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었다."

  고은은 <<만인보>>에서 이상을 '사건'이라 칭하였다.

  어쩌면 당시의 문단의 글쟁이나 문학 꽤나 읽는 사람들에게 그는 하나의 사건이었을 것이다. 지금에도 이상은 참말 '쇼킹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내가 이상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쇼킹한' 시 때문이다. 전위라느니, 다다라느니 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그의 시는 지금에서도 굉장히 실험적인 것에 속한다. 우리 시사에서 최초이자 최후, 아니면 최대로 전위적이랄까. 현대의 시들도 이상 이상의 도전적 시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시 이상 시의 실패에서 기인할 수도 있겠지만 이상이라고 하는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김해경의 천재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더욱 크다고 본다.

  이상의 수필은 매우 뛰어난 수필 중의 하나로 치고 있다. 오히려 시보다는 수필이나 소설에서 이상의 가치를 더욱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시는 이상의 열혈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겟다. 그래서 이상의 시는 다분히 매니아적 팬들을 나름대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 말고도 이상의 광팬들은 내 주위에 몇 있으니 말이다.

  이상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가 남긴 작품들을 읽어내야 하는 기본적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책들을 사 모았다.

 

 

 

 

  <<이상문학전집>> 1~5권. 1권은 시를 2권은 소설, 3권은 수필, 4~5권은 연구논문들을 모아 놓았다.

  이 책들을 다짜고짜 사둔지는 오래되었다. 다분히 시간을 가지고 읽어야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저 위의 책 <<이상 평전>>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작품을 보는 관점이나 방법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의 문학교육이 가져왔던 병폐가운데 하나가, 작품 자체를 제대로 보지 않고, 시대와 역사에 어거지적으로 짜 맞추는 식의 교육이다. 이러한 것에 대한 혐오내지 반감으로 작품에서 역사적, 시대적 요인에 대한 적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빼먹는다면 작품은 오독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우선 '평전'을 읽기로 한 것이다.

  작품 자체만을 가지고 이상을 읽는 것도 나름 의의가 있겠지만, 작품은 작가를 떠나서는 탄생할 수 없었기에, 이상의 삶을 우선 이해하고 가는 것은 효과적인 일이다.

  흔히 평전하면 위인들의 전기, 영웅들의 뛰어난 활약상을 담아내어, 거기서부터 교훈과 도전을 받기를 원하지만, 이상 평전을 읽고 나는 전혀 그러한 것들을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이상이라고 하는 그 사건이 도대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나는 그의 삶을 이해하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 이상의 삶과 조우하고 있는 나는 어쩌면 이상과도 같이 삶이 우울해질 것만 같다. 계속 만나다가는 나도 '이상'(해 지는 것)이 되는 것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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