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442호 2016.03.05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EBS 도 더이상 청정지역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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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03-0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ㅜㅜ 사장을 보세요, 최근 이상한 사람이 낙하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낙하산은 찢어지지도 않나봐요. ㅠ

다락방 2016-03-04 17:22   좋아요 0 | URL
네, 시사인에서 보니 EBS 도 이제 .. 하아. 이 나라는 점점 더 살기 싫어지는 나라가 되는 것 같아요, 테레사님. ㅠㅠ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 뒤표지에 보면, '단숨에 읽히지만 긴 후유증이 남는다' 라고 이적(뮤지션)이 평했던데, 역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것이로구나. 나한테는 후유증이 1도 안남는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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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2-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도 안남더라고요ㅎ

다락방 2016-02-24 16:10   좋아요 1 | URL
저 안그래도 제 평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싶어서 리뷰 훑어보는데 죄다 극찬이더라고요. 막 별 다섯에다가..그러다 고양이라디오님이 네 줄 리뷰, 별 셋 주신 거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오, 나랑 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이지요.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책이에요. 뭐야, 김영하, 왜이래, 싶었달까요. 고양이라디오님,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7:05   좋아요 0 | URL
저랑 같군요ㅎ 저도 그래서 별 셋의 다락방님 리뷰가 반가웠습니다ㅎㅎ

저도 사람들 리뷰보니 극찬에 별 다섯개도 많아서 당황스럽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말하다>를 괜찮게 봐서 찾아 보게 된 소설인데... 다락방님 말씀대로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게 없었어요ㅠㅋ

다락방 2016-02-24 17:30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부러 김영하 찾아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찾아읽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말예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단에 김영하는 포함될 수 없겠어요. 하핫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는 소설이었는데 앞으로 김영하작가를 찾아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ㅠ
그래도 에세이는 괜찮았어서 에세이는 읽어보려고요ㅎ

다락방 2016-02-26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김영하 처음도 아니에요. ㅎㅎ 제가 읽었던 김영하의 책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었는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전 책장 덮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책이 좋거든요. 김영하의 책은 그렇진 않더라고요, 제게.

고양이라디오 2016-02-26 14:02   좋아요 1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p200)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p200)

라는 구절을 봤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바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아닐까요ㅎ? 미리 계획된 이야기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이야기가 종결되어 더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비로그인 2016-02-2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히는데 남는 것이 없다면, 잡문이라는 말인데, ㅋㅋ 암튼 김영하는 도서관에서 읽어야 겠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6   좋아요 0 | URL
개개인마다 다를것같아요. 그리고 남는 것이 없다보다는
남는 것이 적다 나 그 정도가 약하다가 보다 정확할 것 같네요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댓글의 동의합니다. 이 책의 리뷰를 보면 별 다섯 리뷰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요. 배익화시인님은 저랑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가지실 수도 있죠.

조선인 2016-02-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선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동류가 별을 주는 거죠. 저도 별 다섯. ㅎ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동류가 그렇게나 많단 말입니까! 정녕 세상에 선한 사람은 이토록 적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hellas 201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류가 별을 준다는 말에 ㅋㅋ 웃으며 동의하게 됩니다. 재미있다와 별루다의 사이가 참 다채로운 이유가 있을테니까. 어떤 평도 귀기울이게 되요:)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길 때는 재미있어서 팔랑팔랑 잘 넘겼는데요 덮고나니 멘붕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하고 말예요. 그래서 저는 높은 별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별 다섯이 쏟아집니다.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봅니다. 하핫

젤리곰 2016-02-2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더랬더랍....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크- 기모키님이 저랑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씐나요! >.<

젤리곰 2016-02-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그레) ㅎㅎ 저는 이 책은... 정작 책보다 북트레일러가 더 강렬한 체험... 혹 보셨어요? https://youtu.be/BOiJLGvtzbY ※ 꼭 소리 켜고 들어야...

다락방 2016-02-28 12:17   좋아요 0 | URL
무..무...무서운건가요? 재생을 못시키고 있네요. ㅎㅎ

젤리곰 2016-02-2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최면 걸리는 기분...? (무섭진 않아효!)
 
노란 새
케빈 파워스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많은 문장들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만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고 깊고 아프고 고독하다. 올해의 책이라 해도 될만큼 좋은 책이라, 문장이 너무나 안타깝다.


대단히 좋은 소설이다.








"제군은 곧 선한 목적을 위해 맹렬한 폭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p.115)

"안쪽에서부터 누가 날 파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한테도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 모두들 내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까.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테고 정말로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미워해야 마땅하지만,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사랑하고 난 그것 때문에 미칠 것 같아." (p.184)

아니면 죽고 싶다고 말해야 할까? 저쪽의 철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그러면 여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여자들이 죽는 걸 지켜볼 필요도 없고, 혹은 남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들의 등 뒤에 총을 쏴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마치 영혼에 산(酸)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끔은 보이는 것마다 모조리 죽이려 하고, 그러다 영혼은 사라져버리고, 평생에 걸쳐 내가 한 짓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배워 알지만, 평생 그렇게 배웠지만 내가 라이플을 조준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머니마저 너무나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래, 놈들이 날 죽이려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달리 어쩌겠어? (p.184-185)

자기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살고 싶다는 욕망의 확증이다. 이제 와 진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스털링이? 진실은, 스털링은 자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털링이 자신만의 욕망과 기호를 가져도 된다는 걸 깨닫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스털링이 좋아하는 장소를 가져도, 그가 다음에 가게 될 부임지의 길고 곧은 대로들을 만족스럽게 걸어도, 파랗고 무한한 하늘 아래 깔끔하게 깎은 푸른 잔디의 균일함에 감탄해도, 깨끗하고 차가운 개울가에 몸을 담그고 그의 상처 입은 몸의 흉터 난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살을 느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기나 했는지.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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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_-;;; 어쨌든 부랴부랴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6-02-23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문나잇님.
저 역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사고 싶은 책도 너무나 많은데 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 좀 읽고 사던가 해야겠어요. 집에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책장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들이 꽂혀있어요. ㅠㅠ

moonnight 2016-02-23 16:50   좋아요 0 | URL
저역시 ㅠ_ㅠ 읽은 책들은 다 팔고 지금 꽂힌 책들은 죄다 안 읽은 ㅠ_ㅠ; 무서워요. ㅠ_ㅠ;;;;

비로그인 2016-0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혀 있는 안 읽은 책들을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2-26 08:05   좋아요 0 | URL
올 한 해는 책을 가급적 안사고자 합니다. 불끈!
 
[eBook] 퍼스트 벨기에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 12
정기범.김숙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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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초적 정보들이 있어서 벨기에에 간다면 한 번 훑어보고 가는 게 좋겠지만 전자책임에도 분량이 적고 (총 108쪽)스케쥴 짜보라며 심지어 몇 개 안되는 정보를 한 번씩 다시 보여준다. 당황스러움.. 인터넷으로 여행 블로그 훑어보는 게 귀찮다면 이걸 보는 게 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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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클라라 2016-02-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얇은 책이 다시 보여주는 정보라니.. 이런.. 싶으네요~

다락방 2016-02-22 11:06   좋아요 0 | URL
저 너무 당황했어요, 해피클라라님. 어처구니가 없었죠. 레스토랑이나 관광지 정보를 알려준 다음에 스케쥴 짜기라며 하루는 여기 레스토랑 가고 둘째날엔 여기 관광지 가고... 이게 뭡니까 ㅠㅠ

moonnight 2016-02-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_-;;;;
그나저나 저는 아주아주 옛날에 배낭여행 갔을 때 벨기에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브리헤. 여기서 살고 싶다 그랬었는데 언제 다시 갈 일이 있을지 (˝ )( ˝);;;;;;;

다락방 2016-02-26 08:09   좋아요 0 | URL
크- 그러셨군요. 브리헤. 기억해둬야겠어요. 지난번에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고 벨기에를 어찌나 가보고 싶던지요. 너무나 예쁘고 먹을 것도 많아 보이고.. 아하하하하하하하. 저도 그래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결심하고 있습니다. 불끈!
 
결혼해도 괜찮을까?
게일 브랜다이스 외 지음, 정미현 옮김 / 문학테라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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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읽지 않았을 때는 유머도 없는 이 책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딱히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아니 이렇게 다를 수도 있나, 하고 들여다보는 일에 내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거기에 있다. 결혼이 좋다 혹은 나쁘다, 라고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은 각자의 결혼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글은 행복과 안정감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불화하고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결혼을 한 번 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심지어 다섯번 이혼한 남자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다섯 번 이혼한 남자와 교제중인 여자는 다섯 번 결혼한 아버지의 딸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사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든든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굳이 책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역시 근사한 동반자를 얻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난 뒤, 함께 살아가는 시간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말해준다. 누군가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하고 그때는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얘기한다. 다른 누군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얘기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경우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알게됐는데, 그건 인간이 저마다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를 증명하는 바와 다름없다. 누군가에게는 아기가 절실해서 섹스가 단지 수단이 될 수있고, 누군가는 더 큰 쾌락을 위해서 성을 사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간 둘이 만나 커플이 되었을 때 당연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마찰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일 테다. 우리는 모두 기쁨이 다르고 괴로움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스무살에 결혼한 사람이 있고 쉰이 넘어서 양욱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내 나이는 '앞으로 이걸 할 것이다' 라는 걸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나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동거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결정하든, 그 안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결정을 한 이후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하고 든든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앞으로 길어지게 된다면, 그때는 이 책의 누군가가 언급한것처럼 고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부정적인 생각도 커다란 단점도, 반드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가 바람을 폈을 때 한 번 뿐이니까 흔들릴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도 인상깊고, 남편은 러시아에 살고 자신은 미국에 살면서 일년에 반 정도만 만날 수 있는 커플의 이야기도 인상깊다.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낯설었는데, 그래서 좋았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독서였다. 읽기를 잘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별과 고통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일종의 희망 같은 것이 내게 자라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난 지 10년이 넘었다. 그 옛날 언젠가 나는 그에게 내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가 전화를 걸었다. 나는 뭘 하느냐고 물었다. "저녁 만드는 중."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파이 굽고 있어. 버섯 치즈 파이." 나는 파이 굽는 남자를 원했다. 그가 해동하고 있는 게 실은 그의 어머니가 만든 파이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미 우린 셔츠를 같이 입는 사이가 된 후였다. (펀 쿠퍼,p.55)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는 그녀의 고운 마음씨를 가장 높이 산다. 그녀가 자기 엄마한테 휴가가 꼭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휴가 보내드린다는 얘기를 하거나 도시의 보행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 애쓴다는 얘기를 할 때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내 세포 하나하나가 사랑에 겨워 팔딱대는 기분을 느낀다. 내 연애사를 차지한 몇 번의 기나긴 짝사랑을 거친 뒤 정말 굉장한 누군가를 만났는데 이번엔 내가 그 사람과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늘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이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할 생각이다. (린다수전 울리히, p.131)

나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단순히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우리 둘 사이를 규정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의 역사에 포함되는 이 한 조각에 비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우리의 관계는 더 크고 깊고 중요하다. 살다가 어느 시점에 혹시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할지라도, 그게 싫다고 마냥 이상적인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림책에 나올 법한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진 않다. 나한테는 에밀리가 필요하다. 음정이 안 맞지만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 바겐세일에 목숨 거는 모습, 사용설명서 독해 장애는 아닌가 의심되는 헐렁한 모습, 심지어 나를 상처 입히는 능력까지 나는 다 원한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이 그녀의 아찔한 미소와 영성, 총명함, 열정, 그리고 우리의 깊은 유대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함께하겠다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아주 잘. (린다수전 울리히, p.140-141)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딸과 함께 코네티컷에서 지냈다. 나는 거기서 글을 쓰고 근처 대학 두 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군다나 내가 소중히 여기는 뉴잉글랜드식 가치관을 지닌 나의 부모님, 그러니까 딸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가까이 살면서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댄은 그의 주 거처를 모스크바로 삼기로 했다. 자기 일에 진심으로 매진할 수 있는 곳이 거기니까. 딸의 방학 기간과 우리 부부의 각자 작업 일정을 요리조리 맞춰서 우리 가족은 1년에 반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낸다.
댄은 사랑하는 이들과 부대끼고 사는 일상을 그리워한다. 나는 매일 감당해야 하는 자녀 양육의 책임을 나눌 사람이 절실할 때가 많다. 우리 딸은 확연히 다른 두 문화를 접하는 혜택을 누리지만 일상의 연속성이 끊기는 경험을 자주 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양쪽 집안 모두 우리 가족의 삶을 지지해줘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살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만족스럽다. 좀 희한한 방식이긴 해도 우리 부부는 마침내 결혼 생활에서 평등을 이뤄 냈다. (팡 메이 나타샤 창, p.188-189)

나는 결혼 경험이 많다. 말하자면 꾸준히 배필을 물색하는 연속일부일처주의자(*일정 기간마다 배우자를 바꾸는 연속 단혼의 결혼 형태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인간이 욕정부터 죽음까지 같이 짊어지고 갈 수 있다고 꾸역꾸역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조이스 톰슨,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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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1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에 한껏 끌리네요. 다락방님 리뷰 읽고나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던지고 바로 읽고 싶네요^^

밑줄문장도 좋아요~~ 그건 냉동파이였고 우리는 이미 ㅎㅎㅎ

다락방 2016-02-17 16:52   좋아요 1 | URL
이미 가정을 이룬, 혹은 이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걸 들었다고 해서 제가 더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른 방식으로 살고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 제가 `이렇게 사는 건 어떨까` 하고 혼자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그렇게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어서 참 희망차게 여겨졌어요. 으하하하핫.


밑줄긋기는 몇 개 추가했습니다.

mira 2016-02-1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생에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책 읽고 희망을 가져볼까요 ㅎㅎ

다락방 2016-02-17 16:52   좋아요 1 | URL
미라님은 희망을 가지시게 될지 혹은 역시 없어 없어, 하시게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결혼하고나서 우울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거든요. 행복했든 우울했든 그리고 이미 끝나버렸든 계속 진행중이든, 미이 해보았던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읽는 것은 제게 유익했습니다. 흣 :)

[그장소] 2016-02-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읽고 싶어요.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남자도 필요하지만 역시 ㅡ다함께 책임을 나누고 함께 행복할 가족이란 단위가 필요하구나..가끔은 생각해요.
그런데 일반적 가정은 아니예요.
제가 꿈꾸는 가정은요..파괴적인 가정이랄까..지금으로썬.ㅎㅎㅎ

다락방 2016-02-18 09:43   좋아요 1 | URL
설명하지 않으셨지만 파괴적 가정에 대해 조금쯤 짐작이 되네요. 가족이란 게 구성원들 사이엔 가장 친밀함을 나눌 수 있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구속력이 어마어마하기도 하죠. 또한 타인에게 가장 배타적인 집단이기도 하고요. 일전에 [준벅]이란 영화를 보면서 그런 걸 느꼈거든요. 아, 가족이란 게 이렇게나 배타적이구나, 하고요. 그러니 그장소님이 생각하신 파괴적인 가정이란 건, 제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하핫

[그장소] 2016-02-18 16:21   좋아요 0 | URL
베타 ㅡ적이고 말고요. 그래서 집안 일 이라며
공공연한 폭력이 자행되기도 하는 집단이기도 하고 말예요.
뭐, 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비슷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ㅡ합니다.
구상은 ㅡ^^ 다락방 님과..
멋진 ㅡ신세계 ㅡ랄까..
아님 막장 신세계랄까..ㅎㅎㅎ

네꼬 2016-02-18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습니다. 다락님 글이 좋아요.

저 역시 희망을 가져보았고 그게 저를 결혼하게 만들었어요. 누구나 다른 종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락님 좋아요.


다락방 2016-02-18 15:37   좋아요 1 | URL
저는 계속 혼자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이 책에 제가 생각하는대로 사는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 음.. 좋았어요. 그래, 거봐, 이렇게 살 수 있잖아,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고통과 배신 체념등으로 결국 돌아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는데도 희망적인 느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좋았어요. 헷.

오늘 네꼬님 글 되게 좋았어요. 제가 좋게 읽은 책을 네꼬님도 좋게 읽어서 막 신나고 뿌듯하고 그랬어요. 게다가 네꼬님은 글을 참 재미있게 써서, 아 참 좋으네, 하면서 읽었어요. 고마워요. 히죽히죽 ^_____^

moonnight 2016-02-18 17:36   좋아요 0 | URL
와 다락방님 글도 좋고 네꼬님 댓글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요. 저 역시 희망을 가져보았고 그게 저를 결혼하게 만들었어요. 라니요@_@;;;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희망을 가지길♡♡♡♡

다락방 2016-02-19 09: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댓글도 좋아요.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문나잇님을 알고 지내는 거 참 만족스런 일중에 하나입니다. 히힛

네꼬 2016-02-19 17:26   좋아요 0 | URL
뭐죠 이 살랑이는 댓글의 물결. 달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