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진화론 - 인류 역사에서 찾아낸 가장 스마트한 다이어트
남세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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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준다. 배부르게 먹어라, 대신 좋은 걸 먹어라. 이것 하나만 염두에 두고 가도 건강하게 다이어트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개인의 의지와 올바른 지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치 무언가가 친구의 발목을 잡고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정도까지 s를 살찌운 범인은 따로 있었다.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혹독한 노동 환경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월급쟁이들처럼 친구도 빡빡한 삶을 살아가는 주잉었다. 잔업과 야근은 당연시되었고 어쩌다 제시간에 마치는 날이면 상사와 동료들이 참석하는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동은 고사하고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복병은 야식이었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야근에는 으레 회사에서 식비를 대는 야식이 나왔다. 그러나 늦은 밤까지 배달되는 야식 집 차림표는 전국 어디나 대동소이하다. 닭튀김이나 24시간 중국 음식점의 느끼한 볶음밥을 제외하고 S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굶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닭튀김과 볶음밥을 번갈아 가며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중이었다. 친구의 삶 자체가 그를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위에서 계속) 본인의 의지나 이해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사실 S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부서 직원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눈치다. 야식과 회식으로 점철된 회사 생활과 함께 그들의 몸은 점점 불어나고 건강 검진 결과 어딘가에서는 문제가 하나씩 튀어나왔다. 결국 내가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충고는 "회사에 경비를 청구하고 혼자 밥을 먹으라"였다. (p.11-12)

WHR은 무엇보다 정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 단체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 몇 가지 원칙들은 꼭 지키도록 하자.

1. 엉덩이 둘레에서 수치가 가장 크게 나오는 부분을 측정한다.
2. 허리둘레는 배꼽 높이에서 측정한다.
3. 항상 같은 조건에서 측정한다. (p.66)

사료를 먹어 살찐 고양이들 이야기를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혹시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뚱뚱해져서 걱정인 묘주들은 저칼로리 사료나 운동법에 의존하지 말고 `생식`을 급여하기 바란다. 야생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배를 채울 줄 안다. 고양이들 역시 본능적으로 살찌지 않을 적정량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본능이 `날고기`를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게 고양이 비만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고양이들은 본능에 맞춰 날고기와 비슷한 양의 사료를 먹었을 뿐이다. 그러나 겉보기로 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생식보다 소화 흡수율이 훨씬 좋은 화식의 특성상 고칼로리를 섭취한 결과가 나타난다. 결국 같은 양을 먹어도 계속 살이 찐다. 원래 날고기를 먹도록 진화한 고양이들에게 익힌 고기를 먹였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다. 사료 때문에 살찐 고양이들에게 생식을 급여하면 감쪽같이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모질이며 잇몸 질환을 비롯한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다. 놀랄 필요 없다. 그것이 고양이의 본성이기에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p.102)

인체의 단백질 대사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80킬로그램 정도의 건장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루 285~365그램 선이다. 만약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 단백질로만 구성된 식사를 고집하면 저혈당,구토,현기증을 비롯한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믿기 어렵다면 30분 만에 토끼 기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간단한 임상 실험이 있다. 해산물이 그득한 해산물 뷔페에서 30분 동안 오징어, 문어, 바닷가재, 킹 크랩, 새우 같은 `해물 찜`만 실컷 먹어 본다. 양념이나 음료수 없이 해물만 먹는 게 포인트다. 그렇게 30분이면 구토가 밀려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각종 갑각류(게, 가재)나 두족류(오징어,문어)는 지방질이 거의 없는 순수 단백질 식품이라 아무런 조미 없이 먹다 보면 이런 단백질 중독을 유발하기 딱 좋다. 흔히들 `입에 물린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사실 몸의 방어 반응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단백질 중독을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버터 구이(지방 첨가)나 칠리소스(탄수화물 첨가)에 끌리는 것이다. 이 토끼 기아는 시중에 유행하는 저탄수,고단백 다이어트 방법론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기도 하다. (p.162-163)

"간과 근육에는 운동을 위한 탄수화물(글리코겐)이 축적되어 있다. 인체이ㅡ 대사 순서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연소된 후 지방이 연소되므로 글리코겐이 모두 소진되는 30분 이상 운동해야 비로소 체지방이 분해된다."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동, 특히 체지방 감소를 위한 다이어트 운동은 일정 시간을 충족시켜야 하며 오래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믿는다. 더불어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난 운동하기 글렀어`라며 여러 사람을 좌절시키는 범인이기도 하다.
(‥‥‥)
즉 `유산소 모드까지 30분`이란 지침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유산소 이론에 기반을 둔 운동 지침들은 애초에 잘못된 지점에서 출발했다. 진실은 이렇다. 운동 강도만 받쳐 주면 30분이 아니라 3분 만에 체지방 분해는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살을 배고 싶다면 느슨한 걷기보다 숨 막히는 달리기의 효과가 더 크다. 굳이 공복에 유산소를 할 필요도 없다. (p.170-171)

쿠퍼 박사의 유산소 우월론은 오히려 효과적인 다이어트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저강도 운동이 될 수밖에 없는 유산소는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몹시 지루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운동은 재미없다`는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 준 숨은 공로까지 있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부작용은 운동 시간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활성 산소(Oxygen Free Radical) 생성, 관절 마모 등의 `노화`를 유발한다는 데 있다. 이런 유산소의 해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소모적인 행위`다. 효과는 떨어지는데 사람을 지치고 늙게 만든다. 소모적이지 않은, 생산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다. 운동의 결과로 몸과 마음이 고양되어야 제대로 된 운동이라 할 수 있다.(p.185-186)

강도와 지속 시간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이 맞춰진 운동법을 스포츠계에선 `컨디셔닝 훈련 Conditioning Training`이라 부른다. 굳이 번역하자면 `적절한 고강도` 내지는 `단기 고출력` 혹은 `단기 지구력`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컨디셔닝이란 `몇 초`만에 끝나는 극단적인 고강도와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저강도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균형점이다. 따라서 컨디셔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운동들의 특성은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체지방 분해 운동들에 비해 굉장히 강도 높으며, 짧은 시간 안에 끝난다. 15분에서 10분, 심지어 5분 만에 끝낼 수도 있다. 가장 대중적이며 널리 알려진 컨디셔닝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타바타 인터벌Tabata`s Interval`은 전체 운동 시간이 고작 4분에 불과하다. 특별한 운동 장비도 필요 없이 맨몸으로도 충분해 점심시간에 사무실 옥상에서 운동을 마치는 직장인도 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유산소를 평생 지속해도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충격적인 체지방 감소 효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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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언니 2015-07-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65다이어트지만 본격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다이어트도 공부네요~~

다락방 2015-07-07 15:26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제대로 다이어트하게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동기부여가 잘 될겁니다. 문제는 의지...Orz

책탐 2015-08-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예전처럼 마구 먹어도 안찌는 시절은 지난거 같아요. 늘어나는 옆구리 살과 전쟁을 해야 할 타이밍에 좋은 책을 발견한듯 합니다.

다락방 2015-08-07 15:43   좋아요 0 | URL
전 마구 먹어도 안지는 시절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먹는 대로 몸이 증명해주는 타입이어서...하아-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책탐님. 화이팅!

책탐 2015-08-07 15: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준하게 해야할텐데 말이죠. ^^;;
 

퇴근길에 지하철안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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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6-18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복잡다단한 , 늘 그렇지만 그러면서 아들을 놓고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품는 모정의 세월을 보면 인간은 연구 대상감..

다락방 2015-06-20 17:38   좋아요 0 | URL
네. 한명한명이 또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날 일도 많지만요 ㅠㅠ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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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엔 분명 `우리 나라`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나는 `이 나라` 라는 표현을 쓴다.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국민을 죽이는 이 나라, 한국이 나도 싫다. 엉망이다, 이 나라는. 나도 한국이 싫으니, 주인공처럼 호주로 이민을 가야할까?

한국이 싫어.
한국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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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6-1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아침마다 뉴스 보기 겁나요.

다락방 2015-06-16 09:19   좋아요 0 | URL
술을 부르는 뉴스들이지요. 욕밖에 안나와요. ㅠㅠ

바람향 2015-06-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이...ㅠㅠㅠㅠ

다락방 2015-06-16 09:27   좋아요 0 | URL
그냥 훅- 오죠 ㅠㅠ

Jeanne_Hebuterne 2015-06-1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가도 싫다가도 병맛같기도 한데 아 그런데 어쩔 수도 없고ㅠㅠ
저희 모친께서 그러셨어요. `이 나라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 또한 없는 나라다.`
세상에 뭐 이런 곳이 다 있답니까! 긍정으로든 부정으로든요.

이 책과 무관한 덧글-어제 고기 먹으면서 다락방님 생각 했어요. 늘 먹을 것을 앞에 두고서는 이성을 잃어 사진은 없습니다만..생각한 건 사실이어요!

다락방 2015-06-20 17:45   좋아요 0 | URL
어머님의 말씀이 딱 맞네요, 쥬드님. 이 나라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 또한 없다. 하아- 이토록 적절한 말이라니요!!!

고기 먹으면서도 제 생각, 술 마실 때도 제 생각 하세욧! 히히 :)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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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지은 죄에 갇혀 슬픈 사람들, 자기가 짓지 않은 죄에 갇혀 아픈 사람들. 이들이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이들과 같은 세상에서 숨쉬며 벌받고 있다. 그 세상은 무섭고 가혹하고 혹독하다. 좋았던 순간은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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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개자식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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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강남에서 회사를 다니던 시절, 출근길에 모텔에서 나오는 젊은 커플을 보았다. 나는 출근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데, 저들은 이 시간에 모텔에서 나오다니, 하면서 '집에 갔다가 옷갈아입고 출근해야 할텐데 완전 피곤하겠네' 하는 생각을, 아무도 안 시키는데 나 혼자 했더랬다. 사실 그들이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고, 오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출근 하는 것에 별다른 생각이 없을 수도 있는데, 나는 순전히 내 기준에 맞춰 생각한 것이다. 나였으면 평일에 남자랑 모텔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게는 그 다음 일들이 내 생각대로 착착 맞춰 진행되는 게 편안했다. 예상치 못한 일들, 의외의 일들에 대해서 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고, 수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또 압박감을 느끼는 편이다. 전날 남자랑 이러쿵저러쿵 같이 자고 싶어지면, 나였다면, 어떻게든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편안한 집에서 조금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깨끗이 씻고 평소대로 화장을 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출근하는 것, 그것을 택했을 것이다. 



이 책속에서 여자는 남자와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 아직 사내커플이라 부를 수는 없는 것이, 그들은 서로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상사고 여자는 인턴인 상황, 그들은 서로가 일을 잘한다고 인정은 하지만 서로의 성격을 싫어하면서, 그러나 상대에게 서로 육체적으로 조낸 강하게 끌리고 있다. 누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어떻게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우라지게 강하게 끌리고 있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자자' 하는 게 아니어도 그냥 서로 손만 대기만 해도 흐물흐물 녹아버리고 이성이 사라져서 자꾸만 예기치 않은 섹스를 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섹스다보니 장소의 의외성이 두드러진다. 그들이 섹스를 하게 되는 장소는 회사 회의실이거나, 까페 화장실이거나, 속옷가게 탈의실이거나, 주차장 차 안이거나, 엘리베이터 안이거나 한다. 하아- 책의 절반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이런 식으로 섹스를 한다. 장소의 의외성이 가져다주는 스릴이야 뭐, 그럴수 있다 치지만, 장소의 의외성은 그 의외성이 주는 스릴만큼이나 '불편하다'. 계획대로 진행된 것도 아니고, 나란히 누워 섹스후에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화르륵 타오른 섹스 뒤에 그들은 옷차림을 수습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나가기 전에, 비상구 계단에서 나가기 전에, 탈의실에서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서 나가기 전에 그들은 옷 매무새를 수습하고, 화장을 수습하고, 헤어스타일을 수습해야 한다. 장소의 의외성이, 한두번이어야지, 씨양, 이건 번번이 이러다보니 나로서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절반까지 읽고나서는 책을 던져버릴까를 고민했다. 니네 계속 이렇게 할거면, 나 힘들어서 못읽어. 아 스트레스 받아.



게다가 이 남자에게는 여자의 팬티를 찢는 습성이 있다. 의도적이었던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자꾸 이여자의 팬티만 찢게 되는데, 이 여자로서는 예쁜 속옷을 좋아해서 브랜드로 구입하는 바, 남자가 자꾸 팬티를 찢는게, 그들은 서로 만족했지만 나로서는 또 너무 빡이 치는 거다. 하아- 아까워... 아니, 한두번이어야지 번번이 이러면...돈 벌어서 팬티만 사대야 하냐... 하아. 일전에 '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영화 [데미지]에서는 제레미 아이언스가 줄리엣 비노쉬의 겉옷을 찢는 장면이 나왔다. 아..난 또 빡쳤어... 



찢지마..

속옷이든 겉옷이든

찢지마, 이 개새끼야.



이 책 속의 커플은 갑작스레, 예기치 않게 섹스를 하게 됐는데 그때 속옷이 찢어졌으니, 어쨌든 지금 있는 장소로부터 외부로 나가게 될 때 여자는 속옷이 없는 채로 나가야 한다.. 아..스트레스 받아.. ㅠㅠ



어제 이 책을 읽고 친구에게 얘기해주다가 '내가 수습해야 되잖아' 라고 했더니 친구가 '왜 니가 수습해?' 라고 한다. 아..내가 또 내가 되었구나, 하고 나는 말을 바꿨다. '아니, 여자주인공이...' 내가 자꾸 책 속에 들어가서 내가 되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힘도 들고 그래... 하아- 


중간쯤 읽으면서 내던질까 하다가 '제발 한 번만이라도 편안하게 호텔가서 섹스해라'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붙잡고 읽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함께 출장을 가야했고, 방을 두 개 잡고서는 한 개만 쓰는 상황이 온다. 그래서 그들은 이 책의 중간을 지나고나서야 호텔에서 편안하게 침대를 사용한다. 또한, 여러차례 하고(응?), 함께 잠도 잔다. 서로가 잠든 모습을 보기도 한다. 온전히 밤 시간을, 아침이 될 때까지 함께 있는 것. 그제서야 내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것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이상, 아마 이들은 앞으로 침대를 애용하게 되지 않을까. 그들은 아직 서로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지만, 이제 상대를 좋아하고 네가 내 옆에 있기를 원한다, 고 하는 이상 편안한 섹스가 남았을 것이다,


라고 쓰지만 이건 내생각이고. 뭐, 내가 그런 거에 스트레스 받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랑 같은 상황에서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니, 연애는 언제나 당사자의 몫. 자기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어쨌든 '내가' 조낸 스트레스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뭐 지들이 수습하는 거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성향이라면 계속 그렇게 해도 내가 뭐라 할 순 없지. 



그러나 언제나 대화가 오래남는 법이다. 섹스도 분명 관계를 유지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이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는 것은 대화쪽. 섹스로도 상대를 또 나를 만족시킬 수 있지만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가슴 가득 꽉- 차오로는 충만감을 느끼는 것은, 대화쪽이 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속의 남자와 여자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가 좋다는 것을 알게됐다. 상대와 나누는 대화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그 대화를 자꾸 또 하고 또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게 상대와 있는 시간을 더 늘려가고 싶은 것. 관계의 발전은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우리는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이불을 똘똘 만 채 몇 시간에 걸쳐 어제 일을 이야기했다. 에드와의 미팅이며 베넷의 저녁 식사 자리, 친구들과 내가 어울렸던 일들을 모두 서로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책상이 부서진 이야기와 일주일 동안 입을 속옷을 충분히 챙겨 오지 않아서 베넷이 더 이상 훼손할 속옷이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단 하나 베넷이 내 심장에 일으킨 대혼란에 관한 이야기는 빼놓았다.

나는 손가락 하나로 베넷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베넷은 내 손가락을 잡아 멈추더니 자기 입술 쪽으로 이끌었다.

"이야기를 나누니까 좋군."

나는 크게 웃으면서 베넷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넘겨주었다.

"나랑 매일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자면 소리치고 고함치고 문을 쾅 닫는 식이기는 하지만. 또 뿌루퉁하게 말할 때도 있고‥."

베넷은 손끝으로 내 드러난 복부에 나선형의 그림을 그리면서 내 주의를 산만하게 했다.

"내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잖아."

알고 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정확하게 안다. 이 순간을 어떻게든 더 연장해서 영원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p.315-316)



결국, 이 순간을 어떻게든 더 연장해서 영원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은 욕망, 그것이 연애가 가져오는 최상의, 궁극적인 욕망이 아닐까.



책을 읽고나서 나란 사람이 참 고지식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아니면 내가 이제 너무 늙어버려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왜 이들의 관계에 스트레스를 뽝- 느끼나. 그러나 고지식과 나이를 넘어서,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성향 탓일 것이다. 나는 번개같이 해치우고 나서 거울을 보며 머리를 수습하고 화장을 고치고 옷 매무새를 고치고 속옷도 없는 채로 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긴 싫다. 피곤해...


이 책이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야한 걸 읽고 싶다거나 누군가의 끈적한 연애 이야기가 땡기는 게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까지는 없는 책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벗고 벗기고 물고 빨고 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날인 토요일, 친구와 과천 산림욕장을 세 시간 동안 걷고나서 다리통이 너무 아파 힘들어, 힘들어 하며 침대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몸이 아픈 이유가 어제의 산림욕장 워킹 때문인지, 이 책 때문인지, 알 수가 없더라. 여튼 되게 아프고 쑤시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요일이었다. 그 일요일에 이 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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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곰 2015-06-0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본의 아니게 다락방님을 괴로움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저는 반성합니다... #엎드려운다 #그러나찰진리뷰

다락방 2015-06-08 10: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이것들이 아주 그냥 젊은 혈기로 손만 대기만 하면 뜨거워져버리는 바람에 ...

젤리곰 2015-06-0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여요, 마담오키)

다락방 2015-06-08 10:26   좋아요 0 | URL
접수!

보빠 2015-06-0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다락방씨 리뷰가 더 재미있네요

다락방 2015-06-08 10:16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그럴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ㅋㅋ

유부만두 2015-06-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경험을 하며 여러 인생을 사시는 매쏘드 리딩의 달인!!! 다락방님 리뷰 짱!!!

다락방 2015-06-08 10:17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유부만두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 짱이라니. 좋은 칭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6-08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남자한테 ˝어떻게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우라지게 강하게 끌리고 있다.˝는게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ㅋㅎ
역시, 다락방님!! 두 남녀가 눈 앞에 그려지네요. 선남선녀로요.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저에게는 필립 로스가 있기에 지금이야 끈적한 연애이야기에 끌리지 않지만, 혹 외로운 밤에...
이 책을 읽어볼까요? ㅋㅎㅎ

다락방 2015-06-08 16: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통제가 안될정도로 우라지게 끌린 적이 있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지 완전 알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탈의실,화장실,엘레베이터,회의실 이런데서 팬티 찢겨가며 섹스를 하고 싶진 않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앤의다락방 2015-06-0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가 너무 재미있어요! ^.^

다락방 2015-06-09 11:20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앤의다락방님.
무릇 리뷰란 재미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으흐흐흐흐

2015-06-0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9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5-06-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신혼부부가 밥상 앞에서 수저를 들다가 눈이 마주치자 바로 섹스를 하더라구요. 그게 좀 어릴때 봤던거라 정말 저럴까? 했는데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어요. 여튼 소설과 영화에서 이해불가인 것들 정말 있어요.

다락방 2015-06-13 09:51   좋아요 0 | URL
수저를 들다가 눈이 마주치고 바로 섹스를 하는건 한 번 해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5-06-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요.ㅎㅎㅎ

보빠 2015-06-13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적 없어서 반성중...ㅎㅎ

다락방 2015-06-13 12:22   좋아요 0 | URL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5-06-1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제어록님 다락방님 오늘 웃음 빵 터지는 날이네요.

다락방 2015-06-13 18: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빠 2015-06-13 19:2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하셨나 보네 저 자신감 넘치는 ㅋㅋㅋㅋㅋ 웃음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