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1) 진화(珍貨) 보기 드문 물품. 색다른 물품.

    (2) 진ː화(進化) ①생물이 오랜 동안에 걸쳐 조금씩 변화하여 보다 복잡하고 우수한 종류의 것으로 되어가는 일. ②사물이 보다 좋고 보다 고도의 것으로 발전하는 일.↔퇴화.

    (3) 진ː화(鎭火) 일어난 불이 꺼짐, 또는 일어난 불을 끔.

  우석훈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에는 이 '진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쓰인 '진화'의 의미는 곧 (2) 진ː화(進化)의 ②의 뜻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미 FTA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하는 순간, 결코 대충 살아가지 않는 국민들이 무서워서라도 정부는 대충 협상을 하지 않게된다. 단 한번이라도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절차를, 헌법이 정한대로 가동시킨다면, 한미 FTA는 '새로운' 방향으로 ― 그것이 또한 '바람직한' 방향이기를 소망한다 ― 진화하게 된다.
  나는 지금 한미 FTA 문제를 넘어서 '자신의 경제적 삶'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이 땅의 국민들이 어떻게 '협동진화'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은 지금 '견제와 균형'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협동과 진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한미 FTA 국민투표에서 찬성하든 반대하든, 협상안을 직접 보고 스스로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면, 서로 모르는 국민들끼리 '협동'을 통해서 하나의 '진화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그마가 아니라 상식이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질문이다.
  그야말로 "이 폭주가 멈추는 날, 진화가 시작되리라"는 새로운 경구가 필요한 순간이다.
(pp.261~2.)

  위의 인용한 글에 나타나는 5번의 '진화'는 모두 "사물이 보다 좋고 보다 고도의 것으로 발전하는 일."이란 의미를 갖는다. 저자는 글 전체에서 한미 FTA는 '진화'이냐, '퇴화'이냐를 논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것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증명이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런데 '진화'로 가는 길이라면 반대할 이유도, 이 책이 만들어졌을리도 없겠거니와, 이 책에서의 증명의 결과, 그것은 '진화'는 아니다. 엄밀히 말해 '퇴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나, 현재로써는 '퇴화'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진화'의 길을 향해 달리고 있다면 그것은 희망찬 미래로 가는 '특급열차'일 것이되, 그렇지 않으니 '폭주'하는 기관차, 장차 거대한 벽에 부딪쳐 폭발하고 탈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그것을 '폭주'하고 규정하고, 그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이 책과는 좀 상관없어 보이는 듯한 '진화'라는 단어의 말뜻을 우선 논하는 것은, 한가지 철학적 문제를 먼저 짚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물이 보다 좋고 보다 고도의 것으로 발전하는"것이 곧 '진화'라는 말의 뜻이되, 어떤 것이 보다 좋은 것이고 보다 고도의 것이 되는가 하는 철학적 말놀음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진화'와 동의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발전'일 터인데, 여기에도 같은 문제가 담겨있다. 인류의 역사는 '진화'했는가? 또한 인류는 '발전'한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누구하나 명쾌히 답변하기 어렵다. 과연 진정한 '진화'는 무엇인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미 FTA를 통해 '진화'된다느니, '발전'하는 것이라느니 등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저자는 이 '진화'라는 개념에 단순한 양적 물적 '발전' 이외에 질적 '행복'을 추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진화'라는 개념에서 진정한 인간의 '진화'가 무엇인가를 해결해야만이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이 풀려질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담으로 치자. 그런데 나는 이 '진화'라는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이 책을 재구성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제시한 3가지 '진화'의 동음이의어들이 이 책에 중심테마들을 절묘하게 대변해 주고 있다.

  (1)의 '진화'와 노무현
  진화(珍貨)에서 진(珍)은 '보배'를, 화(貨)는 '재물'을 의미한다. 풀어보면, 보배로운 재물(물건)을 뜻한다. 사전에서의 의미인 "보기 드문 물품, 색다른 물품."에는 긍정적 의미인 이 '보배'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아주 좋고 귀한 것'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는 이 단어와 현 한미 FTA 폭주기관차의 '자랑스런' 특급기관사 노무현 대통령이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사전에서 제시한 말뜻 그대로 '보기 드문', '색다른' 것으로써의 '진화'로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특종(特種) 혹은 별종(別種)이겠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독창적 상상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 아니다. 많은 이들이, 여기저기의 언론이, 어쩌면 국민 대다수가, 아니면 이 책의 저자 우석훈이 그렇게 노무현을 보고 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 불리는 스크린쿼터, (광우병 의혹이 여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의약품 가격 재조정, 배기가스 규제완화 등의 사안을 한국이 협상도 하기 전에 내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결정적 협상카드를 협상도 하기 전에 내어준 꼴이었다. 결정적 협상카드를 협상도 하기 전에 내어준 꼴이었다. 뭔가 잘못 먹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 '4대 선결조건'에 관한 의혹을 전면 부정해왔으나, 7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이 사실을 시인했다.)  (p.73.)

  이런 노무현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이 '특별'하다. 박정희도 김일성도, 전두환 장군님(?)도 이런 점에서 노무현에 못 미친다. 하기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금상첨화라는 말은 여기에 쓰라고 있는 말 아니겠는가? 그가 운전대를 잡고 질주하고 있는 기관차에 우리는 탑승하고 있다. 내릴 수도 없다. 미 특수부대 요원들을 투입해 이 달리는 열차에서 구조를 요청해야 할까? 그런데 우리의 '진화(珍貨)' 노무현은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이 폭주기관차가 고장이 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미 최정예 특수부대 FTA협상단에 구조요청을 이미 해놓고 있으니 말이다.

  (2)의 진화, 과연 한미 FTA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우리는 망하는 것이냐? 한미 FTA를 놓고, 망하는 것이냐, 흥하는 것이냐, 첨예하게 논쟁하고 있다. 한 나라의 흥망이 걸린 이 문제에서 양측은 극단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달리고 있다. 어디로? 나는 잘 모른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노무현 정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한미 FTA의 결과를 놓고, 한쪽은 우리가 사는 길이요, 발전하는 길이라 홍보하고, 한쪽은 절대적 망하는 길이라 목 놓아 울어대니, 이것은 '진화'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한미 FTA가 이대로라면 망하는 것이라고. 이런 목소리가 있다면, 우리 정부는, 아니 노무현 정권은 새삼스럽게라도 되돌아 보아야 하는 것이 일단은 정상으로 보인다.

  (3)의 진화, 폭주하여 불타는 대한민국 기관차를 진화(鎭火)하라!
  진화(鎭火)는 곧 "불을 끄는 것"이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 했으니, 뭔가 타는 냄새가 나고 있다면 일단은 소화기를 챙겨야 한다. 그도 없다면, 바가지에 물 가득 담아 손에 들고, 타는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를 찾아 나서야 하겠다.
  질주하여 과열한 열차의 기관에서 냄새가 난다. 기관사는 속도를 즐기는데에 여념이 없다. 소화기를 어디에다 두었더라!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열차 기관에 접근금지! 기관사는 그렇게 명령했다. "달려라 달려 대한민국 기관차야"
  현재의 우리 상황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적어도 우석훈이 이 책에 써놓은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가 궁극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다만 그것은 우석훈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이다. 진화의 소화기들이 있기는 하다. '국민투표'소화기.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저 달리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소화기를 내어 놓을 이유가 없다. 어쩌면 좋겠는가?

  이 책 전반에서 부족한 나름, 조목조목 한미 FTA에 대해 분석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논하고 있다. 때론 너무나도 심각한 나머지 모든 것을 다 포기한 듯, "그대여 떠나라"한다. 그러나 저자는 작은 희망하나를 결코 놓지 않는다. 
  요즈음, 북한 핵 실험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한미  FTA 논쟁은 일단 뒷전으로 밀린 듯 하다. 조심스럽지 않게 음모론을 제기해 보자면, 이 북한 핵 실험 발표는 미 부시와 노무현의 장난이 아닐까? 시기가 절묘하기도 하니 말이다. 부쩍 FTA논란이 거세게 일 때에,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아져갈 때에, 느닺없이 북한이 핵 실험을 해버렸다. 지상파 뉴스에서 FTA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민들의 당장에 핵이라도 날라올 것만 같아 불안에 빠져 있다. 이런 음모론이 가당찮은 것이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알아야 한다"는 것의 절실함이다. 한미 FTA 체결을 제지하기 위해서나, 어쩔 수 없이 체결이 된 후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알아야'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아! 나는 도대체 경제는 모르겠는데, 정말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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