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를 다 읽은 나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었는데, 중간중간 턱턱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 시대가 그랬으니 뭐 이런다고 내가 뭘 어쩌겠나, 하는 심정으로 재미있는 부분에 더 집중을 해서 읽었다. 그렇지만 결말까지 읽고나자 좀..... 슬퍼졌다. 기운이 빠졌다고 해야할까. 처음에 맞닥뜨린 결말은 헉! 뭐지? 이런거였는데, 그래, 어떤 취지인지 잘 알겠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상황에 맞닥뜨려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는 말을 하려고 한 것 같은데, 하아- 이 웅장하고 따뜻한 결말 앞에 나는 '대체 왜 이래야 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거 싫어.... '하게 되었다.


결말은 그 성격상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내가 여기에 밝히진 않겠다. 다만, '한 여자가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기회가 이쪽 과 저쪽에 대해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책에서 쓴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여기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최애캐, 수키를 생각했다.


























주인공 '수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수키를 너무나 피곤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좋을 것 같지만, 듣고 싶지 않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수키에게 참 힘든 일이다. 모르고 싶고,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야 하니까. 그런 수키가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그렇게 뱀파이어 빌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뱀파이어인 에릭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물론 중간에 호랑이로 변신하는 종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수키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키의 솔직함에 있다. 수키는 착한사람 컴플렉스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한다. 혹여라도 자기가 나쁘게 보일까봐, 혹여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봐 자신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서 그녀는 항상 입밖으로 할 말을 다 해낸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그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시리즈 몇 권에서 나온건지 모르겠는데(그래서 그냥 죄다 링크해버렸다), 그녀의 능력을 알게된 도시의 경찰이 그녀에게 자신들과 함께 일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수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면 범죄자를 잡아내는 데 엄청 유리하게 이용될테니까. 그러나 수키는 거기에 '아니오'를 말한다. 아니, 나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이렇게 결정하는 수키가 너무나 놀라웠고 그리고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수키는 자신의 능력을 경찰과 함께 범죄자를 잡는 데 사용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키 개인을 위해서라면 수키는 힘들게 사는 것을 거부한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그 힘든 길을 가고 싶지 않다. 여기에 경찰도 수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수키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책 속에서 그 누구도 수키에게 나쁜년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앞으로 범죄가 일어난다면 니 탓이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게 아주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분노의 포도》로 돌아와 '로저샨'을 생각한다. 



로저샨은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 눈으로 하는 부탁을 수락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리게 된다. 이렇게 끝을 맺으면서 분노의 포도는, 이렇게 역경이 닥쳐오고 닥쳐오고 또 닥쳐와도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니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결말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로저샨이 되는 순간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일단 내가 로저샨이라면, 나는 로저샨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선택은 내가 하기 '싫다'. 나는 어머니의 무언의 부탁이 내게 닥쳐와도, '나 그거 싫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것이다. 그 선택은 강제되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반드시 해야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싫다'고 당연히 말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법으로 결정된 것도 아니고 내 의지에 관한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한 사람의 삶이 달려있다는 거다. 그러니 울며겨자먹기로 어쩔 수없이 '싫지만'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게 되는거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에 나에게 가해질 비난이 나는 두려울테니까. 


일단 나는 '싫다'고 할거다. 왜냐하면 내게는 싫다고 말할 자유도, 권리도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닥칠까? 그 시대적 배경상 많은 사람들이 내게 


'네가 다른 선택만 했어도 그 사람이 살았을텐데...' 라고 할 것이다.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졸지에 누군가를 죽음에 몰아넣은,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된다. 문제는, 그렇다면 그것이 왜 '내게만' 선택해야 하는 일이 되느냐인데, 거기엔 그녀가 '여성'이라는 게 아주 큰 요소가 된다. 남자는 할 수 없었다. 남자에겐 애초에 선택의 기회, 혹은 선택의 의무 자체가 주어질 수 없는 결말이었다. 또한 '나이든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일은, 로저샨 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니 '네 선택이니 네 마음대로 해'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무도 '네가 꼭 해야만 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하지 않았을 경우에, '쟤가 그렇게 선택만 해줬어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걸 알면서, '나는 싫으니까 선택하지 않겠어'가 되기가 너무나 힘들다. 진짜 싫지만 나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그 싫은 걸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선택했고 한 사람을 살렸으므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옳은' 선택을 한, '숭고한' 여자가 될 것이다. 아, 너무 싫다. 나는 숭고한 사람도 뭣도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내가 그래야 하는가... 


로저샨의 선택은 로져산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빼도박도'못한 상황 에서의 선택이었다. 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지, 가 가능하다지만, 이래도가 아니라 저래도를 선택했을 때 내가 살아갈 그 다음 생은 과연 어떤 걸까.... 두 눈 딱 감고 이걸 하자, 이렇게 싫지만 한 생명을 살리자, 를 선택했다해서 내가 기쁠까? 나는 그 남자가 꼴도 보기 싫을 것 같고 세상을 우울하게 살 것 같다. 이걸 선택해도 저걸 선택해도 내가 마냥 기쁘고 행복할 순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소위 옳다고 말하는 걸 위해서 정말 싫은 걸 해야했으니까. 그런데 만약 싫어서 선택 안했다면 죽음을 방치한 사람이 될테니까. 왜 로저샨에게 이런 상황이 닥쳐야하지? 왜 이렇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속에 몰아넣고야 마는거지? 아 싫어... 정말 싫다...... 처음엔 충격적이었지만, 곱씹어볼수록 뭔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만든 결말이라, 너무나 짜증난다. 이것이야말로 성녀프레임 아닌가. 



















《식스 센스》는 내가 대학시절 우리 삼남매가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였다. 그 당시에 반전 때문에 엄청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고 있고, 반전을 알고 난 후에 다시 보는 영화는 어떨까 다시 보고 싶다, 생각은 했지만 아직까지 다시 보지는 못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며칠 전에 텔레비젼에서 이걸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오오, 이거 보자, 하고는 와인을 앞에 두고 홀짝이며 나는 남동생과 함께 이 영화를 중간즈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소년은 고작 초등학생인데 유령을 본다. 유령을 보는 게 너무 무섭고, 그래서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자신이 유령을 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어차피 믿지도 않을테니까), 그래서 '어딘가 이상한 애'가 되어있다. 이 아이에겐 그래서 상담사인 브루스 윌리스가 찾아온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엄마도 아직 자신의 아들이 유령을 본다는 것을 몰랐을 때, 자신의 머리삔이 왜 항상 네 책상에 있는거냐며, 왜 가져갔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말한다. 아이의 엄마는 일하고 온 뒤라 지치고 피곤한데 아이가 자신의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아이와 단 둘이 사는 곳인데 자신의 머리삔이 항상 아이 책상에 가있다. 자기가 자기 자리로 돌려놔도 또 가있고..그런데 아이는 자신이 가져간 게 아니라고 말하니, 이 얼마나 당황스럽단 말인가. 그러니 엄마는 아이가 내가 가져갔다, 잘못했다, 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아이는 계속되는 물음에도 자기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다. 이에 엄마는 화가나서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아이에게, 


밥 다 먹었으면 일어나.


라고 말하고, 아이는 밥을 먹다 말고,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거짓말쟁이가 되어 자신의 방으로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 영화에서 소년이 유령을 본다는 것, 엄마랑 둘이 산다는 것, 브루스 윌리스는 아이들을 상담해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등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상세한 내용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던 바, 이 장면들을 보는데 너무 막 마음이 아픈 거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가 눈에 보이는 뻔한 거짓말을 한다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런데 아이는... 아닌데 자꾸 자기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이 상황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외롭고 고독하겠다 싶은 거다. 아이는 외롭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데 마침 그때 또 유령이 나타나고, 아이는 너무나 무서워서 자기의 베개를 가지고는 다시 엄마에게 온다. 그리고 기 죽은 목소리로,



엄마. 혹시 많이 화나신 게 아니라면 저 오늘 엄마랑 같이 자도 돼요?



라고 묻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 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제발 거부하지 말아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지금 그 아이 너무 무섭고 외롭고 고독하다고, 지금 내치면 아이가 너무 아플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안아주고 함께 자달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내 기대를 그대로 받아들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서는,



엄마 화나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 같이 자자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는 진짜 눈물을 줄줄 흘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는 아이를 안고서는 너 그런데 왜이렇게 몸이 차갑고 떨고 있냐고 말하면서 아이를 꼭 안아주는데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이런 장면들이 있었구나. 한 이십여년쯤 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이런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아아, 이걸 지금 보니까 미쳐버릴 것 같네, 나는 사람이 고독하고 외로운 걸 보는 거 너무 힘들고 아픈데, 그게 아이라면 더 미칠 것 같아 ㅠㅠㅠ 저 아이 얼마나 자기 마음을 다 꺼내보이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믿어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외롭고 고독하고 아플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되었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엄마에게 고백하기로 한다. 엄마, 저 유령이 보여요, 라고. 엄마는 트래픽 잼에 놓여있어서 짜증이 나있는데 대체 얘가 무슨 얘길 하는건가 싶어서 아이를 보고, 아이는 지금 저 앞에 교통 사고가 나서 우리가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거고, 그걸 다친 아줌마가 내 옆에 와서 말해주고 있다고 얘기한다. 엄마는 놀라서 아이를 보는데, 아이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얘기를 한다. 할머니가 항상 자신을 찾아온다고, 그리고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할머니가 전한 말을 엄마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엄마와 할머니만 아는 사실이었으므로, 엄마는 아이의 말을 듣고 믿을 수밖에 없고, 엄마에 대한 원망과 오해가 풀려서 그리고 아이가 그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엉엉 운다. 아이도 엉엉 울고, 나도 엉엉 울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식스 센스가 사람 울리는 영화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요일 안산에 가서 여동생네 가족과 저녁상겸 및 술상을 앞에 두고, 식스센스를 다시 본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 야, 그거 외롭고 고독한 영화더라, 하면서. 그러자 남동생이 여동생에게 말했다.



"큰누나 그거 보면서 대성통곡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부끄럽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아이가 힘든 거 너무 못보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성통곡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보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휴, 아이 힘든 걸 어떻게 또봐. 식스센스가 이런 영화였다니. 흑 ㅠㅠ 영화가 끝나고 자막 올라가는데 사말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아이고 사말란 이사람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든 그렇다.

책이든 영화든 그게 뭐든, 내가 어릴 때 봤던 거랑 지금 봤던 거랑 다르다. 내가 이만큼의 삶을 또 살아왔고 그만큼의 경험치가 늘었으며 또 생각과 시야도 달라졌다. 어릴 때 봤던 식스센스는 반전 있고 유령 나오는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본 식스 센스는 아이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너무도 사무치는 영화였다.

분노의 포도를 내가 한 이십년전쯤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로저샨의 선택이 숭고한 선택이었다고 추켜세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선택을 진짜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사에 엄청 일 많아서 내가 이렇게 페이퍼 쓰고 있으면 안되는데,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내 글 기다린다고 말하고 좋다고 말해줘서, 에에 일이 다 무어냐, 페이퍼를 쓰자~ 하고는 페이퍼를 쓰고야 말았다. 역시 칭찬은 다락방을 춤추게는 못하지만 글은 쓰게 하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큰일이다. 퇴근까지 세시간 밖에 안남았는데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이걸 다 어떡하지.... 시간을 돌리면 내가 페이퍼를 안썼을까? 라고 물어보면, 나는 그래도 썼을 사람....


그럼 이만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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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9-25 15:38   좋아요 2 | URL
아, 님도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기분 안좋아지셨군요. 아 저 진짜 하루종일 찝찝하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계속 생각나면서 생각날 때마다 더 싫어지더라고요 ㅠㅠ 왜 이여자한테 이런 상황을 줘서 이런 선택을 하게 하지 .. 이게 남자 작가가 쓴 거라서 이렇게 된거라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에요. 너무 싫어요 진짜 ㅠㅠ

저는 소설 속 그 남자가 그렇게해서 살았다면, 그 다음에 그 여자가 제여자인줄 알고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쓰진 않을까 너무 걱정돼요. 결말 싫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와같다면 2017-09-2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에 깊게 배인 슬픔..
그때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이렇게 인사를 해요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해도 되죠?
그냥 척이라도..˝

다락방 2017-09-25 17:06   좋아요 0 | URL
아아... 나와같다면님은 영화를 자세히 기억하시는군요.
네, 마지막 장면이 그랬어요. 이제 헤어짐을 말하는 브루스 윌리스에게 아이는 ‘내일 만날 것처럼 인사해도 되죠? 그냥 척이라도..‘ 아아 ㅠㅠ 이건 진짜 폭풍눈물 흘리게 하는 영화예요 ㅠㅠㅠㅠㅠ
그리고 마지막에 브루스 윌리스가 나애가 잠든 틈에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도요. 흙흙 ㅜㅜ

망고 2017-09-2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분노의포도 참 좋아하고 대단한 소설이라 생각하는데 다락방님처럼 마지막부분에서 마음이 덜컥 했어요...그래서 전 이 마지막부분을 애써 잊으려 했고^^; 없는 부분 취급을 했었나 봅니당 그냥 휴머니즘을 상징하려는 강력한 한방 정도일 뿐이야 하면서요... 현실이라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아서요ㅜㅜ 근데 현실이라면 과연 딸의 엄마라는 사람이 그런 눈치를 줄 사람이 있을까...상상조차 하지 않을거 같은데 말이죠...ㅜㅜ 아무튼 분노의포도의 마지막부분에 대해 속으로만 생각했던걸 다락방님 글을 통해 다시금 떠올려본 시간이었네요 ㅎㅎ

다락방 2017-09-25 19:16   좋아요 1 | URL
망고님 댓글을 읽고나니 정말 그러네요. 어느 엄마가 딸에게 그런 걸 선택하게 할까 싶어요. 저는 제가 싫기 때문에 제 딸에게도 조카에게도 그걸 선택하라고 하지도 부탁하지도 않을텐데요. 어떻게 엄마가 딸에게 그걸.. 아 생각하니까 또 짜증나요 ㅜㅜ

비밀댓글님도 그렇고 망고님도 그렇고 저랑 같은 감상을 가지셨다니, 그걸 이 글에 댓글로 말씀해 주시다니.. 저는 제가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어쩐지 응원이 되는 댓글이네요. 우리 계속 얘기합시다.

비연 2017-09-2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은 참...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특히 여자들에겐 좀 찝찝함?으로 다가오는 듯.
문득 그 영화나 소설이 떠오르는 아침이네요.
그나저나 <식스센스>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왠지 뭉클했던 기억이.

다락방 2017-09-26 09:02   좋아요 1 | URL
비연님도 찝찝하셨군요. 이렇듯 읽었던 여성분들은 결말에 다 찝찝함을 느끼셨는데, 이 책은 어떻게 지금까지 아주 좋은 고전으로 남아오게 되었을까요.... 흐음......
그럴수록 더 많이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비연님.
이건 찝찝해, 기분 나빠, 이런 말들을 느끼는대로 해야겠어요. 세상에 더 많이 저의 의견을 그리고 여자들의 감상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쩐지 불끈!!

오만년만에 식스센스 다시 보고 엄청 울었네요 ㅠㅠ

버벌 2017-09-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를 우선 순위에 올려둬야겟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언제 끝날지를 모르겠지만요. ㅠㅠ 락방님 글을 보고 더욱더 보고싶어졌어요. 분노의 포도가. 그런데 그걸 꺼내려면... 앞쪽의 책을 다 끄집어 내야.... ㅠㅠ

다락방 2017-09-27 16:14   좋아요 1 | URL
ㅎㅎ 버벌님, 앞쪽의 책 다 끄집어내고, 또 읽었던 책 내다 팔고...그렇게 분노의 포도 꺼내어 읽읍시다. 그리고 다 읽고 내다팝시다. 우리는 북테크, 책으로 재테크, 물론 돈 얼마 안되지만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요즘 읽는 족족 팔고 있어요. 읽는 족족 팔고 그 돈으로 또 책사고... 아하하하하하하하.

버벌 2017-09-27 16:27   좋아요 0 | URL
진짜 락방님... 처음 책을 팔러 갔을 때 그 기분이란... 적어도 한권에 천원은 받겠지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테크하렵니다. 저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첨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우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또 희미해지더라는... ㅡㅡ;;;

다락방 2017-09-28 08:2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팔 때는 아아 어떻게 팔지... 하는 마음이 되어서 팔 책 골라내는 것도 힘들었는데, 한 번 팔기 시작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안 읽을 책도 팔고, 읽은 책도 팔자.. 돈독이 올라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권이상 대량매입으로 팔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읽는 족족 팔고 매입불가 상품일 경우엔 회원에게 팔기로 올려놓고 그래서 최근에도 4,500원 벌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엔 눈에 불을 켜고 팔게 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학교 1학년 때였는지 2학년 때였는지, 그당시 옆에 있는 친구를 떠올리면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 인기 있었던 에릭 시걸의 소설과 함께 우리 사이에서는 '주디스 크란츠'의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가 화제가 됐었다. 그 당시 어린 우리들은 차마 그 책을 살 순 없었는데, 누군가 그 책에서 66페이지인가 68페이지(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가 야하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하교하던 길에 서점에 들어가 그 책을 꺼내서 나란히 그 페이지를 읽어보았던 거다. 저게 우리가 살 수 없는 책이기도 했고, 또 책 한 권을 살 만한 돈도 없었던 우리는, 어쩐지 꺅꺅 거리면서 너무야해 너무야해 이러면서 호들갑을 떨곤 했는데, 그 야한 걸 읽어보겠다며 굳이 서점 가서 저걸 펼치고 서서 읽었던 거다.


어제 갑자기 저 책 생각이 났는데, 당시에 우리가 보기엔 너무 야한 부분이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어떤 내용이었던건지 진짜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거다. 당시에 중학교 1학년이면 너무 어렸고, 나는 텔레비젼에서 키스하는 것만 나와도 고개를 돌릴 정도였었으니, 저 책의 저 부분이 야한 거는 강도가 그리 세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쩐지 지금 다시 확인해보고 싶지만 품절이네 ㅋㅋㅋㅋㅋ 그러니 저 책에서 저 페이지에 키스가 있었는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옷을 벗겼던 건지 진짜 기억이 하나도, 전혀 안나지만..... 그땐 그랬었지, 하다가, 음.... 그렇지만 이렇게 나이먹어버린 지금은, 어쩐지 내가 그 책에 쓰여진 것보다 더 거시기한(?) 것들을 했을 것 같군....하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뭐가 쓰여져 있던 간에 나는 그보다 더한 걸 했을걸? 하는 생각.... 그래서 이 생각이 맞는지, 아니면 나는 아직 그 책을 따라갈려면 멀었는지...넘나 궁금해서 읽고 싶은 것.... 그렇지만 품절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다른 얘긴데,

얼마전에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와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친구는 material possession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포제션은 소유란 뜻인데' 라고 말했는데,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고 있던 친구도 며칠전에 처음 알았던 단어를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거에 놀라, 너 그거 어떻게 알았냐, 고 하는 거다. 그때 나는 한껏 거들먹 거리며,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안토니오 수잔 바이어트'가 쓴 《소유》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원제가 포제션이거든, 했더랬다. 


아..너무 있어보여, 나 너무 멋져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크게 감탄하며 나한테 그 무슨 인도영화 얘기했는데. 아 쓰벌 잘난척 드럽게 할라 그랬는데 그 영화가 생각안나네...무슨 퀴즈프로그램 나오는건데 거기에서 가난한 소년이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정답을 맞춘다는 영화였는데, 그 영화속 주인공 같다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것까지 딱 써야 잘난척이 완성되는데, 이 영화가 생각이 안나네. 퀴즈쇼? 이런 거 아니었는데..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렇게 나는 포제션이란 단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아아, 여러분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이렇게나 좋다. 갑자기 퍼뜩 생각나는게,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이 영어였는데,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중학교1학년 때부터 흠뻑 빠진 영화 《더티 댄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다 외우고 다녔던 학생.... 영어쌤은 수업을 하면서 예문으로 'stay'란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고서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했는데, 내가 거기서 또 한껏 거들먹거리며,



머무르다



했던 거다. 쌤은 어 그래 맞아! 하면서 나를 다시 한 번 보고, 나는 또 한껏 잘난 척을 했지. 우하하하하하. 그당시에 더티댄싱 오리지널사운드트랙에 가사집이 있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도 제목 옆에는 죄다 번역된 제목까지 같이써있었던 거다. 이를테면 hungry eyes 옆에는 갈망하는 눈동자 이렇게 써있었던 것. 그 앨범에 실린 stay 옆에는 '머물러줘요' 라고 써있었던 것이었다. 가사를 달달 외운 나는 당연히 제목의 번역된 제목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반에서 아무도 모르는 단어를, 공부 잘하는 애들도 몰랐던 단어를, 나는 알고 있었어!!!!!!!!!!!!!!!!!!!!!!! 여러분, 팝송이 이렇게나 좋다. 들어야 한다.


아, 이 얘기가 왜 나왔냐면,



그러니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책을 생각하기 전에, 내가 헤어진 남자랑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뭔가 생각을 했고, '우리가 이러이러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고 하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는 till we meet again 이지... 


하고 있었던거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보니까 till we meet again 은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의 원제이고, 그 책은 야했었지....이렇게 됐던 것. 아아, 이거슨 진정한 의식의 흐름.....



여러분 책을 읽자. 그러면 영어가 저절로 따라온다. till we meet again 은 내가 영작할 필요가 없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외운 문장. 책은 이렇게 언제나 어디서나 도움이 된다. 아아, 나는 어쩌자고 그 영어제목을 외우고 있었지? 아아, 나는 너무 짱인 것 같아... 짱이다!! 캡이야 진짜... 여러분 책을 읽으면 똑똑함은 그냥 따라온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들먹거들먹)




그나저나, 이 페이퍼 쓰다가 소유랑 포제션 리뷰 넣으면서 줄거리 봤더니 완전 새롭네? 다시 읽어봐야겠다. 포제션 줄거리 보니까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나오는 것이여.... 난 이 소설 좋아했는데 왜 이거 기억에 없지.... 다시 읽어야할 책이 생겼군. 훗.




이제 다 쓰고 등록버튼 누르려는데, 내가 뭘 쓰기 위해서 이 페이퍼를 썼는지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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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21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껏 거들먹거리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

다락방 2017-09-21 10:5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그래 그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7-09-2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하러 와서 대기열에 있다가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어요.
--라고 쓰자마자 자리가 났어요. 세렌디피티!

다락방 2017-09-21 16:53   좋아요 0 | URL
오, 점심은 무얼 드셨을까요, 쟌님. 맛있게 드셨습니까?!

Jeanne_Hebuterne 2017-09-22 04:27   좋아요 0 | URL
새우튀김, 냄비우동, 두부튀김, 드래곤 롤, 녹차! 헤헷

단발머리 2017-09-2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뭔가 영어로 쓰고 싶은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요 ㅠㅠ
뭔가 근사한 거 쓰고 싶은데...
에라 모르겠다.
난 요즘 <The Mother of All Questions>를 읽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9-22 07: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 모든 질문의 어머니.... 입니까?
아 영어공부해야지. ㅎㅎㅎㅎ 사람은 계속계속 공부해야 해요. 그쵸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9-22 08:24   좋아요 0 | URL
의역을 많이 했더라구요. <남자들은 자꾸~~>가 워낙 반응이 좋았으니까 그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그렇게 된것 같기도 하구요.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를 보면 바로 레베카~ 하고 생각날테니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7-09-22 08:31   좋아요 0 | URL
아 이게 그 책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원제만 보고서는 완전히 다른 책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솔닛 책인줄은 짐작도 못했네요. 아니, 여자들은 자꾸~ 이 책이... 원제가 이거였습니까?! 단발머리님 아니었으면 몰랐을듯요 ㅋㅋㅋㅋㅋ

clavis 2017-09-22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독!!이었네요 제가 올러려던 답은..퀴즈쇼??? ㅋㅋㅋㅋㅋㅋㅋㅋ락방님의 거들먹이 아름답습니다♡저도 오늘 잘 배우고 활용해보고파요!!

다락방 2017-09-22 07: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들먹거들먹 거들먹을 아름답게 여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앞으로도 거들먹거릴 수 있도록 더 아는 것 많아지는 사람이 되겠어요. 불끈!!

버벌 2017-09-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야하단 말이죠? 메모 메모

다락방 2017-09-22 18:17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구할 수가 없어요 흙 ㅠㅠ
 


















길어서 다 인용을 하지는 못했었지만, 1권에서 트랙터 운전사와 농부의 대화가 압권이었다. 읽으면서 감탄을 했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읽으면서 감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2권에서도 마찬가지. 지금 이게 길어서 인용을 할까말까..엄청 갈등되는데, 왜냐하면 그러니까, 그거 인용할 시간에 뭔가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다가...그렇지만...이 박진감을, 그러니까 이 터질듯한 순간의 긴장을 너무나 알리고 싶어져서.... 아아, 어디 한 번 인용에 도전해볼까?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작게나마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트랙터가 들어와 다다다닥 땅을 파헤쳐버림으로써, 이제 사람이 아니라 트랙터로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일을 할 수 없게되고,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곳, 과일을 따면 돈을 준다고 했던 전단지를 들고, 그쪽으로 모든 짐을 싸서 차에 싣고는 온가족이 이동하게 되는데, 그 전단지가 한두장 뿌려진 게 아니라서 꿈의 땅 캘리포니아로 가는 사람과 차는 고속도로를 채운다. 쉼없이 달리다 멈춰서 밥을 해먹고 또 쉼없이 달려 그렇게 꿈의 땅까지 이르렀는데, 


아아,


여기오면 고생 끝 행복시작이겠지, 여기에 오면 이제 열심히 일해서 우리가 정착할 수 있겠지, 했던 바람은... 아아.... 여러분 책을 읽자.



당연히,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민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어, 우리 여기 잘 살고 있었는데, 저렇게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이 몰려오면, 어어, 내 꺼 뺏기면 어쩌지..하는 고민을 하고, 아아,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빚을 얻어 가게를 하고 있는데, 저렇게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이 빚없이 시작한다면 나보다 더 잘살게 되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가진 걸 뺏기게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향을 떠나 돈 좀 벌어서 살아보겠다고 이동했던 사람들, 그리고 약속의 땅에 이르러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 도착해보니 자기들을 내쫓을 생각만 하는 사람들만 가득하고, 아아,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자, 모두 21장에서 가져온다.




고속도로로 몰려 나온 이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서부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재산이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워했다. 배를 곯은 적이 없는 사람들은 배고픈 자의 눈을 처음으로 보았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은 이주민들의 눈에서 욕망의 불꽃을 보았다. 도시 사람들과 온화한 교외의 시골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한데 모였다. 그리고 자기들이 좋은 사람이고 침입자들이 나쁜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원래 싸우기 전에는 반드시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야 하는 법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 망할 놈의 오키들은 더럽고 무식해. 놈들은 타락한 색광들이야. 저 망할 놈의 오키들은 도둑이야. 놈들은 뭐든지 훔칠 거야. 놈들은 소유권이라는 걸 전혀 몰라.

마지막 얘기는 사실이었다. 재산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재산을 가진 사람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마을을 지키러 나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놈들이 병을 퍼뜨려. 놈들은 더러워. 놈들이 학교에 다니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놈들은 이방인이야. 자네 누이가 그런 놈하고 데이트를 한다면 어떻겠어? 

(중략)

대지주들과 기업들은 또 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대지주가 통조림 공장을 사는 것이다. 복숭아와 배가 익으면 지주는 과일 값을 키우는 값보다 싸게 후려쳤다. 통조림 공장 사장 자격으로 과일을 싼값에 사들인 다음 통조림 가격을 높게 유지해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통조림 공장을 소유하지 못한 소규모 농부들은 농장을 잃어버렸고, 그 작은 농장들은 대지주와 은행과 역시 통조림 공장을 소유한 기업들 차지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장의 숫자가 적어졌다. 소규모 농부들은 도시로 이주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돈을 빌려 쓸 곳도, 그들을 도와줄 친구나 친척들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 역시 고속도로로 나섰다. 도로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이라도 저지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되었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서는 종기가 솟아올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쩌면 품삯으로 지불할 수도 있었을 돈을 독가스와 총을 사들이는 데, 공작원과 첩자를 고용하는 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훈련하는 데 썼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p.117-120)




주인공 톰 조드는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떠났다가 그 곳에서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세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마다 성질 같아서는 확 받아버리고 싶지만, 자기는 지금 가석방 신분이고 또 가족들과 함께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어머님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성질대로 받아버리지를 못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금의 상황 즉,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가 부조리하다는 것은, 톰 조드 뿐만이 아니라, 지금 거기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모두에게 부조리와 불합리가 반복될수록 그것은 분노가 되어 쌓일텐데, 그러니 저 21장의 마지막,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는 예사로 보이질 않는 거다. 아아, 이것은 어마어마한 복선일 것이야... 그렇다면 22장부터는 어떤 얘기가 펼쳐지려는거지?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역시 책은 진짜 소설이 짱이다. 소설이 최고되는 것이야. 소설이 좋다.



나는 소설이 좋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로 가득차고 생각할 거리가 가득찬 소설을 읽을 때마다,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생각이 난다. 섹스파트너였던 여자와 남자가 각자 연애를 시작해보자며 상대를 찾으려할 때, 남자가 공원에서 책 읽고 있던 한 여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여자 꼬셔볼게' 라고 했더니, 그때 여자가 그러는 거다. '저거 소설책일걸?'


난 그 부분이 진짜 드럽게 기분 나빠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당시에는 니네가 빅토르 위고 소설을 읽어봤다면 진짜 그렇게 말 못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또 그 장면 생각나면서, 니네가 분노의 포도를 읽어봤냐...읽었는데고 그렇게 소설 무시하는 발언 나오냐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 진짜 모르는 상태에서는 욕하기가 너무 쉬운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되는데, 소설 안읽는 사람들이 꼭 소설을 무시한다. 이게 뭐가 됐든 그래, 모를 때 욕하기가 제일 쉽다. 모르면서 욕을 해 모르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은 또 사실인가보다. 어느 한 쪽이 소설 읽는 사람들에 대해 무식하게 욕을 했다면, 상대가 '야, 너 소설 읽어봤으면 그렇게 말못해' 라고 했어야지, 똑같다 똑같아 진짜....


아무튼지간에 분노의 포도 21장 너무나 멋지고요, 통찰력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아, 분노하는 이들이여, 행동할 것인가!!





나는 노동자이고, 근무 이래로 지금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빡치는 사람으로서, 내 가슴에도 분노 너무 들끓고 있고..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분노에 들끓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나는...글쎄 모르겠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내가 분노에 들끓는다고 해서 사람들을 모집해서 회사에 대고 반항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럴것 같진 않고, 아마도 나는 혼자서 사표내고 이 땅을 떠나지 않을까..

응?

이 땅은 왜 떠나?

회사 때문이라면... 이 회사만 떠나면 되지, 이 땅은 왜 떠나?

왜냐하면..

나는 다른 땅에서 살고싶어서?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일 대한극장에서 《여배우는 오늘도》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모양인데, 너무 가고 싶은데.... 평일이고 다음날도 출근이라, 아아, 퇴근 후에 갔다가 영화 보고 대화하고 다음날 출근하면 너무 힘들겠지...싶어서 아침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집에서 쉬어야 되는 거 아닐까, 이제 이런 일정을 소화해내기엔 나는 너무 지쳤어.....




그나저나 얼른 분노의 포도 다 읽고 연애소설 좀 읽고 싶다. 분노의 포도에다가 페미니즘 서적까지 읽었더니 마음에 말랑하고 스위트한 부분이 사라져버려서...그 감각을 다시 일깨우려면 연애소설 좀 읽어야 쓰겄다. 내가 원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아아, 요즘 너무 싸나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어제는 갑자기 윤김지영 쌤도 막 보고싶고 ㅠㅠ 헬페미 충전받고 싶고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헬페미 충전 넘나 필요하고요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 근데 집에 어떤 연애소설이 있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지금 그냥 후다닥 한 권 사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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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9-20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다닥 한 권... 사버리세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7-09-20 16:20   좋아요 2 | URL
역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9-20 16: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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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09-20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도 군복무를 해야한다는 것은 니들도 고생을 하보라는 변태심리가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 기본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병역의 의무를 꼭 군대에 가서 수행하지 않더라도 공익요원이나 대체복무 또는 병역세 부과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여성들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진지한 논의조차 없었었지 않나요? 여성들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면서 여성으로서 누릴 수있는 이점(특권)에는 약삭 빠르면서도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페미니즘에는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다락방 2017-09-20 11:52   좋아요 4 | URL
ㅎㅎ 이하라님 댓글 읽으니 ‘젠더 이슈로 논쟁이 벌어지면 그게 어떤 문제든 상관없이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는 이 시사인 글의 도입부 생각나네요. 아까 글샘님도 리뷰에 댓글에서 언급하셨듯이, 서민 교수님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은 군대 얘기 페미니즘 책에서 저마다 다 하고 있어요. 저는 이해시키거나 설득시킬 의지나
마음이 지금 1도 없고요, 이하라님도 여기저기 군대 댓글 달고 다니시기 보다는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보시는 게 이하라님을 위해서도 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하라 2017-09-20 11:53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군대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제가 댓글을 단 원문은 읽어보신겁니까? 다들 군복무를 논점으로 삼고 있기에 댓글이 병역의 의무를 피해갈 수 없었을뿐입니다 그 보다 더 심한건 여성들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 맘충이라는 특정층의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남성들이 만들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억측과 피해의식이 요즘 여성들의 의식을 대변하는듯해 씁쓸합니다

다락방 2017-09-20 12: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하라님의 댓글이 참 씁쓸합니다....

syo 2017-09-20 12:15   좋아요 4 | URL
하하, 듣고 보니 며칠 전 스치듯 봤던 그 말도 안되는 댓글이 이하라님 작품이셨군요. ˝한국 남성의 내면에 모성이 신화처럼 아로새겨져 있어서˝ 맘충 같은 단어를 만들어낼수 없을거라는. 그 말씀이 근거가 된다고는 1도 생각하지 않자만, 이하라님 말씀대로 그 단어를 남자가 만든게 아니라고 쳐도, 이하라님이 말씀하신 그 ˝모성이라는 신화˝는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는 신성하지만, 이미.만들어져 있는 맘충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만큼 신성하지는 않나봐요? 아니면, 이번에도 같은 논리로 남자들은 그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실건가요? 혐오표현을 직접 만들지 않았으면, 사용하는데도 면죄가 되나요? 아니면 여성이 만들었으니, 만든 여성을 먼저 단죄하기 전에는 남성을 탓하면 안되는건가요? 폭행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을 찾아내 벌하기 전까지는 폭행을 실제로 행한 사람을 벌할 수 없는 건가요? 실제로 입은 피해를 증언하는 사람들에게 어째서 억측과 피해의식이라고 함부로 말씀하십니까.

모성의 신화에 대해서 남자인 저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데요? 제 동의와 상관없이 심층심리는 그런 거고 단지 제가 의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만약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면, 여성들 또한 이하라님께 이하라님의 의식은 국민의 기본의무를 말하지만 이하라님의 동의와 상관없이 ˝내면˝은 사실 니들도 고생을 해보라는 뜻이다- 라고 단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하라 2017-09-20 12:57   좋아요 2 | URL
모성에 대한 신화 때문에 남성 이 만들지 않았을것이다는 말은 제가 생각해도 억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남성이 만들었다는 딱 그만큼의 억측이겠죠 그리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걸 옹호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다만 저나 제 주위에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맘충이란 단어 자체를 안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병역의 의무를 대체할 방법들이 있으니 그런 논의라도 해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지 니들도 고생해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성이 누려야할 권리는 페미니즘을 논하기전부터 당연히 누려야 마땅하지 이것이 사회적 사안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외치는 딱 그만큼만 자신들의 의무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않을까 생각했을뿐입니다 그런 생각이다보니 여성의 권리나 피해의식이 묻어나는 글에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를 낳아주신 분도 여성이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도 여성이란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본다한더라도 일방적인 피해의식만을 두둔하지 못하기에 보시기에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여성의 기본의무 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겠군요 딸이 태어나면 당당히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만큼이나 의무에 대해서도 깨어있기를 바라는데 그건 그냥 제 가정에서나 말해야겠네요 제 댓글들이 많이 보기 거슬린다면 앞으로 여성문제가 담긴 글들에는 댓글을 달지않겠습니다

syo 2017-09-20 13:13   좋아요 1 | URL
여성의 복무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하라님의 의견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선행해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댓글이 달린 글에 충분히 드러나 있는)을 등한시한 채 지금 당장 복무해라 그게 의무다, 아니면 지금 부당한 이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있었는데, 그것이 이하라님께 표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나댄 부분도, 부당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댓글을 달거나 말거나 하시는 것은 이하라님의 자유입니다. 제게 꼴보기 싫으니 앞으로 댓글을 달지 마라는 말씀을 드릴 권리가 어딨겠습니까. 그저 의견이 충돌한 것이고, 이 충돌이 이하라님과 저 사이에 의미있는 합의점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해진 것뿐이지요. 알라딘에서는 항상 그렇더라구요. 그걸 다른 분들은 가 아시니까 다들 마음 좋게 하하하 하고 싸움이 안 되는 댓글 달고 마는데, 어디나 syo같은 희한한 놈이 하나씩 있습니다. 에이, 재수 없었네, 하고 덮어버리시길 권합니다. 제 댓글들이 보기 거슬리신다면 제가 앞으로 이하라님의 댓글에 댓글을 달지 않겠습니다^^

이하라 2017-09-20 13:23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syo님 말씀대로 의견충돌이지요 전혀 거슬리지않습니다 앞으로도 다시 뵈어요^^

雨香 2017-09-20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보상심리, 피해의식이 이성을 능가하는 것 같습니다. 실상 군대내에서도 국방의 의무 보다는 잡일, 갑질피해, 위계에 의한 폭력(육체적 폭력은 아니더라도)이 기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제대로 된 군대,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한 군대라면 피해의식이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한국군 출신과 카투사 출신과의 군대에 대한 기억과 군대에 대한 피해의식은 거의 정반대니까요.

근본적으로는 40여년이 넘게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쓰고, 지금은 30배나 넘는 국방비를 쓰는데, 아직도 징병제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가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만들어진 허상도 벗어나야 할 착각중에 하나고요.

(어제 배달된 시사인 챙겼는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다락방 2017-09-20 14:01   좋아요 4 | URL
네, 저 역시 군대에 대해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은 군대내의 인권 감수성과 또 제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이 저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말하는데, 그걸 개선할 논의보다 여성의 병역의무에 대한 걸 논하다니, 대체 어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요. 궁극적인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모병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모병제 역시도 합리적인 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겠지만 저로서는 그것보다 더 나은 답을 아직은 모르겠더라고요. 처우를 개선하고 모병제로 바뀌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군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고요. 군대라는 게 본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이 지낼만한 곳이라면, 그리고 모병제라면, 그때는 가고 싶은 사람이 가서 하고자 했던 바를 할 수 있는 곳이 되겠지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군대라는 곳의 환경과 제도의 개선인데, 아주 많은 남자들이 ‘페미니즘 주장할거면 여자도 군대가!!‘만 부르짖고 있네요.

다락방 2017-09-20 14:08   좋아요 2 | URL
아, 우향님.
위의 글은 어제 배달된 시사인이 아니라 지난주에 배달된 시사인에 있습니다.
지난 주에 배달된 걸 제가 오늘 뜯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다하다 시사인도 밀리는 1人)

雨香 2017-09-20 14:35   좋아요 0 | URL
아.. 네 ^^ 저 표지 이군요. 저는 뜯기만 한 것 같습니다. ㅋㅋ

2017-09-20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Nebula 2017-09-25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갈IN다운 글이네요
구독햇던돈으로 치킨한마리 더사먹을걸
남자가 바라는게 여성징병이 아니라 돌봄과 성적서비스를 제공하는 2등시민으로 남길 바란다?
아주 대단한 ‘문화평론가‘께서 헛소리를 해도 그럴싸하게 해놔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뻔했네요
 
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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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잘룸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하지만 네가 내 제안을 모두 따른다고 해도 치잘룸이 네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 산다는 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잖니. 중요한 건 네가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항상 네 직감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믿어. 아이에 대한 사랑이 너의 길잡이가 되어 줄 테니까. (p.14)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자신의 친구 '이제아웰레'에게 한, '네 직감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믿어'에 동의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아 그 때 괜히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게 아니구나' 할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 대화중이나 행동중에 '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돌이켜봤을 때 그건 아닌 게 맞더라. 어째서 그런지에 대해 바로 그 순간 낱낱이 짚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닌 것 같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은 있고, 그 느낌은 대체적으로 맞다. 우리는 우리 안의 도덕에 어긋나는 것들을 잡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친구에게 한말, 네 직감을 믿으라는 말은, 충분히 그러해도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조카가 두 명있다. 지금 현재 여덟살 여자아이와 다섯살 남자아이이다. 이모가 꼴페미인만큼, 조카들을 페미니즘 장착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이모이고,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설사 내가 매시간 아이들과 붙어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매순간까지 함께할 순 없다. 아이는 학교나 유치원에 갈 것이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있을 것이도, 텔레비젼을 보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에 조카들이 보게 되는 사람들과 그 대화들이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이모가 하는 말과 텔레비젼 속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알게될 것이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그 모든 이야기들중 어떤것들을 취하거나 혹은 버릴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 조카들이 내 바람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바람대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보장도 없고. 어떤 것이 옳다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으로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 보여진다. 차별이, 비하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가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말해주는 건 충분히 해도 되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페미니즘은, 조카가 있는 내게 반드시 필요한 절실한 것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있는 학교에서, 그리고 앞으로 직장에서, 거리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차별과 비하, 혐오, 괴롭힘에 노출되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떤 어른도 아이를 모든 상처로부터 막아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나아갈 길은, 설사 상처받는 일에 맞닥뜨려도 극복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일테다. 페미니즘은 혐오와 비하, 차별을 없애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들로부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네 고통이 네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데에도 페미니즘이 당당히 버티고 서있다. 


얘야, 네가 반드시 머리를 기를 필요도 없고, 괴롭힘에 묵묵히 참을 필요도 없어 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네가 괴로운 것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중요하니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우리가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명료한 해결책이며 완벽한 방법이란 말인가. 우리가 멈춰야 한다. 




책은 얇고 가볍다. 한 손을 쫙 편 사이즈이고 장수도 적고 심지어 그림까지 있다. 그러니 나같은 이미 헬페미인 사람들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 경우에도 이 책을 읽고서는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이것보다 더한 것이 필요해... 이정도는 이제 내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어떤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시 되어야 할까, 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한 책일테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텐데, 이 책에는 아주 기초적인 가르침들이 나와있으니까. 


이렇게 기초적인 걸 굳이 알려주기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이렇게 기초적인 게 어떤 이들에게는 전혀 기초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 행동이 어떠해야할지를 다잡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란 어른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곤 하는데, 책 읽으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책 읽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테고, 가사일은 가족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이천번 말하는 것보다는 모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은 방법일 테니까. 





가사와 육아는 성 중립적이어야 하고, 우리는 여자가 ‘만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바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부모들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해. (p.20)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해. ‘동등하게‘가 무얼 의미하는가는 물론 너희 두 사람에게 달렸어.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같이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할 거야. 말 그대로 50대 50으로 나눈다든가, 매일 점수를 기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만약 육아를 동등하게 분담했다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화가 나지 않을 테니까. 진정한 평등이 있는 곳에는 분노가 존재하지 않아. (p.23)

치잘룸이 책을 사랑하도록 가르쳐.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을 보이는 거야. 네가 책 읽는 모습을 아이가 본다면 독서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설사 치잘룸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책만 읽는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제도권 교육을 받은 아이보다 훨씬 더 박식할 거야. 책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에 의문을 품도록, 자기표현을 하도록,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줄 거야. 요리사든, 과학자든, 가수든 독서를 통해 배우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돼. (p.44)

치잘룸이 이런 남자들에게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쳐. 여성이 자신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할 때만 공감할 수 있는 남자들. 강간에 대해 얘기할 때 매번 ‘내 딸이나 아내나 여동생이었다면‘ 같은 말을 하는 남자들. 이런 남자들이 피해자가 남성일 경우에는 굳이 자신의 형이나 아들이라고 상상하지 않아도 공감을 잘하지. (p.49)

그토록 많은 여자애들이 ‘머리‘하면 고통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들이 ‘너무 바짝 당긴‘, ‘두피를 상하게 하는‘, ‘두통을 일으키는‘ 종류의 단정함에 순응하기로 결심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멈춰야 해. (p.76)

사회규범의 근거가 정말로 생물학이라면 아이는 아빠보다 엄마에게 속한 것으로 봐야지. 왜냐하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생물학적으로-이론의 여지 없이-확신할 수 있는 부모는 엄마 쪽이잖아. 엄마가 애 아빠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빠일 거라고 추측하는 거고. (p.82)

아이에게 자신의 기준이나 경험을 절대 일반화하지 말라고 가르쳐. 그 애의 기준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가르쳐. 그 애에게 필요한 겸손은 ‘차이는 정상적인 것이라는 깨달음‘ 뿐이야.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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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7-10-19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을 한 백권정도 사서 딸가진 엄마들에게 마구 나눠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일단 한권 더 사서 친한 친구에게 줬답니다. 너무나 기초적이지만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17-10-19 17:24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제 여동생에게 주었어요. 여동생은 딸도 아들도 가진 엄마이니, 여동생의 페미니즘이 딸과 아들 모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여동생에게는 제가 페미니즘을 전달하고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