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한 사람이 썼다고 하기에는 이 방대한 작업, 그러면서도 그 방대한 양에 비례하여 보여지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현실, 뿌리깊은 아픔, 그리고 인간적 삶의 다양한 면모들을 빈틈없이 묘사하고 있는, 이 크나큰 작업의 모든 것은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이 시대 한국 소설 문단계의 거목 조정래 작가. 그는 말한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었다고.

  대하장편소설의 대가 조정래 선생이 오랫만에 대하가 아닌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인간연습'. 1943년생인 그는 60 중반의 나이에 그간의 위대한 작업임과 동시에 지난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한국 소설사에서 길이 남을 거대한 작품들을 남기는데 온 전력을 쏟아부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연로의 나이에 또 한 권의 책을 내놓았으니, 우리는 여기에 아무런 조건없는 찬사를 붙여도 모자랄 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 그가 내어 놓은 이 책에는 그간의 거대 작업의 종착점, 아니 종착을 지향하는 그의 글쓰기의 하나의 정류장으로써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 '인간연습'이란 제목에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우리의 초점을 모을 필요가 있다.

  <태백산맥>을 통해 그는 말한다. "그들도 인간이다." <아리랑>을 통해 우리에게 단절되었던 일제시대의 비참한 역사를 폭로한다. <한강>을 통해 전후의 우리 현실을 일깨운다. 이러한 작업들이 관통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책 <인간연습>에 답이 있다.

  "인간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시도한다. 그 고단한 반복을 되풀이하는 것이 인간 특유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른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다."

  그렇다. 그러한 작업들을 통해 작가 조정래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 그로 인한 전쟁, 이데올로기의 이편과 저편에서 싸우고 죽였던 것, 일제의 참혹한 학살과 만행으로 고통받아던 우리 민족의 아픔, 그런 가운데도 조국과 민족을 일으키고자 죽음을 불사한 지사들의 모습, 반공과 이데올로기에 희생되고 억압된 남한 사회의 모습과 그 안에서도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자들의 고통. 이 모든 것들이 '연습'이라는 것이다.

  역사가 진보한다고 할 때, 그 진보는 무엇보다 '인간다운 삶'으로서의 나아감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보를 한다한들 그것은 퇴행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인간다운 삶'의 추구로 인해 다툼도, 전쟁도, 고통도, 아픔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성공과 행복과 기쁨 또한 한데 어울려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끝이 없이 반복하고, 마치 불교의 윤회처럼 돌아간다. 이를테면 과거의 역사가 미래의 거울이 되듯이 말이다.

  여기 <인간연습>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전향수로써 현시점을 살아가는, 한때는 이데올로기의 추종자로서, 그리고 지금은 그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이전의 그의 삶들이 그저 연습이었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산주의의 시작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보자는데서 시작한 매우 단순한 논리 아니었겠는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현시대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 크게 부각되면서 오히려 본질적 대안으로 접근되어진다. 유럽의 선진국가들에서는 이 사회주의의 이상을 둔 정당이 집권하여 나라를 이끌고 있지 않는가? 자본주의의 발원지에서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다. 우리의 삶은 그간 연습이었고, 그 연습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수정을 하고 보완을 해 지금 또한 새로운 연습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의 연습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게끔 하여 미래에 보다 발전적 기반을 가지고 삶을 연습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조정래 선생의 이 책은, 그가 지금까지 이룩해왔던 거대한 작품들을 갈무리하는, 아니 마무리하는 선상의 끝에 놓일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할 타이밍에 나온 것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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