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이창호
이영호 지음 / 해냄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바둑? 하면, 조훈현과 함께 이창호를 떠올린다. 조훈현 9단보다는 이창호 9단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보다 많은 듯 싶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이창호라는 이름이 바둑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만화 <고스트 바둑왕> 식으로 말하자면 현재 신의 한수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바로 이창호라고나 할까!

  이창호 9단은 75년생이니 현재 32살이다.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바둑에서만큼은 중견, 그 중에서도 철옹성의 무너지지 않을 듯한 바둑역사의 거대한 성을 쌓아올린 현재의 바둑황제에 등극한지 이미 오래다. 조훈현 9단과는 사제관계로, 그의 제위를 물려받았다고나 할까? 아직까지는 세계바둑계의 최고수, 1인자, 그는 바로 이창호이다.

  이창호는 이렇듯 바둑에 관한한 유명하다.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이창호란 이름 석자는 알고있다. "이창호? 아! 바둑" 그렇다. 이창호는 바둑이다. 10년을 넘는 세월 세계 바둑의 일인자로 군림해온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터, 그가 나가면, 우승은 우리의 것이었다. 우승제조기라고 불러도 좋았다. 국제대회에서 그의 활약은 골프의 타이거 우즈를 뛰어넘고, 농구의 마이클 조던을 앞지르며, 축구의 펠레보다 뛰어나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바둑이 미국에서 인기가 있었다면 이창호는 세계적인 인기스타가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바둑을 배울수는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는 정도, 그것이 대학에 오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겨 배우기 시작해서, 현재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바둑을 둘 줄 안다고는 할 수 있겠다. 모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3단의 기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은 곧 동시대를 살아가는 바둑의 최강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는 바로 이창호였으므로, 이창호에 대한 관심은 그의 활약이나, 그에 관한 기사, 그의 뒷얘기들을 담아놓은 책들로 이어졌다.

  지금 이 책 <나의 형, 이창호>는 지금까지의 이창호에 관한 이야기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동생 이영호 저자가 이창호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며 기록한 글이기에 더욱 생생하고, 이창호라는 인간의 진면목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이창호 이야기가 이창호의 뒷얘기였다면, 지금 이 책은 이창호의 현재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이창호가 바둑과 동일한 명사가 되었다는 것은 이창호가 바둑의 신화, 혹은 신격화되었다는 이야기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의 이 책은 이창호의 인격화, 다시말해 인간적 면모들을 풀어내고 있으면서, 그 신화의 내용을 가일층 두텁게 하기도 한다. 그가 신이었다면 신화는 당연한 것일 터이지만, 인간이 이루어낸 신화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더욱 이 신화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이창호가 출전하는 바둑대회에서는 늘 언제나 이창호의 우승을 당연히 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이창호가 우승을 일구어낸 것은 진땀나는 승부와, 그 안에서의 좌절과 인내와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 즉 이창호가 이룩한 이 신화들은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성에서 기인한 것임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창호는 어린 나이에 바둑을 시작해서, 성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창호는 우리 어느 누구보다도 진정한 면에서의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된다. 바둑판 위에서 삼라만상의 변화를 읽고, 돌 하나하나의 생과 사를 통해 인생의 의미들을 진정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창호를 통해 우리는 인생의 여러가지 면모들을 체득하고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이창호의 뒷얘기, 단순 에피소드로만 읽혀지지 않는다. 하나의 인생론이며 철학서이고, 실용서로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창호라는 인간의 면모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둑판과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바둑의 신이 있다면? 이라는 가정을 많은 사람들이 한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부분들에 대해 재미있는 상상들을 하곤 한다. "바둑의 신이 있다면, 몇 점을 깔고 두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어느 최정상의 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3점이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둔다면, 4점에 두겠다." 이외에도 바둑의 신을 설정한 여러가지 상상들은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바둑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은 바둑을 두지 않는다.

  바둑은 하나의 인생이다. 인생의 모든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 바둑이다. 그러하기에 신은 이러한 바둑을 두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다. 인생의 의미를 무엇하러 신이 찾으려 하겠는가? 사람만이 바둑을 둔다. 두어야 한다. 둘 수밖에 없다. 그렇하기에 이창호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바둑에 매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창호는 바둑의 신에 가장 근접한 인간이라고. 중국에서는 그를 신의 경지에 올려놓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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