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교수의 책과 100분토론을 2주간 보면서,한미 FTA의 전반적인 돌아가는 사항 정도 캐치했다.워낙 전문적인 분야가 많아서 책을 읽고 토론을 보아도 명확하게는 모르겠다.내 능력의 한계겠지만,다만 감은 온다.글쎄.그 감이 어설플수도 있으나..


1.맞바둑 VS 접바둑?


송영길 의원은 어제 토론에서,자꾸 안되는 쪽..최악의 상황으로 가정만 한다,한국을 비하하지 말자고 했다.일단 맞는 말이다.근데 우리가 칠레하고 FTA 맺는것과,미국과 맺는 것이 과연 동일체급의 경기인가? 를 생각해봐야 한다.내가 보기엔 급이 다르다.축구로 치면 칠레는 토고였고,미국은 프랑스다.바둑으로 치면 칠레는 맞바둑이고,미국은 3,4점 접바둑이다.우리를 비하하는게 아니라,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고수의 돌은 왠만해선 안 잡힌다.잡는 건 둘째치고,안 잡히면 다행이다.상대의 능력을 인정하고 겸손해질때,승산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2.충분한 수읽기 VS 손따라 두기.


어제 토론에 나선 경제학과 교수는,우리나라 관료 준비단이 밤을 세워가며,열심히 하고 있다,모두 다 똑똑한 분들이고 능력있는 분들이다,그러니 좀 더 지켜보고 그 분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맞는 말이다.헌데,상당수의 국민들이 우려하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와 냉철한 판단에 의한 선택이었느냐 하는 점이다.저들이 하자는대로,저들의 페이스에 말려 우리 스스로 따라가기 급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바둑에서 손따라 두면 필패다,란 말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바꿔치기 가능? 맛이 나빠,잡아도 잡은게 아닌..


어제 토론을 보니,우리가 협상에서 비교우위를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섬유와 자동차 정도라고 했다.그리고 우리는 식량안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쌀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는 섬유의 관세철폐와 미국이 원하는 더 많은 수준의 쌀,농산물 개방을 빅딜해서 상쇄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일종의 바꿔치기인데,그렇게 됐을 경우의 이해득실도 문제지만 그런 수준에서라도 타결이 될지,의심스럽다.나는 분명 바꿔치기를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한쪽에서 내 돌을 먼저 죽이고 남의 돌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나중에 그 돌이 움직이는 맛이 있어 살아가기라도 한다면..엄청난 판단 미스.돌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쌀은 이미 WTO협정에서 개방,매년 몇 %씩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4.연기 바둑과 페어바둑에서의 호흡.


두 명이 편을 지어 총 4명이 차례로 한수씩 두는 걸 연기바둑이라 한다.남녀 혼성이 됐을 경우엔 특별히 페어바둑이라 한다.일종의 단체전인데,이 경우에 있어선 무엇보다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하다.내 편이 둔 수의 의미를 재빨리 깨닫고,거기에 걸맞는 응수를 해나갈때,호흡이 척척 맞는 것.만약 그렇지 않고 같은 팀원이 둔 수의 의미를 전혀 잘못 읽고 엉뚱한 수를 두어 나가면,그것은 결국 필패.


미국은 FTA협상에 앞서,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한다.실제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취합,검토했다고.거기엔 대형 자본을 매개로 한,다국적 기업도 분명 있을 터.반면 우리는 이해당사자는 차치하고,일반 국민들이 FTA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도 파악 못하는 상황.정부가 2004년부터 한미 FTA를 준비했다는데,나는 올 6월이 되어서야 그것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정부에서는 도대체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에게 무얼 했단 말인가.어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경제학과 교수는,다분히 엘리티즘적 요소를 드러내며 결국 협상은 정부가 한다는 것,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측과 이익을 보는 측은 당연히 존재하므로 그들의 의견을 일일이 다 들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이다.소위 말하는 참여정부에서,그런말을 듣다니..어처구니가 없었다.


협상은 정부대표단이 하지만,그 협상은 연기바둑이나 페어바둑이나 마찬가지이다.보이지 않는 한쪽에선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이 같이 착석해 앉아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그래서 국민들과 정부대표단은 같이 한수씩 번갈아 두어간다고 생각해야 한다.충분히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같이 호흡해야 한다.일단 두어놓고 보자는 식의,안일한 생각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5.질 것 같으면 3패 빅을 만들면 된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협상단의 여러 가지 준비부족에,그리고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많은 국민들이 이제야 뭔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심을 갖는 순간이라면..FTA협상 타결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같이 공부하고 좀 알자는 것이다.그리고 해도 늦지 않다는 것.가이드라인을 우리 스스로 정해서 2006년 12월 말~2007년 3월 말안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해내겠다는 식의 조급증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다.안될 것 같으면,협상 결렬을 선언하면 되지 않을까.물론 그것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얼마간 감수해야 겠지만,조급한 체결에 따른 극심한 사회혼란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일 것이다.다음에 재협상 하면 된다.


바둑에선 자주 나오는 경우는 아니지만,3패 빅을 만들면 무승부 처리된다.FTA로 비유하면 쟁점 3가지를 만들어 놓고 두 나라 모두 한가지에서도 물러서지 않으면 게임은 종료된다.그리곤 다시 재경기이다.상대 기보도 보면서 더 철저히 준비해서 경기에 임하는게 승산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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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얘기를 들을때마다 어쩔수 없는 당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지금 우리나라가 꼭 ‘축’에 몰린 듯 비틀비틀 곡예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축은 결국 막다른 골목을 의미하는데,내가 보기엔 그 축은 아직 초반이라 절망적일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축머리를 써서 그만큼의 댓가를 얻어낼수 있다.무모하게 축을 피하려고 나가봤자 기다리는건 장렬한 최후일 것이다.대신 그 축머리를 어디로 쓸 것인가? 에 대해선 진지한 수읽기를 하자.아직 시간은 있고,좀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이런 얘기를 하고 있지만,막상 나는,바둑판위에 쓸모없게 놓여진 패석 한점처럼 느껴져,마음이 무겁다.하지만 바둑을 두다보면 그 패석 한점이,절묘한 축머리가 되지도 않는가.아주 미약하지만..그런 자그마한 희망으로 우리는 또 살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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