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패˝에 대해서

《제 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송승환 시인이자 평론가는 수상자 황병승 시인에게 《육체쇼와 전집》에서 자주 나오는 카프카를 연결하며 `문학의 필연적인 실패`에 대해 말했다. 작가도, 시인도 도달할 수 없는 극지를 향해가는 실패자들-시시포스라는 비유는 이젠 흔한 정답이다. 우리는 매끄러운 정답보다 풍부한 관점을 바라는 정탐꾼이자 탐욕자이기에 흥미로운 제기가 아니었다.
《육체쇼와 전집》 해설을 맡은 황현산 평론가는 황병승 시인을 ˝실패의 성자˝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호명이었지만, 나는 그 표현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해설에서 황현산 평론가는 근거를 직접 열거하며 설득하지 않는다. ˝독실한 마음가짐˝, ˝악마˝, ˝심판대˝ 시어들과 정황을 풀어놓으며 독자가 느끼길 바라고 있었다. 황병승 시인의 시처럼 황현산 평론가도 ˝환유˝를 쓴 평론이었다고 생각한다.

황병승 시인은 한국 시에서 흔히 쓰는 은유보다 환유를 잘 쓰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은유와 환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네ㅇ버 사전을 참조해 설명하면,
은유는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이고, ex) 내 마음은 호수
환유는 어떤 사물을,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ex)숙녀-하이힐, 우리 민족-흰옷

흔적님 서재에서 [이름과 정체성, 그리고 의미] 페이퍼- http://blog.aladin.co.kr/anuloma01/8099469를 보고 나는 아, 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묻는 물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보람 없는 날들> 중
˝`이봐,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대체 네가 누구란 말이지? 젖가슴을 다 내놓고 시름에 빠져 있는 꼴이라니! 이것 봐, 너에게 안겨 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너는 짐꾸러미를 끌어안았다. 딱하기도 하지......`˝
˝네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

<Cul de Sac> 중
˝그러면 선생은 누구의 형제(영혼)입니까˝

<부식철판> 중
˝당신은 언제나 당신 자신에 대해 아는 척했다.˝

황현산 평론가는 두 질문에서 유사성을 느꼈고 그래서 ˝실패의 성자˝가 나온 것이리라. 황현산 평론가가 가져 온 ˝성자˝는 발화자로서의 유사성이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위치˝에 대한 비유였을 것이다. 연극에서 인물 스스로가 자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서 나온 행동으로 그가 규정되듯 말이다. 이보게, 완전히 그럴까. 아래 시어들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신scene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중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역시 실패인가. 표현한 자와 보려고 한 자의 의도가 같든 다르든, 누가 누구에게 매혹되고 설득 당한 것이든 나는 정답에 관심 없다. 실패라도 상관 없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나는 또 이동한다. 다르지만 비슷한 것으로. 다음은 ˝아무 데(서)나˝이다.


2. ˝아무 데(서)나˝ 공유자들 - 우리는 나를 누구라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가

황병승 <솜브레로의 잠벌레> 중
˝나는 매일 아침 아무 데서나 태어나니까˝

이수명 <그대로> 중
˝흘러 다니다가 아무 데나 붙어버린다˝, ˝아무 데서나 내려오는 비를˝, ˝아무 데서나 새는 비를˝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중
˝아무 데나 펼쳐지는 책처럼˝

˝아무˝, ˝아무리˝, ˝아무(것)도˝ 등도 포괄된다. 시인들이 시어로 얼마나 많이 쓰는지, 작가들이 얼마나 천착하고 끌어내려 하는지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도 이 세계에서 끊임없이 그걸 느끼며 말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바로 ˝아무도˝들이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아무 데(서)나˝ 공유자이길.
우리는 나를 누구라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가.
나야말로 아무 데서나 이러고 있군.


끝으로 ˝아무것도˝의 대가인 토마스 베른하르트 뷔히너 수상 연설문 <그리고 결코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리라>를 덧붙인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그런 연극 말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이 연극에 덤벼들지만 결국 아무 역할도 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연극의 흐름은 더 빨라졌고, 그리하여 중요한 대사를 제대로 읊어보지도 못한 채 놓쳐버리고 맙니다. 이 연극은 우선 전적으로 육체의 연극입니다.˝( 《제 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p 141~ 142)

우리는 얼마나 살아 있는가. 그렇게 보이길 바라는 연극 말고 삶에 대해. 정녕 연극과 삶은 동일한가.
황병승 시인은 육체로 더 가까이 내려 왔다. 다음은 어디인가. 실패 속에서 어떤 부활을 꿈꾸는가.
현실처럼 예언처럼 ˝결코 아무 것도 끝내지 못하리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12-2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극 말고 삶에 대하여,가 덧붙었네요. 페이퍼, 요즘 잡고 있는 생각과도 연관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요.

AgalmA 2015-12-28 21:38   좋아요 0 | URL
고치는 게 늘 일인 사람이라^^;;; 생각 따라잡기가 늘 버겁습니다ㅜ
생각과 시간이 늘 맞물려 가지요. 어쩔 수 없이...

yureka01 2015-12-28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헙....육체쇼와 전집...이 시집 가지고 있습니다.표지보니 반갑네요 ㄷㄷㄷ

AgalmA 2015-12-28 21:38   좋아요 0 | URL
yureka01님은 시를 엄청 아끼고 좋아하시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

비로그인 2015-12-2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가면이라는 말, 수행적 연기라는 말이 눈에 띄었는데
연극이란 말을 듣게 되네요..저의 경우 은유에 대해 특별한 불편한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지만
환유, 아니 은유와 환유의 관계는 흥미거리입니다. 연기가 꾸민다는 의미이기보다 치르어야
할 통과제의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지요. 황병승 시인의 언어는 어떤 근본적인 차원
을 생각하게 하는 듯 합니다. 기본적인 어휘, 수사 등에 대한 고려가 눈에 띕니다... 잘 읽었습니다.
재미와 의미이지요...

AgalmA 2015-12-28 23:13   좋아요 0 | URL
<사람, 장소, 환대> 점점 더 기대되는 말씀^^
˝연기가 꾸민다는 의미이기보다 치르어야 할 통과제의˝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본문에도 추가했는데, 연극을 보면 캐릭터는 그 스스로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 따라 파악되고 규정된다는 점에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대상화가 많이 부각되지만, 관찰자(관객)도 중요한 삶의 기본 요소라 볼 수 있겠죠.

네, 재미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에서 재미를 찾는 연속입니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은 질문과 답을 함께 가지고 있다. 기대와 달리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 방식은 진열 식도 있고 복잡한 서랍 식도 있지만 문학은 주문 제작식이 아니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정을 갖고 찾아보면 누구라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질문과 답을 찾으니까. 100년 뒤에도 이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다. 잘 모르면서 찾는 경우도 있는데, 발견하면 이제껏 이걸 찾았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사랑, 삶이 대표적이려나.

좋은 작가는 질문과 답이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잘 안다. 그들은 고치고 또 고치며, 고치는 게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최인훈 소설 <광장>은 증쇄할 때마다 원고를 고쳐서 내용이 정확히 몇 번 달라졌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들었다. 그 끝을 다 파악할 수 없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광장>은 한 번쯤 읽어봤을 소설이다. 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1913년 1권이 출판된 이후 굉장한 역사를 만들어 왔으나, 불행히도 구매자는 있으되 독자는 거의 없다. 읽기 시작하는 것마저 부러움을 사는 기이한 책이 되었다. 어떤 게 더 나은 운명인가. 출발했더라도 독자는 읽는 내내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마침내 뭔가 알 수는 있는지 곤혹의 연속이다. 아프리카에 갔다고 해서 다 코끼리를 만져보는 건 아니니까.
프루스트의 유일하며 악명 높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그는 먼 나라 독자들이 느낄 당혹감을 짐작이라도 한 듯 말하고 있다.

˝우리가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옮긴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번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 불분명한 형태로 그 느낌을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우리를 해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p271)
˝나는 똑같은 감동이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272)

그렇게 나도 이 책에서 나만의 느낌-종탑을 발견하고 싶었다.

1권의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마르셀 일가는 여름휴가마다 시골 콩브레에 사는 레오니 아주머니 댁에 온다. 마르셀이 만나는 공간과 사물, 인물에 따라 이야기는 흐른다. 1권에서 주로 다루는 인물은 레오니 아주머니와 하녀 프랑수아즈, 일가의 오랜 친구였으나 화류계 여인과 결혼해 멀어지게 되는 스완 씨, 사교계에 끼고 싶어 하는 속물적인 르그랑댕 씨, 딸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지만 음악가로선 재능 없는 뱅퇴유 씨와 그의 딸이다. 뱅퇴유 양에 대한 이야기는 좀 충격적인데, 읽지 않은 독자의 재미를 보호하고자 스포일러는 참는다;

1. 종탑과 성탑
초반부터 ˝종탑˝은 중요하게 서술되었다. ˝종탑˝과 ˝성탑˝은 거의 유사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화자 마르셀이 콩브레 마을을 바라보는 외적인 중심축이기도 하고, 마르셀과 프루스트가 개인으로서, 작가로서 희구(希求) 하는 내적인 중심축이기도 하다. 몽상가이자 작가를 꿈꾸는 마르셀을 짐작하게 하는 아래 서술을 보자.

˝아! 슬프게도 콩브레에 있는 우리 집 꼭대기에 아이리스 꽃향기가 풍기는 방의 열린 창문 한가운데로 루생빌 성탑밖에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그것이 마치 내 첫 번째 욕망들의 속내 이야기를 들어 주는 유일한 상대이기라도 한 듯이, 그 성탑을 향해 어느 마을 아이를 보내 달라고 애원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때 나는 탐험을 시도하는 여행자나 절망에 빠져 자살하는 사람처럼, 비장하게 망설이며 정신을 잃고는 창문을 통해 내게로까지 드리운 야생 카시스 나뭇잎 위에 달팽이의 자연스러운 흔적이 덧붙을 때까지 죽음의 길이라고 여겨지는 그런 미지의 길을 내 안에 개척하고 있었다. 나는 헛되이 성탑에 애원했다. 넓은 들판을 내 시야에 가득 담고, 거기서 한 여인을 데려오려고 헛되이 내 시선을 쥐어짰다˝(p275~276)


성탑이 보이는 그 방엔 어머니의 잠자리 키스를 고대하며 성(性)에 눈 떠가는 ˝소년˝ 마르셀이 있다.
그 방을 비추는 마술 환등기에도 성탑 스토리가 있다. 비운의 주느비에브 드 브라방이 성(城)에 갇혀 산 중세 전설은, 이야기를 꿈꾸는 ˝작가˝ 마르셀을 보여준다. 프루스트는 첫 필명으로 ˝브라방˝을 쓰기도 했다.
종탑과 성탑은 중세 건축의 대표적 고딕 양식이기도 하다.



2. 가고, 가지 않은 길
1권에서 ˝산책길˝은 이 소설 서사의 중요한 줄기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메제글리즈 쪽이 현실 세계 라면, 주느비에브 드 브라방의 후손인 게르망트 부인 설정에서도 알 수 있듯 게르망트 쪽은 미지(상상과 추상) 세계로 그려지고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그런 상반된 분위기를 음미해보면 좋다. 나는 후반에 가서야 이걸 알게 됐다ㅜㅜ 두 번째 읽을 때는 확실히 느껴 보리라!



3. ˝나˝와 ˝우리˝ 사이의 흐름들
마치 카메라 줌 인아웃을 보는 듯한 프루스트의 서술 방식에 문득 감탄하게 된 것도 후반부에서였다. 마르셀 ˝나˝로 얘기하는 1인칭 단수 시점은 체험을 가깝게 느끼도록 근경을 마련한다면, ˝우리˝로 얘기하는 1인칭 복수 시점은 아련한 과거를 필름으로 보듯 원경을 만든다. 1인칭 복수 시점이 인상적이었던 아고타 크리스토프<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과 비교해봐도 재밌을 부분이다.



4. 분홍빛 축제 시절
읽는 내내 아쉬웠는데, 1권 표지는 분홍색이었어야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에서 언급된 분홍들을 보라!
콩브레 생틸레르 성당의 분홍빛 종탑, 미래에 스완 씨 부인이 되는 분홍빛 여인의 등장, 르그랑댕 씨가 도취해서 말하는 분홍빛 구름, 분홍빛 미나레트(회교 사원의 첨탑), 분홍색 산사나무 꽃, 분홍 대리석, 분홍색 주근깨 투성이 스완 양에게 사랑을 느끼는 마르셀 등등등.
-내 분홍 예찬론(http://blog.aladin.co.kr/durepos/8075501)에서 발췌

특히 주목할 것은 산사나무 꽃인데, 유럽에서는 `오월의 꽃`이라고 불린다. 다음 서술을 보자.

˝분홍색 산사 꽃 앞에서 더 많은 황홀감을 느꼈는데, 그 이유는 꽃들에게서 축제 분위기가 풍기는 것이 인공적 기교가 아닌 자연에 의해서였기 때문이다˝(p246~247)

분홍은 색 자체도 묘하다. 관능과 순수가 동시에 느껴지는 색이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온 마르셀의 유년 시절 빛깔이기도 하고, 성인이 된 마르셀이 회고하는 ˝콩브레에서의 시간˝에 대한 상징적인 색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의 축제 시작을 알리는 색이기도 하다.



5. 향하고 또 향하는~
인문학과 정신분석 쪽으로도 탐구해보고 싶은 게 참 많지만 두 번째 읽을 때를 기약해야 될 거 같다.
다음 권이 있으니 마음이 바쁘다. <게르망트 쪽> 신간 출간 때문에 더 그렇다. 연말에 끄덕끄덕 후후~ 여유롭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겠다는 내 고요한 계획에 날벼락이;;; 이봐, 시험이 아니야... 읽고 싶은 욕망의 불길이 꺼질까 봐 그런다고!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온통 ˝~향하는˝ 소설! 시간처럼, 마음처럼~



6. 내가 1권에서 세 번째로 좋아하는 묘사 부분 - 영화 <인셉션>을 또 떠올렸다!

˝아침 햇살이ㅡ내가 햇빛으로 착각했던, 벽난로 속 마지막 장작불이 커튼 구리 봉에 반사한 것이 아닌ㅡ어둠 속에서 분필로 그리듯 처음으로 하얀 광선을 그려 수정을 시도하자, 창문은 커튼과 더불어 내가 잘못 배치해 놓았던 문틀에서 사라졌으며, 한편 내 기억이 서투르게 놓아둔 책상은 창문에 자리를 내주려고 벽난로를 앞쪽으로 밀어내면서 복도 경계 벽을 허물고 전속력으로 도주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이 펼쳐졌던 곳은 작은 안마당이 차지했고, 내가 어둠 속에서 다시 지었던 방은 아침햇살이 손가락을 추켜올려 커튼 위로 그려 넣은 창백한 표시에서 쫓겨나 깨어남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다른 방들에 합류했다˝(p319, 1권의 끝)






* 사진은 민음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태어나지 않았던 어느 해 아침,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내 시간.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2-25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5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5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5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5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5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AgalmA 2015-12-25 17:36   좋아요 2 | URL
많이 아프셨다고... 건강 잘 챙기실 줄 알았더니! 떽! 아프다는 사람한테.
서니데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건강하세요...

cyrus 2015-12-2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에서 종탑 건물 주변을 묘사하는 장면이 저도 기억이 납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프루스트의 집요한 기억력에 감탄했습니다. 마들렌을 먹는 장면이 아닌 종탑을 묘사하는 장면을 1권의 백미로 꼽고 싶습니다.

AgalmA 2015-12-26 03:36   좋아요 1 | URL
앞쪽에 콩브레 마을 등장할 때도 멋졌고, 후반부 프루스트가 실제로 종탑에 대해 메모하던 일화가 나오는 부분도 그렇고 다 좋았죠. 종탑에 닿는 빛과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의 안타까움 등 언젠가 제가 느꼈던 그걸 대신 말해주는 듯 생생했습니다.

[그장소] 2015-12-2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의 다크타워에 나오는 최후의 총잡이와 제이크가 이르려는 탑이 저는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착안된 게 아닌가 ㅡ했었어요.총잡이야 ㅡ엘리엇의 황무지 ㅡ잔인한4월에서 왔다지만......

AgalmA 2015-12-26 15:33   좋아요 1 | URL
다크 타워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니 내용이 궁금하네요@@! 하여간 문학의 계보학도 흥미로운 게 많죠^^
읽다보면 정말 탐정 하고 싶어진다니까요ㅎㅎ 문학비평가들은 그런 피를 가진 자들인지도~

[그장소] 2015-12-26 15:42   좋아요 0 | URL
비트겐슈타인이 추리마니아였다는건 아실거라고..^^
언제고 장르를 한번 보자 싶을땐..다크타워를 봐요.스티븐 킹이 현대와 미래 과거를 온갖 버무려 놔서..읽으며 영감이 된 소설이 뭔지 나름나름 찾아보는 재미도 꽤 될거예요!!

AgalmA 2015-12-26 15:46   좋아요 1 | URL
어제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시집 보다가 이건 영락없는 잭 케루악인데 했답니다. 예전엔 그런 이미지가 많았다면 지금은 아예 소설로 가고 있더군요ㅎㅎ;; 시인도, 열렬한 추종자도 네 과대추측이야! 할까봐 리뷰 참음ㅎㅎ;;
한국의 잭 케루악도 쉬운 일이 아니긴 한데 말입니다~^^

[그장소] 2015-12-26 15:54   좋아요 1 | URL
장르의 무너짐 ㅡ이랄꺼나?!시인지..소설인지..
철학이 시고 시가 철학이고 해도 쓰기가 소설 같아..비평같아 지면 탈장르 해얄텐데...이건 시!야...하고 우긴다면 ..별수없지만...몸만 구겨
넣음 의미로와지는 건 ㅡ아직 젊다는 건가..!!!
잭 케루악이라...리뷰를 왜 참아요?본인만 그런 느낌 일까봐?혹 알아요..궁금한 혹심에 누군가
케루악을 파 볼지...또는 황병승을 열어본다거나.
그런 의미로 리뷰는 기능해도 좋죠..!

AgalmA 2015-12-26 16:19   좋아요 1 | URL
시적인 뉘앙스는 가지고 있으니 더 대단하다고 해야 하려나요^^
<육체쇼와 전집>은 황병승 시인과 황현산 선생님 평점이 동시에 체크되어야 할 정도로 황현산 선생님 해설이 참 좋더군요. 어렵다 말하는 황병승 시인 시를 꼼꼼히 그리고 정확하게 말씀하시고 계셔서 제 리뷰 기를 꺾어 놓으셨음ㅋ! 제가 이래서 황현산 선생님 비평 정말 좋아해요ㅎ `방황하는 성자` 비유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싶지만;; 언젠가 생각 정리되면 리뷰 쓸께요. 리뷰도 발효가 필요하니까^^

[그장소] 2015-12-26 16:08   좋아요 1 | URL
리뷰ㅡ발효 ㅡ크흐..미치겠다...내가 이러니 안 반해!!!^^
가끔 원본을 넘어 해석이 더 그럴 수없이 좋을때도
있어요.거기서 의미가 찾아지는 때가...씁쓸하지만
나름 초코칩 같달까...
으~~~!!발효 ㅡ얼마든지 ㅡ기다리죠!^^
그 마음 아니까..이거야..하고 오는 순간 ..그 느낌..!^^

표맥(漂麥) 2015-12-26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처음 나올 때 저도 읽었습니다... 아직 6권까진 읽진 않았지만 마음의 흐름을 느리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프루스트의 능력에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하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는... 뭐 그런 느낌의 책... Agalma님의 완독을 기원합니다...^^

AgalmA 2015-12-26 22:22   좋아요 0 | URL
권수가 올라갈수록 [읽었어요] 표시가 점점 줄어 들더군요^^;;
인용문을 많이 보다가 집중해서 책 전체를 읽어나가니 차이가 많더군요. 읽을수록 프루스트 내공에 놀라는데, 이 좋은 책에 대해 제가 독서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매우 돌아돌아 읽기 시작한 만큼 완급 조절을 잘 하려고 합니다. 응원 감사드려요 :)

2015-12-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6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6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6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알라딘 ㅡ 주황과 파랑(색상 선택 가능...알라딘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2. 그래 24 ㅡ 빨강과 녹색(랜덤 증정)
3. K보문고 ㅡ 보라(강력한 단일 후보;;)

다른 책도 겸해서 산다면, 알라딘에선 대상도서 3만원 이상 구매시 주는 클러치 파우치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노트북, 아이패드 있는 사람들은 탐낼 만하다. 참 알라딘은 치밀...아; 섬세합니다.

하지만 단품으로 산다면 양장노트 색상 선택에 민감해진다. 색맹이었다면 고민이 덜했을라나;; 이 색애자! 읭;; 부끄럽지 않아~ 부끄럽지 않다고~
남는 건 늘 선택, 어렵다...
처음부터 다섯 가지 색상을 다 고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았잖소! 누구 잘못이냐! 하면서도 색상을 고르고 있는 나))

알라딘, 죄송합니다. 소비자인 저는 소비자의 선택 권리가 더 넓어지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
우리는 옷을 벗을 틈도 없이 빨리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올라가서 아주머니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무 일도 없었으며, 우리가 `게르망트 쪽`으로 산책을 나갔었다고 말씀드리며 안심하게 해 드렸다. 아주머니께서도 우리가 그쪽으로 산책 나갈 때면 귀가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셨다.

(중략)

게르망트로 말하자면, 어느 날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아주 오랜 후의 일이다. 내 소년 시절을 통해 메제글리즈(스완네 쪽-Agalma 덧붙임)가 이미 더 이상 콩브레 토양과는 닮지 않은 땅의 기복 탓에 멀리 가면 갈수록 시야에서 사라지는 지평선처럼 접근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면, 게르망트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관념적인 것으로, 그 `길`의 종점과도 같은, 적도나 극지방, 혹은 동양처럼 일종의 추상적이고 지리적인 표현이었다.

(역자 주: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은 콩브레 근교 산책로이자 <잃어버린 시간>을 구성하는 커다란 두 기둥이다. 그러나 어린 화자가 분리되었다고 믿었던 이 두 산책로가 실은 서로 통해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 질베르트(화자가 사랑에 빠진 스완양-Agalma 덧붙임)에 의해 밝혀진다)

ㅡ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p 236~238


.... 스완네 쪽으로 가다가 게르망트 쪽 신간 이벤트에 우왕좌왕 (((Agalma)))
폰 자판은 스완네가 자꾸 승환네로 찍혀서 짜증이˝

그런데 맞춤법상 문예출판사가 쓰고 있는 ˝스완네 쪽으로˝가 맞을텐데, 왜 새 번역서에서 마저 ˝스완네 집 쪽으로˝라고 쓰고 만 걸까. 기존 번역서 인지도를 생각한 선택인가.
원제목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Du cote de chez Swann] 을 살펴봐도 타당하지 않다.

* côté[kote]
[남성명사]
1.(몸체의) 옆구리,옆면,옆,곁 = flanc
2.(좌·우) 측면 = latéral,bord
[전치사]…에 관해서는,…의 문제에 있어서는

* de[də]
[전치사]
1.…의,…에 속한
2.…부터,…에서
3.…부터

* chez[ʃe]
[전치사]
1.(의) 집에(서)
2.(의) 나라[고장]에(서)
3.(의) 가게[상점,사무실]에(서)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바 2015-12-24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서점마다 노트 색이 달랐던 거예요? 보라... 강렬합니다.... 근데 주황 너무 예쁘네요... ㅎㅎ

AgalmA 2015-12-24 21:44   좋아요 0 | URL
저도 주황이 가장...알라딘 휴~ 안심하려나요ㅎ;;
이것도 출판사와 서점 간의 줄다리기가 있는 건지 문득 궁금...

vv35vv 2015-12-24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색이 너무 다 예쁘네요..선택이 쉽지 않겠어요...ㅎ

AgalmA 2015-12-24 23:18   좋아요 0 | URL
제가 괜한 고민거리를 드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죄송하게도^^;;;

vv35vv 2015-12-2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혀요ㅎㅎ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어서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거죠ㅎㅎ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AgalmA 2015-12-24 23:38   좋아요 0 | URL
😊 네, vv35vv님께도 기분좋은 설렘이 깃든 밤이 되길/

2015-12-25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12-25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 24.....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Agalma님 덕분에 보라색 노트를 알게 됐다 말이지요. 만약 제가 이 책을 K보문고에서 구입하면 알라딘 원성은 님이 들어주셔야돼요~~~ ㅎㅎ
그나저나 아직 1권 시작도 안 했는데 사도 될랑가 모르겠어요.

AgalmA 2015-12-25 17:46   좋아요 0 | URL
왜 원성은 제가ㅎ;;;;
세트로 이미 사셨으니 맞춤 필요한 거 아닙니까ㅎㅎ...이벤트 사은품은 나중에 구하긴 어려우니 본인을 위한 연말선물로 양장노트 구입하고 책 하나 받으세요ㅋㅋ 아, 이상하게 전도되는 현실)))

2015-12-27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은 인생의 박물관

Depeche Mode "I Feel You" (http://youtu.be/iTKJ_itifQg ) 이 노래 오프닝에 나오는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를 BGM으로 들으며 시작~


 


저도 오르한 파묵이 자주 쓰는 "교통사고"가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터키 현대화 시기의 상징처럼도 읽히고(<새로운 인생>에서 그걸 잘 말해 주고 있었죠. 고속버스를 그렇게 쓰다니...정말 신선했죠) 오르한 파묵이 세계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로 가며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되는 하나의 기점을 소재화 한 게 아닌가 싶었죠. 하루키 작품에 지속적으로 나오는 모티프 "우물, 실종, 지하세계" 같이 말예요. 파묵의 <새로운 인생>은 그래서 특히 하루키 생각을 많이 나게 했어요. 

프루스트 리뷰 제목을 "감각의 박물관"이라 짓고 싶었는데, 이미 다이앤 애커먼 책 제목도 있고 여기저기 많이들 쓰니 흐음, 프루스트를 빛내줄 단 하나의 제목이 아니라 난감...흐엉. 그렇게 프루스트 이론들은 꽃을 피웠을 테고.
리처드 도킨스가 <지상 최대의 쇼> 책 제목을 원래  <그저 하나의 이론>으로 하려고 했다가 케니스 밀러가 이미 그 제목을 써 버려서 "그저 하나의 이론"을 <지상 최대의 쇼> 1장 제목으로 쓴 것처럼(<지상 최대의 쇼>가 백 번 낫지!!! ㅎㅎ) 더 멋진 제목을 찾을 수 있으려나요😋

오르한 파묵이 글로 쓴 세밀화를 말씀하시니 프로스트의 이 세밀화는 어떠신지요^^ 

*
일본사람들의 놀이에서처럼 물을 가득 담은 도자기 그릇에 작은 종잇조각들을 적시면, 그때까지 형체가 없던 종이들이 물속에 잠기자마자 곧 펴지고 뒤틀리고 채색되고 구별되면서 꽃이 되고, 집이 되고, 단단하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이제 우리 집 정원의 모든 꽃들과 스완 씨 정원의 꽃들이, 비본 냇가의 수련과 선량한 마을사람들이, 그들의 작은 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 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ㅡ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묘사 부분입니다. 단 몇 문장으로 요즘의 현란한 그래픽을 능가하는 표현력👍🏻 종잇장처럼 접히고 일어나는 꿈 속 공간을 멋지게 재현한 영화<인셉션>이 스쳐 가기도 하죠^^?
이 부분은  프루스트를 논할 때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라 말하지 않고, 저는 "의식의 꽃"이라고 말하렵니다.


*
물고기자리님 <모든 소설은 인생의 박물관> 페이퍼글에 대한 먼댓글입니다.
http://blog.aladin.co.kr/trackback/787339199/808620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2-22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5-12-22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식의 꽃이라 할만합니다^^ 이 한 문장만으론 알 수 없지만 프루스트의 문장이 파묵과 비슷한 것 같아요. 파묵에겐 좀 더 투박한 간절함이 담긴 것 같지만요. 프루스트 역시 시각적인 성향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전 아갈마님도 그런 성향이신 것 같습니다ㅎ) 이런 유형의 생각들은 저처럼 깊은 우물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생각을 퍼올리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뭔가 기질적으로 유사한 동종 의식을 때때로 느끼곤 해요. 방법은 다르지만 닿고자 하는 곳은 비슷하달까요.. 뭐, 말도 안 되지만 그런 느낌입니다..ㅎ

파묵의 `교통사고`는 아갈마 님이 말씀하신 것 그대로의 의미인 것 같아요. 터키 사회 자체와 그 배경 안에서의 개인적인 의미로도 생각해야 하는 것 같거든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상태에서의 사고이므로 시스템 안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멈춰지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터키에서 작가나 예술가로 살아가는 건 그들의 통념으론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시스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을 테고 그동안 나름으로 소중했던 것을 버림으로써 얻게 되는(희생절의 의미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그 무엇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정말 끝이라는 의미로 해방되는 순간을 말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여러 의미들을 동시에 중의적으로 쓰는 것 같더라고요. 아갈마 님 말씀처럼 하루키의 우물이나 상실, 다른 세계처럼 말이죠^^

`박물관`은 제목에서 마음껏 쓰셔도 되지 않을까요?ㅋ 어차피 유일하긴 글렀으니 말이죠ㅎㅎ 먼댓글은 처음 받아봐서 댓글이 달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어리바리했습니다.^^ 링크시켜주신 곡은 연결이 안 되어서 직접 찾아 들었는데 타이어가 마찰되는 것 같은 소리 때문에 고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강렬하네요ㅎ

AgalmA 2015-12-23 00:54   좋아요 1 | URL
시각, 청각, 촉감, 미각 아, 모든 감각이 총출동하고 있어서 제가 감각의 박물관! 하며 감탄한 것이죠ㅎ;
하지만 인식적인 것도 탁월해서 니체, 프로이트적인 통찰이 보이는 대목도 많아요. 리뷰로 잘 전달하고 싶은데 어려워요ㅜㅜ 왜 그렇게 많은 학자들이 프루스트를 인용했는가 이해되기도...

파묵과 하루키를 우리가 좋아하는 것도 어떤 동류 의식, 인식이 있어서란 생각이 들어요...그래서 참 반갑고 기쁘고...모두에게 모두가.

제가 요즘 pc로 글을 못 써서 매끄럽게 연결을 못 시키고 있어요. 불편을 드려 죄송;
도착할 건 도착하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아쉬운 게 한 둘이 아니네요ㅜㅜ


비로그인 2015-12-23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관련, 그리고 이웃 장르에 대한 섭렵이 비치는 글입니다.
그리고 문학을 진정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글이고요,

AgalmA 2015-12-24 04:41   좋아요 0 | URL
˝문학을 진정 사랑한다˝는 그 말씀이 무슨 상장같이 느껴지네요ㅜㅜ! 감사합니다.
흔적님의 치열한 섭렵에 저도 많이 배운답니다. 그 점도 감사드립니다.

비로그인 2015-12-24 07:26   좋아요 0 | URL
좋은 영향을 늘 느낍니다. 찬사는 저보다 agalma님이 들으셔야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단편들 세계사 시인선 81
박정대 지음 / 세계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도, 나도 지금 이 시를 읽으며 모종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이 시는 제대로 도착한 것인가. 아무것도 몰랐던 예언자 같이? 모든 사람과 사물이 그토록 변하고 흩어질 동안 너는 그러했으며 그러할 것이라고.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중심을 모른다고, 앞으로도.
100년 뒤에는 이런 고민 안 하겠지. 나에 한해서는.

루시드 폴 - 목포의 눈물(http://youtu.be/khO1519UqLw)을 들으며 또 자야겠다. 내 비난은 거기까지 잘도 따라 오겠지. 걸음걸음 으깨어질 그것.



ㅡAgalma



*
나 자신에 관한 調書

ㅡ박정대




1
일찍이 나는 떠도는 하나의 섬이었다, 눈물의 망망대해에서 보면

2
살아 있다는 느낌ㅡ고요함이 나를 찌른다, 나는 살아 있다

3
죽은 자들의 책 속에는 이상한 향기가 난다

4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ㅡ의 오랜 세월이 작은 혁명을 완성한다

5
나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 속에서 이 글을 쓴다

6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시간의 마차는 사라져간다

7
나는 자살한다, 남들에게 무익하니까, 나 자신에게 위험하니까

8
다시 생각해보아도 정열은 부질없는 것

9
영혼과 육체는 처음부터 일치할 수 없었던 것

10
밤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내 두통의 원인이었다

11
거미들은 새벽에도 왜 외롭다고 소리치지 않는 것일까

12
광기가 나를 완성하지 못한다면 내가 광기를 완성하리라

13
눈에 보이는 것들의 불가사의ㅡ그 속을 꿰뚫어본다

14
불가사의한 것들이 우리를 끌고 간다

15
나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겠다, 움직인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16
산다는 것은 물론 표현한다는 것과는 어느 정도 반대되는 것이다

17
이 밤에 잠들지 못하고 펜을 움직이는 내 손이 저주스럽다

18
정신이 타락하면 육체는 몰락한다

19
그러나 몰락한 육체 속에서 정신이 꽃피는 경우도 있다

20
위대한 작가는 작품 속에서 스스로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이다

21
겨울은 우리를 따스하게 한다, 그것은 정신의 힘이다

22
패배하지 않는 정신의 힘ㅡ나는 그것을 믿는다

23
의미 있는 침묵이란 정당성을 획득할 때 가능하다

24
나는 지금 치명적으로 젊다

25
행복이란 단순한 육체노동 속에서 온다

26
나는 지금 유배되어 있다, 어디에 유배되어 있는지 모르는 채

27
추억은 우리들의 등뒤에 서 있다, 푸른 비수처럼

28
담배를 피운다, 눈이 쓰리다, 눈물이 반드시 슬픔의 형식은 아니다

29
언어는 육체다

30
시인이란 인생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시인한 사람들이다

31
외로움은 표현으로부터 온다, 욕망이 생으로부터 오듯이

32
階段이라는 말속에는 정말로 몇 개의 계단이 있는 것 같다

33
폭력이란 외로움의 극단적 자기표현이다

34
극심한 혼돈은 질서에의 열망과도 비례하는 것이다

35
산다는 것은 끝없이 굴복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36
물방울들은 서로의 몸에 경계선을 두지 않는다

37
강물을 바라본다, 흘러가는 것들이 시간이 깊다

38
그대들 안녕하신가, 멀리 혹은 가까이에 있는 섬들이여

39
산다는 것이 때로는 고립 위로 떠오르다

40
불란서와 러시아에 이 밤의 사랑을

41
나는 벌레들을 함부로 죽였다, 그것이 나의 죄다

42
밤하늘의 별들을 모두 셀 수는 없을 것이다

43
또다시 밤을 꼬박 샜다, 오 미친 짓이다

44
열에 들뜬 몸으로 나는 지금 심연으로 가는 길을 안다

45
절망적인 생각들을 몰아내야 한다, 최후까지

46
나는 헛살았다,라고 중얼거린다, 중얼거리기만 하는 내가 못내 분하고 억울하다

47
왜 이리도 죽음의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가

48
답답하다, 끊임없이 답답하다

49
......

50
한때 내 영혼의 상류에서 육체의 하류까지 범람하던 사랑이여

51
르 끌레지오ㅡ두 개의 계단과 두 개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고독에 관하여 그는 말했다

52
담배 냄새가 역겹다, 나는 문득 생을 토하고 싶다

53
산다는 것을 포기하고 밤새도록 소설 나부랭이들을 읽다

54
살아 있는 정신은 아름답다

55
거미좌의 별들은 참으로 깨끗하게 빛난다, 사글세의 하늘에서

56
술을 마시지 않고 견딘다는 게 거의 악몽처럼 느껴진다

57
보들레르에게 악수를 청해본다, 그의 퀭한 눈

58
아편복용자처럼 운다, 밤새도록 나의 펜은

59
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60
두통이 나를 물어뜯는다, 새벽부터 나의 고통은 시작된다

61
꿈을 꾸기가 두렵다, 두렵다 세상

62
갈 수 있을 것이다, 두통을 넘어서 어디로든

63
갈 수 없을 것이다, 두통이 너무 심하다

64
나의 고통과는 얼마나 무관하게 이 세계는 흘러가는 것인가

65
에잇, 엿먹어라 세상!

66
너는 날씨 속에 있다, 아주 천박한 날씨 속에

67
작은 새들이 지구를 몰고 또 내 방 창가로 날아온다

68
하늘을 본다, 새떼들이 지금 윤회의 한가운데를 날고 있다

69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행복의 한복판에서 살고 싶었다

70
가을은 10월을 데리고 방랑자처럼 돌아왔다

71
가을은 또 11월을 데리고 부랑자처럼 떠돌 것이다

72
무위여, 파도는 한없이 부서지며 또한 무수한 바다를 이루었던 것을

73
책, 책, 책, 울며 날아가는 눈먼 박쥐들의 시간

74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위하여, 나는 감히 글을 쓴다

75
나의 영혼은 지금 시와 소설로 분단되어 있다

76
글 속에 나타나는 위대함이란 절실함 속에서 온다

77
글을 쓸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검열에서 비롯된다

78
상상력이란 무용한 것이다, 무용함이 때때로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79
산다는 것은 하나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집요하게 애쓰는 것

80
혹은 하나의 문체를 완성하기 위하여 집요하게 애쓰는 작가들의 삶

81
이 세계는 글로 쓰여진 한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82
모든 것들의 내부는 어둡다

83
동물들 속에서 가장 무서운 사랑을 나는 보았다

84
그저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던 이별-그것은 영원한 것이다

85
나를 이루지 못하고 떠나가는 무수한 외곽의 시간들을 보다

86
자신의 音樂을 발견한 자는 하나의 영원을 획득한 것이다

87
이 세계의 질서는 말에 의해 구축되고 말에 의해 파괴되리라

88
먼저 쓰고 그리고 사고하라

89
생선들의 뼈, 낡은 부두, 시간, 붉게 밑줄 쳐진 희망,
고장난 시대의, 하역장, 가로수들의, 헌책방의, 세월, 부두의, 갓내음의, 부서진, 목포에서, 목포에서, 바닷가에서, 꽃처럼 피어오르는, 고기의, 비늘의, 어둠의, 별빛, 부서지는, 포말의, 비릿한 포말의, 가슴의, 가슴의, 한없이 부서지는 목포에서, 목포에서

90
빌더무우트라는 사나이, 그가 한순간 겪었던 진실에 대하여
그것도 육체의 진실에 대하여 목포는 아직도 말할 수 있다
말이 필요 없었던 반다
그리하여 살고 있었던.
바람과의 일치, 비와의 일치를 말하는 반다의 육체
진실이 육체 속에 일치로 스며 있는 그러한 여인네와
그러한 남자들에 대해 목포는 여전히 말할 수 있다
반다가 살고 있었던 카를로바츠 또는 목포

......

그러한 목포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멀리 있는가

91
나는 때때로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92
그곳으로의 망명, 이라고 나는 써본다 너 나 사랑하니, 라고 나는 써본다 새들은 페루를 지나 목포에 가서 죽다, 라고 나는 써본다 장밋빛 노을이 시들면 어둠은 잉크병을 들고 통째로 마시고 있었지 치사량이야, 라고 나는 써본다 너 나 사랑하니, 라고 나는 써본다 그곳으로의 망명, 이라고 나는 써본다 그곳, 아아 너는 혹시 아니 그곳...... 그곳으로의 亡命

93
담배연기, 푸른, 니코틴의 외투

94
푸른 천막, 담배연기, 푸른, 젖은, 깃발, 펄럭이는 영혼의 의혹

95
집착을 버려라, 지구에서 미끄러 떨어지면 우리는 또다른 아름다운 혹성으로 갈지도 모르니까

96
우리는 블레이크의 시를 완성했다
우리는 이제 차디찬 사람들을 경멸할 수 있다

97
갱지 같은 하늘에는 검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98
나는 나를 부정하는 적의조차 완성하고 싶었다

99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은 몸서리치며 정오의 꼭대기를 향하여 간다, 떨어진다

100
그대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므로 너희는 세계의 중심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1세기컴맹 2015-12-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원은 거스름돈일까요
98번 적의를 완성하려는 시도처럼 보면 과대포장일까요 ㅋㅋ 링크가 들어가지지 않으니 괜한 핑계를 달고 있군요
때론 책보다 전기를 통해 숙독이 잘되니 이 또한 어떤 중독임엔 틀림없습니다

AgalmA 2015-12-20 07:56   좋아요 1 | URL
그때 책값이 4천원이었는데, 5천원 주고 받은 거스름돈요ㅎ 빳빳한 신권이라 웃으며 넣어뒀죠.
영수증에 찍힌 날짜를 보며,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먹으며 레오니 아주머니 댁을 화악 떠올리듯 그 당시의 일들이 생생히 살아나더군요. 이 시집 빌려 읽었다가 이 날 샀었지 하며 음반을 사서 밤새 들었던 일....등등.

요즘 pc로 글을 작성 못해서 글 편집이 매끄럽지 않아서 저도 불만입니다. 내년까진 안 가야 할텐데;
전기라 하심은 전기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레이 몽크가 쓴 비트겐슈타인이었어요^^
적의를 반항이나 자유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