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치한범의 특징을 보자면 일반적으로 열등감이 많고, 고독감을 자주 느낀다. 자기 존중감이 낮고, 정서적으로도 미성숙성을 보인다. 또한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수동적 공격성이나 적대감이 크기 때문에 성인과 성숙한 대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결과적으로 부정이나 인지 왜곡, 합리화와 같은 자기방어 기제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처리의 미숙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다른 성인과의 친밀감을 발전시키고 확고히 하는 데 방해 요인이 되어 사회생활에서 문제를 겪게 된다. (p.78)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문제는 바로 저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성인과 성숙한 대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점. 성인과 성숙한 대화를 맺지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이 그러므로 다른 수단을 써서 원하는 걸 강제로 갖겠다는 것. 책에서 보여준 사례로는 미성년자를 성폭행 한것으로도 모자라, 아내까지 있는 남자가 그 미성년자로부터 애정을 갈구하고 관계를 지속하길 원한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감싸주길 원하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닌가.

성매매도 마찬가지. 돈을 주고 쉽게 섹스를 함으로써, 성인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서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하는 노력 같은 것들은 다 건너뛰게 된다. 그런 것 없이,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나 노력없이 돈만 주면 섹스가 오니까. 이런 식으로 살다보면 그 후에 대체 누구와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강간이라고 다를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혹은 무기를 이용해서 굴복시켜 자신의 고추를 쑤셔박는 추한 일.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은 무엇일까. 그것은 제대로된 욕구충족일까. 그것으로 자신이 채워지지 않으니 또 강간을 하고 또 강간을 하고..



죄를 저질렀다는 데에서 일단 끔찍하지만, 정신이 자라지 못했다는 데에 있어서 더 끔찍하다. 그렇게 성숙하지 못한 정신은 다른 사람을 파괴한다. 어른이 되자. 제대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수정과 김경옥의 이 책을 읽는 일은 정말이지 권하고 싶지 않다. 아직 이 책의 절반도 안읽었는데 나는 우울증에 시달릴 것만 같다. 연쇄살인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성범죄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바닥으로 자꾸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특히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 있어서는 이 책을 던져버리고 싶었달까.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읽어야 하나. 너무 우울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거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지만, 나는 나처럼 이런 이야기에 치명적으로 약해지는 사람들이라면 읽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성폭력 과 강간 사례를 읽는 것은 도무지 담담하게 넘겨지지가 않아서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는 고민중이다. 이 책의 남은 부분을 마저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범죄 부분 지나갔으니 마저 읽을 수 있을 것 같긴한데, 심장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 얹어진 기분이다. 특히나 아이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는 너무 힘들다. 어른이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거 너무 끔찍하고, 그 아이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거, 자신을 돌봐주고 감싸주길 원하는 거 너무 진짜 불태워죽여버리고 싶다. 그런 놈들 한 군데에 몰아넣고 불태워버리고 싶어.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서 울고싶다 진짜 ㅠㅠ 



이 책 다 읽으면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책을 읽어야겠다. 휴...그런 게 뭐가 있을까.. 조조 모예스 읽을까? 미 비포 유 시리즈가 2,3 편이 다 있다는데...




발레리노에 대한 소설을 읽고 싶어서 발레리노로 검색했다가 원하는 책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어제는 '발레'를 넣고 검색했다. 그러자 뜻밖에 이런 책이 나오는 거다.



















(책소개)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셀이 쓴 장편소설. 바르브린이라는 발레리나 지망생과 각기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라고 불리는 한쌍의 젖가슴의 독백이 번갈아 나타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셋?) 등장인물들은 절대로 소통하지 않는다. 서로 딴 이야기만 한다. 그 소통 불가능성 자체가 이 작품의 철학적 바탕을 이룬다.

여성의 육체적 조건을 상징하는 젖가슴은 여성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의식 속에서 서로 대화하는 한 쌍의 젖가슴은 그들의 주인인 바르브린이 자기들 때문에 겪게 되는 비극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바르브린에게서 고전 발레를 빼앗아갔던 저주의 큰 젖가슴, 그녀를 땅으로 고꾸라지게 했던 무거운 살덩어리, 쾌락의 자기반영성 안에 빠져 있던 젖가슴은, 풍선이 되어 그녀를 하늘로 들어올린다.




완전 나를 위한 책이 아닌가! 나를 위한 소설이다.

내 너를 꼭 사서 읽어주리!




발레리노에 대한 책도 검색됐다. '니진스키'라는 발레리노에 대한 것인데, 마침 오늘 아침에 알라디너 분이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셨더라.

















사실 나는 소설...을 읽고 싶은건데..그래도 이것밖에 없으니까....그런데 또 절판이고...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 검색해봤더니, 오오, 대출가능한 책이라고 나온다. 급한 김에 이 책을 빌려서 봐야겠다.




그건그렇고,

좀 전에 [가부장제의 창조] 페이퍼 썼는데 등록이 안되고 있다 ㅠㅠ

도박,음란성 글은 게시할 수 없다는 안내와 함께 글이 등록이 안돼.

왜때문이지 ㅠㅠ 그 글의 어떤 단어가 문제가 되는걸까? 단어를 바꿔보기도 했는데 등록이 안된다. 그렇다고 단락을 들어낼 수도 없고. 어떡하면 좋은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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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3-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등록이 안되고 있어요... 그냥 평범한 내용인데. 뭔 단어가 문제일까요...ㅜㅜㅜㅜㅜㅜㅜ

비연 2019-03-26 12:21   좋아요 0 | URL
이제 되네요...ㅜㅜㅜㅜ

다락방 2019-03-26 13:48   좋아요 1 | URL
비연님 댓글 읽고 저도 해봤는데 저는 여전히 안돼요 ㅠㅠ
비연님 페이퍼 방금 읽었는데, 등록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는 페이퍼던데요?
제 페이퍼에는 강간,성접대, 성폭력 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일까요? 아아.. 썼지만 등록이 안되는 이 슬픔이여.. 지금 그래서 다른데다 일단 붙여놨어요. ㅠㅠ

비연 2019-03-26 14:49   좋아요 0 | URL
저도 이상하다 생각... 그냥 에러였었나봐요. 근데 이제 그런 단어 들어가면 페이퍼도 못 쓰는 건가요. 책에 나온 글 옮겨도? ㅜ 말도 안되요!

카스피 2019-03-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관계로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관련 다큐책들을 좀 읽은 편인데 살인이 난무하는 추리소설보다 오히려 현실의 살인이 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해서 읽기 거북하더군요.그래서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흠 피에 익숙한) 분들이 아니라면 ‘사이코패스는 일상속에 숨어지낸다‘와 같은 책들은 안 읽으시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을듯 싶어요ㅡ.ㅡ

다락방 2019-03-26 13:49   좋아요 0 | URL
피에 익숙한 것과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살인이라서, 피라서, 기괴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에 이입이 돼서 읽기 힘든거니까요.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폭력을 당한 글을 읽는 건, 그래서 힘듭니다.

블랙겟타 2019-03-3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시에 제한이 있는 건 지금 알았네요.
이제는 글이 올라간거죠?

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을경우엔 더욱 그럴 것 같네요.
그럴땐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책도 가끔은 읽어야겠더라구요.

그런데 의식의 흐름대로 갔더니 마음의 쏙 든 책을 만나시다니 부럽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9-04-03 08:58   좋아요 1 | URL
네, 지금은 올라갔어요. 이 다음에 올린 글도 안올라가길래 아주 신경쓰였는데, 나중에 욕설 두 개를 수정하니(하하하하) 등록이 되더라고요. 심한(?) 욕설은 게시가 안되는걸로 바뀌었나봐요. 분명 예전에는 등록됐던 욕설이었는데 말입니다. ㅎㅎ

저는 4월도서 시작하기 전에 좀 부드러운 책들 몇 권 읽고 저를 다스려야겠어요. 그 후에 4월의 도서를 시작하렵니다. 후훗.

 

아주아주 오래전에, 내가 학생이었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텔레비젼에서 단막극을 보았다. 연속극이 아니라 그 날 하루 한 방송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만약 내 기억이 맞다면 그 극의 여자주인공은 전미선이었다. 그 어릴 적에 보고도 내가 이 드라마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잇는데, 아마 결론이 되게 인상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전미선이 입사한 회사에는 입사 동기로 아주 예쁜 여자동료도 있다. 이 여자동료는 모든 남자들이 다 관심있어하고 인기가 많은데 전미선과 전미선의 다른 입사동료는 그 여자가 너무 못됐다고 그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회사에는 전미선이 좋아하는 남자 선배도 있는데, 전미선은 이 선배에게 연정을 품고 있으며, 그래서 이 선배가 좋아하는 이상형을 알고 싶다. 어느날 그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는 예쁜 여자보다는 착한 여자가 좋다고 말한다. 이에 전미선은 '아, 이 선배는 다르다, 다른 남자랑 다르다, 이 선배에게 고백해야지.' 하고 그에게 고백한다. 그는 나를 받아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고백의 순간에 그 예쁜 여직원과 사귀는 사이라고 말한다. 전미선의 고백은 부끄러움으로 얼룩지고...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 엘레베이터 안에서 전미선은 그 선배와 둘이 있게 된다. 그 때 전미선은 물어본다. 


"선배, 선배는 그 여자가 왜 좋았어요?"


분명 선배는 얼굴 예쁜 여자 보다는 착한 여자가 좋다고 했던 터라, 도대체 어떤 매력 때문인지 궁금했던 것. 그러자 선배는 이렇게 말한다.


"응, 착해서."



그때 전미선의 그 황당한 표정이란.....





책을 읽었다.
















동생 '아율라'는 사귀던 남자를 세 번째 살해하고 언니 '코레드' 에게 전화를 한다. 또 남자를 죽였다고. 언니는 동생을 보호하고픈 마음에 시체 처리를 돕는다. 동생은 예쁘고 몸매도 좋아서 모든 남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반면, 언니는 키만 크고 예쁘지도 않아 연애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언니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회사의 의사인 '타데'를 좋아하는데, 어느날 동생이 병원으로 언니를 찾아오는 바람에 타데도 그녀를 보게 되고, 그렇게 타데와 여동생은 사귀게 된다.


언니는 그게 너무 불안했다. 동생이 예전 남자들을 죽였던 것처럼, 타데를 죽일까봐. 그는 안되는데, 그까지 죽이면 안되는데, 그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인데. 코레드는 타데에게 말한다. 동생은 그렇게 좋은 여자가 아니라고. 그러나 타데는 그런 언니를 '동생을 짍투하는 여자' 라고만 몰고간다. 동생은 너를 믿고 의지하는데, 너는 왜 동생을 나쁘게만 봐? 너야말로 동생 편에 있어줘야지. 


동생에게도 그와 사귀지 말라고 말했었는데, 동생은 '그 남자는 언니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특별한 남자가 아니' 라고 말한다.




"언니가 그 사람을 원하는 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 그녀가 말을 멈추고 내게 소유권을 주장할 시간을 준다. "게다가, 알다시피, 그 사람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는 아주 다르다. 친절하고 섬세하다. 아이들에게 노래도 불러 주는 사람이다.

"깊이가 없어. 그가 원하는 건 예쁜 얼굴밖에 없어. 남자들이 원하는 건 언제나 그것뿐이지."

"넌 그 사람을 몰라!" 예상보다 내 목소리가 크다. "그는 친절하고 섬세하고, 그리고 그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증명이라도 해 보일까?"

"그냥 그 사람이랑 더 이상 말 섞지 마, 알았어?"

"글쎄, 원하는 걸 항상 얻을 수는 없지." 그녀는 의자를 돌리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방을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데 그 대신, 나머지 옷을 집어 들고 하나씩 개기 시작한다. 분노와 자기연민을 꾹꾹 누르면서. (p.82)




코레드는 그 남자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자신의 외모에 홀려 다가왔던 남자들을 여러차례 겪었던 아율라로서는, 언니가 연정을 품은 상대에게서도 똑같은 걸 본다. 과연 타데는 어떤 남자일까, 언니가 생각한대로 '다른' 남자일까, 동생이 예상한대로 '특별할 게 없는' 남자일까. 

타데는 동생에게 청혼하고 싶어하고, 그 일에 대해 언니에게 말한다. 이 때 언니는 타데에게 자기 동생이 왜 좋은지를 묻는다.



"타데... 내 동생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모든 것이요."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면요."

"글쎄요...그녀는...그녀는 아주 특별해요."

"그래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특별한가요?"

"그녀는 아주... 그러니까 내 말은, 아름답고 완벽해요.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함께 있고 싶었던 적이 없어요."

나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문지른다. 아율라가, 누가 어떤 바보짓을 해도 그냥 웃어넘길 뿐 절대 뒤끝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타데는 콕 집어서 말하지 못했다. 그녀가 게임을 할 때 얼마나 재빠르게 속임수를 잘 쓰는지도 언급하지 않았고, 눈감고도 치마에 햄스티치를 할 정도로 재주가 좋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모르는 것이다, 그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혹은 그녀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어쨌든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다. (p.188-189)




아... 타데는,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여자, 같이 있고 싶은 여자, 그래서 결혼까지 결심하게 만든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모른다. 그녀가 가진 특징들을, 최고의 장점을, 어두운 비밀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름답고 완벽하기에 함께 있고 싶어한다. 아아, 타데여. 아아, 아율라, 당신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이런 놈들만 만나니 얼마나 고달팠을까. 아니, 그렇지 않은 놈이 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아, 역시 특별한 남자는 없는 거였어. 제대로 사람을 보면서 다가오고 사랑하는 그런 남자는 없는 거였어.


나는 타데의 저 대답을 보면서 아주 오래전에 본 드라마를 떠올린 거다. '이 남자는 달라' 라고 여자가 생각해도, 사실 그 남자는 '다른' 남자가 아닌 것이다. 다르다고 '내가' 생각할 뿐이지. 다르다고 '내가' 믿고 싶을 뿐이지. 그래봤자, 다 그놈이 저놈이고 저놈이 이놈이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아아, 아율라의 통찰이여. 



나는 타데의 저 대답을 읽으면서 궁금해졌다.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은 만약 저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러니까, '그녀가 왜 좋아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답했을까. 뭐라고 답할 사람들이었을까. 


일전에 어떤 스님이 연애 강의를 하는데 질문을 받았다. '아주 인기가 많은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데 내가 그녀랑 사귀려면 어떡해야 할까' 라는 뉘앙스의 질문이었다. 이 스님의 대답은 되게 어이없었는데, '제일 인기있는 여자 말고 제일 예쁜 사람 말고 그보다 좀 떨어지는 사람을 사귀어야 된다' 고 하는 거다. 그래야 이루어진다고. 아니 저걸 강의씩이나 하고 앉았다니, 헐... 했었는데, 진짜 저게 말이냐 방구냐.... 되게 유명한 스님이었는데 어떤 스님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네. 헐. 갑자기 그 강의 생각이 난건, 만약 내가 사귄 남자에게 누군가 '그녀가 왜 좋은데?' 라고 묻는다면, 혹여, '가장 예쁜 여자가 아니라서 사귈 수가 있지' 같은 대답을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타데가 아율라를 사랑했던 것처럼, 아름답고 완벽함과는 아주,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거리가 먼 여자니까. 과연 그 남자는 어떻게 답했을까. 아, 뭔가 궁금한데 듣기 싫다... 이런 거 뭔쥬알지. 아무튼 타데 대실망이랄 것도 없이, 그럼그렇지...



일찍이 그녀가 나에게 경고처럼 말했었지- 그는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저 얼굴만 예쁘면 더 바라는 게 없어. (p.191)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비밀이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면서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그저 보이는 면에 반하기만 한 거 아닌가? 보이는 면에 반한거라면, 자신이 반한 부분이 사라졌을 때,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수 있을까?



몇 해전에 방송했던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에서 김석훈은 김현주를 좋아했다. 김현주에게 관심이 있고 그래서 김현주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런 김석훈과 '잘 해보고 싶은' 이유리는 김현주와 함께 있는 김석훈을 찾아오는데, 김석훈은 그녀에게 '나는 김현주와 함께 있어야 하니 돌아가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오해하지 않게, 분명한 뜻을 밝히는 거다. 나는 이 장면을 진짜 몹시도 좋아했는데, 그것은 지금 내가 관심있는, 좋아하는 상대에게 예의를 지킨 것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도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있으면 좋아하는 상대가 있다고 분명히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는 여자, 나를 좋아하는 여자 주변에 여럿 두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고, 돌려 말하는 것은 너무 비열하고 치사하잖아.


언니는 늘상 동생에게만 사람들의(심지어 엄마까지도) 관심이 쏠린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모두 말한 친구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당신 동생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당신 동료들이 그러더군요,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라고. 하지만 직접 본 적이 없으니 그녀에겐 관심 없어요. 당신은, 내가 알지요."

그가 나를 가리킨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신이에요." 

"선생님은 날 몰라요."

"당신을 압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깨어난 거예요. 나를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 때문에. 지금도 꿈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요." (p.195-196)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로의 온전한 관심이어야 한다. 코레드는 그동안 저런 말을 듣지 못하고 살았어. 괜히 짠해지는데, 그런 한편, 나는 이렇게 말하는 남자에 대해서도, '니가 아직 동생을 못만나서 그렇지 만나면 너도 달라질 줄 어떻게 아냐' 싶어지는 것. 아아, 세상에 믿을 놈은 없잖아요?



이 소설은 나이지리아의 여자 작가가 쓴 소설이다. 동생이 너무 언니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언니에게 사건의 이후를 부탁하기 때문에 너무 민폐라 딱히 좋아할 순 없는 캐릭터였다. 아아, 동생 언니에게 너무 민폐야, 언니에게 그러지마, 이런 마음으로 읽게 되었던 거다. 그러나 소설은 틈틈이, 코데르와 아율라가 어떤 '아빠' 밑에서 자랐는지를 보여준다. 나이지리아의 문화. 고작 열네살인 자신의 딸을 늙은 족장에게 팔아버릴 생각을 하는 아빠, 고작 열네살의 조카에게 '니가 족장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맗하는 고모. 그리고 얼굴만 보고 사랑한다고 덤벼드는 남자, 남자, 남자들. 아율라는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많은 장점들과 또 단점들은 다른 남자들에게 인식되어 지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에쁜 여자였을 뿐. 아율라를 있든 그대로 봐주고 아율라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코데르 뿐이었다. 코데르는 아율라의 편이다.









토요일에는 유니버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왔다. 발레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아주 달랐다. 처음부터 계속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그건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그간 고된시간에 대한 성취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저렇게 높이 점프하기 위해서, 저렇게 어깨를 활짝 열어젖히기 위해서, 저렇게 몇차례를 회전하고도 똑바로 서기 위해서,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훈련한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다. 


요가 동작에는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는 자세가 아주 많은데, 그중 가장 힘든 동작들 중 하나를 꼽자면, 한 다리로 서고 한 다리를 직각으로 들어올리는 거다. 나는 아직 직각으로 만들수도 없을 뿐더러 간신히 45도 정도 들어올린 뒤 몇 초 버티지도 못하고 너무 아파 다리를 금세 내려야 한다. 요가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처음보다 조금 더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직각까지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발레리나가, 와, 그렇게 한 다리를 든 채로 콩콩콩 뛰기까지 하는 거다. 맙소사... 대체 당신들, 얼마나 오래 연습하고 애쓴겁니까. 나는 어깨가 굳어 팔을 귀 옆으로 똑바로 들어올리지 못한다. 그나마 요가에서 계속 어깨와 등을 활짝 펴고 열게 시켜서 처음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 어깨는 앞으로 굽어 있다. 그런데 발레리나가 양 어깨를 뒤로 활짝, 활짝 여는 거다. 당신들, 정말이지, 얼마나 오래 연습을 한겁니까. 얼마나 오래 많은 것들을 참으며 지금에 이른 겁니까. 결국 그들은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기까지 하니, 그 성취가 얼마나 뿌듯할까. 그 뒤의 보이지 않는 노력 같은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는 거다.



그러고보니 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긴 내가 나와 내 주변 친구들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어떻게 알겠는가. 막연히 짐작만 할뿐이지. 발레리나가, 저렇게 마르고 온 몸을 쫙 펴고 높이 뛰는 저 발레리나(노)들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식사를 할까, 술을 마시기는 할까? 나처럼 살아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겠지?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지그프리드 역과 광대역의 발레리노들은 점프를 굉장히 높게 했는데, 아, 발레리노도 너무 궁금해졌어. 나는 인터미션 동안 알라딘에 얼른 '발레리노'를 넣고 검색해본다. 으음, 내가 발레리노에 대해 알 수 있는 책, 읽어보고 싶은 책은 검색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동안 읽어온 그많은 소설들 속에서도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발레리나'는 [다락방의 꽃들]에서 이미 만났었는데!! 주인공 캐시가 나중에 발레리나가 된단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소설을 아신다면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없다면, 

제가 쓰겠습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면 발레리노 취재를 해야 할 것이고, 취재하기에 나는 발레리노 아는 사람이 1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추천해주세요. 다른 사람이 쓴 걸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잠실에서 밥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샀다. 세 권을 사려고 마음 먹었던 책이고 한 권은, 아니, 그러려던 건 아니었지만, 뭔가 책의 물성을 보자 읽고 싶어졌고, 표지에 '스톡홀름 증후군' 막 이런 거 있고 그래서 아아, 같이 사고 말았다. 어제 산 책 네 권은 이런것들.


















아니... 내가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사놓고 보니 너무 내가 드러나버리는 것 같다. 책의 제목들이 어쩌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제 산 네 권을 포함해 최근에 구매한 책들.



네, 4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도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후훗.




하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아홉시 반이라니, 어쩐담 ㅠㅠ 일요일이 다 가버렸다니. 너무해 ㅠㅠ 일요일 너무 빨리가는 거 아닙니까. 이제 놋북을 끄고나면 가부장제의 창조를 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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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9-03-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레리노가 나오는 영화인 댄서가 생각나는데 보셨을거 같아요. 진짜 그사람이 아름다워서 극장에서 바로 한번 더 볼까 생각했었어요.

다락방 2019-03-25 17:4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 영화 보고 싶었었는데 놓쳤어요. 시간날 때 그 영화 좀 봐야겠어요. 저는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일상 생활도 궁금하더라고요. 어마어마한 훈련을 할텐데, 그 시간들 외에 시간에는 술과 고기를 먹는건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주말쯤에 찾아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9-03-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곰곰 생각해봐도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책이 생각이 나지 않네요.
접수 조금 더 받다가 안 되면 다락방님이 쓰시는 걸로 해야 되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

<여자 전쟁> 두께가 좀 되겠거니 예상하고 있었는데, <질의 응답>이랑 <마초 패러독스>가 장난하냐고 묻네요.
요즘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읽는 다락방님! 멋지십니다!!

다락방 2019-03-25 17: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말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책이 생각 안나죠? 저도 그렇게 책을 읽어왔건만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책이 전혀 생각이 안나요! 아마 다들 발레리노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런걸까요? 아 너무 궁금해... 역시 제가 직접 쓰는 게 답일까요? 제가 머릿속에 구상한 건, 이 발레리노가 발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 여자1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겁니다. 이 일반인 여자는 발레가 다 뭐람, 술과 고기에 탐닉하며 집에서 엉덩이만 벅벅 긁는 떡대있는 여자, 네, 바로 제가 모델이 되어서.... (쿨럭) 그만하겠습니다.


여자 전쟁도, 질의 응답도, 마초 패러독스도... 단발머리님, 페미사이드나 백래시에 비하면 진짜 괜찮은 두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9-03-25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26 08:10   좋아요 0 | URL
그동안엔 니진스키를 모르고 있다가 어제 ‘발레‘를 넣고 검색하니 니진스키 책이 나오더라고요. 절판이길래 도서관에 검색해봤는데 마침 제가 가는 도서관에 책이 있습니다. 후훗.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면 될 것 같아요.

검색하다가 발레리나가 주인공인 소설도 알게 되어서 역시 장바구니에 담아뒀어요. 책과 독자가 만나는 시점, 운명이란 것도 정말 있는가 봐요. 훗.

비로그인 2019-04-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재밌게읽었습니다

다락방 2019-04-04 11:11   좋아요 0 | URL
아하하 다행입니다!!
 















21살의 여자는 사이다공장에서 일하다가 약지를 다치고, 그 후에 표본실의 접수라는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딱히 간판도 없는 곳인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무엇, 보관하고 싶은 무언가를 들고와서는 표본으로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악보와 거기에 담긴 음악을 표본으로 해달라 요구하고, 반려동물의 뼈를 표본으로 해달라 요구하고, 집이 타고 남은 자리에 생긴 버섯을 표본으로 남겨달라 요구한다. 여자는 일년 남짓 이 곳에서 성실히 일했고, 그 곳의 남자 사장과 좀 더 깊고 내밀한 관계가 된다. 일하는 사람이라곤 남자 사장과 여자 접수원 단 둘 뿐이고, 퇴근 시간 후에 이들은 오래전 여성전용 아파트였던 곳의 커다란 욕실에서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루는 이 남자가 여자에게 '네 나이보다 너무 어려보이는 구두를 신는다'며 성실히 일한만큼 구두를 선물할 수 있게 해달라 한다. 그렇게 남자는 여자에게 구두를 선물하는데, 이런 요구를 한다.



"이제부터는 매일 그 구두를 신어 줘."

세 바퀴째 열네 걸음을 걸어간 참에 그가 말했다. 나는 걸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철을 탈 때도, 일하는 중에도, 휴게 시간에도, 내가 보고 있을 때도 보고 있지 않을 때도, 아무튼 내내, 알았지?" (p.45)



변태새끼...도망쳐!!



나는 여자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물론 여자는 내 말을 듣고 도망치는 대신, 그가 원하는대로 매일 그 구두를 신고 다닌다. 매일 그 구두를 신고 좀처럼 벗질 않아. 그럼 그렇지, 만약 내 말을 듣고 도망쳤다면 그게 내가 쓴 소설이지, '오가와 요코'가 쓴 소설이겠냐. 아무튼.


뭐지.. 이 새끼는 변태인가. 5센치 정도 되는 굽이라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계속 신고 있으라는거야. 그거 발 아파.

여자는 그 구두를 매일 신고 있는데, 어느날 구두를 40년째(50년이랬나) 고치던 아저씨가 표본을 맡기러 와서는 그녀의 발을 보고 엄청 좋은 구두를 신었다며 한 번 닦으러 오라고 했다. 그러나 구두가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자는 후에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구두닦이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구두를 닦아달라 한다. 할아버지는 벗고 도망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라고 말한다.



"글쎄, 어떤 걸까요? 지금까지 연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과는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는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질 수 없다는 그런 마음하고 정황만은 분명해요. 그 사람 곁에 있고 싶다는 둥의 단순한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이고 철저한 의미에서 그에게 꽁꽁 묶여 있답니다."

"허어,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뭐 완전히 이 구두 탓이구만. 구두가 먹어드는 것과 남자 친구가 먹어드는 거, 그건 한 줄기로 엮여 있는 거야. 아무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 당장 이 구두를 벗지 않으면 앞으로는 영원히 도망칠 수 없고, 절대로 이 구두는 아가씨의 발을 자유롭게 해 주지 않는다는 거야." (p.109)



할아버지는 물론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잠시 후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저는 이 구두를 벗을 마음은 없어요."

긴 침묵 뒤에 나는 중얼거렸다.

"자유롭게 되고 싶지 않아요. 이 구두를 신은 채 표본실에서 그 사람에게 봉인되어 있고 싶어요." (p.110)




이 책을 읽는데 나는 오래전에 본 영화, '매기 질렌할' 주연의 《세크레터리》가 생각났다. 으으- 제목은 그러니까 '비서'인데, 사장과 둘이 있으면서 뭔가 때리고 벌주고 하면서 일하는 약간 변태삘의 영화로 기억된다. 《약지의 표본》속 분위기가 이 영화 너무 생각나게 하는 것. 영화에서는 아마도 둘이 사랑해서 마지막에 결혼했던 것 같은데, 약지의 표본에서는 여자가 죽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 호러?


















세크레터리는 영화소개 읽다보면 '오피스 로맨스'라고 되어 있던데, 약지의 표본은 오피스 로맨스보다는 호러물에 가까운 듯. 낭만이 1도 나에게는 안느껴지고 뭔가 '도망쳐'만 계속 말하고 싶어지는 거다.



약지의 표본속 사장은 살짝 변태끼가 느껴지는데, 여자가 그런 남자를 좋다고 하면, 그에게 봉인되고 싶다고 하면.. 그것은 본인의 의지이므로 그냥 두어야 하는걸까. 신발이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는데, 그것이 그녀가 원한다면 내버려둬야 하는 일인걸까. 아, 혼란스럽다.



'김종서'의 노래중에 <아름다운 구속>이란 노래가 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되는 것은 기꺼이 견딜만한 것이라는 의미로 '아름다운' 이란 수식어를 썼을거란 건 충분히 짐작되는 바이지만, 나는 세상에 '아름다운' 구속은 없다고 생각한다. 구속은 그 자체로 답답한 것이고 벗어나고 싶은 것이 맞다. 다만 우리가 사랑에 빠져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자 하는 것이지.


내 경우 연인과 이별할 때 상대랑 싸우거나 나쁜 상태로 헤어졌던 적은 없고 대체로 좋을 때 헤어졌었다. 그러니 헤어지고나면 슬프고 힘들고 아프고 울게 된다. 이제 이 사람이 없구나, 라는 상실감은 무척 커서 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만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나를 힘들게 하고. 그렇지만 금세 해방감이 찾아온다. '이제 내 앞에 놓인 주말이 다 내꺼다!'하는 자유로움이 확- 찾아들어, 처음 그런 느낌이 찾아왔을 때는 '나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 자유로움은 정말 너무 좋은걸...내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 나는 온전히 나란 느낌은 그 자체로 충만한 것이다. 기꺼이 부자유를 선택하는 마음도 뭔지 잘 알겠지만, 나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다시 구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구속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약지의 표본은 프랑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 포스터 분위기가.... 너무.... 음....



이 책에는 <약지의 표본> 외에 <육각형의 작은 방>이라는 소설도 실려있다. 육각형의 작은 방은 이야기방을 뜻하는데, 아무도 없는 그 작은 방에 들어가서 혼자 그냥 이야기하고 나오는 방. 실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주인공도 어떻게 이런 곳이 있지, 하는 그런 방인데, 처음엔 낯설어하던 주인공이 그곳을 좋아하며 찾게 된다. 그 안에 들어가서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던 말을 하게 되는 거다.


그녀는 헤어진 애인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와 헤어진 일이 내 페이스를 마구 헝클고 있는 거예요. 등이 아프기 시작한 시기와도 꼭 맞아떨어집니다. 그와 헤어져서 섭섭하다든가 괴롭다든가 우울하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이야기는 간단하겠지만, 사실은 좀 더 추한 것이랍니다.

나는 그 사람이 정말 견딜 수 없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 말고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도, 그가 내게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저, 이유도 없이 싫어졌어요. (p.183)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내가 말하는줄????????????????????????? 사귀었던 사람이 '견딜 수 없이 싫어지는 거', 내게도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아아 꼴도 보기 싫다,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않은가. 뭘 해도 미운 거, 밥 먹는 걸 쳐다봐도 화딱지가 나. 나는 밥 먹는 거 보고 화나는 나를 보며, 아 이건 회복불가능하다, 하는 걸 느꼈었지. 여자는 그런 자신을 추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결코 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여자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이유가 없이 누군가 미워지면, 그건 추한건가? 처음 그가 꼴보기 싫어진 건 약혼식을 앞둔 요리를 준비하다 남자가 넘어지며 음식을 쏟았을 때였는데, 미안한 표정을 비롯한 여러 표정을 짓는 그를 보고 확- 마음이 사그라든 것. 실수할 수 있고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여자는 그 때 남자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렸다. 단순히 요리를 쏟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쏟아진 요리안의 호출기를 보았고, 그 호출기가 그와 단둘이 있는 다정한 시간마다 울려대어 의사인 그가 환자에게 달려가야만 했던 일이 떠오르고... 이걸,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일이, 여자로하여금 남자에게 애정이 식어버리게 만든 이 일이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터지느냐의 문제지. 언제나 사랑하는 여자인 자신보다 위급한 환자가 중요해 달려나가는 그를 보아야만 했던 여자로서는, 그것이 의사의 본분이라 해도, 어쩌면 '이것을 그만두고 싶다', '평화로워지고 싶다' 는 생각을 했을 거라고 보여진다. 은근히 원했던 것. 그러나 어떤 정당한 이유를 댈 수는 없는 거지. 그런참에 음식이 쏟아졌고, 그런참에 그간 생각했던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던 것은 아닐까.



여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만일 그때 미치오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상상은 무의미합니다. 그를 미워할 운명은 유전자가 만들어진 그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지금 막 생각이 나는군요. 미도리 씨가 그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여기까지 와 닿았다는 게 중요하다' 라고요.

어떤 길을 더듬건 우리는 그저 미리 정해진 장소로 향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 ……. (p.189)




본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의지나 노력이라는 게 이미 운명인 거라고 나는 느낍니다. 결코 인생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음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항상 내 힘으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쌓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아무리 운명이 바꾸기 어려운 것이라 해도 미리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다는 건 너무도 어리석습니다. 누구에게나 운명의 종착역은 죽음이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살아갈 기력을 상실해 버리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p.182)




여자는 남자가 너무 싫어 헤어졌는데, 남자는 헤어진 뒤에 여자를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여자는 당연히 보조장치를 잠근채로 빼꼼 얼굴만 내민다. 싫어... 싫어하니까 찾아오지마 좀... ㅠㅠ 싫어하는데 막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만나고 ㅠㅠㅠ 싫어하니까 보이지마, 좀 ㅠㅠㅠㅠ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작년 봄에, 그때 사랑하던 남자의 어떤 행동 때문에, 그가 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와 그가 알고 지낸 지인의 행동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다. 나는 그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상대에게 잠깐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그렇게 그 없이 며칠을 지내면서도 내내 괴로웠다. 그가 없다는 사실보다 '그 일'이 나를 너무 괴롭게 한거다. 이게 아무리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되고 용납이 안되고 용서가 안됐다. 그가 단 한마디만 했어도 그런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그 한 마디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버렸고, 그 일이 내게 고통이 되었고...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사랑에 대해 공부해야겟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를 이렇게나 괴롭게 한다면, 내가 사랑을 더 배워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공부하자 사랑을' 이라고 생각한거다. 연락을 하지 않던 그 며칠동안 나는 그에게 몇 번이나 하소연하고 싶었다. 애원하고 싶었다.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고, 이 고통속에서 나를 좀 꺼내달라고, 나는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 일이 있고난 후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또 헤어졌다.



나는 그 당시의 그 일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화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일은 그렇게 용서 안되는 일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짜증 한 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게 왜그렇게 화가 났을까.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 그 일은 그렇게 관계를 위태롭게 할만한 일도 아니었는데, 그 땐 왜그렇게 내 가슴을 탕탕 치며 숨을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만약 지금 그 일이 내게 다시 반복된다면, 나는 지금도 그 때처럼 숨도 못쉴것 같은 괴로움에 시달리게 될까?


만약 그 때 내가 화내고 괴로워하는 대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일을 넘겼다면, 그와 나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까?

나는 내가 그에게 '그만두자'고 말했던 순간에 대해 자주 떠올린다. 그를 잃은 상실감이 너무 커서, 내가 계속 그의 옆에 있었어야 하는데, 내가 그 순간도 넘겼어야 했는데, 종종 생각하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좋은 관계로 지냈을까? 그리고, 서운함과 속상함을 밑바닥에 꽁꽁 숨긴채로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건 과연 좋은 관계일까? 나는 '그 일'로 터져버렸지만, 결국 언제든 터질 일이 아니었을까. 내 안에 서운함과 속상함은 계속 쌓이고 있었으니까.



여자는 육각형의 작은 방을 통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혼자 말하고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본다. 우리가 그 때 다르게 행동했다면 지금 다른 결과가 펼쳐졌을까? 그러나 운명은 작은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이 책속에도 나온다. 운명은 작은 우연으로 만들어진다. 여자는 남자가 싫어 헤어지고, 그 일로 스스로를 추하게 여기고 창피하게 여겼다해도, 그것을 꺼내놓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될 만한 공간을 발견한다. 그 공간을 발견하게 되기까지는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을 다닌 다른 회원에게 뭔가 호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를 뒤에서 졸졸졸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자는 지금 이 타이밍에 여기 와있어야 했던 것일테다. 작은 우연들은 그녀를 여기로 데려왔다.




나는 시간이 우리를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놓을 거라고 곧잘 말하곤 했는데, 정말 그렇다. 재작년에 내가 그 때 그렇게나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던 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그만두자고 말했던 일,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 순간순간의 일들이 섞이고 결정들이 만들어낸 것일테다. 그리고 앞으로는 또다른 삶이 펼쳐질텐데, 그것들 역시 작고 작은 우연과 선택들이 만들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고, 그러면서 여기에 이르렀듯이 또 저기 어딘가에 이르게 되겠지. 운명의 이 시점에 여기 있어야 했고 또 운명의 다른 시점에 다른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에는 지금 여기 있다.




책 속에 잠깐 여자의 썸남 얘기가 나온다.

여자는 썸남과 레스토랑에 가 함께 런치코스를 먹기로 했는데, 여자가 수영 끝나고 가려다가 하필 시선을 붙잡는 다른 회원과 잠시 말을 하게 됐고, 결국 약속 시간에 많이 늦었고, 결국 가고자 했던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고, 결국 헤매다 들어가게 된 다른 레스토랑은 음식이 맛이 없었고, 결국 썸남은 그 뒤로 여자와 연락을 끊어버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일이, 누군가의 현실에 일어났던 일인데(결국 그도 썸녀에게 그만두자고 말했고), 소설 속에도 등장하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건가...




아무튼,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그렇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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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3-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래전에 본 영화 <뿅뿅뿅>이 생각났다˝ 이런 대사를 왕왕 치시는 다락방님이 멋있고 좋아요.
아니 당최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지???? 난 <캡틴 마블>도 지금 벌써 아리까리한데?!😣😣😣😣

다락방 2019-03-22 10:33   좋아요 0 | URL
아이참.. 또 남들은 모르는 저만의 매력을 발견해서 좋아해주시네요? ㅋㅋㅋㅋ 참애정이다, 트루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2 11:18   좋아요 0 | URL
syo님 계 탔네요!!
다락방님이 트루럽이래요!!
춤 안 춰요? (덩실덩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22 11: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3-22 11:32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다락방님을 트루럽하는 건데 춤까지 저더러 추라는 말씀이세요?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할 데가??

(덩실덩실 더덩실 덩기덕쿵덕)

단발머리 2019-03-22 11:42   좋아요 0 | URL
음악 끝날때까지 딱! 계속 추고 있어요! 무한 반복이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22 11:54   좋아요 0 | URL
좋다 덩실덩실 우리모두 덩실덩실.
아니 요즘 나는 체력 딸리니까 흐느적흐느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감동하고 읽으면서 소리치는 그런 소설 읽고 싶은뎅...
손이 안 가는건 나도 모를 일 ㅠㅠ

다락방 2019-03-22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소설을 놓지말자고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의지를 가지고 읽고 있어요. 물론 읽다보면 재미있지만. 아, 이 책이 재미있다는 건 아니고, 뭐 나쁘지도 않지만 ㅎㅎ

지금은 당분간 보관용이 아닐것 같은 책을 먼저 읽을 예정인데요, 한국여성민우회 에서 바자회용 물품을 기증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오호라, 이번엔 개인에게 방출하지말고 민우회에 보내자 싶어서, 부지런히 읽으려고요. 훗.


단발머리 2019-03-22 11:42   좋아요 0 | URL
나란 여자~ 민우회 기증 전에 책 읽어주는 여자!! 키햐!!!

다락방 2019-03-22 11:55   좋아요 0 | URL
제가 오래 안읽고 있는 책들도 쌓아두지 말고 보내버리자 싶어서 어제는 제 책장 앞에 서서 책을 골라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왜 또 책장 앞에 서니까 죄다 읽고싶죠? 내보낼 게 없어요 아놔 ㅋㅋㅋㅋㅋ 이것은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그런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19-03-2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고 꽤 괜찮기에 저자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자 하고 집어든게 <약지의 표본>이었는데, 다 읽을때까지 저는 제대로 소설 속으로 몰입을 못하고말았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이러면서요.
<세크리터리>는 못본 영화인데 적어주신 주인공 이름 매기 질렌할을 보니 제가 아는 제이크 질렌할이 얼른 떠올라서, 흔한 성도 아닌데 혹시 제이크 질렌할의 부인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여동생이네요.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이 마치 오늘의 화두처럼 다가와요.

다락방 2019-03-22 12:43   좋아요 0 | URL
저도 박사가 사랑한 수식 되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사실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요.. 그런 참에 약지의 표본은 반가웠는데, 저도 딱히 몰입이 되는 소설은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구두가 발을 먹어들어가고 있는데 거기에서 나오지 않겠다는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가 없어서요 ㅠㅠ 오히려 뒤에 실린 단편 <육각형의 작은 방>이 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영화가 처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매기 질렌할 주연의 영화를 몇 번 보았었거든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란 영화 혹시 안보셨으면, 이거 괜찮아요, 나인님! 그 영화에서도 봤고 세크리터리에서도 봤고.. 검색해보니 <다크 나이트>, <사랑해, 파리>에도 나왔네요.

아, 그리고 매기 질렌할은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입니다! 닮았지요? 후훗.


그러고보니 저 얼마전에 <어쩌다 로맨스>라는 영화를 봤거든요? 약간 음주후에 보긴 했는데, 아니 갑자기 남조연이 크리스 햄스워스로 보이는거에요. 어? 왜 그렇게 보이지? 하고 다시 자세히 보니 아니더라고요.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 ‘리암 햄스워스‘라고 크리스 햄스워스 동생이더라고요. 닮았어요. 아주 많이요. ㅎㅎㅎㅎㅎ
 

2018년 11월부터 백래시, 페미사이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캘리번과 마녀, 혁명의 영점, 그리고 3월 현재 가부장제의 창조까지. 와, 같이 읽는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책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들 읽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죠. 읽다가 몇 번이나 분노해야 했고 빡쳐야 했고 또 어려워서 눈알이 팽팽 돌기도 했고...


















해서, 4월에는 좀 쉬어가는 의미로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여자 전쟁》















사실, 저도 읽지 않은 책이라 '쉬어가는' 게 가능한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부제가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인만큼, 희망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골라봤습니다. 자, 우리 남은 3월에는 가부장제 뿌셔뿌셔 하고 다가오는 4월에는 벚꽃 구경하다가 여자 전쟁 읽고 그럽시다.



여성학 책에 새로 나온 건 뭐가 있나, 어떤 책이 좋을까 살펴봤더니, 우앙, 읽고 싶게 만드는 여러 책이 나왔네요.




















특히 위의 책들중 《재생산에 관하여》는 '낳는 문제와 페미니즘'에 관한 것이라니. 가부장제의 창조와 함께 가도 좋을 것 같아요.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는 백래시, 코르셋 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일 것 같고요. 아, 가부장제의 창조와 함께 읽을 책이 이것 말고도 또 있더라고요.

















가부장제에 대해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이 책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간이라 저도 역시 안읽어본 책입니다.


여성학 신간 살펴보다, 오, 랩걸하고 닮은 책일까 싶은 책도 알게 됐어요.


















뭔가 책이 여러권 들어가있는 페이퍼지만, 여러분, 4월 같이 읽기는 '수 로이드 로버츠'의《여자 전쟁》입니다. 헷갈리지 마시고 자, 미리미리 책을 준비해두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직 준비전이지만, 저는 주말에 외출할 예정이라 나간 김에 사가지고 들어올 예정입니다. 으하하하. 자, 준비하시고, 4월에도 함께해요!


















여러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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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읽었던 책들의 표지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오네요.
두꺼워서 혼자 읽기 어려운 책들인데, 다락방님이 으쌰으쌰 해주셔서 한 권, 한 권 읽어갈 수 있었네요.

4월에도 같이 읽어요. 봄과 벚꽃과 페미니즘이라니~~~~~~~~~~^^

다락방 2019-03-22 10:34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놓고 스티키 붙여놓은 사진 보노라니 뿌듯하더라고요. 정말 같이읽기 아니었으면 저도 읽지 못했을 벽돌책들이에요. 단발님 항상 같이 읽어주시고 글도 써주시고 최선을 다해주셔서 저도 함께할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우리 계속 함께해봐요! 4월에도 정해진 책 읽어보고, 5,6,7 월 계속 어떤 책이 좋을까 생각하고 결정해서 또 같이 읽어봅시다. 빠샤!!

블랙겟타 2019-03-2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늘 수고많으셔요.
이렇게 리딩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닐텐데 저는 덕분에 숟가락만 얹질 뿐이지요. ^^;;

저는 4월의 책은 이미 책은 사두었으니...4월도 같이 읽어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나니...
「재생산에 대하여」랑「내안의 가부장」이 장바구니에 담아..네요?(응?)

다락방 2019-03-22 10:41   좋아요 1 | URL
제가 뭐 하는 게 있나요, 그저 책 정해서 같이 읽자!! 이렇게 하는 게 전부인데요.
그런데 이게 너무 좋아요. 여러분과 같이 읽는 거요. 같이 읽으니까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었고, 또 여러분이 쓴 다른 글들 보면서 저도 더 생각하게 되고요.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진짜 큰 힘이 돼요. 그런 의미에서 블랙겟타님께도 감사드려요! 후훗.


저 역시도 재생산에 대하여, 내 안의 가부장 장바구니에 담아뒀습니다. 아이참. 세상에 읽을 책은 왜이렇게 많은 가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러네요,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3-22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책이 많다는 게 좋기도..싫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
다락방님,주말 잘보내세요~ (๑˃̵ᴗ˂̵)و

퍼론 2019-03-2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락방 2019-03-22 14:43   좋아요 0 | URL
네,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갑시다!

공쟝쟝 2019-04-0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 힘내야함 (부릅!!!)

다락방 2019-04-01 17:06   좋아요 1 | URL
자자, 힘냅시다, 쟝쟝님. 힘내요, 힘!! 빠샤!!!
 















어제 이 책을 좀 읽었는데 '나르시시즘 인격장애' 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나는 혹시 나인가 싶어서 관심있게 해당하는 각주를 읽었다.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란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지경에 처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이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은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으면서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바라며, 엄청난 부나 권력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자신은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며,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르고 떠받들어야만 한다고 굳게 믿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간관계를 거침없이 이용한다. 상대의 감정 따위는 깨끗이 무시하며, 다른 사람의 성공을 무섭게 질투하고 갖은 거만을 떤다. 한쪽의 열등감과 불안감, 다른 쪽의 과도한 자신감과 거만함 사이에서 빚어지는 내적인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는 탓에 균형 감각을 상실한 사람이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를 앓는다. (p.61)




아아, 이 각주를 읽는데, 나는 바로 전날 읽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헨리'가 생각났다. 그 새끼,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였구나! 하고. 변호사를 해볼까 싶지만 어려워서 싫어, 사업을 할까 싶은데 그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근데 나 돈많은 친구들 많아, 어휴, 이런 식으로 나는 일 못해 수시로 때려치고 그러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빚이 쌓이지만 그걸 갚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에이 뭐 어때 오늘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거나 먹자' 이러는 남자인 것이야. 아내에게 '응, 다른 여자한테 정신을 잃었었지, 근데 그 여자 이제 지겨워 암캐야' 라고 말하는 남자. 세상 쓰레기.. 저 새끼, 나르시시즘 인격 장애가 있었던 거구나...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내가 살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지나친 자기애는 반드시 열등감과 함께 있다. 이렇게 못난 나, 이렇게 우울한 나를 상대가 반드시 위로하고 사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 지나친 자기애가 스토커를 만들고 데이트 폭력범을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사랑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못하는 사람, 자신은 세상 중요한데 너는 왜 나를 나만큼 중요하게 생각안하지? 내가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지? 하아- 이런 증상이 바깥으로 나오면 헨리같은 쓰레기가 되고 더 튀어 나오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으윽-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도 아직 1장 밖에 읽지 못했는데, 살인자인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여성 살인범, 그녀가 그렇다면 왜 살인까지 하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그녀는 살인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그 사연. 아마도 읽고나면 밑줄 그을 문장이 너무 많을 것 같다.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자,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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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21 10:49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덕에 솔라 읽어보고 싶어졌네요.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하며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비연 2019-03-2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나친 열등감이 지나친 자기애와 과장으로 이어지곤 하죠.

다락방 2019-03-21 10:50   좋아요 1 | URL
지나친 자기애는 자칫 자기비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고요, 정말 너무 싫어요. 건강한 몸도 중요하고 건강한 자기애도 중요하다고 나이들수록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