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 문학동네 시집 71
김용택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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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의 시인, 섬진강의 작은 시골 마을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순박하고 순수함 그 자체의 아이들의 모습들을 그려낸 <섬진강 이야기>, 이런 것들이 주는 그는 '섬진강'으로 존재한다. 그는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1982년 '창비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섬진강으로 시작한 그는 아직 끝끝내 섬진강을 벗어나 살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또한 섬진강 이상으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에게는 자랑이면서도, 아픔이지 않을까?

  <섬진강> 연작에서 그려지는 그의 농촌시적 경향은 김용택이란 시인을 가히 우리 문단의 총아의 위치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이후 펴낸 시집이건, 산문집이건, 시선집이건 간에 그야말로 대박들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그 무엇도 <섬진강> 이상은 아니었다. 시집의 판매량만을 놓고 본다고 한다면야, 이후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연신 기록하고 있지만, 시인 김용택에 붙은 섬진강은 여전하게 그를 휘어감는다. 이것은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의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고, 김용택을 읽는 우리 독자에게는 아쉬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나에게는 그 아쉬움이 아주 진하게 남아있다.

  나는 근래에 김용택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가 펴낸 책들은 그에게는 소중한 것들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대중에게 영합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본으로 하는 서정시인의 본령에서 벗어난 듯한 냄새가 나기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독특한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은 김용택 시인에게 날카롭게 딴지 걸어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답이 궁금해 진다.

  시인 김용택이 조금씩 류시화처럼 되어가는 느낌! 나에게는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가 이전에 펴낸 <<그 여자네 집>>은 어느 정도의 성취를 거두었다고는 하나 <<연애시집>>에서는 조금 갸우뚱이다. 이어서 나온 것은 이 시집 <<그래서 당신>>인데, 이것에게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잎이 필 때 사랑했네 // 바람 불 때 사랑했네 // 물들 때 사랑했네 // 빈 가지, 언 손으로 // 사랑을 찾아 // 추운 허공을 헤맸네 // 내가 죽을 때까지 // 강가에 나무, 그래서 당신"

  '사랑타령'이라고나 할까? '그래서'라는 접속사의 사용에서 번뜩이는 기지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시적 깨달음은 뭐랄까? 수준미달이 아닐까? 이 시집은 참 가벼웁다. <섬진강>의 무게보다도 가볍다. 어쩌면 그의 시들이, 이전의 섬진강의 그 구체적 모습들과 거기에 담긴 구구절절의 이야기들이 그 끝을 보여서인 것인지, '사랑타령'의 관념 속에서, 날아다니는 그 관념들을 가슴에서 울렁이다가 내보내고 있는 것이서인지 모르겠다. 그가 서문에서 쓰고 기뻤다는 <남쪽>이라는 시를 보자.

  외로움이 쇠어

  지붕에 흰 서리 내리고

  매화는 피데

  봉창 달빛에

  모로 눕는 된소리 들린다

  방바닥에 떨어진 흰 머리칼처럼

  강물이 팽팽하게 휘어지는구나

  끝까지 간 놈이

  일찍 꽃이 되어 돌아온다

  '지붕', '매화', '달빛', '꽃' 등 이러한 것들이 더이상 우리에겐 구체화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 시가 담고 있는 것은, 어느 옛 선비의 읊조리는 시조와 같은 그런 고상한 감이 담겨 있는듯도 하다. 왜 이 시를 쓰고 시인은 기뻤을까?

  "바람이 불면 // 내 가슴속에서는 풀피리 소리가 납니다"<그리움>

  2연으로 된, 위에서처럼 문장으로는 단 한 문장으로 되어있는 시. 이런 것들이 많이 있다. 이것은 꼭 일본의 하이쿠같은 느낌이다. 이것은 <<연애시집>>에서도 주로 사용되고 있는 방법들이다. 이것은 좀 구식의 느낌이 든다. 시적 후퇴, 아니면 시적 능력의 후퇴? 어떤면에서 나는 그가 시인으로서는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것이 아쉬움이다. 그리움이라고 하는 것이 '풀피리 소리'가 된 것은 더이상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 것인가?

  이런 점에서 안도현 또한 그런 종류의 아쉬움이다. 어쩌면 김용택은 많은 책들을 펴내야 하므로, 시를 쓸 시간이 꽤나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시집 한 권 내자고 이쪽 저쪽에서 보체는 통에 이런 후퇴한 시들을 토해낸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한 듯도 하다.

  <그래서 당신>에서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수긍할 수 있었다. "음! 그렇지" 정도의 감탄사 외에서, 어떠한 새로움도, 그 이상의 통찰도, 명쾌함도, 번뜩이는 기지도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당신"이 아닌 "그러나 김용택은"이라고 묻고 싶다. 김용택 시인의 시적 진화는 어젠쯤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당신", 시인 김용택의 이번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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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6-06-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미안한 마음이 있어, 별을 하나 더 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