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
존 맥스웰 해밀턴 지음, 승영조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에 끌려 나는 이 책을 과감히 선택했다. 카사노바가 정말 책을 더 사랑했나? 그럼 나도 책을 더 사랑해볼까? 카사노바처럼? 그래, 카사노바처럼 여자도 사랑하고 책도 더 사랑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이루 말할 것 없이 좋은 것.

이 책의 제목은 나를 끌어당겼다. 카사노바가 여자만 잘 유혹한 것이 아닌가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카사노바에게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랑, 책을 더 사랑했다는 이 책의 제목에 큰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책 제목만 보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큰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책을 파는 기술이 여간 높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카사노바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책 제목만 보고 괜히 카사노바 전기나 평전같은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카사노바와는 많이 거리가 먼 내용이기 때문이다. 카사노바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거금 18000원을 투자한 자신이 바보같은 것이 자명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

이 책 부제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에 관한 내용이라 하겠다. 말이 좋아 사회사지 쉽게 말하면 책에 관한 잡史라 해야 겠다.

내가 이 책을 사서 읽게된 큰 동기가 카사노바때문이었다면,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게된 이유는 이 잡史가 나름대로 흥미있고 재치있고 읽을 만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나는 처음 이 책 편집이 아주 형편없이 잘못된다고 느꼈다. 곳곳에 빈 페이지가 나온다. 간혹 엉뚱하게 보이는 그림 한 조각들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뭐 이런 책이 다있어'의 불쾌감은 잠시, 어느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경고를 날린다. "종이에 베일 수 있음. 장갑을 끼시오!" 나는 한없이 웃었다. 그렇게 이 책은 번역자가 말하듯이 '해학'으로 일관한다. 간혹 신랄한 비판도 있지만 인상을 찡그리기 보다는 웃음짓게 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책에 관련한 우리가 알지못했던 다양한 에피소드 혹은 책의 뒷면, 책 갈피속의 숨은 이야기, 즉, 책의 야사라할 만하다.

곳곳에서 보이는 작가의 재치와 해학의 시선은 나를 줄곳 이 책에 빠지게 했다. 옛날의 저술가들의 뒷얘기들이 그러했고, 책을 파는 기술, 감사의 글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웃기는 것인지, 서평에 대한 이야기들, 책이 대박이 나기까지 어떤 운이 작용했는지, 미국의 대통령들이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 등등등.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가장 잘 도둑맞는 책은?" 정답을 공개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고 우리가 알지 못하던 책의 뒷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전달해 준다.

하지만 이 책을 누구나 재미있게 읽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일반인들에게는 나름대로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곳곳에서는 따분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따분함을 느낄때 다음으로 확확 넘어가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부분은 "가장 먼저 도둑맞는 책"이라는 장일 것이다.

저자 존 맥스웰 해밀턴의 박식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이 책은,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탄생한 노작이라 할 만하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 저술 출판 독서의 뒷 이야기들을 엮어 보아도 흥미있을 듯 하다. 예를 들면 백석이 조만식의 비서였다는 것, 그리고 누구는 세금을 걷으러 다녔다는 것 등등.

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읽을만 하다. 단, 꼭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길 바란다. '카사노바'에 대해서는 이 책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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