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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평점 :
정민 선생님의 글을 처음 접했다. 미리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읽어보니 책 내용이 더 좋았다. 국문학 중에서도 고전문학을 주로 저술하시는 분이시기에 내 수준으로 읽어내기에는 약간의 버거움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미쳐야 미친다' 라는 제목에서는 확고한 느낌마저 든다. 뜨거운 열정과 광기로 똘똘 뭉친 채 일평생 살았던 역사적 위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근한 역사적 위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낯선 이름의 인물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고선 이런 인물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다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상도 느낄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민 선생님께서도 책에서 표현하셨듯이,'기록의 힘'이라는 게 참 무섭고 강하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남겨진 기록을 통해서 현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는 고전으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감상들은 비슷했고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크게 변한 것 같아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진정한 소통'이라는 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시종 일정한 수준을 지킨다. 딱딱하기는커녕,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재미있게 전달해주시는 정민 선생님의 글 덕분에 좋은 깨우침을 받은 거 같다. 도움이 됐다.
18세기 옛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쉽게 술술 넘어가는 책보다는 걸리는 게 많은 게 좋은 책이라던데 한 장 한 장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어낸 책이라 더 마음에 남았는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내용들도 많았다. 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얘기들도 있다. 여러 내용을 기억함도 좋지만, 이 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의 올곧은 정신과 태도를 배우기에 힘쓰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리타분하지 않잖아. 고전하면 왜 고리타분이라는 말이 생각났을까. 그건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모르면 무식한 거다. 뭐든지 알면 재밌어진다. 이런 류의 책도 앞으로는 부지런히 반복적으로 읽어야겠다. 조금씩 독서의 폭도 넓히고 양서로 나를 깨우치고 또 깨우치자. 좋은 글에 내 마음이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