17   좋아요 0 | URL
😜🫣🙄🤪😎

새파랑 2025-01-16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있는 책도 다 얻어가야 되겠습니다. 새벽 세시만 읽어봤네요~!!
알라딘에 뜬 목록보다 잠자냥 이작가님 목록이 더 땡깁니다 ㅋ

근데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가 없네요?

다락방 2025-01-16 08:4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안그래도 마지막에 엄청 갈등을 했습니다. 독서공감... 을 넣느냐, 마느냐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저의 잘난척보다 저의 양심이 초큼 더 컸던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16 08:59   좋아요 1 | URL
다락방 시대의 참양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1-17 08: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양심 다락방으로 불러주세요. 흠흠.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1-1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퇴를 안 했다니!! 실망이다-!!
그나저나 저 다락방 님 리스트에서 세 권 맞혔다요! ㅋㅋㅋ 이 인간 페이드 포, 버섯, 새벽 세시는 꼭 들어가겠구먼 했다능🤣

다락방 2025-01-17 08:10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리스트 고르면서 생각한건데 뭔가 읽고나서 ‘아?!‘ 이렇게 되는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책들을 골라놓았습니다. ㅎㅎ
 
기억의 몫
장성욱 지음 / 득수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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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을 보았다.

주인공은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유연석)' 과 대통령실 수어 통역사 '홍희주(채수빈)'인데 서로 비밀을 감추고 있다가 그것을 알게 된 후에도 사랑한다, 는 로맨스가 주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과 또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복수에 대한 욕망이 펼쳐진다.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는데,

백사언의 개인적인 일까지 돕는 회사 후배 중에 '박도재(최우진)' 행정관도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복수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형을 잃은 슬픔과 상처로 가해자이며 살인자인 '그'의 옆에서 언제나 복수의 날을 기다리고 살고 있었는데,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이고자 시도까지 하고난 후에야, 자신이 알고 있는 이 가해자가 '진짜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거다. 오히려 자신이 진짜 가해자를 도와 무고한 사람을 망치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그 때 그가 그런 말을 한다. "복수 하나만을 바라며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지금까지 뭘한거지?"


자, 책 얘기를 해보자.

서른한 살 '박선용'은 어느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팔목에 난 상처들을 보이며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음을 드러낸다. 가해자에 대한 사항들을 특정함으로써 그의 구독자와 팬들은 가해자의 신상을 털어내고, 가해자의 사진까지도 공개된다. 눈을 가렸다고 해도 가해자의 지인이라면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 가해자 '임영빈'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얼굴도 잘생기고 곧 교사와 결혼까지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이 일이 터지자 당황한다.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로 했던 친구가 손절하고 회사에서는 나가라고 한다. 게다가 갑자기 집에 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얻어맞기까지 한다. 


임영빈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앞부분을 읽노라면 중학교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고 피해자에 대한 기억 역시 없기 때문에 '어쩌면 아닌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닐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이 사람의 일상이 천천히 파괴되어 버리는게 과연 온당한가? 라는 생각을 할무렵, 그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유명 배우인 엄마를 찾아간다. 엄마는,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엄마가 그 일을 수습했던 사람이었다. 엄마는 아들인 영빈을 위해, 영빈의 미래를 위해, 그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빈에게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말한다. 그건 잘못한 게 아니라 실수였을 뿐이라고. 그 일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그 일을 수습하고 또 아무 영향이 없기를 바란건, 그것을 잘못이 아니라 실수라 말한 건, 그 일이 배우인 자신에 대한 타격을 우려한데에서 나온게 정녕, 아니란 말인가?



박선용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고, 가해자의 엄마가 내민 돈으로 컴퓨터를 사서 줄곧 방안에서 게임만 했다고 했다. 그게 지금 건물까지 살 정도로 유명한 프로게이머로 만들어 준거라고 말한다. 가해자는 금수저였다. 외모와 경제력 그리고 곧 결혼하게 될 예비신부까지 부족한게 하나도 없는 사람. 박선용을 응원하는 아주 많은 남자들이 이 서사에 열을 올리며 가해자 임영빈을 처단하길 원한다. 박선용에게 일어났던 일은 자신들이 지금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자기들이 겪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잘생기지도 못했어 돈도 없어 여자도 없어 취직도 못하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학창시절 남 때린 새끼는 모든걸 다 가졌지? 저런 새끼는 내가 응징해야 해! 라며 피해자의 편이 되어 가해자를 응징하고자 한다. 이것은 정의 구현인가? 이것은 잘못된 걸 바로잡는 길인가? 저 사람의 복수를 내가 대신 해주는 것은, 어쨌든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일이니 괜찮은것인가?


박선용이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사실을 고백했던건 유튜브 방송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함도 있었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기도 해서였다. 이 일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 임영빈은 박선용에게 사과하고자 한다. 이걸 제대로 수습해야 직장도 친구도 그리고 약혼자 까지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테니까. 그는 박선용에게 '미안해' 라고 수없이 말하지만, 그러나 그는 뭐가 미안한지 모른다. 왜냐하면, 전혀 기억에 없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더 큰 폭력을 당했고, 손목이 담뱃불로 지져지고, 배며 정강이를 얻어맞기 수차례에 이르렀고, 정말로 나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했던 피해자의 삶은 그런 상태로 지금까지 쭉 이어졌는데, 그러니까 유명해지자고 결심해지게 된 계기가 학교폭력 피해 때문이었는데,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날 알게 되면, 가해자인 그 놈도 어딘가에서 자기 잘못을 자꾸 떠올리고 뉘우치고 있겠지, 했었는데, 막상 내 앞에 나타난 가해자 새끼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기억이 없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도 두렵기만 했는데, 걸을 때면 뒤에서 저새끼가 따라오는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웠는데, 그런데 저 새끼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괴롭지 않았다고? 양심에 찔리지 않았다고? 죄책감도 없었다고? 아예 깡그리 잊고 살았다고? 저 얼굴로, 저 스펙으로, 저런 여자친구까지 가지면서 잘 살고 있었다고? 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뭘한거지?


내 삶은 그걸 잊기 위해 몸부림치고 여전히 무섭고 떨리고 그러니 나만큼 너도, 라는 생각으로 이어져온 삶인데, 그런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어? 어떻게 그래?



"나는 언제나 네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어. 그리고 유명해질수록 그러기르 더 바랐지. 어떤 이유에서건 나를 보며 불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어. 겨우 그 정도가 내가 생각한 복수였던 거야. 그런데 너한테는 이게 다 기억조차 못 하는 일이라니." -p.229


박선용은 그로부터 사과를 받고 그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를 용서하고 그 과정을 방송하면서 분노했던 구독자들도 달래려고 했다. 그렇게 진행될거라고 생각했고 계획했다. 그러면 다 좋아지는 거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것. 이 일은 박선용의 계획을 변경시킨다. 어떻게 기억하지 못해? 나는 평생 어쩔 수 없이 시달리며 살았는데? 박선용은 기억하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임영빈에게 그렇다면, 앞으로라도 평생 기억하도록 만들기로 한다. 가해자였던 임영빈에게 남은건 앞으로 피해자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삶이 남았지만, 박선용에게는 어떤 삶이 남게됐을까. 거기에 대해서는 책의 결말이므로 피하기로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그 두 삶 모두 평온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여기에는 피해와 가해자 둘만 있었던게 아니다.

왜 귀한 집 아들에게 피해를 입혔냐며 오히려 피해자인 손자를 질책했던 할머니가 있었고, 피해자의 곁에는 없었던 부모들도 부재함으로써 영향을 미쳤다. 그 가난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함이, 그로 하여금 가해자에게는 괴롭혀도 되는 아이로 만들었다.

가해자의 엄마도 이 상황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아들이 한 일이 잘못이라는 걸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면, 아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시켰다면, 그러면 그 후에 박선용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임영빈의 삶도 마찬가지. 그러나 가해자의 엄마는 가해자에게 그 일은 단순한 '실수'라고 말함으로써 제대로 된 도덕으로부터, 교육으로부터 멀어졌다. 피해자에게는 삶 내내 지독한 기억을 주었고 가해자에게는 기억 자체를 없애주었다. 폭력이 발생하는 지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변이 있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혹시 나에게도 내가 기억못하는 어떤 가해가 있는건 아닐까? 하는 거였다. 이렇게 새까맣게 잊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다른 사람을 때린 기억을 잊을 수 있나? 다른 사람의 손목에 담뱃불로 지진 게, 잊혀질만한 일이야?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됐는데,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국민학교 때는 전교에서 인기있었던 아이와 한 반이었는데, 그 아이가 왕따를 주도한 적이 있다. 왕따 당한 아이를 어떤 이유로 왕따 시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인기있는 아이 주변엔 늘 친구들이 많았고 이 아이에겐 많지 않았다. 나는 그런데 이 친구가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랑 놀았다. 우리 집에 데리고 와서도 놀았다. 이름도 기억한다.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그 당시에 그 아이랑 노는 내 심정은 '왕따는 나쁜거야, 너의 뜻대로 되지 않겠어!' 같은 거창한 건 아니었고, 그냥 이 친구가 좋아서였다. 나는 좋은데? 이런거. 그래서 처음엔 눈에 띄지 않게 놀아야지 했다가, 그냥 나중엔 대놓고 놀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왕따를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전교에서 인기 있는 아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대로 또 졸라 강해가지고... 그 아이가 나를 왕따시키자고 했으면 내가 굳이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내 주변으로 무리가 형성되었을 거다. 


중학교 때도 그랬다.

친구 몇 명이 '쟤랑 놀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 눈에 띄게 그 아이를 따돌리려고 했다. 그 때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그렇게까지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눈에 띄게 다같이 한 사람을 무시하는 건 할 짓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냥 걔랑 놀았다. '쟤랑 놀지 말자' 고 말했던 애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였고 나랑 너무 친해지고 싶다고 편지를 자주 보내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나도 그 아이에게 잘해줘야지 마음 먹었었는데, 그런데 다른 아이를 그렇게 무시하는 건 너무 별로지 않나. 그러니까 만약, 내가 누군가를 싫어해서 일대일로 상대를 미워하고 무시할 수는 있지만, 그런데 무리들 틈에서 다같이 한 명을 무시하는 건 너무.. 비겁하잖아? 그래서 그냥 그 말 듣자마자 보란듯이 따돌림 당하는 아이 옆에 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도했던 아이가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나를 가리키며 "락방이 때문에 따돌림도 못시켜" 라고 말했더랬다.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 곁에 아무도 없는 건 정말 바라지 않는다. 그 사람의 주변에 그 사람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기 편은 있어야 한다. 나는 나보다 약한 사람과는 싸울 의지가 전혀 없다. 그 싸움은 시작하지 않는다. 애초에 한쪽이 더 약하다면, 그건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방적인 괴롭힘이지.


그러니까 학교폭력, 왕따 같은 단어를 접하고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이 두 개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저 기억들은 오래전의 것이고 (보진 않았지만) <더 글로리>같은 폭력은 그 당시에 내 주변엔 없었다. 어쩌면 있었는데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내 기억속에는 피해자인 나도 없지만 가해자인 나도 없다는 것. 그런데 장성욱의 이 책을 읽다보니, 기억이란 어차피 왜곡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 역시 나에게 나쁜 걸 잊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러다가도 세차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나는 후회하는, 후회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게는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그건 나라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친 선택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그 일이 당시에 괴로웠을 거라는 데에서 오는 것들이다. 내가 그 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그 때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같은 것들. 여전히, 아직도 나는 어떤 기억들이 불쑥 떠오를 때면 괴롭다. 내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는 게 너무너무 괴롭다. 상대의 손목에 담뱃불을 지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분명 어느 때의 나는 상대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했던 사람이다. 지금 기억하고자 하면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이건 불쑥불쑥 예기치않게 찾아오곤 한다. 아, 그 때 그랬지, 아 씨발 왜그랬지 ㅠㅠ 막 이렇게 되어버려. 그런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다고 그럴때마다 생각한다. 너무너무 괴롭다. 그런데 어떻게 상대에게 발길질을 하고 담뱃불로 지진 걸 새까맣게 잊을 수가 있지? 이게 어떻게 그렇지? 말이 되나? 나였다면, 내가 가해자였다면 나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도 못했을 것 같다. 상담 받으러 다녀야했을 것 같아. 아마 수시로 내 머리를 쥐어뜯었을 텐데. 아 씨발 나는 쓰레기야.. 이러면서 괴로워하면서 대인기피증 까지 생겼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그걸 .. 잊고 잘 살 수 있지? 마치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다 못해 박연진도 문동은에게 자신이 가해한 사실은 알고 있었잖아? 그걸 잊었다고 말한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인 나는 뭘 느껴야하지? 충동적으로 용서의 계획을 복수의 계획으로 바꾼 것은, 인간이라는 부조리하고 불완전한 존재에게 너무나 당연한 수순 아니었나.



오늘 출근길에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마지막 부분을 읽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몸이 떨릴만큼 추워졌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이들의 삶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앞으로까지 행복학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추워졌다.

이런 식의 끝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러나 이런 식의 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그동안 왜 살아온걸까? 뭐한거지? 라는 생각이 한 편에 들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지? 가 마땅히 따라오는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한다.



사족인데,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문종필 문학 평론가의 발문은 별로였다.

무엇보다 '박선용'을 '박신용' 이라고 내내 잘못 기재했다.

한 번의 오타가 아니라 발문 끝까지 내내 그런다. 

주인공의 이름을 잘 못 기재하다니, 책을 제대로 읽은 건 맞아? 라는 의문이 들어서 발문 전체가 별로로 느껴졌고, 어떻게 편집자도 잡아내지 못한채 책에 실렸을까? 작가에게 미안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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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15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언제부터 그렇게 멋있었죠?”
“태어날 때부터…”

잠자냥 2025-01-15 11:16   좋아요 2 | URL
˝독셔괭은 언제부터 그렇게 간지러웠쬬?˝
˝태어날 때부터....˝

다락방 2025-01-15 11:16   좋아요 1 | URL
하아- 뭔 글만 쓰면 자기 잘난척이 나와버리니 이거야말로 큰일입니다. 하아-

독서괭 2025-01-15 11:39   좋아요 0 | URL
아니 진짜 초등다락방… 아니 국민다락방 시절부터 너무 멋있어서 이 대사가 생각났어요.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ㅋㅋ 말이 쉽지 그 분위기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 옆에 서는 게 쉽지 않지요. 역시 다락방님과 친구가 되는 건 복이다 복 큰복!! 잠자냥님 좋겠다!!

다락방 2025-01-15 12:00   좋아요 1 | URL
음 그런데 일진들이 왕따 시키고 그러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만약 드라마나 책에서처럼 그런 무서운 애들이 학교폭력 하는거였다면 저도 다를 바 없었겠죠. 제가 경험한 건 다 평범한 애들이 평범한 애들한테 한거라 저렇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진짜 멋지려면 일진한테 대들어야 멋진건데.... 저 때만 하더라도 일진은 딱히 없었어요. 고등학교때는 좀 있었지만... 그 때는 같은 학급내에 학교폭력은 없었고요. 일진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겁니다..

잠자냥 2025-01-15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언제부터 그렇게 잘먹었죠?”
“태어날 때부터…”

다락방 2025-01-15 11:17   좋아요 2 | URL
그래도 어릴 때는 엄마가 ˝쟤는 왜 먹어도 살이 안찌지?˝ 했었습니다.... 그랬었습니다.......(먼 산)

2025-01-20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