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외출 하는데 날씨가 끝내줬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걷는데 정말 날씨는 너무 좋고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은거다. 세상에. 이 길바닥에서!! 나는 마구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딸기를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딸기를 먹을 수 있지? 지하철 역 근처에서 과일가게를 찾아 설사 딸기를 산다고 해도 누가 씻어줘야 먹을게 아닌가. 어디서 어떻게 씻어? 지하철역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편의점에는 씻어놓은 딸기를 팔지 않잖아? 아 미치겠다. 딸기를 먹고 싶다. 이렇게 햇볕이 내리쬐는데, 이 때 누군가 나타나 내게 여기 딸기야, 라고 건네준다면 나는 아마도 그 순간 영혼을 저당잡혔을 것 같다. 그렇게 딸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가까스로 억누르면서 나는 약속장소인 극장에 도착했다. 예매해둔 표를 찾고 마침 스타벅스가 있다는 걸 알고서는 그 안에서 해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물과 술과 커피 외에는 음료를 사마시지 않는다. 그것들을 제외한 음료들을 마시고 싶은 욕망따위는 전혀 없다. 나는 진짜 욕심 없는 여자니까.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스타벅스에도 딸기를 갈아주는 생과일쥬스가 있지 않을까? 분명히 있겠지? 그래서 그런걸 사 마시면 딸기를 먹고 싶은 욕망이 좀 다스려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 

그러나 스타벅스에 생과일딸기쥬스는 없었다. 난 너무너무 슬펐다. 정말 슬펐다. 발로 땅바닥을 마구 짓밟아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닥치는대로 물건을 집어서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딸기가 들어간 무언가를 찾아 그걸 먹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메뉴판을 계속 뒤졌다. 그러다가 나는 [두유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 라는 이름을 보게됐고, 조금이라도 딸기를 느낄 수 있겠지 싶어 그 음료를 주문했다. 이렇게 생겼다.

 

오앗. 맛있다! 딸기맛이다! 맛있다! 나는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물론 저 위의 생크림도 빨대로 정신없이 퍼 먹었다. 아, 어쩐지 이 여름에는 이걸 자주 먹게 될 것 같아. 흑흑. 난 원래 아메리카노 마시는 여잔데..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으응?) 

 

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를 봤다. 이거 영화 포스터를 삽입할랬드만 영화 포스터가 no image 다. 젠장. 어쩔수 없이 OST 이미지를.. ( '') 

책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리즈 위더스푼의 캐스팅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오, 진짜 별로였다. 로버트 패틴슨은 '제이콥' 역으로 잘 어울리는데 '말레나'를 표현하기에 리즈 위더스푼은 따뜻한 매력이 없었다. 책 속에서의 말레나는 동물과 교감을 나누고 사랑때문에 고민하는 따뜻한 면을 가진 여자인데, 영화속에서의 말레나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대체 왜 제이콥이 말레나를 사랑하게 된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뭐,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이해받기 위해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제이콥은 말레나에게서 본 거겠지. 킁킁.  

극장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어쩐일인지 좀 나이드신 아줌마들이 단체로 와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퍽 시끄러웠는데, 그래도 영화 상영 중에는 조용하시더라. 그런데 영화의 끝무렵,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아이가 다섯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그에 걸맞는 영상이 틀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그걸 보시며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첫째아들이야. 

아........첫째아들인거, 영화 보는 사람도 다 아는데, 그리고 둘째든 셋째든 아무 상관 없는데, 왜 모두에게 설명해주신걸까. 영화는 중간에 좀 지루해서 보기 싫었지만 끝에는 괜찮았다. 끝은 좋았다. 그래서 나름 괜찮구나,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첫째아들이라고 설명해주시는 바람에 내 감동이 갑자기 갈 곳을 잃고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아줌마. ㅠㅠ  

그러나 사실 내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까닭은, 젠장, 전날 밤 꿈 때문이었다. 꿈에서 나는 속옷차림의 남자를 보았다. 아 젠장. 영화를 보는데 로버트 패틴슨 따위는 내 시야에 들어오질 못했다. 잠들기전에 그 남자의 속옷차림을 상상하진 않았다. 진짜다. 나는 한 순간도 그남자의 속옷차림을 상상한 적이 없다. 아아, 이런 꿈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해.

 

 

수키시리즈 7권을 읽고 있다. 가장 멋진 작업 멘트는 수키시리즈 안에 들어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이 시리즈 안에는 여자가 듣고 싶어하는 모든 말들이 나온다. 나는 대체 작가가 이 모든 멘트들을 상상으로 쓴건지, 아니면 정말 직접 다 들어본 말들인건지 너무나 궁금하다. 상상으로 썼다고 해도 진짜 대단한거고, 직접 다 들어봤다면 이 작가는 더 대단한거다. 그러나 언제나 이런 생각은 책 표지를 열어 작가 사진을 볼 때마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뭐..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나는 수키가 너무 좋다. 수키가 좋아서, 수키를 좋아하는 남자들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수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히 전할 수 있는 여자다. 그녀가 예쁘지 않고, 가슴이 풍만하지 않다면, 그랬다면 그녀는 내게 좀 더 완벽했겠지만 그녀가 예뻐서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6권에서 수키는 '아니'라고 '그럴리 없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속 어느 한곳에 늑대인간 '알시드'가 자신의 연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운다. 냉장고에 기대어 우는 그때의 수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수키다. 빌과, 에릭과, 알시드와 만나면서 수키는 점점 더 성장해가고 성숙해간다. 이제는 상처받는걸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현재의 남자친구인 퀸에게 이렇게 말한다. 

「맞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지난 여섯 달 동안 만났던 것보다 더 자주 보지 못한다면,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p.50) 

수키는 퀸을 좋아하지만, 퀸을 보고 싶어하지만,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그녀의 그 요구가 설사 퀸에게 무리할지언정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여섯달 동안 만난게 고작 세번이라면(네번이었나?) 애가 타고 안타깝고 그리운 것은 사실이다.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사랑하게 되고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는 쪽이 상처를 덜 받는 쪽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수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같은 상황이라면 내가 남자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답답하다. 그리고 수키는 이렇게 말한다. 

「내 육체적인 욕망은 무척 강해요. 정말정말 강한 육체적 욕망을 갖고 있죠. 하지만 난 하룻밤 자고 마는 그런 여자는 아니에요.」 (p.50) 

수키는 이제 섣불리 시작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걸 상대에게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이 강한것도 알고있다. 나는 욕망이 강하지만, 니가 나를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을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내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고 수키는 남자에게 말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수키가 무척 좋다. 욕망의 분출도 중요하지만 욕망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진지하지 않은 관계에는 욕망을 다스리려는 수키. 멋지다. 좋다. 

 

어제는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는 대신 친구와 캔맥주를 들고 청계천에 있었다. 좋았다. 또 그럴거다. 그리고 오늘은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는 대신 [우리는 시체들]이나 좀 더 읽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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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0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길을 걸으면서 딸기를 먹는 방법 아주 훌륭해요. 우유가 아니라 두유라니, 어떤 맛일지 잘 상상이 안 가요. 다음 번에 꼭 먹어보겠어요. 캬라멜 프라푸치노를 사랑하는 나이지만, 딸기를 간 음료도 맛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5-09 08:41   좋아요 0 | URL
그런데 두유맛은 느껴지질 않아요. 저도 두유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어쩌나 하고 고민했는데 말이죠. 맛있었어요. 그런데 빨대로 생크림을 퍼먹는 순간 칼로리에 대한 압박이. 흑흑 ㅠㅠ
매일 마시면 큰일나겠어요. ㅠㅠ

에디 2011-05-0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메리카노 마시는 남잔데 내일 저걸 마셔볼께요. 남은 프라푸치노 스티커 한장을 받아야해요.

저는 왜 꿈에서 속옷차림의 여자를 본적이 없을까요? 아쉽습니다.

다락방 2011-05-09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프라푸치노 스티커 한장 남았어요! 히히.
에디님, 아메리카노 마시는 남자라는 타이틀이 무척 잘 어울리네요.

에디님, 꿈에서 속옷차림의 여자를 만나는 건, 좀 기다려봐요. 뭐든 간절하면 이루어집디다. (응?)

레와 2011-05-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가끔 미친듯이 어떤 과일이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땐 편의점에서 그 과일이 일인분씩 포장되어 판매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그렇게 포장해서 팔아볼까, 뭐 그런 생각도하고. ㅎㅎ (언제나 생각만) 딸기가 먹고 싶을땐 진짜 딸기, 복숭아가 먹고 싶을땐 진짜 복숭아. (침나온다;;)


오늘 출근하기 진짜진짜진짜진짜 싫었어요. 평소같으면 연차를 쓰고 쉬었을텐데, 오늘이 D-Day.
행운을 빌어줘요.

다락방 2011-05-09 13:00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그럴때가 있죠? 나는 복숭아는 종종 그러고 가끔 딸기가 그러네요. ㅎㅎ 일인분씩 휴대용용기에 포장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길 가다가 사가지고 막 먹으면서 가게. 꼭지 다 따서. 딸기나 방울토마토는 그렇게 팔아도 되지 않을까? 그쵸?

나도 오늘 출근이 너무 싫어서 그런지 새벽에 한시간마다 잠에서 깼어요. 아아~ 그렇지만 조금만 견디면 내일도 쉰다. 아자뵹!

무스탕 2011-05-09 13:16   좋아요 0 | URL
정성이는 오늘 진짜 학교가기 싫다며 징징거리다 갔어요. 왜냐?! 형아는 오늘도 쉬거든요. ㅋㅋㅋ

다락방 2011-05-09 13:25   좋아요 0 | URL
우앗. 징징거려도 가야한다니, 세상은 잔인해요.
어쨌든 왔더니 점심을 지나고 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야겠어요.
그런데 정성이는 이제 곧 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내일 쉽니다, 내일 쉬는걸로 버텨볼랍니다!

무스탕 2011-05-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료의 90%는 커피인데 저 두유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가 맛있단 말이지요? 담에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락방님 생각하며 마셔볼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전 저 메뉴를 파는곳과 제목을 핸드폰 메모 기능에 저장을 해야해요. 안그러면 제목을 잊어버려서 시키지도 못해요 ㅠ.ㅠ

다락방 2011-05-09 13: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름이 생각 안나서 홈페이지 가서 정확한 이름을 써온거랍니다. 저런 긴 이름을 어떻게 외우겠어요. 전 저것 말고도 외울거 투성이에요. ㅎㅎㅎㅎㅎ
저도 핸드폰 메모기능을 아주 잘 이용해요. 제가 까먹는게 너무 많아서요. ㅜㅡ

버벌 2011-05-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 수키시리즈 일권을 샀어요. 예전 예전에 락방님 서재에서 보구요. 그러고 보면 다락방님 때문에 구입한 서적이 꽤나~ ㅎㅎㅎㅎ 하지만 아직 읽지는... ㅠㅠ 왜냐고 묻지 마세요. 두유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 오케이. 저 스타벅스가서 마시고 인증샷 찍어오겠습니다. ^^

다락방 2011-05-10 23:00   좋아요 0 | URL
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 왜 안읽었어요? 네? 네? ㅎㅎ
저희 회사 여직원들은 저 때문에 모두 수키시리즈를 읽어요. ㅎㅎ 만약 그걸 읽게 되면 버벌님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시게 될까요? 저는 으음, 에릭이 좋아요. 아잉.
두유딸기크림 프라프치노는 사자마자 보다는 약간 시간이 흐른 다음에 마실때가 더 맛있어요. 그런데 그랑데로 먹지는 마세요. 어제 그랑데 먹었는데 힘들더라구요. 너무 커서 나중엔 화가나요. 어휴..

버벌 2011-05-11 03:25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여자주인공이. 제가 생각하는 남자주인공을 구해주어요. 수키시리즈는 거기서 끝납니다. ㅡㅡ;; 아직 더 읽지 않았어요.

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네. 읽을게요. 읽을게요.

넵. 그랑데는 먹지 않겠습니다.

... 2011-05-0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딸기 쥬스 파는데 알았는데... 던킨도너츠였던 것 같네요. 길을 걷다 딸기를 먹으려면 던킨으로 가보세요 ㅎㅎ

다락방 2011-05-10 23:00   좋아요 0 | URL
생딸기 쥬스, 던킨에서 파는거 맛있나요? 전 한번도 안사먹어 봐서요. 이제 그거 먹어봐야지. 저 두유 딸기 크림 프라프치노는 쾌락과 함께 죄책감을 줘요. 칼로리의 압박. 죄책감 음료 ㅠ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던 습관 때문에, 공휴일인 어제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늦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 도무지 더 잘 수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서는 거실의 TV 앞에 앉아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여기저기 돌렸다. 이시간에는 뭘하나. 그러다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게 됐다. 나는 이 드라마를 포함 미드는(일드나 영드도 마찬가지) 본적이 없었는데,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던 터.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지만 어디 좀 볼까 하는 심정으로 앉아있었다.  

이야기는 이랬다. 병원내에서 근무하는 남자닥터1(아마도 이름이 조지)은 군대에 자원했고, 여자닥터2 (이름은 모르는데 27dresses의 주연)는 암으로 뇌수술을 했는데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남자닥터1의 동료들은 군대에 그를 보내는게 싫고, 여자닥터2의 남편은 아내의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리고 한 여자를 대신해서 차에 치인 중환자 1 은 언제 죽을지 모를 상황인데, 그 한 여자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며 그의 옆에 있기를 원한다. 이런 상황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여자닥터 3은 시청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오겠다고 한다. 그러자 동료 여자닥터 4는 "이런 상황에 꼭 결혼해야겠어?" 라고 묻는다. 여자닥터 3은 대답한다. 

여자닥터 2는 남편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남편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해. 한 여자는 운명의 상대라 믿는 남자가 내일까지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야. 그러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내가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 드라마를 보는데 나도 그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일은 2초후도 알 수 없는 법인데,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나도 지금 당장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고, 내가 언제죽을지도 모르는데 이 말은 꼭 해야겠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 그 드라마는 끝났고, 나는 몇번이나 울컥이면서, 아, 인기있는 드라마라는건 이런거구나 싶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어휴, 이제 보지 말아야지, 했다.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내가 본게 시즌5 였는데 그것만 없구나.

 

 

 

 

 

내가 이 영화의 개봉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나는 폴 워커를 내 이상형의 실현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사실에는 변함없다. 폴 워커는 여전히 멋지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오리지날] 처럼 멋지지는 않다. 젠장.  

소설을 쓰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것 중의 한가지는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독이 영화를 찍을때도 마찬가지. 자신이 만든 주인공에게 모든 합당한 이유를 주기, 같은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공감을 줄 수 있게 하는건 당연한 바람이겠지만, 자신은 한발자국쯤 떨어져서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오히려 독자나 관객들이 그들에 대해 순수하게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닐까. 

이 영화속에서 감독은 주인공들을 엄청나게 사랑한것 같다. 주인공들은 경찰 세명을 죽였다는 누명을 받게 됐는데, 그들은 경찰 세명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어쩐지 끌리는 여자 경찰 한명은 그들은 그럴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그래, 경찰을 죽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뭐? 그들은 '경찰이 아닌' 사람을 삼십명도 넘게 죽였는데? 그것이 정의로 포장됐는데? 그런데도 그들이 경찰을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질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 수십명을 죽였다는 이유로 그들이 계속 멋져 보일 수 있을까? 그게 멋진걸까? 나는 이 영화가 액션 영화인걸 알고 있고, 모든 액션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쯤은 우습게 다루어진 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보는 내내 기가 막혔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게다가 특수부대 팀장은 갑자기 왜 이들의 편이 되는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이다. 물론, 액션은 끝내줬다. 마지막 자동차 도주씬은 진짜 멋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멋진 영화가 되는건 아니다. 

 

 

어제 오후, 친구는 며칠간 외국에 다니러 갔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 출발한다는 문자메세지를 내게 보냈는데, 나는 그 문자메세지를 시간이 좀 지난후에 봤다. 이미 비행기는 떠났을 시간, 나는 친구에게 '도착하면 꼭 문자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아, 빨리 봤어야 그 말을 전하는데. 요즘 같은 때, 그 친구가 그곳에 잘 도착했는지 나는 알고 싶은데. 열몇시간이 지나고 나면 잘 도착했는지 물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새벽, 그 친구로부터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 예쁘기도 하지. 이런걸 미리 이렇게 말해주다니. 새벽에 자다 깨서 그 문자를 보고 마음이 참 좋았다. 좀 전에는 호텔방을 정리중이라는 문자가 왔고, 나는 출근중이라는 사소한 답장을 보내면서, 아 이 세상이 정말 좋아졌구나 싶었다. 열 몇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야 하는 곳에 있는 친구와 문자메세지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얼마전 중앙일보에서 '프리실라 안'의 인터뷰를 보고 그녀의 시디를 사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이번에 나왔다는 앨범은 없었고 기존의 앨범만이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모르는 가수니 1집부터 듣자 싶어 샀다. 

 

 

 

 

 

2008년에 나온 앨범이라는데, 지금 막 비닐을 뜯었다. 어떤 음악일지 너무 궁금하고 설레인다. 좋았으면 좋겠다. 내가 땡투한 레와님은 별을 셋 주셨던데. 아, 기대된다. 

 

하루 쉬고 나왔는데 내일 또 쉰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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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5-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본 그레이아나토미의 그 에피는 초절정폭풍눈물 에피소드의 일부였어요. 하필 그 에피를 본거였군요.(그 다음편 에피소드는 더 하다.. 참..;) 그레이를 볼때는 나도 감정이입 100%. 눈물콧물 쏙 빠집니다. 끊을수 없는 감동 미드에요.

(속닥속닥) 저 에피소드 다운 받아 줄까요? ^^


'프리실라 안' 음반은 글쎄.. 듣고 난 뒤 다락방이 어떤 리뷰를 남길지 궁금해요. 꼭 남겨줘요!

다락방 2011-05-06 11:23   좋아요 0 | URL
아니, 나 다운 받아도 안 보더라구요. 데이터 용량만 차지하지 -_-
그 뭣이냐, 영화, 그거 뭐지? 내가 내 돈 주고 다운받은..배종옥 나오고.. 암튼 그것도 여태 못 보고 있어요. 돈주고 받았는데도. 그리고 그 영드 셜록..모두가 재미있다고 하는 그 셜록, 10분 보고 또 안보고 있고. 난 왜 다운 받으면 안볼까요? 네?

프리실라 안, 지금 딱 한곡 들어봤거든요. 좀전에 외근 다녀오는 길에 i don't think so 들었는데, 노래도 괜찮고 목소리도 무척 좋아요. 다 들어보면 다시 얘기해줄게요.

굿바이 2011-05-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소설이라는 것이 하도 쓰고 싶어서 막 얼렁뚱땅 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주인공에게 너무 애착이 심해서 뭐랄까 애인같은 변호사의 심정으로 변론을 해주고 있더라구요, 나중에는 제가 읽어도 좀 너무한, 차라리 자기애로 똘똘 뭉친 자서전을 써라, 막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거리두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그걸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뭔가 쓸 수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소설이지만, 지금은 주인공이 저에게 말을 걸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기적이 언제 일어날 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뭔가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

다락방 2011-05-06 13:1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주인공이 하고 싶은 말을 독자가 캐치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너무 많이 개입하면 주인공이 하고 싶은 말을 작가가 다 하고 있는거에요. 그러면 아 그렇구나, 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보다는 뭔가 억지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더라구요.
이 영화도 그들을 지나치게 멋진 차도둑, 의리도 있고 정도 있고 지킬건 지키는 차도둑, 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아이쿠, 저한테는 지나치게 오버센스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내 글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소설의 경우에 말이죠, 다 쓰고 나서도 작가가 변명하지 않는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가 변명하는 순간부터 작품의 질은 바닥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제가 글을 하나 쓰면 어떤 사람들은 좋다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나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아쉽다고 할테죠. 그럴때 그저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대로 두어야 하는데, 간혹 나타나서는 등장인물이 그랬던 건 이랬기 때문이고 블라블라 하고 소설속에 들어가서 이야기해 버리면 완전 김새잖아요. 글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독자들의 몫으로 두는 자세가 작가들에겐 좀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도 섣불리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못하겠더라구요. 어려운 일이에요.

... 2011-05-0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레이 아나토미의 6년차 팬이랍니다. 전 시즌의 전 에피소드를 섭렵했다지요. 중간에 막장으로 치달아서 위기가 있었지만 season 6부터는 다시 볼 만 해졌어요. 힘든 날에 에피소드 하나하나씩 보면 위로가 되기도 해요. 전, 엘렌 폼페오와 패트릭 뎀시의 열혈팬!

다락방 2011-05-06 13:15   좋아요 0 | URL
저 위의 레와님도, 그리고 제 여동생도 그레이 아나토미 팬이거든요. 그게 다 팬이 될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예전에 봤던 어떤 에피소드에서도 다 보고 나서 굉장한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에피소드(저는 여태 두개 본거죠)마다 언제나 사람을 생각하게 한달까요. 그게 바로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이겠구나 싶더라구요. 엘렌 폼페오..는 뭐고 패트릭 뎀시...는 뭐람..ㅎㅎ 검색해봐야 겠네요. 저 검색 짱 싫어하는데. orz

Mephistopheles 2011-05-0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 아나토미는...아무리봐도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어요.
이건 뭐 의사 가운을 입은 연애쟁이들에다가 먹고 먹히는(?)먹이사슬의 관계에다..
시즌 1을 재미있게 봤지만 그 다음부턴 아주 짜증 지대로...

분노의 질주..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어마어마어마어마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더군요.
전 볼 일은 없지만서도 거기 등장인물 중에 "인민의 팔꿈치" 기술을 쓰는 제가 좋아하는
레슬러 '더 락'이 출연하더군요.
아마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흥행성적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연이겠지만..

다락방 2011-05-06 13:19   좋아요 0 | URL
의사 가운을 입은 연애쟁이들도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도, 다 충분히 그럴법하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남녀가 온종일 병원에만 갇혀있는데 그 안에서 연애하는건 당연하게 보여지잖아요. 먹이사슬도 마찬가지. 팀별로 나뉘어지고 또 부서별로도 나뉘어지는데 서로 자기네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지고 유능한 닥터를 데리고 있으려고 하는 그 모든 일들도 단순히 병원뿐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환자가 나오고 그것을 치료하는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 환자에 대한 사정 같은것도 가끔 보여줘서 환자를 환자로만 다루지 않는 것 같아 저는 꽤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되어 지더라구요. 물론 제가 본건 두 편뿐이지만 말이죠.

분노의 질주는 액션씬만큼은 진짜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 자동차경주씬은 최고였어요. 어휴 박진감.. 그리고 '더 락'은 ㅎㅎ 저 더 락 나온 영화 몇 편 봤거든요. 항상 완전 정의로운 남자로 나와가지고. ㅎㅎ 무슨 시골마을 보안관으로도 나오고, 이집트가 배경인 영화에도 나오고, 웰컴투더정글, 거기서도 보고. 네, 이 영화에서는 조연이었는데요, 으으, 제 마음에는 안드는 캐릭터였어요. 꽤 유능한 수사관으로 나오는데, 하나도 안 유능해 보였어요. -0-

moonnight 2011-05-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과 같은 시간에 잠시 채널검색을 했던가봐요. ^^ 그레이 아나토미 하네. 어, 저 사람 아픈가봐. 하고는 넘어갔었는데요. 감동의 에피였었군요. (그러고보니 어제 오전에 뉴문도 하던데요. 더빙도 나름 괜찮더라구요. )

다락방 2011-05-06 13:21   좋아요 0 | URL
저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아침 먹고 배두드리며 휴식을 취하다가 완전 감상적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아휴, 나는 이 드라마 보지 말아야겠다 하는 결심도 했어요. 이 드라마 챙겨보다가는 감정이 너덜너덜해질 것 같더라구요.
오, 더빙된 뉴문이라니! 으윽, 어쩐지 저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요!! ㅎㅎ

치니 2011-05-0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을 읽으니 글 전체에서 느껴지던 묘한 여유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었어요. ㅎㅎㅎ 공휴일 만세!

다락방 2011-05-06 13:22   좋아요 0 | URL
저 오늘 할 일도 많은데 내일이 또 주말이라서 막 신나가지고 ㅎㅎㅎㅎㅎ 오늘 저녁에도 고기를 먹어야겠구나 뭐 이런 생각만 들어요. 내일 볼 영화도 예매했어요. 므흣.
저 [안티 크라이스트] 무척 보고 싶었는데, 그건 이제 안하더라구요. ㅠㅠ 슬퍼요 ㅠㅠ

치니 2011-05-06 16:33   좋아요 0 | URL
오잉, 그래요? 웬디양은 엊그제 보셨던데, 막판이었나부다.
근데 저는 본 입장에서 안 보셔서 약간 다행. ㅋㅋ 아, 정말 웬간해선 선뜻 추천하기가 너무 힘든 영화에요. ㅠ

다락방 2011-05-08 21:26   좋아요 0 | URL
수요일까진가, 그때까지 하더라구요. 수요일날 가볼까 했는데 넘흐 피곤해서 술마셨어요. ㅠㅠ
전 보고 싶었다구요, 보고싶었어요! ㅠㅠ

마노아 2011-05-0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제가 길고도 긴 소설을 쓰다가 완성 단계에서 마무리를 못 지은 건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어서 수습이 안 되는 거였어요. 완전 깨달음! 하지만 또 부끄럽네요. 그걸 알고 계신 다락방님은 참 대단해요.
제가 본 미드라곤 위기의 주부들 뿐이건만 그레이 아나토미가 그렇게 감동적이군요. 갸들은 왜 그리 드라마도 잘 만드는지...;;;;

다락방 2011-05-08 21: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여동생이 그레이 아나토미 광팬인데 왜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본다는 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인것 같아요. 단순한 감정적 동요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 가 작가가 지녀야할 자세라면
상대를 너무 사랑하지 않기, 는 연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요. 상대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상대를 숨 못쉬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 모든건 사실 사랑이라고 포장된 집착이고 억압인것 같아요. 그러나 제 자신도 잘 하지 못하는 일이고, 어느만큼이 적당한 선인지 잘 모르겠어요.

섬사이 2011-05-0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 아나토미는 X파일 이후 가장 빠져들었던 미드였어요.
뭐, 막내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려서 못 본 적이 훨씬 많지만요. ^^

다락방 2011-05-08 21:30   좋아요 0 | URL
빠져들만한 드라마라고 생각되요. 그렇지만 저는 워낙에 텔레비젼 안챙겨보는 사람이라 빠져들지 않고 흥, 하고 넘기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몇십분 보면서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그토록 공감을 이끌어내다니. 정말 좋았어요.

버벌 2011-05-0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 아나토미 보셨네요. 의학을 가장한 연애 드라마. ㅡㅡ;;;; 저도 엄청 몰입해서 봤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 보진 않네요. 저역시 -> "자신이 만든 주인공을 너무 사랑하지 않기" --> 맞아요. 공중에 뜬 글인 몇개인지 도통. ㅠㅠ

다락방 2011-05-08 21:32   좋아요 0 | URL
버벌님도 무언가를 쓰셨었군요. 그런데 너무 사랑한 나머지 완성을 시키지 못하고 계시구요! ㅎㅎ

그레이 아나토미는 충동적으로 dvd 살뻔 했네요. 그런데 저는 집에 있는 dvd 도 챙겨보지 않는 터라 쌓이고 있어서 절대 사서는 안돼요. 먼지만 풀풀 쌓이게 될 거에요. 어휴.

jongheuk 2011-05-07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 참 많이 좋아졌죠 ㅎㅎ

다락방 2011-05-08 21:32   좋아요 0 | URL
네. 종혁씨랑 카톡하는 세상이잖아요. ㅎㅎ

비로그인 2011-05-07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는 댓글도 달수 있다지요! 거리는 좁혀지고 사람은 변해요. 그 친구, 참 멋지군요!

다락방 2011-05-08 21:32   좋아요 0 | URL
사람은 변하죠, 쥬드님.
사람이 변해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2011-05-07 0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8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 FAST & FURIOUS 5
영화
평점 :
현재상영


폴 워커도 좋고 액션도 좋고 다음편 개봉한다면 또 보겠지만,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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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5-0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내용 전개는 용납이 안 되어도 애정은 끝나지 않은 영화군요!^^

다락방 2011-05-05 16:36   좋아요 0 | URL
경찰 세명이 죽었는데 주인공들이 누명을 쓰거든요. 그들은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되게 부질없더라구요. 그들은 경찰 세명을 죽이지 않았지만 경찰이 아닌 사람을 삼십명 이상 죽이거든요. 액션을 보려고 선택했고 액션은 좋았으니 그냥 넘어가야 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득력도 없고 의미도 없고 이해도 안되더라구요. 멋지긴 멋진데...흐음..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써로게이트』의 시간적 배경은 미래인데, 이 시대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더 예쁘게 더 섹시하게 바꿀수도 있고, 나이를 먹어도 더 젊은 모습으로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것이 가능해서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모습으로 바꾸고 살아가는데도 그들 모두가 서로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에 대한 기준이 절대적이라면 아마도 그런 시대를 살아갈 때 여자는 모두 김태희 같거나 남자는 모두 송승헌 같거나 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서로 미에 대해서 각자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쌍커풀이 큰 눈을, 어떤 사람은 쭉 찢어진 눈을 예쁘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두꺼운 입술을 어떤 사람은 얇은 입술을 예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콧구멍이 위로 향한 코를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살짝 휜 코를 예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 내가 가진 '이상형'은 단지 이상형일뿐, 실제로 눈 앞에 누군가 보여졌을 때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내 '의지'와도 그다지 관계없는 일이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과도 역시 관계 없는 일이다. 야, 어떻게 그런 사람을 좋아해? 나라면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을 내 친구는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가슴에 털이 부숭부숭한 남자를 결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입술이 얇은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배 나온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머리가 긴 남자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유약해보이는 남자를 사랑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분명, 알고있다. 그러니 이 세상에 다양한 커플들이 존재하고, 세상 모든이들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살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책을 읽고 있다. 

 

 

 

 

 

 

 

미국에 있는 약혼자를 만나러 가려고 배를 탔던 요코는, 그 배에서 일하는 사무장과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미국에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는데, 그런데, 요코가 사랑하는 사무장은 이런 남자다. 

뭔가 향기로운 술 냄새와 시가 냄새가 이 남자 특유의 살내인 것처럼 강렬하게 요코의 코를 찔렀다. 요코는 좁은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남자의 굵은 목덜미에서부터 넓은 어깨 언저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 뒤를 따랐다. (p.92) 

그래, 이 남자가 주는 육체적 매력에 요코가 흠뻑 빠진것을 알겠다. 요코가 도도하게 그를 모른척 했음에도 결국은 그에게 흠뻑 빠져버리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된다. 간혹 사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나는 자꾸만 할리퀸 로맨스의 신체건장한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속에서의 사무장은 신체가 건장해도 너무 건장한 것 같다. 굵은 목덜미도, 넓은 어깨도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굵은팔로 뒤에서 끌어안았을 때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이 약하게 느껴지는 것도 뭔지 알겠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별로다. 나는 이 사무장이 좀처럼 마음에 들질 않는다. 내가 미국에 가는 배에 탔다면, 나는 이 사무장과는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것 같다. 요코에게 이 남자를 만나게 된 것,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은 마치 운명같고,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그때의 요코에게 이 남자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었다는 생각은 든다. 요코의 사무장은 내게는 마치 [안나 카레니나]에서 '안나'의 '브론스키'와 같다. 요코에게 그리고 안나에게, 그들은 내 자신이 여자임을 증명해주는, 다시 잃었던 빛을 찾게 해주는 남자들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다른 여자에게도 어필할 만큼의 매력을 갖추었느냐 하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그녀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고, 그래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라면 사무장을, 그리고 브론스키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내가 아니고 나 역시 그녀들이 아니다. 될 수 없다. 

 

흥미롭게 이 책의 247페이지쯤 까지 읽었는데, 읽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어째 이렇게 매력없는 남자들 뿐이람, 하는 생각. 그래서 나는 책장을 덮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였지, 하고 생각했는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이 생각났다. 물론,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이, 부인할 수 없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레오였지만. 

  

 

 

 

 

 

 

2시간 뒤
Re:
떠나기 전에 하나만 더. 레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저에 대한 관심을 잃었나요? 

5분 뒤
Aw:
정말로 솔직한 답을 바라세요? 

8분 뒤
Re:
네, 물론이에요. 솔직하게, 그리고 빨리요! 요나스 깁스 풀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단 말이에요. 

50초 뒤
Aw:
당신에게서 이메일이 와 있는 걸 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어제 그랬고 일곱 달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꼭 그래요. (pp.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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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1-05-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보다가 푹 하고 웃어버렸어요.. ㅎㅎ

다락방 2011-05-03 10:12   좋아요 0 | URL
턴님, 저에 대해 관심을 잃지 마세요. 응징할거에요. ㅎㅎ

레와 2011-05-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다락방에 대한 관심을 잃겠어요!!
( 죽여버린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 목소리가 들리는거 같아요.

'레오' 참 사랑스러운 남자에요.
레오말고 다른 남자는 누가 있을까 하고 ireaditnow를 훑어봤는데, 내가 읽은 책중에는 없네요. 없어요.
레오뿐이에요.


1일날 알라딘 주문을 할려고 보니, 지금 딱 읽고 싶은 책이 없는거에요.
그러나 1일이 지나고 나면 이 책 살껄, 저 책 살껄, 후회하고 있어요. ;;

다락방 2011-05-03 14: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관심을 잃기만 해봐요, 아주 그냥. 응징만이 남아있을테요. ㅎㅎㅎㅎㅎ
레오뿐이죠? 네, 레오뿐이네요. 그래서 가슴이 아프네요.(왜?) ㅎㅎ
저는 지금 장바구니 다시 채우고 있어요. 살게 왜 또 생각나는지 원. 모른척 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해요, 레와님. 사봤자 당장 읽을것도 아니면서 왜 사대기만 할까요? ㅠㅠ
전 지금에서야 점심을 먹었거든요. 적셔먹는 돈까스.. 와, 엄청 배가 부르네요. 배터져요. ㅎㅎ

2011-05-03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5-0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레오의 메일에 봄처녀 가슴이 왈랑거렸는데 태그보고 뿜었어요. 로맨틱 엽기개그라는 장르를 만들어냈어요.^^ㅎㅎㅎ

다락방 2011-05-03 14:57   좋아요 0 | URL
그게 원래 저렇게 쓸 의도는 아니었는데, 태그 쓰다 보니까 갑자기 욱, 하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분노의 타자를.... 하하하핫

... 2011-05-0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보다 적셔먹는 돈가스 사진이 파괴력은 더 크네요. 푸하하하하하핫

다락방 2011-05-03 15:30   좋아요 0 | URL
정식으로 먹을까 하다가(미니 우동포함) 노멀한걸로 먹었는데도 밥 한숟가락 남겼어요. 지금 앉아있지를 못하겠어요. 배 때문에...orz

poptrash 2011-05-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술이랑 시가랑 적셔먹는 돈가스...

다락방 2011-05-03 16:36   좋아요 0 | URL
천국이네요.

버벌 2011-05-0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진 않았지만 봤더라도 저 역시 사무장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둘째 발가락이 더 길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05-03 16:56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는 엄지 발가락 긴 사람이 더 많다는데 어째 제 주변엔 다 둘째 발가락이 더 긴 사람들 뿐이네요. ㅋㅋㅋㅋㅋ

저 책은 절반쯤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글쎄요, 저도 사무장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태 읽은걸로 봐서는 저는 사무장을 좋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아, 물론 이 책속에서의 사무장이 저 좋으라고 그려진 캐릭터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하핫 ;;

감은빛 2011-05-04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느낌이 인상적이네요. 왠만하면 한번쯤 손이 갈만하겠어요.
이성에 대한 '트리거포인트'는 정말 다양하고 제각각인것 같아요.
하지만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기도 하구요.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는 가슴에 털난 남자를 보면 막 흥분된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그때 같이 일했던 팀장이 유부남이었는데, 가슴에 털이 많아서, 여름이면 아슬아슬 보이곤 했거든요.
그 동료는 여름만 되면 막 미치려고 했구요.
내가 '저런 사람인데도 가슴털 때문에 좋아?' 라고 물으면,
'얼굴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털은 확실하잖아!' 라는 답이 돌아오더라구요.
그러고보니 그친구 지금은 가슴에 털 많은 남자 만났으려나 궁금하네요. ^^

다락방 2011-05-04 08:4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가슴에 털 난 남자를 유독 좋아하는 친구가 제게도 있는데 으윽, 저는 감당이 안되요. 저는 가슴에 두세개 털 난 것도 미치겠던데요. 그런데 또 막상 좋아하는 남자의 가슴 털을 보니 그게 역겹다거나 하지 않더라구요. 뭐랄까..정신 사나워진달까. 아, 이건 임태경(팝페라가수) 가슴 털을 텔레비젼에서 본건데, 그때 한창 그를 좋아했던 때였거든요. 그 부드러운 남자가 가슴에 털이나리..하면서 엄청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묘한게 말이죠, 그의 그 다정한 말투와 부드러운 목소리와 가슴에 난 육감적인 털이 다 같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거에요. 아, 그는 그저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사람인줄로만 알았는데, 육회를 먹는 남성이로구나, 하는 생각. 저는 가슴에 털 난 남자는 어쩐지 육회를 먹고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가 그렇게 남성적이라면, 내가 여성적으로 그 앞에 서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복잡한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말이죠, 정신 사나웠어요. 그래서 저는 가슴털에 대해서 처음엔 '싫다, 무조건 싫다' 였었는데 이제는 어떤 마음 혹은 생각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슴털에 대해서 저는 판단 보류에요.

아, 그런데 가슴털에 대해서만 제가 집중적으로 댓글을 썼네요. 가슴털은 저한테 그런 존재에요.

잘잘라 2011-05-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잃기만해봐 죽여버리겠어! 이거 특허감이예요.
저.. 용기내서 고백할께요. 며칠 전에 서점에서 이 표지를 보자마자 저,
다락방님 생각했어요. 관심을 잃지 않았어요. 증거예요. 살려주세요.



다락방 2011-05-04 10:57   좋아요 0 | URL
흐음, 메리포핀스님은 그럼, 좀 살려줄까요? ㅎㅎ
그나저나 이 책 뭐람? 저 이 댓글 보자마자 책 검색해봤거든요. 완전 읽고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아 뭔가 멋져요! 아 빨리 읽고 싶어요. 숲에 무려 남자로 가득했다니! 고기로 가득한 것 보다 더 좋은데요! 아~ 다 잘생긴 남자들이었으면 좋겠다!! 고마워요.
:)

2011-05-04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4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우연히 어딘가에서 집어 들게 된 신문은 중앙일보였는데, 중앙일보의 전체가 아니라 북섹션 이었다. 중앙일보도 토요일마다 문학에 관련된 기사가 나오는가 보구나, 그런데 누가 이것만 빼놓았을까, 싶어 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사실 내가 끌린건 이문열의 인터뷰였고, '신경숙은 대단한 일을 했다'는 그의 말이 눈에 띄어서 였는데, 읽다가 재미없어서 관두고 넘겨보다가 오호, 마이클 코넬리의 인터뷰를 보았다. 오! 마이클 코넬리! 

 

 

 

 

 

 

 

나는 그의 작품이라면 [시인] 밖에 읽어보지 못한채로,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퍽 재미있었지만, 내가 꼭 찾아 읽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시인]의 첫문장은 무척이나 유명한데,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죽음 담당이다(Death is my beat)'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아마도 이 문장을 브론테님의 서재에서 봤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지금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어보니 포스트잇을 붙여놓았거나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은 없다. 그러나 방출을 하지도 않았다. 이 책은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다. 어쨌든, 나는 오늘 중앙일보의 마이클 코넬리 인터뷰를 보면서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서 곧 개봉할 예정이라는데, 이 책에 대한 에피소드의 이런 부분에 대한 인터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수임료를 제때 못내면 매몰차게 등을 돌리지만, 돈만 주면 그 어떤 악당의 의뢰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가 "가장 오랫동안 사전 취재를 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아이디어가 책이 될 때까지 5년여가 걸렸다. 취재 과정에서 그는 한 변호사에게 "무고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까딱 잘못해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평생 괴로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말을 책 전체의 주제로 써먹었다. (중앙일보, 4월30일자, 마이클 코넬리 인터뷰 中)   
   

 

 

 

 

 

 

 

가슴이 서늘해지는 말이다. 무고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 니. 까딱 잘못해서 유죄판결이 나오면 평생 괴로워해야 한다니. '까딱 잘못'은 행하는 사람에게는 까딱 잘못 일쯤일지 몰라도 '유죄판결'을 받은 무고한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 책 전체의 주제로 썼다니.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한국에서 6월경에 상영된다니, 그 전에 읽어봐야 겠다. 마침 내일 1일이고 하니... ( '') 

 

 

영화는 '매튜 매커너히' 주연이란다. 오. 그런데 '라이언 필립'도 나온단다. 내가 한때 아주 잠깐동안 라이언 필립을 좋아했었는데..흐음.. 

 

 

 

 

 

 

마이클 코넬리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소설에 가능한 많은 팩트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한다. 사실이 가득 차 있으면 그 속에 허구를 감추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4월30일자, 마이클 코넬리 인터뷰 中) 

 
   

멋져.. 어서 빨리 책을 사서 보고 싶구나. 

 

 

오늘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석훈이 김현주에게 드디어 '내여자 합시다' 라고 말을 했다. 젠장. 순대국집 사장아들 김석훈은 몹시도 마음에 드는 이상형이었지만, 재벌 김석훈은 좀 별로다. 매력이 반감된다. 너무 높이 너무 멀리 갔다. 뭐 그래도 어쨌든, 나 좋다는 거 아니니까. '내여자 합시다' 란 말은 좀 깨는데 (;;) 그래도 '남자 여자로 만나봅시다'라고 하니까 갑자기 막 좋아졌다. 김현주가 서있는 뒤로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는데, 김현주는 먼 훗날 김석훈과 다시는 보지 않는 사이가 된다고 해도, 그 밤, 벚꽃이 흐드러진 길 위에서 요즘엔 자꾸 당신 생각을 합니다, 하는 고백을 들었던 그 순간을, 그 까만 어둠과, 유독 빛나던 눈동자와, 그 목소리와, 그 벚꽃과, 그 말투와, 그 떨림과, 그 설레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순간은 살면서 어쩌다가 한번 찾아오고, 또 찾아와도 찰나지만, 그 찰나가 오랜시간을 살게 하는 힘이 된다.  

 

나는 한순간도 남자였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남자로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니까 남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생각한다고 말할 때, 그 생각하는 것은 하루 온종일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봐도 이런 문장이 나오지 않는가.  

 

 

 

 

 

 

 

 

   
 

사랑에 빠진 짧은 기간에도 남자는 다른 일들을 하며 그 일들에 신경을 쓴다. 직업을 갖고 먹고살아야 하니 응당 그 일에도 정신을 빼앗긴다. 스포츠에 빠지기도 하고 예술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남자들은 대체로 여러 방면의 활동을 하며, 한가지 활동을 할 때는 다른 일들은 일시적으로 미루어둔다. 그때그때 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있어, 한 가지 일이 다른일을 침범하면 못마땅해 한다. 남녀가 똑같이 사랑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다른 점은, 여자가 하루 온종일 사랑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자는 이따금씩밖에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p.220)  

 
   

김석훈도 김현주에게 자주 당신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래, 그들은 '자주' 할 것이다. 사랑에 빠져도 그들이 생각하는 건 '자주' 이겠지. 나는 아닌데. 나는 자주가 아니라 24시간인데. 왜 여자들은(혹은 나는) 사랑하는 남자를 내내 생각하는 채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 수 있는데, 남자들은 다른 일들을 신경쓰느라 좋아하는 여자를 아주 잠깐씩 밖에 생각하지 못할까. 실로 단순하고 멍청한 인간들이다.  

 

드라마를 보고나서 내 소중한 책장에서 책 한권을 꺼내어 그 속에 감추어둔 엽서를 꺼냈다. 만년필을 사고 그 만년필로 써둔 엽서였다. 당신을 생각한다는 말을 써둔 엽서였다. 언제 어떻게 이 책과 이 엽서를 전할까 내내 고민하며 꽂아두었는데, 아, 슬프다. 지금 꺼내보니 엽서에 써진 글씨들이 대부분 지워져있다. 젠장. 아마도 엽서는 맨질맨질한 종이라 그랬는가 보다. 만년필의 잉크를 다 먹지 않았다. 언젠가 엽서를 써야지 싶어서 이름만 써두었다가 차마 말을 적지 못한채로 그대로 꽂아두었던 엽서였다. 그러다 만년필을 사고서는 미친듯이 써내려갔었다. 그래서 이름을 쓴 부분과 내용을 쓴 부분의 펜이 다르다. 색깔도, 굵기도. 이름만은 선명히 남아있는데 내용은 거의 다 지워져있다. 지워져서 전할 수 없는 엽서, 그러나 그걸 쓴 나는 알아볼 수 있는 엽서, 거기에는 이런 말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하고, 출퇴근 길에 책을 읽어요. 그 모든 일상에, 그리고 그 사이에, 그러니까 그 사이사이에 당신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의 당신과 앞으로의 당신에 대해서. 

 

그러나 나는 이 엽서를 전할수가 없다. 이제는 정말이지 거의 다 지워져버렸다. 그 밑에 써 둔 내 이름 석자 조차도 지워져버렸다. 오로지 선명한 건 상대의 이름 뿐이다. 전할수도 없는 엽서를 차마, 버릴수도 없다. 

 

월요일에 회사 출근할 때 가져가서 문서세단기에 갈아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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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로 단순하고 멍청한 나를 반성해야겠다..
    from 즐겁게~재밌게~美色不同面 半夜佳人 2011-05-02 13:35 
    나는 실로 단순하고 멍청해서 남자처럼 아주 잠깐씩 밖에 사랑하지 못한다....어딘가에 인내심이 깊게 다락방님처럼 일상에서 항상 사랑을 할 줄 아는 그런 남자가 있다면,어서! 조만간! ! 빨리!!! 만나서 알콩달콩 살고 싶다 *^^*요며칠 저녁마다 테레비앞에 있었다..뇌에 관련해서 기억과 망각등등 다큐 비스므레한거를 kbs에서 방송을 한다..기억하는 만큼 잊어버리는것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기억이나 망각은 둘다 제 구실을 해줄때는 아주 환상의 복식조이지
 
 
2011-04-30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4-3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일상의 사이사이에 다락방님을 내내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모든 일상에, 그리고 그 사이에, 그러니까 그 사이사이에 당신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의 당신과 앞으로의 당신에 대해서.

라는 문장은 내 가슴을 마구 뛰게 만드네요.
다락방님의 이름도 지워져 있지만 상대방의 이름만 남아있는 엽서라니...
그래도 세단기에 버리진 마요. 그 채로 남겨놔요. 왠지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1-05-01 14:01   좋아요 0 | URL
남겨두는게 의미가 있을까요, 마노아님? 전할수도 없는데?
혹시 모르니 남겨두고 나중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꺼내어 볼까요?
아니면 그냥 줘버릴까요? 그 안의 내용은 니가 상상해서 읽어, 라고 말이지요.
아직 월요일은 되지 않았어요. 제게는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습니다.
일단은 1일이니까 책을 질러야겠어요. 요즘엔 통 책을 읽지 않아서 아주 아주 책이 많이 쌓여있는데 말이지요.

blanca 2011-04-3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는 <반짝반짝>과 김연아 프리를 번갈아 보느라 무척 고되었었답니다.^^;; 하지만 '내 여자 합시다'는 봤지요. 그 벚꽃!!! 정말 그림 같은 영화 같은 진부하지만 그래도 자꾸 자꾸 보게 되는 장면이더군요. 저도 그냥 순댓국집 아들로 쭈욱 가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했어요 ㅋㅋ 그런데 <달과 6펜스>에 저런 명문이 있었단 말예요? 그리고 지워진 만년필 엽서는 너무 근사하고 애달픈 사연이에요. 다락방님, 벌써 월요일을 생각하지는 마세요...

다락방 2011-05-01 14:03   좋아요 0 | URL
그쵸, 블랑카님? 순대국집 아들로 가는데 정말 좋지요? 전 그래도 제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재벌이 되서 아주 짜증이 ㅠㅠ 저더러 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나따위, 상관 없겠지만요. 하핫.

거친 종이에 썼어야 했나봐요. 그런데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차피 이 말을 전할 수 없는 운명인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아, 젠장, 이제 어쩌면 좋지요? 머릿속이 복잡해요. 가슴도 아파요. 자꾸만 자꾸만 시간이 가고 있고, 전 제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버벌 2011-04-3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지마세요. ^^ 그리고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간직해두고 또 다시 발견을 하게 될땐 세단기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이 날 수도 있어요. "시인" 과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두권 모두 가지고 있지만. 읽지 않고 있습니다. 책장에 읽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책은 많은데 새책은 계속 들어옵니다. 전 새로운 책보다 예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지워진 책들 위주로 요즘 읽느라.....

참. 오늘 저는 굉장히 치사한 짓을 했어요. 아주아주 유치하고 치사한 짓요. ㅎㅎ 에효.

다락방 2011-05-01 14:05   좋아요 0 | URL
다들 버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네요. 흐음. 버리지 말까요? 아, 모르겠어요. 문서세단기에 넣고 갈아지는 것을 보게 되면 제 가슴이 찢어질까요? 아, 알 수가 없네요.
[시인]은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브론테님 말씀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가 더 재미있다 하시니, 저는 지금 당장(오늘은 1일, 신한카드 6프로 할인되는 날!)결제할 예정입니다. 하핫.

굉장히 치사한 짓은, 뭘까요, 버벌님. 사실은 저도 그런 짓을 한 경험이 종종 있었지요. 내내 생각나서 미쳐버릴 만한 짓. 아,또 생각나 버렸어요. 흑흑 ㅜㅜ

2011-05-01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5-01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시인>보다 <링컨차>가 훠~얼씬 재미있었어요 ^^
엽서를 문서세단기에 집어넣진 마세요. 그건, 너무 하잖아요... 그 이름에 대해서 말이예요.

추천버튼 꾹 누르고 보니, 5월이군요. 아이고....

버벌 2011-05-01 00:25   좋아요 0 | URL
옷 그렇군요. 그럼 전 "시인" 부터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브론테님 ^^ 다락방님께 하신 말씀이지만 그냥 님 댓글 보고 "시인" 부터 보겠다 결심한 사람입니다. ^^

다락방 2011-05-01 14:09   좋아요 0 | URL
그 이름에 대해서 너무한 짓일까요, 브론테님?
분홍색 펜으로 써둔 이름인데....................... 속상해요, 브론테님. 글씨가 지워질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거든요. 세상일은 아무것도 제 맘대로 되질 않네요. 이런 엽서조차 제 뜻대로 되질 않다니.

링컨차 오늘 결제할 거에요, 브론테님. 그런데 요즘 하도 책을 안읽어서 영화 개봉전에 읽을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버벌님, 시인부터 읽으시고 링컨차까지 다 읽으시면 우리 다시 얘기합시다. ㅎㅎ

버벌 2011-05-01 14:42   좋아요 0 | URL
네~~

... 2011-05-01 23:25   좋아요 0 | URL
시인, 링컨차 다 읽으시고 영화까지 보고 난 후에 우리 다시 얘기합시다 ㅎㅎ

2011-05-01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1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5-0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이 책 '링컨..'도 읽어보고 싶네..^^;;


다락방 2011-05-03 09:37   좋아요 0 | URL
전 1일에 질렀고 다른 책들과 함께 4일에 배송되요. 아우, 빨리 읽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5-0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컨~ 제가 읽은 그의 첫 작품이었어요. 너무 좋았죠. 시리즈로 쭉 이어져서 이 주인공을 계속 만나고 싶었어요. 영화를 저도 꼭 보고 싶네요.

연애를 할땐 늘 어떤 간격으로 전화할지가 고민이예요. 하루에 한번 두번? 어느정도면 부담스럽지 않은 여자가 될지 말이죠. 그래서 전화 잘 하는 남자가 인기가 있나봐요 ㅎㅎㅎ

저는 오래도록 저를 좋아해준 친구가 결혼 이후 처음으로 전화가 왔어요.
"잘있지? 건강하지?"라고만 묻고 끊지 뭐예요.
저보다 먼저 그 친구가 결혼했을 때 참 이상스레 우울했는데 거의 1년만에 온 전화를 받고 고맙다는 말을 못한게 마음에 걸려요. 아마 이제 기회가 없을듯 해서요. 다음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지요.
다락방님은 다음엔 꼭 엽서를 주실 수 있기를!

다락방 2011-05-03 11:22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 개봉전에 꼭 보고 싶습니다! ㅎㅎ

전화는 저는 네, 정말 고민되요. 연애할 때도 그렇지만 연애하기 바로 전에도 그래요. 아니 굳이 연애까지 가지 않더라도 심하게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저는 언제나 전화가 어려워요. 너무 자주해서 혹여 귀찮게 여겨지지 않을까, 너무 안해서 무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어느 만큼이 적당한걸까. 일하는 낮이 좋을까 쉬는 저녁이 좋을까, 잠들기 전이 좋을까, 이 모두가 좋을까. 전화는 언제나 제게 굉장히 어려워요. 게다가 저의 경우에는 상대가 반갑게 받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제가 그 상대를 꽤 좋아한다면, 상처를 받기 때문에 더 어려워요. 저는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관심이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 응답이 무서워서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전화를 잘 안해요. 못하겠어요.


엽서는,
잘 모르겠어요, 휘모리님.
주지 못하겠죠. 글씨가 다 지워져버렸는걸요.

... 2011-05-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늘 1일에 무슨 책들 주문하셨어요? <링컨차>와 수키 시리즈 새로 나온 건 물론 사셨을테고...
전 현재 장바구니에 84000원어치의 책들이 들어있는데 주문은 안 했어요 ^^

다락방 2011-05-03 11:26   좋아요 0 | URL
수키 시리즈 새로나온지 몰랐는데 브론테님의 댓글 읽고 검색해봤더니 새로 나왔네요. 아아, 빨리 나와서 좋기도 하지만 자꾸 돈이 드는구나. 흑흑.
저는 링컨차를 샀고, 씨디를 하나 샀고, 나머지는 선물용을 샀어요. 앞집사는 분이 자꾸만 피자를 구워주셔서, 그 아들들 주려고 책을 샀습니다. 하핫.
그런데 브론테님 페이퍼 보고 장바구니를 지금 또 채우고 있어요. 야속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