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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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1년 여 전이다. 박노자라는 이름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아왔고, 들어왔다. 그가 귀화인이라는 것, 근데 하필 왜 노자인가? 老子와는 썩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그의 사진을 보고 나름대로 한국인의 모습도 있는 듯 해 호감이 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서점 한 켠에서 박노자의 이 책을 보고는 선뜻 집어들어 읽게 된 것이다. 왜 선뜻일까? 나는 이 책의 제목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제목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왜 나에게 이런 신선함(신선함이라는 말은 그리 정확하지 않다. 왠지모를 비하감이랄까? 이 사람이 괜히 딴지를 거는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런 것이다.)을 느낀 것일까? 저자 박노자는 귀화인이다. 귀화를 했다면 모르긴해도 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일체감을 얻고자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니? 이 사람이 뭐하러 귀화한 것인가?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가?

  여기서 박노자에 대해 조금 소개를 하고 가야겠다. 박노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태생으로 이름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였다. 그는 <춘향전>에 반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귀화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이름 대학시절 은사님이 지어주신 것으로 '러시아에서 온 현인'이라는 뜻의 '露子'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귀화한 그는 역사학자로서, 한국의 명철한 지성으로서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이런 박노자의 첫 저서이다. 박노자는 한국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진짜 한국이 된 것이다. 귀화한 그의 첫 저서가 왜 "우리들"이 아닌 "당신들의 대한민국"일까? 나는 거기에서 어떤 의아함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나'가 아닌 '너'이다. 예전에는 높임의 의미에서 주로 쓰였지만, 요즘의 우리말에서는 대화 상대 일반을 높낮이 없이 고루 가르키며, 상대를 비하하거나 비속하게 이를때도 주로 쓰인다. '당신'이라 하면 괜히 기분이 썩 좋지 않아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당신들'이라 하면, '내'가 속하지 않은, 곧 '우리'가 아닌 타인들을 가르킨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귀화과정을 통과하고 대한민국의 일원이 된 그가 왜 '나'를 뺀 대한민국을 말하는가? 왜 자신을 굳이 배제시키는가?

  나는 그를 진정한 한국인으로 인정한다. 이것은 그의 이 책을 읽고나서의 확신이다. 그리고 그를 나는 '경계인'이라 정의한다. 이것은 어찌보면 모순일테지만,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인이면서 한국사람이 아니라는 뻔한 사실을 밝힌 것에 지나지 않다. 그는 한국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이제는 당당히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러시아에서 자란 러시아 사람이다. 이것은 그가 경계인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요건인 것이다.

  "나무를 보면 숲을 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말은 천성 한국사람이 이 한국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가하는 자명한 의문을 갖게한다. 대한민국의 사회안에서 태어나 자라고 배운 한국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못된 구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노자는 이 자명한 이치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다. 아니 많이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경계인이기 때문에 이 '대한민국'을 샅샅이 해부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누가 뭐라도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또다른 이치도 있음에 틀림없다. 이것에도 박노자는 해당한다. 분명 그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경계인'의 자격조건을 완벽히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말하는 이 대한민국의 초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경계인'으로서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는지 타인의 냉철한 지적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으로, 나와 같은 한국인의 뼈저린 반성의 자세로 그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가 이런 경계인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점은, 서문격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귀화과정을 겪으며 느낀 감회를 쓴 <국적 취득기>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그가 이런 경계인이 아닌 진짜배기 한국사람이라면 이런 한국 사회의 곁가지에 자라있는 문제들을 지적해 낼 수 있었겠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박노자라 분명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 겸허해져야만 했다. 그래야만 나의 충격을 가라앉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장부터 그가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단적으로 이순신 동상에 담긴 이데올로기가 무엇인가를 알게되었을때 나는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충격들이 이 책 가득 담겨져 있다. 내가 볼 수 없었던 것을 경계인 박노자는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이 박노자의 이야기가 우리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知彼이전에 知己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알 수 없는 부분을 알려주는 박노자의 이 책은 분명 우리에게 소중한 목소리이다. "그는 이방인의 눈을 가졌으나 그의 가슴은 한국인의 것이다." 이런 경계인 박노자가 냉철하게 전하는 "우리들의 대한민국"의 숨겨진 실상을 우리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나는 말한다. 박노자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것을,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지 않고는 한국인이라 말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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