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와 이 영화, [몬스터 볼]을 보았다. 이 영화속에서 어떤 한 장면이 내내 잊혀지지 않고 뭐랄까, 복잡한 심정이 되게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장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 장면은 이런 거다. 아버지 '빌리 밥 손튼'이 성매매 여성을 집으로 불러 섹스를 한다. 그런데 며칠뒤, 아들 '히스 레저'가 그 여성을 불러 섹스를 한다. 음.. 둘다 성매매 여성에게 돈을 지불했고, 둘 모두 성매매 여성과 '연인'관계이진 않았다. 성매매 여성은 돈을 받았으니 섹스를 했다. 고객1, 고객2 가 되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되게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면서 결국 아무런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게 했다. 아 뭔가..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상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말든 뭐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되게 묘한 감정이 드는 거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성과 섹스를 했다. 이건 어떤 거부감을 확- 주는데, 그렇지만 그것이 성매매 고객1 성매매 고객2 라면...괜찮은건가? 뭔가 엄청 꼬여서 멘탈이 스톱 된 상태랄까. 붕괴도 아니고 그냥 스톱.
이 장면이 생각난건, 오늘 지하철에서 이 책의 이런 구절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남성 권력의 징표 중 하나는 성이다. 남성에게 섹스는 그의 사회적 능력의 검증대이기 때문에 '다다익선'이지만, 여성에게 섹스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권력과 자원을 가질수록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한다('가질 수 있다'). 반면,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계급과 섹스의 관계는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난다. 여성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한 명의 남성하고만 섹스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 성매매와 성폭력은 이처럼 성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서로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적 현상들이다. (p.108)
'가난하고 권력이 없는 남성들은 한 여성을 다른 남성과 공유한다' 에서 바로 [몬스터볼]이 떠오른 것이다. 영화속에서 이 부자는 작은집에서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마찬가지로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여성은 '많은 남성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역시 영화 [몬스터볼]과 일치한다. 영화속에서 성매매여성은 아들과 아버지를 상대해야 했으니까.
나는 영화속 저 장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 장면은 '가난하고 권력없는 남성'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권력없는 여성'의 성을 그대로 반영한듯 싶다. 그러니 그런 장면으로 나온거겠지...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이 영화를 봤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고 한 5분 봤나.. 마침 내가 본 장면에서는 영화속 주인공인 '줄리아 로버츠'가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고 있었다. 얇은 씬피자였지만 라지 사이즈였는데, 줄리아 로버츠랑 친구는 각자 앞에 한 판씩 시켜두고 먹더라. 친구는 배 나올까봐 못먹겠다고 했고 그런 친구에게 줄리아 로버츠는 뱃살 좀 나오면 어떠냐고 먹으라고 했다. 여튼 그리고나서 결론적으로는 행복하게 웃으면서 각자 앞에 놓인 피자 한 판씩을 먹는거다!!! 와!!! 얘네들은 한 판씩 시켜먹어!! 그 뭐지, 마리앙 꼬띠아르 나오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총 네 명의 가족 구성원이 저녁으로 피자를 먹자며 피자를 네 판 사가는 걸 봤는데....두 판은 라지, 두 판은 미디엄... 피자는 원래 한 판씩 먹는게 정석인가...나도 큰 피자 씬으로 하나 앞에 시켜놓고 혼자 다 먹고 싶다. 한 쪽씩 들어서 휙 접어가지고 입 안 가득 넣고 오물오물...

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오는데 갑자기 며칠전에 본 이 영화의 피자 장면이 확- 떠오르는 거다. 그때부터 거침없이 피자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피자피자피자피자...나도 피자피자피자피자....앞에 한 판 두고 혼자서 피자피자피자피자... 하아- 먹고싶다 간절히 먹고싶다 되게 먹고싶다 미치도록 먹고싶다.....
그렇지만 사실 나는 평소에 피자를 좋아하는 여자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잘하는 '나와 대화하기'를 시도해보았다.
넌 원래 피자를 안좋아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이렇게 피자를 먹고 싶은거야?
글쎄.. 고칼로리가 필요한 것 같아.
어제도 쭈꾸미 볶음에 술을 마셨잖아. 그 볶음 안에는 순대랑 삼겹살도 들어 있었고..
아니 그런 고칼로리 말고 다른 고칼로리. 피자같은거..
그게 하필 왜 오늘 아침에 필요한거야?
음..아마도 꿈 때문인 것 같아.
꿈?
응. 겁나 야한 꿈을 꿨거등. 에너지를 엄청 소모했어. 고칼로리 필요해...
아...그럼 먹어.
아, 나와의 대화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피자를 먹는 것으로 끝났다. 겁나 명쾌하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나는 내적갈등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 자신과의 대화'를 권한다. 여튼 조만간 혼자 라지피자 시켜서 다 먹는 걸 반드시 해내리라. 이걸 하지 않으면 할 때까지 피자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피자...
오늘 새벽에는 겁나 야한 꿈을 꿨다. 크- 내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걸까. 어제 술을 초큼 마셨는데(읭?) .. 그리고 전날 잠을 못자서 너무 피곤했는데...그러니 꿈도 없이 푸욱- 자는게 자연스런 이치건만, 나는 왜 꿈에서 그리 격렬했던가. 그래서그런지 무척 피곤하다. 오늘은 퇴근하고 집에 일찍 가서 암것도 안하고 그냥 쓰러져 잘 것이다. 이토록 야한 꿈을 감당하기에 나는 젊지 않아....Orz
가만있자, 피자는 언제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