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로 이동하는 기차는 브뤼셀에서 갈아타야 했다. 엄마와 이모가 함께 앉고 내 옆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여성이 타고 있었다. 엄마와 이모를 위해 일단 화장실의 정보를 알아두어야 하는데 기차 안의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우린 앞으로 두시간 정도를 이 기차를 탈건데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면 낭패였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지나가는 직원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까는 보이던 직원이 지금은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내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여기 화장실이 두 개 있는데 둘다 잠겨 있어 사용이 안되더라, 혹시 이유를 아니? 물으니 전혀 모르겠다고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알겠다고 답하고 직원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저기 저쪽 칸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려는 직원이 보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직원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니, 잠겨있어 라고 말했다. 직원은 미안하다며, 자기가 열어두었어야 했는데 잊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여자 화장실 두 칸, 남자 화장실 두 칸 모두를 열쇠를 가지고 열어주었다. 그렇게 나도 화장실을 다녀오고 엄마와 이모에게도 알려주었다. 잠시후,


옆자리 여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너 화장실 이용했니? 괜찮아? 너 에브리씽 오케이니? 그래서 그렇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어디로 가느냐, 어디에서 왔냐, 휴일이냐, 등등 여러가지를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대답해주며 나 역시도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로 가는데? 라고. 그녀는 이 기차로 프랑스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 너 프랑스 살아? 물으니 그녀는 아니라고, 암스테르담에 산다고 했다. 브뤼셀에서 환승할거라는 내게 그녀는 브뤼셀도 한 번 가보라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나는 내일 우리가 브뤼셀에 갈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내릴 때가 되었을 때 그녀와 나는 서로 바이바이 웃으며 인사했다.


룩셈부르크에 도착해 하루를 머물고 브뤼셀에서 하루를 머물고, 이제 암스테르담의 호텔에 우리가 맡긴 짐을 찾으러 가야 했다. 거기서 짐을 찾아 로테르담으로 이동할 참이었다. 암스테르담의 호텔에서 우리의 커다란 캐리어를 찾고, 룩셈부르크와 브뤼셀에 다녀오는 동안 늘어난 짐을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아니, 왜 짐을 줄이고 올거라고 생각하는데 돌아올 때는 항상 늘어 있는 걸까요? 왜죠? 그렇게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으로 가 우리가 탈 열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도착했고 타기 위해서는 약간 턱이 높은 플랫폼과 기차 사이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갑자기 무거운 캐리어에 당황했고 또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캐리어를 기차로 들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내가 이걸 핸들링하지 못하는 거에 당황하면서 낑낑대는데 커다란 손이 갑자기 휙 내 캐리어 쪽으로 오면서 캐리어를 기차 위로 끌어 올려 주었다. 나보다 먼저 기차에 탑승한 사람이 들어준 것이었다. 내 뒤로 이모의 캐리어까지 그 손은 훅 날아와 캐리어를 옮겨주었다. 기차에 탄 후에 고맙다고 인사하며 얼굴을 보는데, 놀랍게도 아기가 탄 유모차를 가지고 기차에 탑승한 여성이었다. 캐리어를 번쩍 들어주어 남자라고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여성이었어. 감사하다고 몇차례에 걸쳐 인사했는데, 로테르담에 가기 위해서 환승해야 하는 우리에게 여기에서 내리는 거라고 그녀는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리는데도 또 가방을 들어주려 해. 내가 이미 경험에 의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양손을 쓸 수 있어서 잘 옮길 수 있었고, 그녀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자, 이제 환승할 열차를 탈 차례, 플랫폼을 찾으려는데, 잠깐 사라졌던 그 여성이 다시 나타나, 로테르담은 여기로 내려가서 타야 된다고 부러 일러주러 오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유모차를 끌고 간다. 우리는 감사하다고 또 인사하고 엄마와 이모는 어쩌면 저렇게 사람이 친절하냐며 감탄했다.



이런 일은 또 있다. 그러니까 어디였지, 벨기에 센트럴 역이었던 것 같다. 암스테르담에 갈 기차를 타려는데, 이게 맞나 확인하고 싶었다. 직원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직원은 보이질 않았고 그래서 전광판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저 쪽에 직원인가? 아니면 계단을 올라 전광판? 이렇게 갈팡질팡 하고 왔다갔다 하노라니 갑자기 한 여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왜그래? 도와줄까? 그래서 내가 암스테르담 가는 열차 타려는데 여기서 타는거 맞는지 궁금하다 하니 그녀가 잠깐만 기다리라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내가 모르는 앱을 열어서 확인을 하더니, 응 바로 여기서 타는 거 맞아,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수시로 만나는 친절한 사람들이 우리의 여행을 도와주었다. 엄마와 이모는 이 친절한 경험들로 아주 기분이 좋은듯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로테르담은, 작년에 왔을 때에도 와, 여기 너무 좋아 다음에 온다면 여기서 머물거야, 했던 도시였다. 그 기억은 남아 있는데, 그런데 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기억은 사실 좀 희미했다. 이번 여행에서 로테르담으로 모두 숙소를 정했다가, 이왕 엄마 이모 모시고 가는거 룩셈부르크도 가고 브뤼셀도 가자, 그러기 위해서 숙소는 암스테르담이 낫겠다 싶어서 로테르담은 고작 2박 설정해두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로테르담으로 이동해 기차가 멈추고 역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아, 너무 좋은 거다. 이 시야가 탁 트인 곳이 게다가 번화했다. 깔끔하고 넓은 곳이 바로 여기였다. 아름다우면서 깔끔하고 넓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숙소로 이동하면서 얼마나 그 길에 만족했는지, 내가 이래서 로테르담에 머물고 싶어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는 레지던스였으며 82제곱미터의 아파트형 객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통유리창으로 로테르담 시내 전경이 보인다. 침대가 두개 놓여있고 커다란 식탁과 의자가 있다. 아, 너무 좋아. 나는 여기가 너무 좋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한 숙소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가 로테르담 시내를 구경한다. 우리 모두 이곳의 넓음과 시원함에 감탄한다. 시야가 넓어, 여긴 그냥 다 넓어. 차도도 넓고 인도도 넓고, 그냥 곳곳이 다 광장이야, 세상에 저건 공간 낭비인 것 같아, 하는 이모의 말에 이모, 그건 이모가 한국에서 왔고 이모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야, 여긴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얘기했다. 누가 물으면 망설임없이 나는 로테르담이 제일 좋다고 할 것이었다.







사진이 인물사진 밖에 없어서(엄마, 이모) 올릴 게 없네. 여기 정말 가장 내 취향의 도시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다들 맥주를 한잔씩 하고 이제 자기 할 거 하는 시간. 나는 커다란 테이블에 맥북을 놓고 타다다닥 글을 썼다. 여기는 13층, 창밖으로는 통유리를 통해 도시가 보인다. 세상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여기에 오고 싶었다. 또 오고 싶었다. 

작년과 이번의 여행으로 이제 유럽 여행도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숙소가 너무 좋아서, 82제곱미터의 원룸, 통유리창,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문밖을 나서면 뻥 뚫리는 가슴. 이 모든게 너무 좋아서, 바로 여기, 이 곳을 또 찾고 싶었다. 퇴사하면 한달살기 베트남에서 하려고 했는데, 아니, 로테르담에서 해야겠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바꿔 먹는다. 로테르담 한 달 살기,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 일주일 하자. 아니, 일주일은 너무 짧다. 그래도 월화수목금토일 두 번씩은 보내봐야지. 그래, 2주로 쇼부치자. 퇴사하면 2주간 로테르담 살기 해보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내년 여름에 여기, 로테르담에 다시 오자고 생각했다. 여름 휴가, 혼자서 로테르담에 오자. 바로 이곳, 이 숙소에서 머물자. 틈나는 대로 바깥에 나가 속이 뻥 뚫리는 도시를 경험하고 숙소로 돌아오 통유리창으로 보이눈 도시의 풍경을 보며 글도 쓰자. 그렇게 보내는 휴가는 정말이지 완벽할 것이었다.


사실, 가능하다면 너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묻고 싶은 친구가 있지만, 그러나 묻지 않기로 한다. 혼자 오자.

그동안의 경험으로 나는 이제 이곳에서의 혼자 여행 할 수 있을 만큼 또 더 강해진 것 같다. 매일매일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잇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의 풍경과 시간을 고스란히 다시 누리고 싶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모두 충분히 잘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내 경험치만 두고 생각해보자면, 누가 그중 어디가 제일 좋아 물었을 때 나는 로테르담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를 또 가고 싶어? 라는 물음에도 역시 로테르담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키폴 공항에 내려 기차를 타고 로테르담의 숙소로 체크인하고 그곳에 머무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온전히 혼자여도 좋을 것이다. 아니, 혼자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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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05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소가 그리 맘에 드신다니 이미 하시는 효도, 효도를 더욱 제대로 하시게 되었네요 무엇보다 다락방님께서 이렇게 만족해하시는데...^^ 친절한 분들, 게다가 의외의 장소와 의외의 유형사람에게 받는 친절, 여행을 한층 흐뭇하게 해주나봅니다! 굿 나이트 하시어요^^

잠자냥 2023-08-05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말이니? 응 난 괜찮아. 혼자 먼저 다녀오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은 넓고 멋지고 친절한 여성도 많네요! 그나저나 사진 속 여성 가죽 재킷 입었어…. 세상 부러운 저 온도 기온 날씨 통유리 ㅋㅋㅋㅋ

건수하 2023-08-05 09:33   좋아요 1 | URL
날씨 진짜 부럽..

잠자냥 2023-08-0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번째 사진(맥주 잔 있는 사진)에서 전등 안에 있는 건 뭔가요? 피규어 같은데 북유럽 신화랑 관련된 피규어인가? 저렇게 전등에 들어가 있으니까 신기해요.

건수하 2023-08-05 09:32   좋아요 0 | URL
피규어는 모르겠고 그러고보니 저 전등을 전에 잡지에서 (실제로도 봤나) 본 기억이 납니다 ㅋㅋ


건수하 2023-08-0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스테르담 딱 하루씩 두 번 들러봤는데 로테르담에도 가 보고 싶네요. 다락방님 힘들지만 너무 뿌듯하실 듯 ^^

페넬로페 2023-08-0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에 다락방님 따라 가고 싶어요 ㅎㅎ
로테르담은 기차로 지나친 곳이었는데 그곳이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니요.
혼자만의 여행, 응원합니다^^

청아 2023-08-0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로테르담 2주 살기 응원합니다. 저도 사진 먼저 하나하나 눌러보면서 여기서 한 달 살기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곳이라면 하루 2만 보도 거뜬할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3-08-0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근사해요, 로테르담이라니!
영어 잘하시니 이제 원서읽기 안 하셔도 될듯하고요 ㅋㅋㅋㅋㅋㅋ
맘에 드는 숙소에서 맥주 마시며 글 쓰는 시간이라니... 크흐....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완벽한 순간입니다....

그레이스 2023-08-0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르사이유 갈때 그런 경험있었어요
지하철 타고 가서 베르사이유로 가는 기차 갈아타는데 어느 중년 여성분이 먼저 어디가냐고 물어보고 아예 가던 길 돌아서서 승강장 계단 앞까지 안내해주던 기억! 거기가 복잡하다는 걸 알고, 여행자인듯 보이는 우리에게 먼저 물어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시 생각해도 고맙네요.

행복한 여행 되세요~~

은오 2023-08-0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람들 친절함 너무 좋네요 ㅠㅠ 먼저 도움 요청 안해도 너 왜그래? 도와줄까? 하는거 너무 다정하다....
저는 거리샷보다 역시 숙소뷰가 눈에 들어옵니다. 크 너무 좋아요!!

책읽는나무 2023-08-0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테르담✍️✍️
사진만 봐도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유럽은 사기꾼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역으로 친절하신 분들도 많군요.
힘쎈 여성분들도~^^
한국에서도 친절함과 오지랖을 왔다갔다 하는 중년 여성들 많잖아요. 유럽도 혹시 그런 감성일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ㅋㅋㅋ
선뜻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오지랖일 수도 있겠지만 도움 받는 사람에겐 무척 고마운 일이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어가 유창하여 도움을 제때 받으신 다락방 님도 전 지금 대단하게...그리고 막 부러워지네요^^

거리의화가 2023-08-0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테르담 좋다고 하시니 저도 언젠간 가보고 싶습니다^^ 여행은 혼자 해야 제맛인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 불편한 것 빼곤 혼자가 편합니다!ㅎㅎ
여행을 하면서 좋은 점은 도처에 친절한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요. 그럴 때 온기를 느끼고 세상 어디에 있어도 혼자이지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요.
화장실은 정말 잘하셨습니다. 화장실은 중요해요!ㅎㅎㅎ

달자 2023-08-0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쏙 도는 도시를 찾으셨군요! 숙소뷰 너무 좋아요! 여행 시 숙소 선택 정말 중요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