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배정표 첫 집단 거부… 제주 5개 사립고
 

[국민일보 2006-01-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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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뉴스를 통해 제주도의 사립학교들이 신입생들의 입학신청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기에서 꼭 한 가지 집고가야 할 것은, 문제가 되고 있고 찬반 양자간의 치열한 대립을 낳고 있는 핫이슈 사학법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이러한 대립 가운데 희생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를 온전히 받을 수 밖에 없는 이 나라 이 땅의 저 죄없는 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사학법의 정당성을 논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이러한 대립과 반목 가운데 온당한 논의는 존재할 듯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사학법은 정당한 것이고 그것을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비난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사학법은 그 자체를 그대로 악법이라 치부하고 그것을 찬성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 폭언하니, 이 극렬한 대립의 상황에서 더이상 어떠한 토론과 토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대화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러한 상황이 있기까지 사학법을 마구잡이로 밀어부쳐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이 통과시킨 여당이나, 사학법을 사악법이라 규정하고 온전한 논의를 막무가내 무시한 야당이나, 모두 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비난을 뒤로 미루고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현재 사학측에서 2006년도 신입생들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정부측에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저 죄없는 우리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바로 여기에 사학법을 두고 대립하는 양자가 지켜야할 도리가 있으며, 원칙이 존재한다. 그것은 즉, 우리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피해와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학생들이 이 나라 이 땅에서 어느 한 순간에라도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은 이 나라 이 땅이 망하는 길이라 단언할 수 있다. 또한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임에 틀림없다. 과연 이 사학법에 학생들의 권리를 저당잡혀야 하겠는가? 아니, 지금 바로 이 학생들의 권리가 저당잡혀 있음을 볼 때 나는 탄식을 금치 못 한다.
교육이 백년지계라 함을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그것을 온전한 논의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통과시킨 정부여당에도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이것을 학생들을 볼모로 하여 반대하는 무리들은 그들의 주장의 정당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는 악행이다.

  나는 여기서 단 한 가지를 그들 모두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라나는 학생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자명한 이치이다. 정부나 여당 측에서는 대화의 길을 열어놓는 자세가 필요하고, 사학법에 반대하는 사학법인 및 단체들은 그들의 교육자적 자세에 입각하여 정당한 반대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막아내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한다.

  나는 앞으로 교육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선배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사학관계자들에게 가장 깊은 우려와 탄식으로 고언하고 싶다. 교육자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가르치고 기르는 저 학생들이 아닌가? 더이상 그들을 볼모로 내세워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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