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제보다 조금 뒤에 나타난 대신이 바로 황제(黃帝)이다. 고서에는 <황제(皇帝)>라고도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황천상제(皇天上帝)>라는 의미이다. 황제의 <제(帝)>라는 글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그리고 갑골문(甲骨文)과 종정문(鐘鼎文)에도 나타나는데 본래는 상제(上帝)를 지칭하는 글자이다. 또 <황(皇)>자는 <제(帝)>의 형용사로서, <제>의 빛나는 위대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예는 <<시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대아(大雅)편>, <황의(皇矣)편>에 <위대한 상제[皇矣上帝]>라는 구절이 있고 <소아(小雅)편>, <정월(正月)편>에도 <위대한 상제>라는 의미의 <유황상제(有皇上帝)>, <황황후제(皇皇后帝)>라는 말이 보인다. 이것은 모두가 상제의 장엄하고 위대함을 찬미하는 말들이다. 본래 고대에는 나라의 군주를 <제>라고 부르지 않았다. 주(周)나라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왕(王)>이라 칭하기 시작했으며, 문왕(文王), 무왕(武王) 때부터 시작해 진(秦)나라에게 멸망당한 난왕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다만 <왕>으로 불려졌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면 야심에 찬 제후의 무리들이 스스로 <왕>이라 칭하였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다투어 <제>라 칭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진(秦)은 서제(西帝), 조(趙)는 중제(中帝), 연(燕)은 북제(北帝)라 칭하였다. 후에 진나라의 시황(始皇)이 중국을 통일하게 되자 성품이 더욱 나빠져서는 <황제(皇帝)>라는 두 글자를 자신에게 갖다붙였다. 그래서 자칭 <황천상제>라 하였는데 그것이 후대에 계속 전해져 내려와 인간 세상 제왕의 통칭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145~6쪽
상고시대에 한 차례의 무시무시한 홍수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사실인 것 같다. 갑골문을 보면 옛날이라는 의미의 <석(昔)>자를 ..., 그것은 태양의 위나 아래에 물결이 굽이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 뜻은 아마도 예전에 아주 무서운 홍수가 범람한 때가 있었으니 모두들 그날을 잊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 또 기록에 의하면 세계의 많은 민족들이 홍수에 관계된 전설을 갖고 있는데 그것으로 보아 고대에는 자연계의 변화로 인한 홍수가 전세계에 범람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류는 그 대홍수로 인한 참담했던 기억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홍수가 범람했던 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실히 추정할 수가 없다. 중국 역사에 있어서는 4천 몇백 년 전의 요순시대라고 하기도 하지만 정말 그러했는지는 단언할 수가 없다.-34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