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다. 상대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달콤한 말을 쏟아내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은, 그 말 자체로 그의 감정이다. 거짓이 아니고, 접대용 멘트가 아니다. 그 말은 그대로 들어도 좋다. 한없이 다정하지만 늘 다정한건 아니고, 그녀를 지키고 싶지만 세상 모두를 지키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런점은 아주 마음에 쏙든다. 그렇기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면서도 그를 밀어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그가 좋다고 하면, 그건 정말 좋다는거다.
100페이지를 조금 넘긴 현재, 에릭은 반짝반짝 빛이난다.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으로 보여서 소름이 돋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남자인데, 뭘 더 어쩌겠는가. 게다가 그의 힘은 아주 막강하다. 그래서 자꾸만 쑝간다. 그 막강한 힘을 나를 위해 쓰려고 하니까.
「보비는 날 아주 싫어하거든요. 연방 수사관들이 나를 네바다의 어느 지하 벙커로 끌고 가서 평생 처박아 둔다면 보비는 굉장히 좋아할걸요.」
에릭의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보비가 그렇게 말했어?」
「그럴 필요도 없었죠. 누가 나를 벌레 같다고 생각하면 난 알 수 있으니까요.」
「보비와 이야기 좀 해야겠군.」
「에릭, 누가 날 싫어한다고 해도 그게 법에 어긋나지는 않아요.」
나는 뱀파이어에게 불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는지 떠올리고 말했다. 에릭이 웃었다.
「내가 그걸 법에 어긋나는 일로 만들지도 모르지.」 (p.109)
하아- 멋져. 에릭은, 정말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뱀파이어다. 만약 내가 수키였다고 해도 에릭에게 수키와 똑같이 말했을거다. 누가 날 싫어한다고 해도 그게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그러니까 당신은 그 사람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만약 에릭이 그 사람(여기서는 뱀파이어)에게 정말 해를 입히려고 한다면, 옆에서 뜯어말릴거다. 그것이 맞으니까. 나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그러나 에릭이 저렇게 말해주기 때문에 든든하다. 까불지마, 내 뒤에 에릭있다. 뭐 이런 느낌? 그러니까 그에게 단순히 조심성없이 투정대는 것 만으로도, 내 기분은 좀 나아질 수 있는거다.
「너도 알잖아. 돈이 필요하면 요구하기만 하라고. 난 네가 뭐든지 필요한 것을 갖지 못하고 살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널 알기 때문에, 네가 하찮은 것에 돈을 쓰려고 돈을 요구하지는 않으리라는 것도 알아.」 (p.110)
아! 나는 어쩌자고 대한민국 서울 강동구에 태어나서 에릭을 만나지 못한걸까. 내게도 저렇게 말을 좀 해줬으면. 알라딘에서 꼬꼬면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해당도서를 장바구니에 한권 넣었다. 그리고 장바구니를 보니 12만원어치의 책이 있었다. 제기랄. 나는 고민했다. 두번에 끊어서 6만원씩 결제할까, 아니면 한번에 다 결제할까. 아니면 꼬꼬면 돈주고 사먹을까? 이럴때 알라딘에서 책을 사는 너를 알기 때문에, 네가 하찮은 것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너가 그런걸 고민하게 하고 싶진 않아, 라면서 신용카드를 누군가 건네준다면, 하아- 얼마나 좋을까.
꼬꼬면은 왜 줘가지고 나를 힘들게 하는거야..
아직도 결제를 못했고, 나는 아직도 꼬꼬면을 먹어보지 못했다. 나는 대한민국 개그맨 중에서 이경규를 제일로 좋아하기 때문에 꼭 먹어보고 싶은데.. 이경규는 세상에서 제일 웃겨.. 아, 그러고보니 고르곤졸라 스테이크도 아직 못먹어봤구나. 이번 여름이 다 가기전에 고르곤졸라 스테이크 먹는게 소원인데.. 하아- 꼬꼬면...고르곤졸라 스테이크..... 힘들다.
「그가 이제 널 건드릴 수 없고, 먼저 내게 청원하기 전에는 아무도 널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아 둬. 이걸 어기면 최종 죽음이야. 그리고 이 일에서는 내가 가차 없이 구는 게 우리 둘 다에게 도움이 돼.」 (p.113)
아..수키는 짱 좋겠다. 에릭이 있는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니. 멋져. 널 건드리면 최종 죽음이지, 라고 말해주는 남자라니. 샬레인 해리스는 대체 뭘 먹고 이런 말들을 만들어내는 걸까. 읽을때마다 궁금한데, 정말 이런말들을 다 들어본걸까? 널 건드리면 다 죽어, 라는 그런 말을? 이 뱀파이어 에릭은 수키를 이렇게 좋아하고 예뻐하는데 심지어 돈도 많고 섹스도 잘한다. 음..역시 소설속에서나 등장할만한 인물이구나. 하아- 물론 나는 벵골호랑이로 변신하는 퀸이 더 좋긴하다. 같이 다니는 것 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남자니까. 위기의 순간에 벵골호랑이로 변신하니까.
맥주는 내가 정말 안좋아하는 술이다. 나는 좋아하는 남자와는 별로 맥주를 함께 마시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맥주에 흠뻑 빠져서 매일 어김없이 마시고 있다. 낮에 마시기도 하고 밤에 마시기도 하고 낮과 밤에 모두 마시기도 한다. 만약 지금의 나의 신체중 아무곳이나 손가락으로 꾹 눌러본다면, 온몸의 모든 구멍으로 맥주가 솟아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꾸만 자꾸만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제기랄.
어제 저녁에도 맥주를 마셨는데 오늘 점심에도 또 맥주를 마셨다. 내 몸에서 맥주가 온전히 빠져나갈만한 시간이 없다. 자꾸 채워준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