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내 서재의 책을 분산해서 옮겨야 했다. 서재에 침대 놓을 공간이 지금보다 좀 넓게 필요했던 까닭이다. 아무튼 그래서 서재에 있던 책을 일부 거실로 옮겼다. 거실에 장식장 갖다 두고 거기에 토지전권셋트와 시집들을 옮겼다. 현관문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장식장에도 원서 가진 것들과 열린책들 시리즈, 펭귄북스 시리즈들을 옮겼다. 공간이 넓어 들어서면서도 그리고 들어와서도 책 등이 보이게, 즉 책들끼리 마주보게 꽂아둔 터라 제법 많이 꽂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 해놓은 걸 다 보신 엄마가 서재에 들어갔다 나오시더니 말씀하셨다.
"야, 저렇게 뺐는데 왜 책장에 빈 칸이 없어?"
아니, 저 말을 듣고 내가 너무 빵터져서 ㅋㅋㅋ 그리고 할 말이 없어서 막 웃었다. 엄마는,
"야, 왜 웃어? 아니 책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거야?왜 책상위에도 책이 또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엄마 그게 .. 그래.. 참... 그렇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도 책은 오고 또 한 번 사랑은 가고.....(그거 아니야..)
《어린 시절》과 《계속 쓰기:나의 단어로》는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다. 어린 시절은 특히 장바구니에 내내 들어있던 책인데 어떻게 이렇게 쏙- 나에게로! 후훗. 저 책갈피 굿즈도 함께 도착한 선물.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꺅 >.<
다정한 알라디너들에게 축복 있으라!
《아돌프 히틀러》는 사려고 벼르다가 산 책. 사실 도서관에 《나의 투쟁》빌리러 갔었는데 책이 너무 낡은 거다. 책이 갈라져있고 그래서 빌리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러면 살까.. 했는데 어떤 꺼려지는 마음이 있는 거다. 금요일에 친구 만나 이런 얘길 했더니, 그치 못사지, 히틀러 자서전을 살 순 없지.. 응 이상하게 못사겠어 ㅋㅋㅋ 차마 못사겠다 ㅋㅋㅋㅋㅋ
《그림의 이면》은 태국 소설. 이렇게 나는 태국 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는가. 너무 궁금하다. 물론 내가 '가진' 태국 소설이 이게 처음은 아니다. 몇해전 방콕의 미술관 갔다가 전시된 그림을 보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그림의 소재가 된 책을 산 적 있었더랬다.
이 책인데, 내가 갔던 전시에서 이 책의 이야기들로 연작 그림들이 좌르륵 걸려있었던 거다. 이게 태국의 엄청난 고전 소설이라는데, 내가 산 이 책만 해도 한 권이지만 일부 발췌본인거다. 돌아오자마자 궁금해서 샀는데 아직 안읽음. 코로나 발생전 태국 갔다가 본 전시이니 벌써 몇 년이 된것인가...
집에 있다.
집에 그냥 있다.
집에 그냥 얌전히 있다.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국에서》는 내가 한국 작가중에 가장 좋아하는, 아마도 유일하게 좋아하는 이승우의 신간이라 소식을 알자마자 샀다. 예약구매이고 싸인본을 준단다. 나는 싸인본이 싫은 사람이다. 예약구매로 사지 않는 건 예약구매에 딱히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고 또 사인본 받기도 싫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읽고 파는데 사인은.. 싫어요.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싸인본이면 넘나 싫어집니다. 어제도 책장 정리하다가 싸인본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 일반적 싸인본이 아니라 내 이름 적은 싸인본은 참.. 처치곤란이다. 그거 보면서 내가 앞으로 책 내면 싸인해서 책 선물하는 거 하지말자, 상대가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할 수가 있다..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승우 싸인본은 조금 망설이다가 샀다. 내가 이승우 책을 되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지금 내 방 책장에 한 칸은 고스란히 이승우의 칸이다. 주말 내내 책장 정리 하면서(라고 해봤자 티도 안나지만) 내 침실로 책장 두 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페미니즘 책들 고스란히 들어가있고 하나에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옮겼다. 거기에는 한나 아렌트, 보부아르, 애트우드, 줌파 라히리, 샤론 볼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있고, 국내에는 박정자가 있고, 그리고 어느 한 칸은 이승우다. 국내외를 합쳐 남자 작가는 이승우의 칸이 유일하다. 아,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도 있네? ㅋㅋㅋㅋㅋ 아무튼 작가의 칸으로는 이승우가 유일. 아 너무 설레인다. 한글로 책 읽는 맛을 너무 잘 느끼게 해주는 작가다. 또 책을 내주어 반가울 따름.
《보부아르의 말》은 토요일 아침에 부랴부랴 샀다. 매달 예스에서도 상품권을 주는데 주말이면 천원이 더 생겨. 이번에 뭣 때문에 또 천 원 줘가지고 하여튼 4천원의 상품권이 생겼고, 오호라 뭘 산담? 하다가 이 책의 출간을 알게 되고 부랴부랴 질렀다. 세상에, 보부아르의 말 이라니! 너무 좋다. 으하하하하.
《네 번의 노크》는 국내 미스테리 소설이다. 국내 소설을 잘 안읽는 편인데, 한남 문학은 한남 문학이라고 싫고 다른건 또 나름의 이유들로 딱히 정이 안가는 바 국내 소설을 잘 안읽는 편이다. 그래도 오호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하게 되는 작품들이 더러 있는데, 이 책은 영화로도 만들어질거라길래 한 번 보자 싶었다. 등장인물이 여섯명의 여자. 일전에 문목하 의 《돌이킬 수 있는》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런 미스테리가 한국에서 또 나올 수도 있다 싶어서 이 책도 사게 되었다. 제발 재미있어 주기를 바라..
《한 남자》는 알라디너 분의 리뷰를 보고 구입하게 됐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내가 딱히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권 읽었네.. 나란 사람..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저 제목과 책 디자인만 봐도 완전 내가 안사려고 제껴둔 책일텐데, 아니 얼마전에 이 책의 저자가 철학자라는 걸 알게된 겁니다. 네?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철학.. 서적이야?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이 철학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글을 봤는데 신간은 아직 번역이 안되어있고 이 책이 있길래 사봤다.
《엔드 오브 맨》이거 내내 보관함에 있었는데 중고로 뜬거다. 그런데 이거 왜 보관함에 있었지? 하고 책소개 다시 보니 '남자들만 죽는 전염병' 이 나오는 얘기더라. 오?! 이래서 보관함에 있었구만. 바로 샀다. ㅋㅋㅋ
《디어 마이 네임》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존재를 알아도 사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책인데 얼마전 한 알라더니 분의 리뷰에서 아주 잘 쓴글이라는 평을 보고는, 그래 사겠다! 해서 샀다.
《과식의 종말》은 정말이지, 내 과식에 종말을 가져오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구입했다. 이 책 읽고 제 과식에 종말이 오게 해주세요. 아멘.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다이어트 책 읽는다고 내가 다이어트를 하진 않더라.... 과연,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나는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될까? 변화가 내게 오긴 올까? 과! 식! 종! 말!!
《사형 집행인의 딸》도 샀는데, 뭔가 읽고 싶었으니 보관함에 있었겠지.. 여하튼 중고에 떠있길래 그냥 샀다. 재미있어라..
얼마전에 트윗에서 프랑스 제과점의 크로아상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은 요기 ☞ (유튜브 숏츠는 어케 가져오는지 모름) https://youtube.com/shorts/MeODs4NJqT8?feature=share
저 영상을 본 뒤로 내 머릿속은 크로아상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트윗을 보니 어떤 사람은 저걸 보고 저걸 사 먹기 위해 프랑스로 갔던데, 나는 당장 프랑스로 갈 수 없을 뿐더러, 저걸 먹으러 저기로 가자! 는 것 보다는 '저 사람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해?'가 더 먼저 생각이 나는 거다. 그래서 어떡했다?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남들 크로아상 생지 사다 구워 먹는 건 알았지만, 나는 어떻게 한다? 내가 처음부터 다 해보겠다. 일단 재료를 보자. 나는 네이버, 유튭을 통해 크로아상 만들기를 검색했고 재료를 살펴보았다.
강력분, 버터, 우유, 물, 이스트, 설탕, 소금
오, 이 재료들만 있으면 된다니! 무슨 바닐라 에센스 이딴거 없어도 되어서 너무 좋네! 재료만 있으면 안될게 무어람? 레서피 몇 개를 보다보니 그런데 크로아상 만드는게 시간이 엄청 걸리는 일이더라. 일단 반죽을 하고 발효를 한 뒤에 냉동실에 휴지 시켜 꺼내서 버터를 바르고 다시 접고 냉동실에 넣고 다시 버터 바르고 이 과정을 몇차례 걸친후 실온에서 4~5 시간 발효가 필요했다. 어떤 사람은 2시간 발효했길래, 좋아, 자연 발효 4~5시간 말하는 사람이 있고 2시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2시간 말을 듣자. 그러나 지금 날씨가 추우니 오븐 발효 40도로 두시간 하자... 했다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반죽을 나는 만나고야 말았... 아 망삘이네..... 어떡하지.... 네 개를 팬에 올려두었는데 이게 서로 너무 커져서 붙어버린 거다. 그래서 따로 떼어 놓으려고 했더니 반죽이 너무 말랑말랑 가벼워서 들어 올리는 순간 푸식- 꺼져버릴 것 같았다. 하는수없이 그대로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돌렸더니, 이런게 나오더라.
어머니.. 저는.... 무얼 만들었나요? 이것은.... 무엇인가요?
그렇지만 생긴게 이래도 냄새가 기가 막혀. 이걸 굽는데 엄마가 아니 세상에 무슨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냐고, 집안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막 흥분하셨다. 엄마, 좋을 수밖에 없지 버터가 미친듯이 들어가... 얘들아, 크로아상에 버터 엄청 들어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 이거 잼이나 크림 없다고 만만하게 볼 빵이 아니야, 여러분 버터를 먹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딱 꺼내고 망했다 망했어 했는데...
아무튼 저걸 잘라보자.
그래도 크로아상.. 비슷하쥬?
와 이게 근데 맛이 기가 막힌 거다. 엄마가 정신을 못차리고 흡입하시는 거다. 악 너무 맛있어 너무 맛있어 하면서 두개째를 거의 다 드시길래, 엄마 그만 먹어! 갈비 먹기로 했잖아!!! 이래가지고 가까스로 말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맛있었어. 존맛탱구리...
내가 프랑스 제과점 직원과 다를게 뭐람? 저사람들이 했으면 나도 한다! 저 사람들이 가진 재료 나도 있다! 그러니 내가 하겠다! 했지만, 나는 내가 똥손이라는 것을 간과했다....................하아- 나는 제빵할 때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크로아상은 사먹어라!
그렇지만 집안에 크로아상 굽는 냄새.. 너무 좋고 만들자마자 앗 뜨거워 하면서 뜯어 먹는데 겉바속촉 바사삭 소리 나면서 맛있어가지고... 나는 또 해보기로 했고, 엄마는 그런 나에게 이제 제발 하지 말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 똥손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