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게이샤 커피세트가 새로 나왔다길래 오호라 사볼까~ 했는데 홀빈으로만 판매한단다. 나에겐 그라인더가 없는데..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커피를 장바구니에 넣으려다가 멈칫, 하고 아아, 그렇다면 그라인더를 사야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더 사는 일은 하고싶지 않은데, 라고 책은 또 살 내가 생각한다. 이 커피가 비싸서 3만원 대이고 거기에 그라인더까지 사면... 그런데 내가 만약 그라인더 사기 싫어서 이 커피도 안산다? 그러면 나의 소비는 0원...
현명한 소비란 무엇인가..
연말의 시사인을 특히 좋아한다. 이유는 <시사인이 선정한 올해의 책 행복한 책꽂이>를 부록으로 주기 때문. 지금이야 다시 정기구독해 보고 있지만 몇해간 정기구독을 해지했을 때도 매해 연말에는 꼭 사서 행복한 책꽂이를 읽었더랬다.
이번에도 시사인 받자마자 행복한 책꽂이를 넘기는데 리뷰어들 중에 딱히 아는 사람이 보이지도 않고 책들도 딱히 재미있어 보이질 않네... 라고 생각하다가도 아아, 장바구니에 책 이렇게나 넣었다.
실려있는 책들 중에 소설의 비중이 적어 좀 안타까웠다. 사람들은 소설을 많이 안읽는걸까? 그리고 몇 권 나온 소설들도 다 내가 좋아할 책들이 아니었어.. 쩝. 아무튼 저 책들중 몇 권을 살까 싶다.
《먼 길로 돌아갈까?》가 가장 궁금한데, 이 책의 저자 '게일 콜드웰'이 '연인이자 친구이며 자매이고 동료인' '캐롤라인 냅'과의 관계 유지에 대해 쓴 책이라고 한다. 캐롤라인 냅의 책을 몇 권 사두기는 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드링킹, 남자보다 개가 좋아 둘다 읽다가 포기하고 팔아버림 -.-) 한 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라면 나는 궁금하다. 살면서 일정 부분 스스로 깨닫는 관계유지의 방법이라는 게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랑을, 우정을, 관계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렇게나 나이를 먹고 여러 관계를 맺고 또 찢어지는 걸 경험하면서 나는 분명 과거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 때문에 그리고 우정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일들이 생긴다. 공부한다고 가슴 찢기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관계는 나 혼자 하는게 아니니까- 그래도 내가 좀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나 좀 멋지지 않냐? 이미 잘하지만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고 싶어하다니.. 멋져.. 내가 나 뽕이 찬다.
나 뽕이 차면 편지를 써주세요~ 두비두바 두비두바~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는 관심 갖지 않은 책이었는데, 기존에 노라 에프런의 책을 읽으면서 딱히 좋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녀의 영화들도 내가 막 좋아하며 열광했던 작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신간(개정판)에 대해서도 무심했는데, 행복한 책꽂이의 리뷰를 읽다보니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의 관계에 대해 나온다고. 나는 이제 중년을 살면서 젊은 여성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 모든 촛점과 관심은 젊은 여성들을 향해 맞춰져 있다. 노라 에프런은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들에 대해 어떻게 썼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궁금해졌다.
《목요일의 아이》는 표창원의 추천작인데 행복한 책꽂이에 실린 소설들 중 유일하게 그나마 흥미가 가는 소설이다. 일본 소설이고.. 어쩐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어 저어되기 땜시롱 중고로 검색해봐야겠다.
《초인적 힘의 비밀》은 맙소사 운동 중독인 앨리슨 벡델의 이야기란다. 아니, '앨리슨 벡델'도 흥미로운데, 네? 뭐라고요? 운.동.중.독. 이라고요? 내가 과거의 어느 시절 '나 아무래도 운동중독인 것 같아' 했다가 남동생으로부터 '누나가 아는 운동중독과 내가 아는 운동중독은 많이 다른가보구나' 라는 말을 들었고, 당시의 애인으로부터는 엄청나게 큰 웃음소리를 들었고, 여동생으로부터는 풉- 을 들었....... 운동 중독이 뭐 별건가. '아 운동해야 되는데' 라고 생각하고 운동은 안하면서 그렇지만 '아아 운동해야 되는데' 자꾸 생각하면 운동중독이지.. 운동에 대해 자꾸 생각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합니다..
아무튼 이것도 사야겠다. 어쩐지 동질감을 느끼게 될(그거 아니야..) 책인듯 하다.
그라인더나 구경가야겠다. 어디로? 망망대해 인터넷의 세계로....
싫어.. 이딴거 알아보고 쇼핑하고 이러는 거...
왜 책 쇼핑은 좋은데 다른거 쇼핑은 졸라 싫을까.....
아 안살래. 커피도 그라인더도 다 안산다. 귀찮.....
히융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