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엔 일어나 일자산에 다녀왔다.

나 말고도 누군가가 그 산을 뛰고 있었다.

전날 저녁에 이미 7km 달리기를 했던 터라, 나는 산을 오르는 일이 힘들었고 뛰기는 더 힘들었다. 그전보다 더 많이 걸었다. 걸어도 힘들었다. 그렇게 집에 오자마자 요가센터에 갔다. 그동안 얼마간 요가를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와, 오랜만의 빈야사는 온 몸의 근육을 제대로 건드려주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또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신음소리는 나만 내는 건 아니었고, 같은 수업을 받고 있던 다른 수련생들로부터도 나왔다. 하하하하하. 하여간 기절하는 줄 알았네.. 덕분에 다음날 제대로 근육통에 시달렸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한강에 달리기하러 나갔다. 

얼마전에 한강을 15km 달린 친구가 송충이 없다고 알려주었는데 정말 송충이가 없는지 확인하러 가야했다. 게다가 10km 이상 천천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마침 여동생도 전날 케익을 사들고 서프라이즈로 방문했었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라 말하지 않고 깜짝 방문을 한것. 충동적으로 '내일 한강 달리기 콜?' 했더니 여동생도 좋다고 해서, 다음날 내 옷들을 빌려주고 힙색도 빌려주었다. 다행히도 런닝화는 이미 신고 왔고. 

그렇게 웜업으로 우리는 한강까지 걸어갔다. 걸어가서는 여기에 온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그리고 우리는 함께 앱을 작동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항상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달려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달릴 수 있어서 너무 신난다고 했다. 그 기분은 나도 그랬고 그 바람은 나도 있었지만, 그러나 같이 달리는 것이 내게는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생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 동생이 이야기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와 내가 이야기하며 달릴 수 있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 우리 사이에는 한 30초 정도의 차이가 있었어.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나는 동생에게 너 먼저 가, 나는 좀 천천히 달릴게, 해서 나는 동생보다 쳐지기 시작했고 그 거리는 점차 멀어지더니 이제 동생이 보이지 않게 됐어. 한강에서 처음 달리는 동생을 앞에서 이끌어주고 싶었지만 ㅋㅋ 그것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동생에게 '그냥 이 길로 쭉 가면 돼!!' 라고 말해두었다.


일요일 달리기는 너무 힘들었다. 나는 10km 이상을 도전하고 싶었는데, 이래가지고는 5km 도 힘들것 같았다.


1. 처음 페이스가 엉망이었다. 

여동생하고 같이 달리려고 처음에 너무 빨랐어서 다시 내 페이스를 찾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2. 비염이 너무 치명타였다.

요즘 코로 호흡하는 거 연습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이건 코가 너무 많고 막혀서 코로 숨을 쉬는게 불가한거다. 입으로 숨을 쉬면 자꾸 마르고 더 급속히 피로해지던데.. 나는 어떻게든 코호흡으로 다시 가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아예 달리기가 불가할 것 같았다. 몇차례나 준비해간 휴지로 코를 풀어가며 어쩔수없이 입호흡으로 가쁘게 숨을 쉬며 달렸다. 달리지 말까, 몇차례 생각했다.

3. 전날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 넘 심했다.

팔이며 어깨며 허벅지까지 죄다 너무 아파서 달리면 풀어지겠지, 했는데 풀어지지 않았다. 하아- 힘들어.. 나는 달릴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힘들게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서 내 어깨를 톡톡 두 번 쳤다. 어? 여동생은 이미 나보다 훨씬 앞섰는데 이건 누구? 하고 돌아보니, 어떤 여성분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어깨를 너무 흔들고 있어요. 어깨 흔들지 마세요."

"네"

아아, 이 사람 전문적으로 달리는 사람이구나. 차림새부터 남달랐다.

"팔꿈치를 옆에 붙이세요. 그리고 팔을 치세요."

그런데 내 팔은 자꾸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그 분은 나보다 앞서 가며 앞에서 시범을 보이셨다. 

"팔을 치셔야 해요!"

그래서 나름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등은 약간 앞으로 숙이고 턱은 좀 내리세요. 그리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세요."

나는 시키는대로 최대한 따라하려고 해봤다. 잘 되는것 같지는 않았다.  그분은 가시기 전에 팔을 치셔야 한다고 재차 말씀하시더니 바로 빠른 속도로 멀어지셨다. 나는 멀어지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감사합니다!" 소리쳤다.

그런데, 그 가르침은 나의 몸에 스며들었는가?


모르겠다..


그래 어깨는 흔들지 말고.. 아 내가 어깨를 흔들면서 달리고 있었구나.. 이건 또 몰랐네. 팔은 치고.. 뭘 치라는 걸까 어딜 치라는걸까. 코치가 필요했던 내게 갑자기 나타난 코치였다. 물론 짧은 순간 사라졌지만.. 하하하하하. 하여간 가르침을 머릿속에 넣고 그대로 해보자고 했지만, 음, 이건 바로 고쳐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외우고 적용하자. 그렇게 얼마간 달렸을까, 나를 코치해주셨던 분은 어느순간 돌아서 원래 자리를 향해 뛰고있는가 보았다. 나랑 다시 마주쳤고 그분은 활짝 웃으며 내게 몸짓과 함께 "화이팅!" 해주셨다. 나는 또 감사합니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은 달리기가 길러주는 사회성? 사회적 달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었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달리는 사람이 많은 한강에 와서 달리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가르침도 얻네. 껄껄. 아마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내 달리기가 도저히 고쳐주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그런 엉망인 달리기였는가 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다음에 또 저를 보신다면 또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나 그 날 나의 달리기는 전체적으로 엉망이었다. 10km 이상 달리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5km 이상 넘겼을 때 다시 뒤로 돌아 왔던 자리로 가기로 했다. 그러면 10km 이상 달려지는 걸테니. 그런데 더 뛸 수가 없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아 안되겠다, 오늘은 이만큼만 뛰자, 너무 힘들다, 너무나 내 몸상태 엉망이다, 하고 달리기를 멈춘 지점이 7km 였다. 단순계산으로 내가 출발한 곳까지 가려면 4km 를 더 가야했는데, 걸으면 대략 한시간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너무 오래걸린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는데, 내게는 기다리는 여동생이 있었고 여동생은 또 나랑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샤워한 뒤에 자기 집으로도 가야해서... 내가 걸어가는 걸로는 너무 시간을 빼앗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지만 뛰기도 너무 힘들어. 하는수없이 나는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했다. 여동생은 나랑 몇차례 통화하다가 내쪽으로 왔고 결국 우리는 중간에 만나 함께 집에 갔다.



여동생은 송충이를 두 마리 보았다고 했고 나는 한마리를 보았다.

그러니까 송충이는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아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더 살지 못하고 사라진 것 같았다.

가기 전에 '으 송충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더니, 아빠는 말씀하셨다.


"송충이가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송충이는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게 뭐야! 이러고 빵터지니 여동생이 옆에서 '근데 그 말이 맞지.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정말 처음 뛸 때는 없는것이 아닌가! 좋았어, 이제 한강 달리기 다시 시작이다!! 이랬는데 그러다 한 마리 보았네? 껄껄. 이정도면 다닐 수 있다. 아마 다음에 한강 가면 아에 송충이 없을지도. 


하여간 그렇게 일요일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참깨라면 끓여먹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면서 여동생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고 다시 집에 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다 읽은 다음에 바로 기절해버렸다. 아.. 빡센 주말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 ㅋㅋㅋ 달리기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경험이 좋은 자극이 되었다. 좋군 ㅋㅋㅋㅋ 한강 달리기 만세만세 만만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유대문화론]은 단발머리 님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샀다.

한강의 작품은 사실 [채식주의자]도 [소년이 온다]도 다 읽었던 책들인데,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재독해봐야지 싶어 또(!) 샀다. 하이고.. [여수의 사랑]은 아직 안읽어본 한강의 작품.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발자크에 대한 부분이 좀 많아서 읽다가, 흐음, 보부아르가 발자크 엄청 까지 않았나 싶어서 발자크 부분 찾아보기 위해 책장에서 [제2의 성]을 꺼내왔다. 



사진 보니 좀 많이 뿌듯하네요? 껄껄.



아무튼 오늘은 간식이 좀 많아서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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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하면서 달린다고요? 와 대박.... 숨차서 어떻게 이야기가 되나요??!
달리는 것에도 방법이 있군요. 그걸 코치해주는 고수도 있고. ㅎㅎ 운동도 사회적인 것 맞아요. 저도 테니스 칠 때 초보에 가까웠을 때는 고수들이 스윙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많이들 말해주고 감....(근데 요즘엔 와 잘친다~ 이러고 갑니다. 캬 카 카카카카ㅋ ㅑ ㅋㅋㅋㅋ) 자전거 탈 때도 뒤에서 타이어에 바람을 더 넣어야해요! 뭐 이러고 가는 고수도 있고(고수들은 몸매랑 차림해부터 다르죠 ㅋㅋ).

전 토요일에 씨네큐브에서 <룸 넥스트 도어> 봤는데요, 다락방님 오시지 않았을까 해서 두리번 했으나 오지 않은 그대여...
아무튼 이 영화는 꼭 보세요. 두 명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정말 눈이 부신 영화입니다.

Forgettable. 2024-10-28 12:01   좋아요 1 | URL
오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이군요. 잠자냥님이 이렇게 추천해주시는 이유는 이것이 친구의 이야기이기 때문? 담주 토요일에 저도 보러가야겠네요.
자전거 뿐 아니라 테니스도 치시는군요. 저도 테니스는 쳐보고 싶은데..

다락방님 이렇게 사람들이랑 교류도 하며 달리는 거 보면 달리기는 정말 혼자하는 운동이 아닌 것 같아요. 몸이 안맞는다고 얘기하지만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는 다락방님 정말 대단.. 저는 조금 해보다가 이건 나랑 안맞아 하면서 지레 겁먹고 포기했는데 말이죠. 계속해서 즐겁게 달리기 응원해요!!

잠자냥 2024-10-28 12:49   좋아요 0 | URL
일단 제가 알모도바르를 좋아하기는 하는데요. <룸 넥스트 도어>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다락방은 <그녀에게>는 싫어해요. ㅋㅋㅋㅋㅋㅋ
뽀 님도 재미나게 보시기를~!!

다락방 2024-10-29 11:36   좋아요 0 | URL
이야기를 하면서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려야 잘 달리는 훈련이 된대요. 그게 유산소 운동이고요.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은 5,6분 페이스로도 달리면서 얘기하지만 저는 7분대에도 얘기하면서 달리는게 곤란한 사람입니다. 아하하하. 아직 느린 달리기 꼬꼬마..언제까지 꼬꼬마일 것인가.. 저는 그런데 참... 잘하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아요. (먼 산) 뭐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냥 하는거죠. 달리기도 요가도, 계속한다고 해서 제가 잘하는 사람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지금보다 어느 정도 나아지긴 하겠지만요.

저 <룸 넥스트 도어> 영화 줄거리 읽는데 ‘엇? 이건 내가 읽었던 그 에세이랑 내용이 똑같은데?!‘ 했더니, ㅋㅋㅋ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 작품이 원작이네요. 제가 그 책을 별로 안좋아라 했던것 같은데... 하하하하하. 그 영화는 딱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원작으로도 그렇고 감독으로도 그렇고...


뽀게터블 님/이젠 달리기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중단을 못할 것 같아요. ㅋㅋㅋ 달리기에 대한 글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셔서.. 계속 달리고 써야 합니다. 아 인생 빡세고 바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오늘도 별 일 없으면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달리고 싶지만 그건 참 안되네요. 게다가 이젠 저의 일과에 요가랑 필라테스 넣어버려 달리기가 줄어버렸어요... 24시간이 모자라!!

그레이스 2024-10-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수님이 조언을 보는데,,, 다락방님 달리기 자세가 그려지는걸 막을수 없었습니다.^^
운동할때 자세교정이 제일 힘든듯요ㅠ

다락방 2024-10-29 11: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자세가 추한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깨 흔들며 달린다는 말에 완전 기겁했어요.
내가? 어깨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할 때는 바른 자세가 중요하고 그래서 코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blanca 2024-10-2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일단 다락방님 서재에서 본 <보통의 달리기>와 <30일 5분 달리기> 정독했어요. 아직은 안 달렸어요. ㅋㅋ 조만간 꼭 달려보려 합니다. 그 여성분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저도 달릴 때 누가 좀 그래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24-10-28 16:4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제 친구 중 한 명은 달리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책을 한 권도 안읽었는데 블랑카 님은 책을 읽고 아직 달리기는 시작을 안하셨네요? 하하하하하. 블랑카 님, 얼른 달리기 시작하세요. 달리기 세계로 얼른 들어오세요. 함께 달려봅시다!!

햇살과함께 2024-10-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금토일 빡세게 달리셨네요! 저도 달리기 시간 좀 늘어나면 한강 한번 가보려고요. 많이 달리지도 않으면서 자꾸 새로운 코스를 가고싶은 생각만 가득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4-10-28 16:4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달리는 시간이나 거리가 늘어나면 다른 곳에서 달리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달리기 여행을 하고 싶어지죠. 낯선 도시에 가서 달리고 싶다, 이런... 뭐 누구나 그런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언젠가 햇살과함께 님과 제가 한강에서 같이 달리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꺅 >.<

치니 2024-10-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대단한 운동량입니다! 짝짝짝!

저는 달리기 하던 초반에 제가 달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본 게 자세 교정에 좀 도움이 됐어요.
다락방 님도 혹시 다음에 여동생 님과 또 달리게 된다면 한번 영상을 찍어달라 해보심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글에서 언급한 부분(어깨를 벌리지 않고 팔을 몸통에 잘 붙인다든가 하는)이 많이 개선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4-10-29 11:27   좋아요 0 | URL
저 여동생이 초큼 찍어줬는데 ㅋㅋ 앞에서 찍어준거고 진짜 보기 싫더라고요. 엉망진창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동영상 너무 보기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나중에 찍어보긴 해야겠어요. 자세 개선을 위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치니 님은 요즘 대략 어느 정도 달리세요? 시간이든 거리로든 일정량을 달리시나요?

치니 2024-10-29 14:06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달리기 많이 못해요 ㅠ 주중은 오전 수영을 하니까 그걸로 유산소 퉁치고 저녁엔 필라테스 두 번 가고 주말에야 겨우 달리기 시간을 낼 수 있는데, 비가 오면 또 못하고 ㅠ
한번 할 때는 애플워치 사용자 지정에서 페이스메이커 5킬로/40분으로 맞추고 달립니다. 이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듯요 ㅠ

다락방 2024-10-29 14:2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운동 완전 많이 하시는데요??!!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영화의 시대, 개정2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반성완 외 옮김 / 창비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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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작가들 나와서 그나마 조금 재미있게 읽긴 했다.
그런데 나는 현대 미술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 삽화로 들어간 피카소 그림 보고 물음표 천개 되었다. 뭘 느껴야 하는가.. 친구는 피카소 그림이 아마도 미술에서의 시일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하여간 이 책 다 읽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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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8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다락방 2024-10-28 09:25   좋아요 0 | URL
끝났습니다. 만세!!
 











영화 <타고난 재능: 벤 카슨 스토리>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벤 카슨은 세게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하여 두 명 다 살린 의사라고 한다. 그 뒤로도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을 몇 차례 더했으며, 또다른 아이의 발작증세를 잡기 위해 두뇌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도 처음 시도해보고 성공해서 그 수술은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대단한 능력이고 또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스토리로 먼저 접했다면 이 영화는 내가 관심가질만한 영화가 아니다. 아마 예고를 봤어도 나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하여간 내가 딱히 관심 가질 영화가 아닌데, 아아, 인스타그램이여..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이 영화의 아주 일부를 보여주었는데, 바로 그 장면은 나를 사로잡아버렸던 것이다. 


벤 카슨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형과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하니 쉼없이 일을 했는데 그런 어머니는 일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심한 우울증도 앓고 있었다. 자식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문맹이었던 것. 글자를 익히지 못하고 사랑에 빠졌던 남자랑 아이를 낳고 키웠지만 그 남자가 유부남이었던 것이 밝혀졌고.. 아이들을 보면 혹시라도 자기처럼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 너무너무 걱정이 되고 두려웠던 거다. 그게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도 하게 된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 아들들은 항상 텔레비젼 앞에만 앉아있고 학교 성적도 형편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한 교수의 집에 청소일을 하러 가게 된다.

그 교수의 서재를 청소하면서 그녀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책이 쌓여있는 걸 보고 온 벽을 책이  채우고 있는 걸 보게되는거다. 책을 치워가며 청소를 하다가 그녀는 교수에게 묻는다.


"혹시,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읽으신건가요?"


그러자 교수는 대답한다.


"거의요."


그 길로 그녀는 집에 달려가  언제나처럼 아들들이 보고 있는 텔레비젼을 꺼버린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단호하게 명령한다. 앞으로 티비는 일주일에 두 편만 볼 수 있으니 어떤 걸 볼지 선택하라고. 그리고 그것도 학교 숙제를 마쳐야만 볼 수 있다고 하는거다. 이에 아들들은 야유하며 그러면 티비 안보는 시간에 도대체 뭘 하라는거냐고 묻는다. 그 때 어머니가 그러는거다.


"말 잘했다. 앞으로 너네는 도서관으로 가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어야 해. 그리고 매주 독후감을 작성해서 엄마에게 보여줘야 해."



내가 인스타그램으로 본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던 거다.  교수의 집에 청소하러 가서 이 책들을 다 읽었냐 묻고 거의 그렇다고 대답하는 교수의 답을 들은 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게 하는 장면. 나는 이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지는거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었어? 그래서? 그래서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데? 이 영상만으로는 어떤 영화인지 몰랐던 터라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주인공 벤 카슨은 학교에서 꼴지를 하는 아이었지만, 엄마가 시킨대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성적이 오른다. 단어 시험도 잘 보게 되고 과학 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멋진 답도 하게 된다. 얼마전에 궁금해서 도서관에 갔다가 돌에 대한 책을 읽었거든. 과학 선생님은 벤 카슨의 대답을 듣고서는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한다. 그리고 벤 카슨과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벤 카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가 너의 문을 열었지?"


크  .. 소름 돋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새로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면서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준다. 벤 카슨은 학교에서 보는 단어시험을 다 맞히고 티비에서 하는 퀴즈프로그램에도 다 답할 수 있게 되며 결국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렇게 예일대에 진학하고 존스 홉킨스 병원에 가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게 되는것. 그러다 독일의 샴쌍둥이에 대해 듣게 된다. 그들의 부모는 벤 카슨에게 수술을 의뢰하는데, 벤 카슨은 계속 고민한다. 이 아이들을 분리는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심한 출혈이 발생할테고, 그러면 사망에 이를텐데.. 어떻게 출혈을 막을 수 있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 생각뿐이다. 출혈을 어떻게 막지? 어떻게 막을 수 있지?


그의 어머니와 아내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거듭되는 고민을 하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마치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걸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이들의 심장을 잠시 멈추는 것, 그렇게 피를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이건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고 이 수술에는 그래서 여러과의 전문의들이 다 투입된다. 수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아이들의 분리는 성공하며 아이들 둘 다 살릴 수 있었던 것. 그가 고민하고 답을 내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가 학창시절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이 답을 찾기 위해 책상에 책을 잔뜩 들어놓고 공부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책이 놓인 풍경은 왜그렇게나 좋은걸까? 아 너무 멋있어.


조카들 보여주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식고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핸드폰만 보지말고 책을 열심히 파고 들어서 일등하고 닥터가 되면 어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가 안되길 잘한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이런 장면 보면 책을 파고 들어서 막 똑똑해지고 일등하고 싶지 않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닥터 되고 싶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일등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나만해도 한글을 깨우친 그 어릴 때부터 닥치는대로 책 읽었는데, 우리집에는 책이 없어서 남의 집에 가면 책부터 꺼내읽고 피아노 학원에서도 책 읽고 사촌 오빠의 국어책까지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 한 적 한번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이 다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되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 책을 읽는다고 다 일등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건 있다. 내가 그나마 책이라도 읽었으니까 이만큼이라도 됐다는 것. 남동생도 나한테 자주 얘기한다. 누나가 책을 좋아해서 진짜 다행이다. 여기에서 책까지 안읽었으면, 어휴....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여러개의 자아중에 지금 나와있는 자아가 최상의 자아라고 언제나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에게 열개의 자아가 있는데 그 중 지금이 최고의 자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항상 '내가 더 나아질 어떤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면 결국 저런 답을 듣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고 누구나 다 일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닥터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기 전보다 조금 더 많은 걸 알게 되는건 맞는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더 잘 확률도 있고, 단순히 공부만 더 잘하는 것보다 직업적으로도 더 나은 성공에 이를 확률도 높다. 벤 카슨이 샴쌍둥이 분리술에 성공한것은 그가 존스 홉킨스에 갈 만큼 똑똑한 사람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해서다. 그 아픔의 괴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부모의 마음까지도 알 수 있는 사람.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특히나 더 책을 만나서 최상의 콤비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말이다. 



벤 카슨의 어머니가 만약 우리집에 왔다가 내 책장을 보고


"여기 있는 책들 다 읽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뇨, 안읽은 책이 더 많아요.."


이렇게 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나도 집이 넓으면 읽은책 쌓아둬서 읽은책이 더 많게 둘 수도 있는데 말이죠, 집이 좁으니까 읽는 족족 팔아가지고.. 남은게 안읽은 책들 뿐이라고요. 이건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말 드물게 내가 안 볼 것 같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이거 보면서 생각했다. *** 님은 이 영화 존재도 몰랐을거고 이제 알게 됐어도 역시 볼 생각 전혀 없으시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전에 반차 내고 이비인후과 들렀다 왔다. 중간에 잠깐 까페에서 카푸치노 시켜가지고 책도 좀 보고. 

원래 아침 일찍 뛰려고 했었는데 하아- 비염이 너무 심해서 침대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하아- 비루한 몸뚱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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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아침에 조용하다 했더라니~!!
저도 근데 어릴 때부터 책은 그렇게 읽어댔어도 1등한 적은 없습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물어보면..... ˝아뇨, 안 읽은 책이 더 많...˝ ㅋㅋㅋㅋㅋ

비염 물러가고 책과 더불어 주지육림하는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이상, 저 영화 존재도 몰랐고 이제 알게 됐어도 역시 볼 생각 전혀 없는 잠자냥 올림-

다락방 2024-10-28 09:26   좋아요 1 | URL
주지육림 하기는 했네요. ㅎㅎ
지난주는 토요일에 처음 술을 마셨어요. 오랜만에 마시는거라 히말라야 먹는 걸 깜빡했고... 저는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기억도 못하는 채로 자버린 것입니다. 코고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여동생은 잠을 못잤대요. 그와중에 제가 식기세척기는 돌렸더라고요? 하하하하하.

하여간 책 읽기 좋아하지만 1등해본 적 없는 다락방은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0-2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원하는 게 바로 저겁니다. 여기 있는 책 다 읽었어요? 거의 다요. 안 읽은 책들은 여기 한칸 뿐이예요.
이거요 ㅋㅋㅋ 죽기 전에 가능할까요? ㅋㅋㅋ

다락방 2024-10-28 09:2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여기있는 책들 다 읽었어? 라는 물음에 도대체 왜 그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쳐다보며 ‘거의 다 읽었지‘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현실은, 무슨 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그걸 가능성있는 미래로 만듭시다. 빠샤!!

단발머리 2024-10-2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트 에코가 그랬다죠? 다 읽은 책 왜 꽂아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을 책을 사던 사람이었죠, 저는요. 읽고 싶은 책이요. 지금도 읽고 싶은 책을 사는데 왜 안 읽은 책들이 점점 쌓여갈까요?
알라딘에서 큰 위로 얻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28 09:2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싶어서 사는데 왜 항상 지금 당장 읽을만한 책은 없는걸까요? 읽지 않고 쌓여가는 책들의 제목을 보면 ‘아 이건 참 이래서 읽고 싶었는데‘ 라는 생각도 나는데, 그런데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은 아니야, 이러면서 책을 또 사고, 또 사고... 하아-
이젠 정말 적게 사고 많이 읽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아자!!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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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읽기도 전에 와- 이 작가 글 참 잘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씨 따뜻한 우리의 주인공은 덤.
우리는 젊은 시절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그 사실을 나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더 먼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언젠가는, 나에게 맞는 적합한 길을 다시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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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4-10-2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짜 이 시리즈 너무 좋아해요. ㅎㅎ 이 책 배경인 쉬루즈베리도 다녀왔습니다 ㅋㅋㅋㅋ 성지 순례. (아, 이 강 언저리에서 시체가 발견되었지?!)

다락방 2024-10-28 09:2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 시리즈를 읽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작가가 글을 참 잘 쓰더라고요!!
 















이번 달에 급하게 읽어내야 할 책의 분량이 좀 많아서 이 책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읽고 있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권 마치면 바로 이 책 시작해야지 했는데, 어제 단발머리 님 서재에서 이 책의 인용문 보고 급 읽고싶어져서, 그 밤에 이 책을 펼쳤다. 물론 얼마 못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야했지만.


이 책 읽기 시작하는데 와- 왜이렇게 좋지?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은것 같다. 특히, 프롤로그의 첫문장.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p.21



아아, 너무 좋지 않은가. 진짜 너무 좋은거다. 이 책의 첫문장이 이렇게 좋았었나? 왜 내가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지?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애나 칭이 하는 것이 산책이란다. 크- 아마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산책하는 사람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는 것은 애나 칭만의 고유한 것일테다. 버섯을 발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운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 말이다. 


간혹 뒷산이든 어디든 산에 오를 때면 버섯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송이버섯은 아니고, 이름도 모르는 버섯들이긴 한데, 나무 밑둥에서 혹은 나무 중간에서 빼꼼 올라오고 있는 버섯들. 어떤 것들은 지극히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데, 언젠가는 온 가족이 다함께 산을 갔다 화려한 버섯을 발견하고 오, 저거 따먹으면 안되겠지? 화려한 건 독버섯이라잖아? 라고 말했더니, 엄마는 내 말에 이렇게 답하셨다.


"저거 따 먹으면 너 뿅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버섯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편이다 보니, 산에서 버섯을 발견했다고 해서 한 번도 그걸 따먹어 본 적은 없다. 지금도 내가 아는 건, 화려한 버섯은 독버섯.. 정도랄까. 


어쨌든 이 문장 너무 좋아서, 당연히 저자가 던진 가벼운 물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실 굳이 다른 사람의 답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산책하고 버섯을 발견하는 걸 기쁨으로 생각한다는 거에 더 중점을 둔 문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물었으니 대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나는 무엇을 하는가?


이 문장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린 건 요가였다. 삶이 엉망이 되어간다는 느낌은 내가 자주 받는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느껴보지 못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때, 내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요가였다. 요가를 한 번 해보자, 등록해보자.


2017년 이었다.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도 힘들었다. 꼼짝도 하기 싫었고 이대로 내가 바닥으로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보통 우울이 찾아오거나 한다면 내가 나를 좀 다독이는 편이고 또 나를 다른 곳으로 이끄는 걸 스스로 잘 해내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데 이 때는 그게 안되고 하염없이 밑으로 밑으로 떨어지기만 했다. 아, 이러다가 내가 정말 망가지겠다, 나 이대로는 안될것 같은데, 이대로 큰일나겠어, 아 나를 어떡하지, 하면서 생각해낸 방법은 운동을 시작하자는 거였다. 강제로 시작하지 않으면 내가 완전히 부서져버릴 것 같았다. 일대일로 헬쓰를 시작해볼까, 아니면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요가를 시작해볼까. 


그전까지의 나는 돈을 내고 운동을 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운동이라는 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니 돈을 내는게 무슨 소용이람, 그건 돈을 낭비하는 것에 지나지않아, 나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가 해낼 수 있는 거라굳!! 이렇게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그 때는, 너무나 하염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던 그 때는, 내 혼자의 힘으로 나 스스로의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도움을 받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해, 지금은 도움이 없이 일어설 수가 없다, 라는 생각을 고민을 거듭하다 요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헬쓰와 요가중 요가로 선택한 건, 그 때까지만해도 요가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가, 요가를 단순히 마음 수양, 명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누군가의 도움으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하자. 그렇게 집 근처의 요가센터로 찾아갔다. 상담을 받아보니 다소 비싼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데 들러가며 요금을 비교할 의지 같은 건 코딱지만큼도 없던 터라, 아 몰라 그냥 여기로 해, 하고 나는 등록을 하고 그렇게 처음, 요가수업을 받았다. 내 마음이 좀 다스려진다면 좋겠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고요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요가에서 일어날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요가는 그런게 아니었다.

아니, 요가가 그런게 맞는데, 그런데 그게 그게 아니었다.


처음 요가 수업에서 매트를 깔고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팔을 들어올리고 엎드리고 주저앉고 몸을 접고 뒤로 펼쳐가면서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빈야사'를 따라할 때, 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나 에너지 따위 전혀 존재할 수 없었다. 그 모든 동작들, 살면서 일상에서는 결코 해보지 못했던 그 모든 동작들을 따라하느라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고 입에서는 연신 아이구야~ 아이구야~ 하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한시간을 정말이지 불살라 버려서 아.. 나 이대로 괜찮은가.. 하게 되었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수업을 마친 후 옆자리 수련생이 


"첫날부터 빡센거 들으셨어요"


하시더라. 아아... 이런게 .. 요가인가요? .......



그 날 집에 가서 진짜 양푼에 밥을 잔뜩 비벼먹고 엄마를 붙잡고 세상에 엄마, 이런게 어디있어? 하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다음날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통에 시달렸다. 요가가 단순히 스트레칭과 명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들 모두를 줄세워서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서 말해주고 싶다. 그게 그게 아니라니까? 너 빈야사 한 번 따라해볼래? 덕분에,


나는 끌어올려졌다. 밑바닥에서 철푸덕 젖은 휴지처럼 늘어져있다가, 끌어올려졌다. 끌어올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비크람 수업, 아쉬탕가 수업에서도 나는 비오듯 땀을 흘렸고 내 안의 노폐물들이 더러운 냄새들을 풍겼고 극심한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나는 그런 내 몸을 가지고 다니느라 에너지를 발휘해야 했다. 내 몸이 탈탈 털린다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또 땀을 흘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다보면 에너지가 샘솟기도 했다. 새로 시작한 요가의 동작들을 신기해하고 근육통에 몸부림치면서 어느순간 나는 다시 땅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있었다. 



어제 인스타에서 한 요기의 짧은 영상을 보게 됐다. 헬쓰도 하고 다른 운동들도 한다고 했던 그 요기는, 그런데 요가를 시작하고 너무 좋다고 했다. 헬쓰장에 가면 덤벨이라는 기구를 들어올리는데, 요가는 내 몸 안의 덤벨을 들어올리는 일인 것 같다고. ㅋ ㅑ -



애나 칭의 물음,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나는 요가를 했다고 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는 기꺼이 요가를 권하고 싶다. 작은 매트, 그 위에서만 펼쳐지는 그 일련의 행위들이 엉망이 되어간 삶을 어느 정도 정렬해줄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가가 아직 힘들고 멀게 느껴진다면, 애나 칭이 했던 그것, 산책을 권하고 싶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버섯을 발견하면서 걸을 수도 있겠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움직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산책이든 요가든, 그리고 빵을 굽든.  반죽을 치대고 그 반죽의 감촉을 손으로 느끼고 반죽의 향을 느끼고 그것이 빵이 되어 나오는 순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엉망이 되는 느낌은 조금 잡아나갈 수 있다. 밑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다시 끌어올려질 수 있다.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 그것이 버섯이든 매트 위로 떨어지는 땀이든 완성되어 나오는 빵이든, 그것은 엉망이 된 삶을 다듬어준다.


애나 칭의 저 첫문장이 너무 좋았다. 물어주어서 좋았다. 새삼 내가 앞으로 또 찾아오게 될지도 그 어떤 나락의 순간에, 끌어올릴 만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를 단단하게 다지는 일이다. 


너무너무 좋은 첫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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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0-2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첫 문장 정말 좋았어요. 저도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무조건 걷던 사람이라. 독버섯 밖에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락방 2024-10-23 09:20   좋아요 1 | URL
악 저 문장 좋았다고 하시다니, 너무나 반갑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저 문장이 어제따라 정말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저에게도도 걷는게 좀 더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한 방법이긴 해요. 그동안 버섯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요. 후훗.

바람돌이 2024-10-2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에 이어 다락방님도...
첫 문장에 저는 감흥이 다락방님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읽어보고싶네요.

다락방 2024-10-24 07:55   좋아요 1 | URL
네, 아직 몇장 안 읽었지만 이 책 참 좋아요, 바람돌이 님. 후훗.

독서괭 2024-10-23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저도 삶이 엉망일 때(체력은 바닥을 치고 남편과 관계도 나빠지고 등등) 달리기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요가가 참 좋다고 하던데(특히 다락방님이 ㅋㅋ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가> 저자도 요가 예찬하더라고요) 저도 언젠가..^^
버섯 책 의외로(?) 명문장으로 시작하는군요? 뭔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기에 의외입니다 ㅎ

다락방 2024-10-24 08:02   좋아요 1 | URL
다른 어려운 책들을 너무 많이 접해봐서인지 버섯 책은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한 번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읽고 계신 다른 분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잘 읽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두려움없이 시작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뭔가, 뭐랄까, 색다른 내용과 전개라서 너무 좋아요!

몸을 움직이는 것은 더 나은 마음 상태를 만드는데 분명 도움을 주는것 같아요. 어차피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독서괭 님 댓글 읽으니 달리고 싶네요. 이번주는 아직 달리지를 못해서요. 아.. 시간은 왜이렇게 빠르게 흐르는건지.. 오늘이 금요일 같은데 목요일이라 초큼 슬프지만, 그래도 내일 금요일이니까 다시 즐거워해야겠어요. ㅋㅋ

자목련 2024-10-23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첫 문장이네요 👍

다락방 2024-10-24 08:03   좋아요 0 | URL
저 처음 읽을 때도 저 문장을 좋은 문장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는 너무 좋네요!! >.<

단발머리 2024-10-2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첫 문장 좋았거든요. 와아~~ 하면서 딱 끌어당기는...
근데 저는 그 방점이 어디에 찍혔냐면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였어요. 제게는 산책도 아니고(사실이 그렇습니다) 버섯도 아니었어요(송이버섯 맛 모르는 사람)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우리가 사는 삶이 그럴 때가 있잖아요. 어쩌면 계속 그럴지도 모르구요. 하나 해결되나 싶으면 그 다음 파도가 밀려오고...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그럴 때 도망가고 싶고 막 원망도 되고 싫은 마음 뿐이지만, 그렇다는 걸 안다는 게... 전 그게 좋더라구요. 삶은 자주, 엉망이 되지... 하면서요. 전 그랬어요 ㅎㅎㅎ 그래도 그럴 때 산책을, 요가를 한다는 건 참 좋은 거 같아요. 곧... 돈을 내며 운동을 배워봐야겠다 싶어요.

다락방 2024-10-24 08:0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삶이 엉망이 되어가는 건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순간들이지만, 그런데 내가 삶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자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건 아닌 것 같아요. 내 스스로가 삶이 엉망이 되어간다는 걸 인지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것을 끌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테고요. 그런데 그걸 자각하지 못하면 계속 그 안에서 허우적댈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만 나 자신을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겠네요.
다른 얘기지만, 저는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삶이 엉망이 되어가는지 어떤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첫문장을 만났다면, 그들중 누구 하나라도 ‘어?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가만...... 어..... 지금 내가 그런건가?‘ 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책 읽는 건 참 좋아요, 단발머리 님. 그 좋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잇다는 것도 너무나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