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 못 받으면 교사자격증 안준다?
 

[한국일보 2006-07-0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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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인천소재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같은 과 조교를 하면서 2번째 임용고사를 준비중에 있는, 말하자면 임고준비생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중이고, 각계에서 찬반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교원자격부여 제한> 논란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현재의 교원양성체계를 살펴보면, 복잡해 보이면서도 간단하고 단순하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이 목적형 대학이라고 하고 사범대학 및 교육대학원에 들어가 졸업하면 된다. 또는 중등교원의 경우(나는 초등교원 양성 체계에 대해서는 잘 모름으로 여기서는 언급을 가급적 하지않겠다.) 사범대학이 아니더라도 일반 학부 및 학과에서 교직이수를 통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또는 사범대학의 학과를 복수, 부전공 할 경우 자격증이 부여된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졸업하는 또하나의 손쉬운 방법이 있다. 정리해보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 즉 사범대학 졸업, 교육대학원 졸업, 그리고 교직이수 등 기타방법이 있다. 이런 관문아닌 관문을 거쳐 교원자격증이 부여되는데 여기에는 거의 유명무실의 '교원자격 무시험 검정'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다. 이것은 거의 졸업심사 수준과 비슷해서, 졸업여건에 충족한지, 또는 교원자격증을 부여하는데 최소한의 결격사유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 그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교원자격증을 무제한 적으로 부여한다고 할 수 있다.

사범대학 졸업자의 경우만을 놓고 보면(다른 경우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사범대학 진학 자체만으로 이미 교원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으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사범대학을 졸업한다는 것 또한 별반 어려움이 없다. 학점이 어떠하건 졸업학점만 이수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학사경고을 맞을 정도가 아니면 다 졸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고, 그러하기에 교육계 일각에서 교원자격증 부여에 어느정도의 제한을 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초등학생에게 "오늘 받아쓰기 70점 못맞으면 집에 못간다."식의 방법으로는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감당해야할 교원을 양성하는 대사에 걸맞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바로 교육부의 무책임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또 등장해야 옳다.

지금의 교원양성 현실을 보면, 경쟁력 있는 교원 선발이라는 미명아래 지금의 무분별한 교원자격증 남발을 교육당국이 주도적으로 실행해 왔다. 그래놓고 단 한번의 시험으로 서열을 매기고 그 시험의 성적에 따라 교사로 임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발된 교사는 바로 경쟁력이 '뛰어난' 교사들인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교원양성의 중심이 '양성'에 있지 않고 '선발'에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라는 것은 키워야 하는 것이지, 여러사람가운데서 그나마 난 X을 가려내는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차를 매긴다면 경쟁력을 키워놓고 그 다음에 가려야 하는 것이다. 키울 생각은 안하고 좋은 교사를 뽑겠다는 교육당국의 단순한 생각은 오히려 경쟁력 떨어지는 오늘날의 교육계 현실을 만들어 놓은 주범임에 틀림없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자격부여 제한> 논란 또한 이런 측면에서의 교육당국의 무책임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학점이 어느정도는 되어야 교원자격증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일반적으로는 매우 타당한 것이지만, 이 결과론적인 방법은 마찬가지 교육당국의 단순무식한 구상이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현재 사범대학의 몇가지 현실을 살펴보면 이것은 왜 무식한 발상인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여기저기서 사범대학이 목적형이니 어쩌니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목적형 대학이라면 그에 부합되는 특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지만, 이 목적형 대학의 유일한 특수성은 교원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일 뿐 운영 및 교육일반이 다른 일반대학과 거반 다르지 않다. 일례로 국어교육과와 국문학과의 차이는 국어교사 자격증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의 차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상에서 외형적으로는 차이가 있어보이지만, 그 속을 보면 또한 별발 다르지 않다. 국어교육과의 과목에는 단순히 '교육론'자가 붙을 분 그 내용이나 성격이 국문학과의 과목과 거의 일치한다. 거기에는 전문적인 교수진의 부족을 큰 이유로 들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교원자격증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한 사범대학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 교육당국의 생각이 아닐까한다.

그런데, 현재 교원양성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교원자격증이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놓은 문제도 있다. 교원자격증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룰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임용시험 응시 자격증에 다르지 않다. 교원자격증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어디가서 가르칠 수 있는가 하면 그것은 하늘의 별따가 만큼이나 어렵다는 얘기다. 무분별한 자격증의 남발로 인해 임용시험은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졌고, 그것을 통하지 않고는 교사가 되기 매우 힘들다. 임요시험이 아니라면 사립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사립학교를 들어가는 것도 이래저래 임용고사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당국은 경쟁력 있는 교사를 '선발'하기 위해 '경쟁률'만 기하급수적으로 높여놓은 것이다. 그러니 자격증이 있으면 무엇하리요?

이런 현실에서 교원자격증을 부여를 제한하느니 하는 발상은 있으나 마나한, 결국 쓸데없는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며,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만을 대안으로 내놓는, 교육당국. 교원자격증을 부여하는데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또다른 측면에서 전시행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이 얼마나 교육당국의 얕은 잔머리 굴리기가 아니겠는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교육당국의 정책은 돈 안드는 경쟁률을 높이는 잔머리를 굴렸고, 이제는 또 돈 안들게 경쟁력 있는 사람들에게 자격증을 부여하겠다고 학점 제대로 따라고 하는 잔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학점. 그것은 또한 신뢰할 수 있는가? 나는 신뢰할 수 없다. 현행 대부분의 사범대학에서 전공과목이나 교양선택과목의 경우 상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또한 문제가 있다. 교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상대평가라는 것은 그 전문성과 자질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다. 다시말하면, 전문성과 자질이 충분한 경우에도 교사가 못될 수 있는 반면, 전문성과 자질이 떨어지더라도 전공공부만 잘하면, 즉 학점만 좋으면 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상대평가의 맹점이다. 이런 학적을 가지고 교원자격증을 부여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것이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기르게 하고 자질을 함양하며, 좋은 교사를 만들기 위해 교육당국은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우수한 교원양성 교수진을 구성하고, 교육과정도 이에 걸맞게 고쳐야 하며, 우수한 교원을 기르기 위해서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라야 경쟁력이 생기고, 그리고 그들가운데 '선발'해내면 되는 것이다. 이럴때 교사의 경쟁력은 강화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교원자격증을 남발하라는 것은 아니다. 교사로서의 자격이 안된다고 판단될 때는 당연히 자격증을 줘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학점을 가지고 자격이 되느니 안되느니 판단하는 것이 가당키난 한 것인가 말이다. 교육당국은 이런 잔머리 굴리기 이제 벗어버렸으면 한다. 이제라도 교육현실, 교원양성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할 방법을 구상해야지, 돈안드는 쓸데없는 잔머리만 굴리지 말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교원자격증을 부여하는 데에 그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그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한 후에, 즉 바람직한 교원양성체계의 확립과 대안이 마련된 후에야나 가능한 것이지, 교육당국이 망쳐버린 이 교육현실 안에서는 그것은 어불성설, 말장난, 잔머리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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