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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당신은 책을 읽을 줄 아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이 사람이 나를 바보로 아나!'하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당연히 "Yes"라고 대답하거나, "눈이 침침해져서 못 읽어"라거나(연세 꽤나 드신 분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묵묵부답 웃거나(아직 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일게다.) 할 것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문맹은 찾아보기 힘들어 누구나 다 책을 읽을 줄 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문맹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은 사람이라면 책을 읽을 줄 안다.
책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의 첫 번째 조건은 ‘눈’이다. 즉,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점자책 등이 보급되어 ‘볼 수’ 없어도 책을 읽을 수는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읽는 행위’는 눈으로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이라면, 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나 예외 없는 것으로 ‘책을 읽는’ 행위의 필수 전제임에 틀림이 없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책에 적힌 문자를 ‘읽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와 같이 책읽기는 이처럼 단순하고도 간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이렇게 간단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책읽기는 사실상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오히려 복잡하고 어렵기 그지없다. 한 페이지를 제대로 넘기기 전에 책장을 덮어버려야만 하는 책이 많다. 이것은 대부분 독서가들의 경험에 의한 진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책을 읽을 줄 아는가?”라는 질문도 그리 유치한 것도 아니며, 그에 대한 대답도 간단치만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책읽기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그 대답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생각해 본바와 같이 책읽기는 단순하지 않다.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글, 즉 기호의 담긴 의미를 해독해낼 줄 안다는 것이며, 그 기호들의 조합 속에서 각각의 의미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있고, 그 결합이 어떠한 의미를 산출해 내는지 판독해 낼 줄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호는 읽을 줄 알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결코 책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들의 책읽기를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성인들에게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는 문제들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조금 양보하자면 우리가 읽을 줄 모르는 책이 많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대부분 양서, 즉 우리에게 많은 가치와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내가 읽은 이 책 <<독서의 기술>>은 바로 독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책을 읽어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독서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1986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간 꾸준히 재판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기술을 가르치며 좋은 독서가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독서의 기술’은 크게 4가지 단계로 나뉜다. ‘초급독서’, ‘점검독서’, ‘분석독서’, 그리고 독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신토피칼 독서’의 단계에 따라 독서를 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단계의 순차적인 것으로 마지막의 ‘신토피칼 독서’를 하려면 앞 단계의 독서방법들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상정하고 있는 독서의 최종 목표인 ‘신토피칼 독서’란 “동일 주제에 대하여 2종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어쩌면 최고의 독자, 이상적 독자의 경지일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 질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초급독서’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런 다음 ‘점검독서’와 ‘분석독서’의 단계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초급독서’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책일 읽는다는 것의 기본적인 조건인 ‘글자를 읽을 줄 알며 그 의미를 일차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글을 읽을 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으며 할 수 있는 단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 했던 바, 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이 ‘초급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에 불과한 독서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점검독서’와 ‘분석독서’로 나아가야만이 최종의 목표, 즉 좋은 독서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점검독서’와 ‘분석독서’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들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계들을 이룬다는 것이 나로서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 또한 그렇게 하기가 무척 벅차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독서의 기술>>에서 제시한 방법들을 우리의 독서생활에 계속적으로 시도해본다면 어느새 ‘신토피칼 독서’의 경지에 다다르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이 독서의 경지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독서생활 가운데 우리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듯 하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책 읽는 책>>(마이리뷰 첫 번째 글 참조)을 읽었다. 여기서 ‘네트워크 독서’라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신토피칼 독서’를 발전시켜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써 나는 <<책 읽는 책>>을 조금더 추천하고 싶지만, 이 책 <<독서의 기술>>과 함께 읽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독서의 기술>>은 독서에 대한 보다 이론적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기에 그만큼 가치와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책 읽는 책>>의 경우는 보다 한국적 독서 방법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책은 상호 보완적인 의미에서 더욱 완벽한 독서가의 탄생에 기여한다고 하겠다.
어쨌거나 독서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책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독서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 독서생활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