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고난 재능: 벤 카슨 스토리> 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벤 카슨은 세게최초로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하여 두 명 다 살린 의사라고 한다. 그 뒤로도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을 몇 차례 더했으며, 또다른 아이의 발작증세를 잡기 위해 두뇌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도 처음 시도해보고 성공해서 그 수술은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대단한 능력이고 또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스토리로 먼저 접했다면 이 영화는 내가 관심가질만한 영화가 아니다. 아마 예고를 봤어도 나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도 그렇고 포스터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하여간 내가 딱히 관심 가질 영화가 아닌데, 아아, 인스타그램이여..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이 영화의 아주 일부를 보여주었는데, 바로 그 장면은 나를 사로잡아버렸던 것이다.
벤 카슨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형과 함께 가난하게 살았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하니 쉼없이 일을 했는데 그런 어머니는 일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심한 우울증도 앓고 있었다. 자식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문맹이었던 것. 글자를 익히지 못하고 사랑에 빠졌던 남자랑 아이를 낳고 키웠지만 그 남자가 유부남이었던 것이 밝혀졌고.. 아이들을 보면 혹시라도 자기처럼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 너무너무 걱정이 되고 두려웠던 거다. 그게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도 하게 된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이 아들들은 항상 텔레비젼 앞에만 앉아있고 학교 성적도 형편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한 교수의 집에 청소일을 하러 가게 된다.
그 교수의 서재를 청소하면서 그녀는 여기에도 저기에도 책이 쌓여있는 걸 보고 온 벽을 책이 채우고 있는 걸 보게되는거다. 책을 치워가며 청소를 하다가 그녀는 교수에게 묻는다.
"혹시,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읽으신건가요?"
그러자 교수는 대답한다.
"거의요."
그 길로 그녀는 집에 달려가 언제나처럼 아들들이 보고 있는 텔레비젼을 꺼버린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단호하게 명령한다. 앞으로 티비는 일주일에 두 편만 볼 수 있으니 어떤 걸 볼지 선택하라고. 그리고 그것도 학교 숙제를 마쳐야만 볼 수 있다고 하는거다. 이에 아들들은 야유하며 그러면 티비 안보는 시간에 도대체 뭘 하라는거냐고 묻는다. 그 때 어머니가 그러는거다.
"말 잘했다. 앞으로 너네는 도서관으로 가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어야 해. 그리고 매주 독후감을 작성해서 엄마에게 보여줘야 해."
내가 인스타그램으로 본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었던 거다. 교수의 집에 청소하러 가서 이 책들을 다 읽었냐 묻고 거의 그렇다고 대답하는 교수의 답을 들은 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게 하는 장면. 나는 이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지는거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었어? 그래서? 그래서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는데? 이 영상만으로는 어떤 영화인지 몰랐던 터라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주인공 벤 카슨은 학교에서 꼴지를 하는 아이었지만, 엄마가 시킨대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성적이 오른다. 단어 시험도 잘 보게 되고 과학 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멋진 답도 하게 된다. 얼마전에 궁금해서 도서관에 갔다가 돌에 대한 책을 읽었거든. 과학 선생님은 벤 카슨의 대답을 듣고서는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한다. 그리고 벤 카슨과 둘만 남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벤 카슨에게 이렇게 말한다.
"누가 너의 문을 열었지?"
크 .. 소름 돋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새로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면서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준다. 벤 카슨은 학교에서 보는 단어시험을 다 맞히고 티비에서 하는 퀴즈프로그램에도 다 답할 수 있게 되며 결국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렇게 예일대에 진학하고 존스 홉킨스 병원에 가 신경외과 의사로 일하게 되는것. 그러다 독일의 샴쌍둥이에 대해 듣게 된다. 그들의 부모는 벤 카슨에게 수술을 의뢰하는데, 벤 카슨은 계속 고민한다. 이 아이들을 분리는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심한 출혈이 발생할테고, 그러면 사망에 이를텐데.. 어떻게 출혈을 막을 수 있지? 그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그 생각뿐이다. 출혈을 어떻게 막지? 어떻게 막을 수 있지?
그의 어머니와 아내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거듭되는 고민을 하다 어머니가 설거지를 마치고 수도꼭지를 잠그는 걸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이들의 심장을 잠시 멈추는 것, 그렇게 피를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이건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고 이 수술에는 그래서 여러과의 전문의들이 다 투입된다. 수술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아이들의 분리는 성공하며 아이들 둘 다 살릴 수 있었던 것. 그가 고민하고 답을 내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가 학창시절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이 답을 찾기 위해 책상에 책을 잔뜩 들어놓고 공부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책이 놓인 풍경은 왜그렇게나 좋은걸까? 아 너무 멋있어.
조카들 보여주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식고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핸드폰만 보지말고 책을 열심히 파고 들어서 일등하고 닥터가 되면 어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가 안되길 잘한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이런 장면 보면 책을 파고 들어서 막 똑똑해지고 일등하고 싶지 않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닥터 되고 싶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아........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누구나 다 일등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다. 나만해도 한글을 깨우친 그 어릴 때부터 닥치는대로 책 읽었는데, 우리집에는 책이 없어서 남의 집에 가면 책부터 꺼내읽고 피아노 학원에서도 책 읽고 사촌 오빠의 국어책까지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 한 적 한번도 없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등이 다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되었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 책을 읽는다고 다 일등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그건 있다. 내가 그나마 책이라도 읽었으니까 이만큼이라도 됐다는 것. 남동생도 나한테 자주 얘기한다. 누나가 책을 좋아해서 진짜 다행이다. 여기에서 책까지 안읽었으면, 어휴....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여러개의 자아중에 지금 나와있는 자아가 최상의 자아라고 언제나 말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에게 열개의 자아가 있는데 그 중 지금이 최고의 자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항상 '내가 더 나아질 어떤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면 결국 저런 답을 듣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고 누구나 다 일등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닥터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기 전보다 조금 더 많은 걸 알게 되는건 맞는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더 잘 확률도 있고, 단순히 공부만 더 잘하는 것보다 직업적으로도 더 나은 성공에 이를 확률도 높다. 벤 카슨이 샴쌍둥이 분리술에 성공한것은 그가 존스 홉킨스에 갈 만큼 똑똑한 사람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살리고 싶어하는 사람이기도 해서다. 그 아픔의 괴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 부모의 마음까지도 알 수 있는 사람. 책을 읽으면 누구나 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특히나 더 책을 만나서 최상의 콤비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말이다.
벤 카슨의 어머니가 만약 우리집에 왔다가 내 책장을 보고
"여기 있는 책들 다 읽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뇨, 안읽은 책이 더 많아요.."
이렇게 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러니까, 나도 집이 넓으면 읽은책 쌓아둬서 읽은책이 더 많게 둘 수도 있는데 말이죠, 집이 좁으니까 읽는 족족 팔아가지고.. 남은게 안읽은 책들 뿐이라고요. 이건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말 드물게 내가 안 볼 것 같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이거 보면서 생각했다. *** 님은 이 영화 존재도 몰랐을거고 이제 알게 됐어도 역시 볼 생각 전혀 없으시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전에 반차 내고 이비인후과 들렀다 왔다. 중간에 잠깐 까페에서 카푸치노 시켜가지고 책도 좀 보고.
원래 아침 일찍 뛰려고 했었는데 하아- 비염이 너무 심해서 침대에서 나오지를 못했다.. 하아- 비루한 몸뚱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