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요가는 <인사이드 플로우> 였다. 나로서는 처음 접해보는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이게 도대체 뭐지, 했는데 여동생에게 말하니 여동생이 좋아하는 요가라고 했다. 음악에 맞춰 요가를 하는 거라고.
기존에 <비트 요가> 라고 음악에 맞춰하는 요가를 하긴 했었는데 인사이드 플로우는 그거랑은 좀 다른거였다. 안그래도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선생님은 <인사이드 플로우> 요가는 요가 동작이 안무가 되는 거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요가로 춤을 추는 거였다!
물론 클럽에서의 춤이라든가 격렬하고 빠른 춤과는 완전히 다른 춤이긴 했다. 요가의 동작들이 그렇게 막 휙휙 다다다다닥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임재범의 <이름>이란 곡에 맞춰할건데 그전에 어떤 동작들인지 그 동작들을 익혀야 했고, 하이고야, 다운독 스플릿, 우카타 아사나, 와일드씽, 전사자세 2,3 등등 빈야사 요가 동작들을 수차례 연습한 것이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음악에 맞춰 시작했다. 선생님의 구령으로 인해 음악에 맞춰 동작들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노래 앞부분만 하고 다음주에 노래 뒷부분을 할거라고 했다. 노래 앞부분에 맞춰 전굴을 했다가 팔을 뻗었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가, 특히나 격렬한 부분에서 다리를 뒤로 쫙 뻗을 때는 희열까지 느껴졌다. ㅋ ㅑ ~ 좋은데?
그러나 동작들 자체가 힘든데 이걸 자꾸 반복하니 너무 힘들어. 땀이 비오듯 흘렀고, 선생님은 이제 두번만 더 해보자고 하시는데, 나는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선생님, 1분만 쉬었다 해요" 말씀드렸고, 잘 듣지 못했는지 선생님이 "네?" 하고 되물으셨는데, 금세 소심해져서,
"30초만 쉬었다 해요."
라고 한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가 인생 몇년차인데 이런거 처음 말해봅니다. 선생님은 웃으시며 "그래요 30초간 쉬었다 해요" 하셨고 매트 위에 서서 헉헉대던 다른 수련생들도 웃었다. 와..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두 번 더 마치고 수업이 끝났는데 와, 너무 재미있는데 너무 힘들다.. 내일 근육통 각인데? 했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는 또 책 정리를 했다. 바퀴 달린 장바구니에 책을 서른권쯤 담아 기증할 곳에 갖다주고 와서 알라딘에 팔 책들을 박스에 넣고 포장했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져가기 위해 박스를 들다가 갑자기 허리가 찌릿- 하고 저절로 악- 소리가 났다. 나는 급하게 박스를 내려두었다. 오.. 아팠다. 어떡하지? 이거 아프겠는데? 하고 다시 조심조심 박스를 들어보니 들려서 무사히 편의점에 가 택배접수를 했다. 시장을 보고 미용실에도 다녀오고 한숨 잔 뒤에 저녁도 삼겹살 구워 맛있게 먹었는데, 하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아.. 어떡하지. 나는 순간 고민했다. 정형외과에 가볼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을까.. 그렇지만 일단 상태를 좀 보자, 하고는 요가 수업에 갔다. 일요일은 힐링요가 였다. 힐링요가를 하다보면 허리가 나아질지도 몰라, 하고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센터에 도착했다. 수업 시작전에 선생님께 허리가 아파서 혹여라도 수업 더 못할것 같으면 중간에 나가겠다고 미리 말씀드려두었다. 매트는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곳에 깔았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수업을 마치긴 했지만, 중간중간 따라하지 못하는 동작들에서는 가만있었다. 똑바로 앉는 자세들에서 유독 허리가 더 아팠고 전굴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 아프다, 아프다, 나갈까, 그만둘까, 하다가 사바아사나 시간. 조용한 음악에 맞춰 이 한 낮에 매트위에 누워있는게 너무 행복했다.
아 요가는 뭘까. 이건 대체 뭘까. 이건 뭔데 이렇게 큰 만족감과 행복을 줄까. 잠시 시간이 멈춘듯했고 나는 이 시간이 좋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요가는 정말 너무나 좋다.
요가센터를 나설 때는 아침보다 허리가 나아진 것 같았지만 여전히 허리가 아팠다. 집에 와서 찜질팩을 해줬는데도 아프고 오늘 자고 일어나도 아프다. 하. 서럽다. 이젠 진짜 무거운 거 들 때 조심해야지, 이렇게 금세 통증으로 연결되네. 나이 먹는거 이래서 무섭다. 나이를 잊고 살려고 하다가도 이렇게 계속 알려줘. 너 조심해야 돼, 너 그럴 나이 아니야, 너 신경써야 해, 하고. 무거운거 들 때 조심하라고 허리 다친다고 그런 잔소리를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데, 언제나 남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일을 맞닥뜨릴 줄이야. 영원히 젊은 사람은 없다. 허리 아퍼 흑 ㅠㅠ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조금 나은데 걸을 때도 아프다. 한의원도 정형외과도 가기싫은데 이대로 시간 지나면 나았으면 좋겠다. 누웠다 일어날 때도 아프고 앉았다 일어날 때도 아프고 너무 아프다 ㅠㅠ 가만 있어도 아프다 ㅠㅠㅠㅠㅠ 하 힘들다 진짜. 다크서클 내려오는 느낌.....
책을 샀다.

저 책들중 일부는 선물 받은 것이다.

어떻게 찍어도 아름다운 캐나다뷰 되시겠다.
알라딘에서 온 박스를 뜯고 책을 꺼내다가 [메스를 든 사냥꾼]을 보고 응? 내가 이것도 샀어? 했다. 읽고 남동생 줘야겠다.
[흰]은 한강 소설은 당분간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알라디너 분의 이 책에 대한 인용문을 보고서는 끌리듯이 읽고싶어졌다.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는 ㅈㅈㄴ 님의 리뷰를 보고 그만... 특히나 신유물론 저 책은 읽고나면 좀 지적인 여성이 되어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재명의 길]은 만화로 되어있어서 너무 좋다! 안그래도 이재명에 대한 책을 한 권쯤 보고 싶었는데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는 '열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아주아주 아름답고 깊을 것 같다.
[더 코워커]는 프리다 맥파든의 신작이라서 닥치고 샀다. 책장이 정말 잘도 넘어가거든요. [The Housemaid]는 하우스메이드 원서인데 샀다. 어디 한 번 이 참에 원서에 도전해보자, 하고. 그런데 검색하는 과정에서 스페인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스페인어 책도 사버립니다.
나여..

알라딘에서도 예스에서도 표지 검색이 안된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샀다. ㅋㅋㅋ 가격도 비싸. 하아- 이 미친듯한 책욕심. 읽지도 못할거면서 책욕심만 똥구멍까지 찼다.
자, 어디 첫페이지를 한 번 보자.

영어로는 어떻게 되어있나.

스페인어로도 한 번 보자.

스페인어 첫문장에 아는 단어 하나 있다. casa 인데 영어로 house 라는 뜻이다. 집.. 다른 단어는 모르겠네요. 나의 책 구매, 이대로 괜찮은가..
인사이드 플로우 유튭에서 검색해 하나 가져와봤다. 내가 한 건 이 음악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하지도 못한다.
근데 인사이드 플로우 좀 좋다.
며칠전 듀오링고 스페인어 학습하다가 문장이 좋아서 캡쳐했다.
나는 너랑 또 커피를 마시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