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리석은 사랑에서 빠져나와.


















언젠가 얘기한 적 있지만, 자신이 기다리던 애인이 죽은 걸 알고 여자가 슬퍼하는 영화를 보면서, 아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잖아, 라면서 한참 이별의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스스로를 위로했던 거다. 나를 만나지 않는동안, 나와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다른 누구를 사랑하고, 데이트하고, 만나고, 웃고, 함께 잘지 모르지만,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그가 어딘가에 살아있기만 하다면, 내가 언젠가는 어떻게든 그를 보게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나는 내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저 보통의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도 다 나랑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할 거라고. 이별의 아픔은 때로 극복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때로는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한들,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대가,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라는 마음 같은 걸 갖게 될 거란 걸 나는 상상해본 적 조차 없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물론 지금은 안다. 아주 많은 남성들이 자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죽인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 대해 얼마나 많이 사회적으로 그 남자들을 이해하고 용납했는지까지도.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너무 재미있게 잘, 감동하며 읽어냈던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이런 내용을 만날 줄을 몰랐다. 어렴풋이 이것이 비극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은, 이십대 초반에 읽었던 책 때문이었다. 그 때 당시에 내가 읽었던 파리의 노트르담은 한 권짜리였고 분량도 많지 않았다. 아마도 축약본이 아니었나 싶은데, 하도 오래 되어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고, 이미 나를 감동케한 두 소설을 내가 읽었으니, 새해 맞이 소설로 이만한 게 없을 거란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책은 위고의 책이다! 했던 거다. 하아-



얼마전에 본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여주인공들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니지마' 라고 말하고 수트를 입고 다니면서 '센'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는데, 그 두 주인공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학습된' 페미니즘 이었다. 영화는 재미도 없지만,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들에게 도무지 공감이 되지를 않는다. 친구가 사라져서 슬프다고 블로그를 통해 추리를 하고 소식을 전하면서, 그러나 그 친구가 죽고 나자 친구의 남편과 자고 친구의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에 흥분하고, 죽은 친구의 옷을 입어보고... 물론 커다란 집과 예쁜 옷들 다정한 남편을 부러워할 수도 있고 시기할 수도 있다. 그런 여자들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에는 어떤 내적 갈등도 없고 그렇다고 욕망이 드글거리는 것도 아닌,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으로 그려낸 캐릭터가 있는 거다. 이 영화속 여자들은 달라! 라고 보여주려 했지만, 그러나 실제 그녀들이 보여준 건 납작했고,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남자감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남자 감독이었다.



나는 빅토르 위고가 이 책,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그려낸 여자들 역시 빅토르 위고가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여자들을 그려냈다고 본다. 위대한 어머니, 흉측한 외모에 비난과 야유를 퍼부어대는 여자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계속해서 속삭이는 십육세의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여자... 결국 여자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크게 불러 저와 제어미를 죽음에 내던진다. 얼마나 화딱지가 났는지...


1권에서 어리석은 사랑이라며 내가 빠져나와야 한다고 했던 그것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아.


물론 죽음으로 내몬 남자가 그 하나뿐은 아니다. 아아. 위고는 이 책에서, 어쩌면 자신이 그것을 의도했는지 모르는채로,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다룬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가장 주된 요인이 바로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에 분노하는 한 남자이니까. 그는 연신 그녀에게 나를 받아줘, 나를 사랑해줘, 라고 하지만,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에스메랄다가 그를 받아들일 이유가 무언가. 게다가 그는 그녀를 겁탈하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랑하란 말이야? 싫다, 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고 말하는 여자를, 그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널 가질 수 없어' 라며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 속에서 여자들은 남자의 외모가 흉하다고 야유를 퍼붓지만, 남자들은 여자를 강간하고 죽였다. 위고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그러니까 위고가 자기가 머릿속으로 아는 여자, '이럴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려낸 여자들을 소석 속에서 보여줬지만, 결국 소설속에서는 지금 현실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어'라고 여자를 죽여버리는 남자가 나오는 거다. 대체, 남자들에겐 어떤 결함이 있는걸까? 왜 거절에 살인으로 대응할까? 게다가 그것을 피해자인 여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도 빅토르 위고가 그려낸 프랑스의 15세기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컨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잖소? 오!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그래, 당신은 영원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가? 나를 언제까지나 미워하겠다는 건가! 그래 모든 것은 끝장났단 말인가! 바로 그런 까닭에 나 자신이 성미가 고약해지고 스스로 악독해진 거야. 당신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내가 우리 두 사람의 저승의 경계에 서서 떨면서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2권, p.432-433)




이 책의 작품 해설은 2005년에 정기수 가 쓴것인데, 위고가 이 소설을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읽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카지모도와 라 에스메랄다라는 두 인물이다. 그들은 이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중세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겠으나, 거기서 한 걸음 벗어나, 빅토르 위고가 주장하는 정신적 진리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즉 곱사등이고 애꾸눈이고 절름발이인 가련한 종지기, 군중의 조롱거리가 되는 불구자인 카지모도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영리한 뭇사람들보다 더 고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 집시 아가씨 라 에스메라다는 아름답고 순결하고 착한데도, 그녀의 순진함을 미워하고 약함을 이용하는 인간 악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숙명적으로 운명이 서로 결합하게 되는, 이 감동적인 두 인간은 독자의 가슴을 연민의 정으로 가득 채우고, 이 소설의 로마네스크한 흥미를 한결 북돋워 준다. (작품해설, 정기수, p.496)



아니, 이것은 순진함을 미워하고 약함을 이용하는 인간 악에 희생되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든 하지 못했든, 빅토르 위고가 그것을 알았든 몰랐든, 그런 일은 예로부터 이렇게나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에스메랄다를 보는 것은 짜증스러웠지만, 그러나 그녀가 그 어리석은 사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는 그 사랑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페뷔스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나 관계를 맺었다면, 그녀는 페뷔스의 본질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만난 시간은 짧았고 얼마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그를 알기에 부족했다. 그녀가 본, 알고 있는 그는 '나를 구해준 남자'가 전부이니까. 그렇다한들 엄마와 자신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도 그 남자가 자신을 봐주기를, 자신에게 와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 화가 나서 공감이 안돼. 일단 네가 살아야 한다, 네가 살아야 해, 네가 살아야 사랑이고 뭐고 할 거 아니야! 라고 내가 아무리 외쳐봤자 에스메랄다는 내 말을 들을 리 없고 위고는 이미 이야기를 완성해놓은 뒤다. 아, 나여... 진짜 내가 예전부터 아는 여자들 모두에게 미친듯이 반복하는 얘기가 있으니, 오, 여자들이여, 남자와의 사랑을 생애 유일한 기쁨이자 목표로 삼지 말아라, 기쁘게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되게 하라.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에스메랄다여,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 말해줬을 거예요. 당신을 살게 하는 이유가 절대 페뷔스 하나여서는 안된다고, 그것 말고도 지탱할 것들이 여러개 있어야 한다고, 나는 말해줬을 거예요.




마음에 드는 남자주인공 하나 안나오지만, 읽으면서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였지만, 흥미진진하게 책장이 빨리빨리 넘어갔다. 내 취향이지만, 공간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지루해서 어서 빨리 넘겨버리고 싶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임금과 백성이 만나는 이야기 같은 것들은 위고 특유의 날카로움이 있다. 그래서 내가 레미제라블을 울며 읽었었고, 웃는 남자를 좋아했었지. 그러나 읽노라면,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 같은 웅장함같은 게 좀 덜해서, 이것은 좀 더 젊은 시절에 쓴것일까, 그 위대함이 여기엔 좀 부족한데?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작가 연보를 보니 이 책은 위고의 29세 간행. 레미제라블은 60세 간행이더라. 오, 나이들어서 더 훌륭하고 더 멋진 작품을 써냈다니, 그야말로 한 개인으로서도 다행이며 독자로서도 다행이다. 인물들이 마음에 안들면 보통 이야기도 재미없기 마련인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현대에 재해석해서 영화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여자라면 섹스하기에 급급해서, 여자랑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갈보집'에 데려갈 생각을 가장 먼저한다. 돈은 없으니 돈좀 빌려달라고 저들끼리 공공연하게 얘기해.



"장, 이봐, 장! 자네도 알다시피, 생 미셸 다리 끝에서 그 계집애와 만날 약속을 했는데, 그 다리의 갈보 팔루르델의 집으로밖에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없단 말이야. 방 값을 치러야만 해. 그 흰 콧수염 난 늙은 화냥년이 내게 외상을 주지 않을 거야. 장! 제발 부탁이야. 우리가 사제의 전대를 다 둘러 마셔버렸나? 이제 파리 주화 한 닢도 안 남았단 말야?" (2권, p.101)



페뷔스는 자신을 연모하는 에스메랄다와 만날 약속을 하고서는 그녀를 갈보집에 데려가려고 하고, '그 계집애' 라고 그녀를 칭한다. 이런 남자야, 에스메랄다. 나와, 나와, 나오라고... 그 사랑에서 나와.


페뷔스와 장의 대화를 보는데 문득 무서워졌다. 내 애인들 중 누군가도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만나러 가면서 '그 계집 만나러 간다'고 말했을까? '오늘 만나면 데리고 가서 자야지' 하고 낄낄거렸을까? 페뷔스는 중대장이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며 잘생겼고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런 남자도 친구를 만나면 '계집을 만나러 간다'고 해. 남자들, 다들 저러고 사는거야?



단둘이 처음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된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를 만났다는 기쁨에 젖지만, 페뷔스는 자꾸 그녀를 벗기고 안으려 한다. 에스메랄다는 이에 저항하는데, 하아, 페뷔스는 아주 전형적이다.


페뷔스는 뒤로 물러나면서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 "오! 아가씨!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군!" (p.123)



아, 이 말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나 역시 거부의 몸짓에 저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러는 건 너를 사랑해서야, 사랑하면 원래 이러는거야' 라고. 안타깝게도 그는 나의 첫남자였는데, 그 당시에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아 사랑하니까 하는거구나, 사랑하니까 해야 되는거구나' 였다. 나는 그를 사랑한걸까? 나는 분명 당시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에게 상대의 저 말은 얼마나 힘이 셌을까? 나는 혹여라도 그가 내 사랑을 의심할까 두려웠다. 내가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게 증명되어지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 때의 나는 에스메랄다보다 나이가 많았는데도 그랬다. 에스메랄다는 고작 16세였다.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가련한 불행한 소녀는 이렇게 외치면서 동시에 자기 곁에 앉은 중대장에게 매달렸다.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나의 페뷔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쁜 사람, 제 가슴을 이렇게 찢어놓기예요? 아! 자, 저를 가지세요, 다 가지세요!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당신의 것이에요. 부적이 제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어머니가 제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시이 제 어머니인걸요, 저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페뷔스, 나의 사랑하는 페뷔스, 저를 보고 있나요? 이건 저예요, 저를 보세요, 이 계집애를 당신은 쫓아버리려 하지 않아요, 제 발로 걸어와서 당신을 찾고 있는 이 계집애를 말이에요. 제 마음도, 제 목숨도, 제 몸도, 제 육신도, 이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에요, 나의 중대장님. 그래요, 좋아요, 겨혼하지 마요, 당신이 싫다니까. 그리고 제가 뭔데요? 저는 한낱 보잘것없는 개골창의 게집, 그런데 당신은, 나의 페뷔스, 당신은 귀족인걸요. 참으로 가관이죠! 춤추는 계집애가 장교와 결혼하다니! 제가 돌았어요. 안 될 말, 페뷔스,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저는 당신의 정부가 될 거예요, 당신이 원할 때는 당시느이 재미, 당신의 즐거움이 될 거예요. 저는 당신의 계집이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되게 마련이에요. 더렵혀지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정조를 빼앗기고! 하지만 그럼 어때요! 사랑만 받는다면. 저느 ㄴ여자들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가장 즐거운 여자가 될 거예요." (p.123-124)



안돼, 에스메랄다, 안돼. 그거 아니야. 세컨드를 자처하지마.

당신도 그 누구도 세컨드가 되어서는 안돼요.

세컨드라도 되고 싶은  그 마음 나도 잘 알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세컨드가 되면 결국 영혼이 황폐해져요. 우리는 그 누구도 세컨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겁니다. 안돼 에스메랄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고 또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에게 결혼을 요구할 수 있어요. 결국 그렇게 세컨드로 만족하지마요, 자신을 낮추지마. 우리는 그런 관계속에 들어가면 안돼.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옷을 벗지 않아도 돼. 그러지마요.



세컨드는 안되는거야. 세컨드를 두어서도 안되고 세컨드가 되어서도 안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이제 그만 쓰고 밥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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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09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이 아무리 재미있다해도 다락방님의 이 글보다 못할 거예요! 휘몰아치게 단번에 알차게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읽는 맛의 정수, 다락방님!
어서 밥 먹어요! 어서, 어서!!

다락방 2019-01-09 17:31   좋아요 0 | URL
페미사이드는 정말이지 알고 있었지만 그 역사가 꽤 오래됐어요. 위고가 그리고자 한 건 작품 해설가의 말처럼 악이 공격하는 약함 혹은 선함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 형태는 나를 거절한 여자 죽이는 남자 였네요.

여러 부분에서 ‘왜그랬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재미있게 저도 잘 읽었어요. 에스메랄다가 엄마를 만나게 될지, 페뷔스랑 어떻게될지, 등장인물들의 다음 사건들이 궁금해 책장이 빨리 넘어갔어요. 그리고 결국 이런 글이 나왔네요. 하하하하.


점심은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마라탕 먹었습니다. 꺅 >.<

심술 2019-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뷔스와 장의 대화를 보는데 문득 무서워졌다. 내 애인들 중 누군가도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만나러 가면서 ‘그 계집 만나러 간다‘고 말했을까? ‘오늘 만나면 데리고 가서 자야지‘ 하고 낄낄거렸을까? 페뷔스는 중대장이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며 잘생겼고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런 남자도 친구를 만나면 ‘계집을 만나러 간다‘고 해. 남자들, 다들 저러고 사는거야?

다는 아니고 십중칠팔은 저러고 사는 듯 하네요.
아주 주관적인 제 주위 남자들 관찰하고 얻은 결론이라 오차범위가 어느 만큼인지는 모르겠어요.
다행히 어느 마초가 절친에게 ‘애인 생겼다고 우린 잊었냐? 계집애 하나 때문에 우리 ?년 쌓은 우정 버릴 거야?‘고 시비걸자 그 절친이 마초에게 주먹질하는 것도 보기는 봤어요.

뒷이야기는 훈훈합니다.
마초는 제 언행을 반성하고 절친에게 사과했고
절친은 ‘그날 흥분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다시는 내 애인 나쁘게 말하지 마라.‘며 사과를 받아들여 다시 친하게 지내고
마초가 말한 ‘계집애 하나‘는 마초 절친의 아내이자 아들 하나의 엄마가 돼서 화목하게 살죠.

마초와 마초 절친은 둘 다 제 지인입니다.

다락방 2019-01-09 17:34   좋아요 0 | URL
남자들은 자신의 혹은 친구의 여자친구를 낮춰부름으로써 본인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호칭문제뿐만이 아니라, 연인관계에서 데이트를 할 때도 관계형성을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너는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못하고... 하면서 못하는 것들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자연스레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려고 하는 거요. 그래봤자 자기가 잘나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심술님이 말씀해주신 마초처럼 다른 사람들도 결국은 반성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곳곳에서 너무 사소하게 빈번하게 여성혐오가 일어나서 말이지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누군가 알려주고 또 스스로 깨닫고 하면서 반성하면,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러면 잘못인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만... 요즘 보면 모두 반성하고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일종의 판타지인 것 같아요.

심술 2019-01-09 19:57   좋아요 0 | URL
그래봤자 자기가 잘나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100% 동감이예요.

독서괭 2019-01-0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돼, 그거 아니야!! 라고 함께 외치게 되네요 ㅜㅜ 왜 그랬니 에스메랄다.. 왜 그랬어요 29살의 위고...

다락방 2019-01-09 17:35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도 <it>을 썼을 때는 ‘이게 뭐야‘ 싶었었는데, 그 뒤에는 더 나은 작품을 썼더라고요. 위고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어휴, 어찌나 에스메랄다 구해내고 싶은지... 어리석은 사랑으로부터도, 에스메랄다 잡으러 온 군인들로부터도 말예요. ㅠㅠ

302moon 2019-01-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읽기 불편한 소설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 진행 중-이라기보다 안 읽고 팽개쳐놓은 지(;) 한참 됐네요.

다락방 2019-01-09 17:36   좋아요 0 | URL
중간중간 ‘왜 이런걸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저는 그런 의문들과 불편함을 가지고도 재미있게 읽긴 했어요. 위고의 초기작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레미제라블과 동시에 나온 게 이런 소설이라면 뭔가 ... 어휴.....

저는 이제 다음 작품을 고를 차례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 ‘이제 뭐 읽지?‘

후훗.
 
파리의 노트르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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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다룬 소설인 걸, 이렇게 다시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네.
이 소설 속에서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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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1권을 읽으면서도 할 말이 많았지만 건너뛰고, 오늘 출근길부터 2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에스메랄다 때문에 정말이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일전에도 <stupid cupid>노래 올리면서, '누구나 한 번은 어리석은 사랑에 빠진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아주 오래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아, 어리석은 사랑은 생애 꼭 한 번쯤 숙명인 것인가..하는 생각을 했다.


에스메랄다는 집시를 싫어하는 부주교의 명에 따라 성당 종치기인 카지모도에게 겁탈당할 위기에 놓인다. 그 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시인, '그랭구아르'가 그녀를 구해주고자 하지만 한 대 맞고(두 대였나) 뻗어버리고, 중대장인 '페뷔스'가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에스메랄다는 이 일로 페뷔스에 대한 연정을 품게 된다. 하아-


오래된 영화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게, 위기에 빠진 여자를 구해줌으로써 점수를 따는 남자였다. 나를 구해주는 남자 라는 건 확실히 매력적이다. 나에게 해를 가하려는 남자보다 나을 거야 뭐 두말하면 잔소리니까. 그러니 많은 동화속에서는 그렇게나 백마탄 왕자나 기사가 나타나 여자를 구해주는 걸 써낸거겠지. 그렇지만,


그 당시에 다른 남자의 겁탈로부터 구해줬다고 해서 이 남자는 정의로운 남자일까? 좋은 남자일까? 훌륭한 남자일까? 내가 사랑에 빠져도 좋을 사람인걸까?


페뷔스는 집시 에스메랄다를 구했지만, 구한 건 사실이지만, 구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갈보'라 부른다. 겁탈하지 않았지만 여자를 갈보라 부르는 남자가, 좋은 남자일까?


게다가 그는 중대장으로서 이곳 저곳을 다니며 술과 여자를 즐기며 다녔다. 귀족 약혼자가 있지만 시들시들하고 입버릇을 비롯한 생활패턴이 천박해진 게 드러날까 노심초사 하는 남자다. 그래도 그 중대장이라는 신분과 잘생긴 외모 때문에 귀족 여자들은 그의 눈에 들고 싶어하고 그와 대화하고 싶어한다. 약혼녀를 비롯한 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 남자 하나를 두고 서로 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저 멀리, 에스메랄다가 춤추는 게 보였고, 여자들은 그에게 '일전에 니가 구해준 적이 있으니 그녀를 불러보라'고 말하고, 이에 페뷔스는 그녀를 불러 자기들앞으로 오게 한다.


막상 그들에게로 다가온 에스메랄다를 보자 여자들 모두 긴장하고 적의로 똘똘 뭉친다. 에스메랄다가 너무 예뻐서. 그래서 그녀를 다같이 적으로 삼고 멸시하려 든다. 나는, 위고가 이 책에서 이런 식으로 여자들을 묘사하는 게 불편했는데, 1권에서는 종치기이자 꼽추인 카지모도를 순전히 외모  때문에 저주하고 욕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여자들이 더 그렇다고 말하면서. 나는 내내 궁금했다. 정말 흉측하게 생겼다는 그 이유만으로 여자들은 저주하고 욕하는가? 정말 그래?


위고가 그려내는 여자들은, 이제 신분이 다른 여자 하나를 불러놓고 단체로 모욕한다. 거기엔 중대장이 그녀들 앞에서 에스메랄다를 정말 예쁘다고 말한 게 컸다.


플뢰르드리스는 짐짓 상냥한 체하는 멸시 어린 태도로 중대장에게 대답했다. "제법 예쁘네요."

다른 아가씨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p.23)



아가씨들은 그녀의 면전에서 그녀의 외모를 평가하고, 외모로는 그녀를 깔아뭉갤 수 없자 그녀가 입은 옷을 지적하고 그녀의 싸구려 귀금속들을 지적한다.



요컨대, 이 대갓집 규수들 앞에서 한낱 보잘것없는 광장의 무희 따위가 무엇이겠는가! 아가씨들은 그녀가 거기에 있는 데는 전혀 아랑곳도 하지 않는 것 같았으며, 그녀 앞에서, 그녀에 관해, 그녀 자신에게, 큰 소리로, 마치 무슨 꽤 불결하고 꽤 천하면서도 꽤 예쁜 것을 이야기하듯 지껄이고 있었다.

집시 여자가 그렇게 마늘로 찔러대는 것을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때때로 수치심에서 오는 홍조와 분노의 섬광이 그녀의 눈이나 볼을 타오르게 하고, 경멸의 말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주저하는 것 같았고, 독자가 이미 그 버릇을 알고 있다시피, 그녀는 멸시감으로 입을 삐쭉거리곤 하였으나,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까딱 않고 서서 그녀는 체념한 듯이 슬프고 부드러운 눈으로 페뷔스를 지긋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눈길에는 또한 행복감과 애정도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초겨날까 봐 두려워서 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페뷔스로 말하자면 그는 웃고 있었고, 교만과 동정심 섞인 태도로 보헤미아 아가씨의 편을 들고 있었다.

"저들이 멋대로 지껄이게 내버려 두구려, 아가씨!" 그는 그의 금 박차를 짤랑짤랑 울리면서 되풀이했다. "물론 당신 옷차림이 좀 괴이하고 야성적일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 같은 아리따운 처녀가 아무려면 어때?" (p.27-28)



아, 너무 무례한 사람들이다. 사람 면전에서 외모를 평가하고 지적하고..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그곳의 분위기는 그녀에게 얼마나 수치이고 억압일까. 그럼에도 애정을 품고 있는 페뷔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니, 나는 에스메랄다에게 따끔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야, 그 남자 아니야, 그 남자 어차피 그 안에서 같이 동조하고 있는 남자자잖아. 그 남자 형편없는 남자야, 그 남자를 사랑하지마. 나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그녀에게 내 말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stupid cupid> 라는 노래에 대해 글을 썼을 때는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보고난 후였다. 그 영화 속에서도, 기억은 잘 안나지만, 주인공이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었다. 그러다가 제자리를 찾았고.

나 역시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다. 크- 심지어 내가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을 때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주인공보다, 에스메랄다보다 더 나이도 많았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주인공은 십대 였고, 에스메랄다는 고작 스무살이야. 나는... 하아.


왜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는가.

내가 사랑하게된 상대가 나쁜 남자인 걸 알지 못해서 그랬다. 나쁜 남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일 줄은 몰랐지.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그런 남자일 리가 없어, 라는 생각으로 나는 사랑을 했다. 아예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내가 잘못된 줄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쭉 갔다. 훗날 돌이켜 그것이 사랑이었나, 물어보면, 그것은 사랑인 줄 착각한 것이었던 거라는 답이 스스로 돌아왔다. 내 이 나쁜 사랑은 이미 내 운명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사주를 보러 갔을 때 다짜고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더랬다.


나쁜 사랑을 했었네.


그것이 내가 가진 내 평생의 비밀이다.



에스메랄다와 페뷔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페뷔스가 자신의 한심함을 깨닫고 좋은 남자가 되어 에스메랄다랑 사랑을 하게될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아마도 이 어리석은 사랑에 빠진 에스메랄다만 상처를 받고 다치겠지. 내가 페뷔스의 형편없음을 지적한다고 해서 에스메랄다가 내 말을 듣고 자신의 사랑을 그만둘까? 그도 역시 아닐 것이다. 에스메랄다는 지금 자신의, 자신만의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일단 혹독하게 그 사랑을 치러내겠지. 우리가 나쁜 남자를 굳이 겪어낼 필요는 없지만, 그런 과정들이 나쁜 남자를 앞으로 안만나게 걸러내주기는 하는 것 같다. 걸러내다보면 만날 남자가 없겠지만..


갈보란 단어를 욕으로 쓰는 남자 자체에 대해서도 나쁜 남자라 만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페뷔스는 그걸 에스메랄다에게 했다. 에스메랄다는 그런 남자에게 '날 구해준 남자'라며 연정을 품고. 너무 가슴이 답답하다. 아니야, 그 남자 아니야, 그는 좋은 남자가 아니야, 그는 사랑에 빠질 가치가 없어, 그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지마... 빠져나와..... 그러나 내 말은 에스메랄다의 귀에 닿지 않을 것이다.


에스메랄다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게 될까? 어리석은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오게 될까? 빅토르 위고가 그렇게 그려냈을까? 빅토르 위고는 어쩐지 에스메랄다에게 그보다 더한 비극을 안겨줄것만 같다. 이미 자루 수녀로 그걸 암시한 바가 있어...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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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당신이 먼저야, 항상.
    from 마지막 키스 2019-01-09 12:44 
    언젠가 얘기한 적 있지만, 자신이 기다리던 애인이 죽은 걸 알고 여자가 슬퍼하는 영화를 보면서, 아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잖아, 라면서 한참 이별의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스스로를 위로했던 거다. 나를 만나지 않는동안, 나와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다른 누구를 사랑하고, 데이트하고, 만나고, 웃고, 함께 잘지 모르지만, 그걸
 
 
transient-guest 2019-01-0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한번은 인생의 마가 낀 연애를 하게 마련인가봅니다 대략의 요체는 알고 있으나 아직 책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네요

다락방 2019-01-07 10:14   좋아요 1 | URL
오, 트랜님도 마가 낀 연애를 하신 적이 있단 말입니까?! ㅎㅎ

저는 이십대에 노틀담의 꼽추란 책으로 읽었었는데 그 책이 한 권에 두껍지 않았던 걸 보면 아마도 축약본이지 않았나 싶어요. 축약본이든 뭐든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질 않네요. 고전은 성인이 되어 읽는 게 진리인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걸 보게 해주는 것 같거든요.

트랜님, 같이 읽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9-01-08 07:44   좋아요 0 | URL
책을 구하면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질질 끌려가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 제때 break하지 못한 나쁜 연애가 좀 있어요. 왜 만났는지 지금 생각해보 모르겠습니다.ㅎㅎ 어릴 때 읽은 건 아무래도 이것 저것 취사선택이 된 버전이었을 것이니 기회가 되면 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대략 중고생 때면 어느 정도 머리가 커지니까 그 정도에 읽어도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 음미하는 맛은 깊어지지만 독서에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ㅎㅎ

다락방 2019-01-08 09:12   좋아요 1 | URL
저는 치명적으로 나쁜 연애도 있었고, 안해도 좋았을 나쁜 연애도 있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 알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연애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아니, 트랜님이 독서에 시간이 많이 걸리신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엄청 많은 양의 책을 읽으시잖아요. 속독하시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읽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 저는 지금 매우 슬프게 읽고 있습니다. 2권의 절반쯤 읽었는데, 앞으로 슬플까봐 겁나요. ㅜㅜ

꼬마요정 2019-01-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윽 위고 나빠요ㅠㅠ 다락방님 솔직히 나쁜 남자가 여자 때문에 착해지는 건 말이 안되죠ㅠㅠ 전 콰지모도가 선한 영혼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얼른 다 읽으시고 리뷰 써 주세욤 ㅎㅎㅎ

다락방 2019-01-07 10:15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의 카지모도(기존에 읽은 책에서는 콰지모도 였는데 이 책에서는 카지모도 로 나오더라고요)는 결코 선한 영혼이 아닌데 말이지요. 나쁜 남자가 여자 때문에 착해지는 것도 말도 안되고, 세상엔 나쁜 남자가 너무 수두룩해요. 저도 얼른 읽고 싶은데 업무에 치어 살아요. 엉엉 ㅠㅠ

단발머리 2019-01-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르담 드 파리> 예매해놓고 이 책들을 샀더랬죠.
읽고 가리라, 내 읽고 홍콰지모도를 만나리라.
아직도 못 읽었는데 다락방님 리뷰 읽고 좀 화가 나네요. 나쁘다... 지은이... ㅠㅠ

다락방 2019-01-07 14:48   좋아요 0 | URL
에스메랄다에게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슬퍼요.
ㅠㅠ

저도 지킬 앤 하이드 예매해놓고 책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책 읽는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다 읽으면 또 글 쓰도록 할게요. 그냥.. 제 예상과 달리 해피엔드가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ㅜㅜ

꼬마요정 2019-01-07 15:56   좋아요 1 | URL
전 배우 정보 없이 노담 봤는데, 나중에 보니 홍콰지더라구요 ㅎㅎㅎ
어쩐지 노래 너무 잘 한다 했어요 ㅎㅎㅎ

어쩌죠 다락방님....................................

다락방 2019-01-07 16:11   좋아요 0 | URL
노도 노틀담 드 파리 뮤지컬도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이미 다 보셨군요! 전 검색 한 번 해봐야겠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9-01-07 16:33   좋아요 0 | URL
어쩐지 노래 너무 잘 한다 했어요 ㅎㅎㅎ 에 맞아요!!! 한 사람.... 저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피톤 프로젝트를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내 서재를 즐겨 찾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에피톤 프로젝트의 시디를 사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사준다면 그 의미가 뜻깊을 것 같아서였다. 참, 다른 말이지만, 나는 이렇게나 소박하네..사달라는 게 고작 시디 한 장이라니..


에피톤 프로젝트는 나에게 특별한 가수, 예술가였다. 나는 <이화동>이 너무 좋아서 이화동에 친구와 찾아가 보기도 했다. 갔는데 별 거 없어서, '역시 추억은 각자의 것이야' 하고 생각하며 돌아섰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멀리 간다며 보기를 청해왔을 때, 헤어진 다음날에도 나는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여전히 이화동을 아프게 듣는다.

<눈을 뜨면>은 어떻고! 크- 나는 이 노래를 에피톤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신해철 사망 당시에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저기 건널목 앞에서 '조심히 건너'라고 말하는 노랫속 상대를 따라서 혼자 '조심히 건너'라고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숱하게 말해보기도 했다. (약간 또라이같나??)

<회전목마>는 그 해의 페이버릿 이었다. 이 노래가 주는 상징이 내게 너무나 간절해, 분명,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고 나는 내게 속삭였었고, 그리고 정말로 그랬다. 이 노래의 가삿말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축복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기도 했었어.

그렇게 나는 그의 신곡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새 노래들을 들어봤고, 그가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얼른 예매하기에 바빴다. 그의 콘서트에 처음 가게 됐던 오래전에, 그의 노래가 시작하길 기다리면서, 그리고 그의 노래 전주가 들리는 동안, 옆자리에 남자친구가 앉아 있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 나는 남자친구보다 이 콘서트가 더 좋다.'


정말 그랬다.

정말 그랬어.



그런 나지만, 에피톤의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노래를, 가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어라, 이건 좀...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래도 어쩌면, 내 생각과는 다른 것들이 그 안에 있어 나는 밑줄 그어가며 읽을지도 모른다, 내가 에피톤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하고 책을 펼쳤는데, 아아, 그간 숱하게 읽어온 독서력으로 나는 나의 짐작이 틀리지 않음을 그 안에서 찾아냈다. 읽으면서 자꾸만 뚝, 뚝, 팬심이 떨어지는 걸 느꼈어.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미 팬심이 저기 밑에 내려가 있었다.


첫장부터 '이런 글은 왜 써서 책으로 낸걸까?' 란 생각을 했는데, 얼마 넘기지 않아 혼자 평냉에 소주를 시켜먹는 걸 보고는 몹시 좋았더랬다. 거봐, 이렇잖아, 이렇게 좋은 부분이 나오잖아. 세상에, 혼자 들어가 평냉에 제육반접시 그리고 소주라니. 크- 완전 내 타입이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크- 그것은 지상낙원. 아아, 에피톤, 선주후면을 아는 몸이었군요! 나는 그렇게 동지 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또 흐음, 흐음... 하는 부분들만 연달아 나와... 음.... 그러다가 확 내 마음이 돌아선 건 이병률 나올 때였던 것 같다. 이병률의 팬을 자처하며 그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뭐랄까, 음, 내 타입 아니구나 이 사람...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여행갔던 얘기며 음악을 하던 것에 대한 고민들을 펼쳐나가다가 예전 사랑 혹은 예전 애인에 대한 추억을 끼워 넣었는데, 이 얘길 하기 위해 부러 책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 에피소드들이 혹은 그 추억의 글들이 좋질 않았다. 추억은 저마다의 것이니, 자신의 추억을 자신이 기록하는 것이지만, 나는 내가 점점 더 그로부터 멀어지는 걸 느꼈어. 평냉과 제육과 소주에서 겹치던 음식 취향도 뒤로 갈수록 그것 말고는 나랑 같은 것도 없고, 여행 가서 뭔가 제대로 잘 먹지 않는 것도 내 타입 아니고... 아무튼 그냥 나는 이병률 감성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라.....그런데 이 책을 읽노라니 에피톤은 이병률과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자 나는 내 타입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어버리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크-


굿바이.



일전에 에피톤 앨범에 대한 리뷰에 '당신은 그저 (남자나 애인이 아닌) 예술가로만 만나는 게 좋겠다'고 내가 쓴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냥 가수로만 만나는 게 좋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피톤에 대해서라면 앨범만 들어야겠다. 이 책과 동명의 앨범은 뭐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음......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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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7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톤이 누군가 찾아봤네요~한주 첫날 힘내소서! ㅎ

다락방 2019-01-07 09:27   좋아요 0 | URL
일할 게 산더미인데 좌르륵 페이퍼를 세개나 쓰며 오전을 보내고 있네요. 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07 10:28   좋아요 0 | URL
몰아서 하심 되지! 다락방님 능력자시쟎아 에피톤 음악 함 듣고 능력 뽐뿌하세요~ㅋ

공쟝쟝 2019-01-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피톤 음악 좋아하는데~ㅋ 오로지 음악만 들어봐서, 이글 보니 역시 음악만 좋아하길 잘 했어라고 ㅋㅋ

다락방 2019-01-07 14:51   좋아요 1 | URL
저 진짜 괜히 책 읽어가지고 팬심 떨어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국내 아티스트 였는데.
블로그에 차라리 일기 쓰는 거였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종이책으로 나오니까 대실망 왕실망 했어요. 어휴 ㅜㅜ

302moon 2019-01-0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음악만 듣기로ㅎㅎ 관심함에서 빼야겠다.

다락방 2019-01-07 22:25   좋아요 0 | URL
네,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음악만으로 충분합니다.

2019-01-08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전 브라운밀러'는 이 책을 쓰게된 동기를 밝히면서, 이 책을 쓰기 전의 자기가 얼마나 강간에 무지했는지에 대해 고백한다. 그 고백은 나의 것과도 닮아 있는데, 강간에 대해서라는 것만 빼면, 나에게도 역시 빻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었다. 개념녀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고, '나는 다른 여자랑 달라'라는 식으로 어필하고 싶었던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여기서 내가 '다른 여자들' 이랑 다르고 싶어했다는 것은, '다른여자들'을 나보다 열등하게 봤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그렇게 열등하지 않아, 나는 달라, 나는 개념 있다니까? 그러다가 개념녀로 인정받으면 '거봐, 나는 다르고, 이 사람은 내가 다른 걸 알잖아' 하면서, 그러면서 뭔가 어쩐지 찜찜한 게 잇었는데, 그런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던, 그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두꺼운 강간에 대한 책을 펴낸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단다. 수전 브라운밀러도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왔다. 그렇다고 지금 완벽하게 훌륭한 인간이 된 건 아니지만, 그 때로부터 우리는 멀리 왔다. 그리고 더 멀리 갈 것이다.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을 써낸 것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고자 한 것, 이 모두가 우리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전송봤는 걸 봤다. 옆자리라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벌거벗은 두 남녀가 엉켜 있는 거였다. 어떻게 지하철 안에서 저걸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아저씨는 그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회사 상사의 친구들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 방문을 닫고 카톡으로 야한동영상을 주고 받으며 낄낄댄 적도 있었다. 동영상 속의 신음소리는 바깥으로도 새어나왔다. 그 당시 사무실 밖에는 여자직원 한 명만 있었는데, 방 안에서 남자들이, 그렇게나 크게, 직장에서, 신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얼마전 트윗에서는 한 까페에 손님들이라고는 자기를 포함한 여자 두 명이었는데, 스피커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사장은 남자였다고.


어느 해수욕장에서였나, 일하던 직원이 동영상을 보는데 해수욕장 바깥의 스피커를 통해 그 소리가 들려 손님들이 항의했다는 기사도 봤었다.



나는 이 남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행동학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렇게나 당당하게 발가벗은 두남녀가 엉켜 있는 영상을 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트윗이나 인스타그램의 선정적인 계정에는 남자들이 주루룩 팔로잉을 하고 있다.  작은 속옷으로 몸을 간신히 가린 여자들의 사진을, 남자들은 그렇게나 줄줄이 모여서들 보고 있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그러나 같은 걸 보고 있어. 그런 사진들 속의 그 긴 팔로잉 목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 이들과 나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나는 강간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 이렇게나 많은 남자들은 간신히 가릴 곳만 가린 여자들의 벗은 모습을 좋다고 달려들어 보고 있다. 이 거리는 얼마나 먼가. 이 책을 읽는 내가 월등하고 이런 사진들을 달려들어 보는 남자들이 열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한 쪽에, 여기에, 내가 서 있는 이곳에, 나와 같은 많은 여자들이(아주 간혹 남자들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고, 어떻게 해야 한걸음을 더 내디딜 수 있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기에는 저렇게나 많은 남자들이 이 잘못된 시스템과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는 데 있는, 그 거리감이었다.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벗은 여자를 보고 싶어하고, 더 벗기고 싶어하는 저들을,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잘못된 것, 그릇된 것은 언제나 힘이 더 센데?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 지금처럼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키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인양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들이,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싫고 짜증날까? 늘상 해오던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게 틀렸다고 말하다니,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지만, 아마 앞으로도 더 멀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짧고 노골적이며 불쾌한 것이었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나도 짧게 받아친다. "없습니다." (p.4)




일전에 정희진 쌤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선생님도 똑같은 얘길 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여성학 강의를 한다고 하면서 별의별 질문을 다 듣고 별의별 말을 다 듣는데, 그 중에 하나가 "강간당한 적 있어요?" 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질문자들의 무심함과 무지함, 예의없음에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수전 브라운밀러에게도 역시 그런 질문들이 들이닥쳤었단다.


강간당한 적 있어요?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할까? 어떻게 저걸 질문이랍시고 할 수 있을까? 수전 브라운밀러가 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여기에는 '니가 당했으니까 이런 일을 하지' 라는 생각도 있을 것이고, 그 질문 자체를 함으로써 상대를 깔아뭉개고 입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끔찍하고 잔인하고 징그럽지 않은가.



여성의 입장에서 강간을 정의하면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한 여성이 어떤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의사에 반해 행위를 계속하면 그것이 바로 강간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여성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 문제인데도, 여성의 관점을 반영한 이런 정의가 법에 적용된 적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 (p.10)



여자인 '내'가 원한 적 없는데, 남자와 성관계를 하게 됐다면, 그것은 성관계가 아니라 '강간'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변에 얘기하면, 심판을 받는 건 강간을 저지른 남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내가 된다. 나의 평소 행실부터 강간당하던 날의 모든 행동들까지, 과연 나는 순수한 피해자인지 그들에게 증명해 보여야 한다. 혹여라도 내가 그동안 행실이 정숙하지 못했다면, 평소에 남자들을 좋아해서 자주 만나거나, 섹스를 즐기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잘도 돌아다녔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남자 하나 인생 조져서 내 인생 펴려고 하는 꽃뱀으로 몰리고 만다. 그 때, 그 당시에, 내가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했는데, 그런데 나는 세상 둘도 없는 나쁜 여자가 되어 심판받는다.



아직 이 책에 읽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이 남아있는데, 그런데 벌써부터 나는 이 책을 읽는 나와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느낀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겠지.


나는 자주 환멸을 느끼겠지.


자, 그래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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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1-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시작되셨다! (전 아직도 책이 도착을 안해용.. 밀린 페미사이드 리뷰를 써야지 해놓고 새해니까~ 이럼서 암것도 안하고 잇네요 ㅋㅋㅋ)

다락방 2019-01-07 14:54   좋아요 0 | URL
어제 색연필 들고 줄 그어가며 읽기 시작했어요.
아니, 책 왜 안오는거죠, 쟝쟝님? 같이 읽어야되는데 흙흙 ㅠㅠ

자자, 부지런히 따라와요. 냉큼 따라와요. 컴온!

단발머리 2019-01-07 15:00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거... 그거 나왔네요.
컴 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다락방님!
저도 이제 부지런히 읽어야겠어요. 앞에 쪼금 읽고 금방 쉬는 시간...ㅠㅠ
곧 출발합니다!!

다락방 2019-01-07 14:55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이번엔 1등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또 1등 못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자, 우리 계속 마주치고 만납시다!

심술 2019-01-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이 눈치 줘도 꿋꿋이 지하철에서 야동 보는 사람들 있더군요.
<초딩 아들과 페미니스트 엄마의 성적 대화>라는 책에도 지하철에서 야동 보느라 주위 사람들 괴롭게 만드는 ‘영감탱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감탱이‘는 이럴 때 쓰면 딱이다 싶어 제가 쓴 표현이고 그 책에서는 ‘어느 할아버지‘란 표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홍준표는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불렀다가 여론이 나쁘게 되자 영감탱이를 ‘경상도에서 나이 많은 남성을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마는.

90년대 중반 언젠가에는 김포공항 사무실에서 남자직원이 야동 보는데 실수로 소리가 김포공항 모든 스피커로 나간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인천공항이 없을 때였죠.

다락방 2019-01-09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목격한 바 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야동 보는 걸 목격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고요. 어떤 심리인지 모르겠어요. 그걸 대놓고 본다는 게, 나는 숨기는 게 없다는 어떤 쿨함일까요? 아 너무 짜증나요.
최근에 해수욕장 사건 훨씬 전에도 공항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맙소사... 뭐랄까, 언제나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일어나고나면 딱히 놀랍지도 않아요. ㅡㅡ;;

심술 2019-01-09 10:16   좋아요 0 | URL
예,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을 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도 손경이 ‘아들 성교육하는 법‘ 읽고 유튜브로 손경이 검색해 보니
사람들 성고민을 손경이와 손경이 아들 사진작가 손상민이 듣고 조언해주는 게 있어서 봤더니
나이 터울 꽤 되는 동생 둔 대딩이 ‘여름 더울 때 에어컨 킨 방에서 가족이 같이 자는데 부모님이 나랑 동생이 자는 줄 알고 섹스한다‘는 고민을 올리더라고요.
돈 아끼려 한 방에만 에어컨 틀고 애들이랑 같은 방에서 자는 거야 저도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애들 없을 때 하든가 모텔에서 하든가 모텔값도 내기 싫으면 애들 나가 놀게 하고 해야지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상민도 저와 같은 생각인지 ‘부모님한테 퍼부으라‘고 조언하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은하선 ‘그놈들 섹스는 잘못됐다‘ 읽으면 농촌에서 자란 은하선 지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지인 부모는 밭일하다 말고도 밭에서 즉석으로 섹스해서 그 동네 사람 치고 그 부부 섹스하는 거 못 본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이걸 쓸데없는 문명의 억압을 벗어난 사람 본연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지 도덕적으로 분개하고 기겁해야 맞는지 연초부터 헷갈립니다. 문맥을 살피면 은하선은 ‘성욕은 자연스러우니 억압하지 말자‘고 옹호하는 쪽이었는데 글쎄 누가 맞는 걸까요? 저도 쓸데없는 성적 억압은 반대하는 쪽이지만 그래도 ‘야동은 혼자, 섹스는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곳에서‘주의입니다.

참, 다락방님은 손경이 ‘딸 성교육하는 법‘을 현재 서재 장식으로 쓰고 계신데 읽으신 건가요 아니면 읽어야지 하고 올려두신 건가요? 다락방님께는 이 책 딸 아니라 조카 태미 때문에 읽으(신/시려는) 거죠?

손경이, 손상민 동영상은 www.youtube.com/watch?v=79hetoP0IWY 고요 3:15에 제가 말한 고민이 나와요.

다락방 2019-01-09 10:26   좋아요 0 | URL
아 티티비 광고하던 시절에 올려두었던 건데요, 타미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저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타미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아직 사지는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아들 성교육하는 법을 사두고도 아직 읽기 전이라(남자 조카도 있습니다), 이거라도 읽고 사야하지 않나 싶어서요. ㅎㅎㅎ
그러니까 읽어야지, 하고 올려둔 게 맞다고 볼 수 있죠.


은하선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심술님 댓글만 읽고 판단하자면 저 역시도 은하선의 말에는 딱히 동의할 수가 없네요. 그나저나 심술님 그간 서재활동 안하시면서 책도 많이 읽고 영상도 많이 보셨나봐요! 후훗. 새해에는 읽은 책과 본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서재에서 많이 해주실 겁니까?

심술 2019-01-09 11:38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게으름뱅이라 새해 서재활동 열심히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목표는 열심히 하는 것인데 잘 될지는 장담 못 하겠어요.

아, 다락방님께는 타미 말고 남자조카도 있군요.
타미보다 서재 출연 빈도가 낮아선지 제 기억으론 오늘 이 댓글로 첨 만납니다.
손경이 책은 아직 읽으신 거 없고요.
‘아들 성교육하는 법‘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찌른 좋은 책이었어요.
‘딸‘ 편도 언젠가 읽어야지 맘먹고 있는데 한국 들어갈 때까지 당분간은 못 읽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