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來歷을 잊어바린 옛 時節에

났다가 새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煙氣,

다만 불타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여.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가지로 지나가라.

 

*새없이 : 무엇을 할 사이가 없이 

오하근, <<정본 김소월 전집>>, 집문당. 1995. 에서

 

  김소월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다. 김소월 시인의 짧은 생애는 담배와도 같이 '불타고 없어지는 불꽃'이었다. 너무 짧았기에 아쉬움이 남는 뛰어난 시인 김소월.

  나도 담배를 태운다. 김소월 시인의 이 시는 내가 담배를 피우는 변명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내력을 잊어바린 옛 시절에 / 났다가 새없이 몸이 가신 /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 말하는 사람"이 내일부터는 내게 되지 않을까?

  아! 이 놈의 담배를 끊기는 또 더욱 쉽지가 않겠구나!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다시 한 번 시를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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