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스토리를 얘기해보자면, 나의 최근 3개월간 책 순구매액은 83만원을 넘는다. 이게 다락방 한 계정에서만이고, 나는 알라딘에 계정 하나가 더 있는데 그것의 등급은 골드이며, 매달 예스에서도 책을 산다. 왜냐면 쿠폰을 주는데 그걸 날릴 수는 없잖아요... 아무튼 내가 사두고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히는 가운데, 2월은 책을 사지 않겠다, 한달이라도 얌전하게 사 둔 책만 읽겠다, 했지만... 세상은 나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네, 이런 책이 나왔어요.
최근에 보부아르 책을 밑줄 그어가며 보았던 사람으로서 이것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 아아, 한 달 뒤에, 한 달 뒤에..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얼마나 미룰 수 있을까? 나는 미루기의 천재가 아닌데...나는 노력형인데.......... 이 책이 자꾸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것이다. 물론, 살거라면 이거 한 권만 사진 않을 거다. 우리는 어째서인지 왜때문에 5만원 장바구니는 일단 넘겨야 하잖아요... 무릇 책 구매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하여 내 장바구니에 잠긴 책은 이 두 권이 더 있지요.
사실 보부아르 신간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전에 사고 싶어서 욕망이 용솟음쳤던 것은 베트남 한달살기, 저 책이다. 마침 단발머리님 페이퍼에서 헬렌 니어링의 책을 보고서는 어머, 이건 꼭 사야해, 읽어야 해, 내 밥상 소박해질 필요가 있지!! 했던 터인데, 아아, 소박한 밥상과 베트남 한달 살기는 어쩐지 셋트 아닌가. 셋트다, 셋트. 이것은 이름하여, 다락방 셋트.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베트남에 한 달 가 살면서 나는 소박한 밥상을 차릴 것이다...
나는 이렇게 세 권을 가슴에 품고 미뤄야지 미뤄야지 하는데,
왜그러셨어요, 난티나무 님...
왜그러셨어요, 잠자냥 님..
버지니아 울프에도 편승해야 합니다.
왜그러셨어요, 단발머리 님..
정녕 알라딘을 그만둬야만 나는 책 구매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것들도 사고싶다.
그리고 이 책... 품절인데 52,250원. 두구두구둥-
그나저나 어제 도서관에서 내가 예약한 도서 도착했다고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제목이 잘려가지고 .. 내가 뭘 신청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가면서 도서관에 들러 예약도서 픽업해야지.
인생은 뭘까?
책은 뭘까?
2월은 그래서 안살 순 없을 것 같고 한 번만 사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그 한 번에 선택되는 책들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그 한 번을 언제로 정할것인가. 나는 언제까지 책 구매를 미룰 수 있을 것인가. 너무 심오한 문제라 섣불리 답을 낼 수가 없다. 내 생각이나 결정보다 내 손이 더 빠르게 모든 것을 행할까 두렵다. 글을 쓸 때는 항상 내 손이 내 생각보다 먼저였는데. 손꾸락에 눈달린 줄.. 손꾸락이 생각을 한다. 나의 손꾸락이여... 뭘 만드는 건 못하면서 제 의지대로 쓰고 지르는 건 잘해... 내 손꾸락..... 사랑해, 내 손꾸락. 내가 너를 아낀다. 널 내가 아껴야지 누가 아끼니. 나의 예쁜 손가락 샤라라랑~
여러분 나는 미룰 것이다...
언제까지? 모르겠다.
미룰 거야.
저는 미루기의 천재가 아니므로 노력형,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미루겠다.
책들아 똭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